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늑대의 집으로(2)

"저기, 지호야~ 우리 최고 직원~"

"사장님 아무리 그러셔도 안돼요."

"그러지말고 한번만, 응? 이번 한번만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착한 우리 지호~"

방금전까지 미안하다던 사람은 어디갔나.

사장은 못 봐줄 애교까지 부리며 부탁을 하고있었다.

"..대신 보수는 두둑히. 아시죠?"

"그럼! 당연하지."

울상이던 사장의 얼굴에 드디어 화색이 돌며 무릎에 얹어져있던 나의 손을 잡았다.

"고맙다! 지호야!"

"이거 놓으세요! 징그럽게!"

"정말 고맙다! 역시 우리 지호밖에 없어! 뭐 먹고싶은건 없어? 배고프지? 아, 아니다 씻지도 못 했으니 찝찝하겠구나! 얼른가서 씻어. 씻으면서 먹고싶은 것도 생각해두고. 오늘은 우리 지호 먹고싶은걸로 내가 쏜다!"

"아.. 네..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일은 언제부터에요?"

"그게말이지 내일부터 시작하면돼."

"네? 당장 내일이요?"

기분이 한껏 업된 사장과 반대로 착찹하게 다운되어 사장실을 나섰다.

손에는 여자 가발과 슈트 속에는 여성 속옷이라니.. 이게 무슨 꼴이지..

"하아.."

"너 왜 아직도 그 꼴이야?"

바닥을 보며 걷는데 앞에서 민호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이미 샤워까지 마쳤는지 깔끔 상태였다.

"사장님이랑 이야기 좀 한다고 아직 못 씻었어요."

"얼른 가서 씻어. 그리고 앞으로는 그... 그런거 하지말고."

여장 용품을 가져와 오늘 이 사단을 만든게 본인이면서! 지금 나한테 뭐라는거야!

"하아.. 네"

그러나 화를 낼 힘도 없다.

"왜 그래?"

나보다 조금 키가 더 큰 선배가 고개를 기울여 나의 안색을 살펴왔다. 평소 남을 잘 챙기고 다정다감해서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다더니 그런게 나에게까지 적용된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그냥 더워서 힘이 없나봐요. 저 씻고올게요."

어색하게 뒤로 물러서 샤워장으로 향했지만 발걸음이 무거운것은 어쩔수없었다. 그래서였는지 햇볕이 드는 복도였지만 침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틱 틱

입을 때도 생각했지만 벗는 것도 정말 어렵게 만들었어! 팔이 어떻게 뒤로 꺾이는거야?

샤워장과 연결된 탈의실에서 벌써 몇분째 브라와 씨름중이었다. 가발은 훌러덩 잘 벗겨졌지만 후크가 채워진 브라는 여간 벗기 힘든게 아니었다.

틱-

"아, 진짜!"

땀과 먼지에 찌들어 온몸은 찝찝하고 약품 냄새까지 진동을 하니 스트레스 지수는 한 없이 높아져있는데 이 망할 후크가 간발의 차로 또 미끄러져 풀리지 않았다.

"후.. 이지호 참자.. 넌 이따위 일로 화낼 인품이 아니야. 응, 그래."



"아!"

드디어 고생 고생한 끝에 후크가 풀리며 답답하게 흉부를 감싸던 압박감이 사라지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래서 잘 할 수 있으려나.. 아니야 아자! 할 수 있다! 이지호! 돈을 생각해!"

오늘 해보니 별거 아니더만! 할 수 있어!

당장 내일 닥칠 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자신감 넘치게 받아들이기로 하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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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06 21:03 | 조회 : 1,992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분량은 늘었다 줄었다 고무줄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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