5. 늑대의 집으로(4)

일반적으로 청소업체를 사용하는 집은 자체 모자이크가 필요할만큼 지저분하거나 냉장고 위 먼지가 쇠똥구리가 굴릴정도로 많거나 정리정돈이 안되어있거나였다. 그러나 이 집은 창틀에 낀 먼지와 냉장고 위 가볍게 앉은 먼지를 제외하고는 할게 없었다.

더욱이 문제는 이 계약이 건당, 즉 집 청소가 끝나면 퇴근인게 아니라 시간제로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로 일이 없어도 퇴근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제 뭐하지?

창틀과 냉장고, 선반, 책장의 위를 쓸고 닦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시간. 앞으로 3시간은 할 일이 없었다. 고무장갑을 낀 손에 들려진 걸레는 너무나 깨끗했다.

딩~ 동~

누가왔나보네.

"윽, 윤여사?"

윤여사면 어머니?

안에서 초인종을 누른 상대를 확인한 시우가 열림 버튼을 눌렀다. 잠시후 윤여사는 오늘도 풀메이크업에 중단발의 머리를 드라이하여 한 껏 힘을 준 모습으로 들어섰다.

"아들, 엄만지 알았으면 빨리 문을 열어야지."

"빨리 연거야."

"우리 아들은 너무 쌀쌀 맞다니까. 어릴때는 애교도 많고 사랑스러웠는데 말이야."

"그래서 윤여사는 어인행차야?"

윤여사는 그런 퉁명스러운 시우의 말을 무시한채 복도에서 멀뚱히 이 광경을 보고있던 나에게로 다가왔다.

인사 안 드려서 화나셨나? 얼굴이 너무 무서운데?

윤여사는 빨간 립스틱이 칠해진 입을 꾹 다물고 다가오고 있어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얼른 끼고있던 고무장갑을 벗고 양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어머, 지호양~"

응?

응?

응?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그녀는 아주 반가운 사람을 만난듯이 활짝 웃으며 얼떨떨하게 있는 나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왔다.

"지호양 덕분에 이 집이 정~말 눈에 띄게 깨끗해졌네요. 고마워요. 호호호"

"네?.. 네.. 하하.."

이 집 본래부터 깨끗했는데? 무지하게 깨끗해서 할 일도 없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곁눈질로 쇼파에 앉은 시우를 보자 그는 한숨을 쉬며 못 말리겠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있었다.

"집은 이 정도하면 된것 같고 아직 저녁 안 먹었죠?"

"네.."

뭐지!

"잘 됐네! 그럼 같이 먹어요. 시우 너도."

갑자기 나타나서 밥?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녀의 저녁 제안이 있은 후 어디선가 나타난 요리사가 주방에서 마치 도깨비 방망이로 만들어내듯 각종 음식들을 만들었다. 식탁은 순식간에 맛스러워 보이는 음식들로 가득찼다.

"맛있게 먹어요~"

윤여사는 과장되게 웃으며 내게 먼저 음식을 들것을 권했다.

"네.. 하하"

본래 이렇게 착한 분이신가? 왜 이렇게 해주시는거지? 뭐야 도대체?

알수없는 찝찝함이있었지만 음식은 그것과는 별개였다. 시각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코의 점막을 자극하는 이 냄새!

결국 젓가락을 들었다.

아.. 이게 입에 넣자마자 녹는다는건가? 맛있어! 너무 맛있어서 행복해!

"입에 잘 맞나봐요? 맛있게 잘 먹어서 너무 보기좋다."

"하하 감사합니다."

"시우 너도 많이 먹고. 넌 입이 짧아서 큰 일이야. 지호양처럼 잘 먹으면 좋을텐데."

앗, 여자애치고 너무 많이 먹고있는거 아니야? 맞아! 여자애들은 가리는 것도 많고 맨날 한 두 젓가락만 먹고는 배부르다고 더 안 먹던것 같은데. 그럼.. 그만 먹어야하나?!

움찔거리며 젓가락질이 멈추자 윤여자의 관심이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응? 갑자기 왜그래요?"

"아, 아니에요.."

에잇 뭐 어때. 세상에 입짧고 배통 작은 여자만 있나? 반대도 있을거 아냐? 그래. 일단 먹고보자.

멈췄던 젓가락이 다시 활발히 움직여 입으로 고기며 야채를 공격적으로 날랐다. 윤여사는 그 모습이 매우 마음에 들었는지 흡족하게 바라봤고 시우는 관심이 없는지 자신 앞에 놓인 음식만 깨작거렸다.

"잘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건 처음 먹어봤어요!"

"잘 먹었다니 기분이 좋네요. 호호 그러지 말고 이참에 앞으로 우리 시우랑 저녁도 같이 먹고 가면 돼겠네~"

"예?"

이번에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당황스러움이 얼굴로 여실히 드러났지만 윤여사는 괘념치않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결론을 지어버렸다.

"사양하지말아요~ 시우도 늘 혼자 먹으니까 더 안 먹는것같아서 부탁하는거에요. 그러니까 부담가질 필요도 없어요. 그럼 부탁 좀 할게요~ 호호호"

"아니, 저기!"

거절할 틈도 없이 윤여사는 이미 집을 나선 후였다.

나보고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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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08 00:27 | 조회 : 1,653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이 시간엔 배가 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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