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늑대의 집으로(3)

딩~ 동~ 딩~ 동~

"뭐지, 왜 안 나와?"

한강을 기준으로 땅값, 집값 뭔 값이란 값은 죄다 비싸다는 동네 끝. 170인 내 키를 훌쩍 넘길만큼 높은 회색 담장과 출입문 앞에서 초인종을 연신 누르고있었다.

더워.. 일 시작하기 전부터 땀 범벅이 되겠어.

여장을 위해 덮어쓴 가발때문에 머리는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더 답답했고 오늘도 역시나 작업 슈트 안 브라로 인해 어깨는 간질거리고 갈비뼈가 조이는것 같았다.

"아무도 없어요? 청소하러 왔습니다!"

첫날이니까 화가 나지만 최대한 예의를 갖춰 소리를 질렀다. 조용한 부자동네에 들리는 유일한 소리였다.

"청소! 하러! 왔습니다! □□□로 15 갈색 2층 집!"

틱!

예스! 이렇게 하는데 안 열고는 못 베기지.

열린 문 틈으로 들어서자 잘 가꿔진 나무들이 몇 있고 아직까지 꽃이 핀 것도 있는 정원과 본채로 향하는 돌계단이 보였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크네. 아들 혼자 산다고 한것 같은데 이 넓은 공간은 다 뭐하나?

"아, 안녕하세요? 쓱쓱클린에서 나온 이지호입니다."

집주인인 남자는 182쯤 되는 큰 키에 관리를 잘 받고 자란덕인지 뽀얀 피부가 아기 피부같아 여자들의 부러움을 살것만 같았다. 머리는 그와 어울리게 애쉬 그레이로 염색한 상태였는데 흰 피부와 퍽이나 잘 어울렸다. 남자의 옷차림은 흰 티셔츠에 검정 반바지로 특별할 것이 없었다. 남자는 귀찮다는 듯이 문을 열고는 하품을 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이라면 모든 사람들을 제압할 것 같은 매서운 눈매였다.

눈이 무섭네.. 음. 저 티 쪼가리 한장에 얼마나하려나?

"시끄러워."

뭐?

"청소하러 왔으면 조용히 청소만 하고 갈것이지 왜 그렇게 소리는 고래 고래 질러대?"

내가 처음부터 질렀냐? 이 싸가지야! 니가 문을 열어줘야 청소만하고 가든말든하지!

속에서는 화가 났지만 얼굴에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것은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기본이었다.

"하하하 고객님 죄송합니다. 오늘 첫 방문이기에 고객님께서 열어주시지않으면 들어올수없었답니다. 다음부터 방법을 알려주시면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할 말 없지?

한껏 가식적인 웃음을 지어내고 있는데 앞에 서있는 이 싸가지 고객은 멀뚱이 뚫어져라 나의 얼굴만 보고있었다.

뭐지? 설마 여장한 내 얼굴에 반했다거나! 취향이라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설마..

조마조마한 심정이 남자를 마주보며 웃던 입꼬리를 경직시키고 있었다,

"아, 남잔줄 알았는데 여자였어?"

응?

응?

응?

아니 어딜봐서 남자로 보였다는거야? 뽕브라에 가발까지 썼구만!

"걱정마. 잡아먹거나 하진 않으니까. 그렇게 긴장하지말라구."

잡아먹다니? 뭔가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나본데?

남자는 내 얼굴이 굳어가던 이유를 착각하고 있는듯했지만 굳이 제대로 알려주고싶지도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 했다.

"아, 이름이 뭐야?"

그런건 본인이 먼저 말하고 물어보지 않나?

"이지호에요."

"흠.. 난 선우시우. 나이는 비슷해보이니까 생략하고 편하게 부르면돼. 할 일은 이 집 청소. 2층에 있는 내 방은 안 해도 되고, 들어가지도마. 무지 싫어하거든. 이것만 명심하면 별 문제없어."

"네."

"응."

"네?"

" '응' 이라고. 편하게 대하라니까."

"아, 응."

이 사람, 내가 여자라고 생각한 후부터 묘하게 부드러워졌어. 이게 혹시 작업 들어오고 있는거 아니야?

"난 거실에서 티비 볼테니까 청소 다 하고 나갈때 말 해."

"알았어."

어색해! 숨 막혀 죽을 것 같아!

아무리 나이가 비슷해 보여도 보자마자 말을 텄다. 그것도 고객이랑! 본래 낯가림이랄까 사람 가림이 있는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초고속은 처음인지랑 오히려 당황하고 있었다.

일단 익숙한 청소를 하면서 마음을 좀 진정시키자.

가장 더러울것이라 예상한 화장실 문을 열었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깨끗했다. 뿐만아니라 다른 방들도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정리정돈까지 되있었다.

나, 어딜 청소해야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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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07 16:46 | 조회 : 1,691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지호야 우리집도 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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