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늑대의 집으로(1)

[한시간 전]

"아가씨, 내리시지요."

"아, 선배! 그러지마요!"

"지호 누나는 어쩜 화내는 모습도 예쁠까."

"동욱이 너까지 그럴래!"

일을 마치고 회사로 들어가는 주차장에서도 동료들의 놀림은 계속되었다. 특히 동갑인 김동욱과 민호선배는 유독 더 짓굿게 놀렸다.

"너네 힘이 남아돌아? 회사 복귀했으면 씻고 정리해야지 계속 떠들래? 잔업시켜줘?"

사장님 감사합니다. 역시 공사가 분명한 멋진 분이셨어!

칼같은 말에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청소용품을 들고 사라졌다. 나도 나의 용품을 가지고 들어가려는 순간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지호는 그거 가져다놓고 잠시 사장실로 와. 따로 할말이 있어."

"네."

따로 할말이라는게 뭐지?

일이 아니면 평소 격식없이 지내기에 고민상담이나 개인사는 뒤풀이 시간 술 한잔하며 하곤했었다. 이런 식의 개인 면담은 면접때 말고는 처음있는 일이었다. 사장님이 무슨일로 보자는 것인지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발걸음을 옮겼다.

똑똑-

"저 지호에요."

"들어와."

체리 브라운의 흔하디 흔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장님은 비장한 표정을하고 아이보리 쇼파에 앉아있었다.

"와서 앉아."

"네."

한쪽 구석에 설치된 에어컨에서 끊임없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나왔다. 사장님은 양손을 모아 끼고있던 깍지를 풀고 간절하게 나를 바라봤다.

"지호야 너 우리 회사 작은 회사인거 알지?"

"네, 알아요."

무슨 말을 하려길래 서론이 이렇지?

"그럼 우리 단골 하나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지?"

"네.."

뭐지?

"아까 다녀온 윤여사님이 어떤분이신지도 알지?"

"네.. 뭐 대충은요."

아, 나한테 그 여사님이 말했던 집을 맡기시려그러나?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게 말하시는거지?

"그분이 우리나라 기업 중 하나인 선우의 사모님이시거든..?"

그렇게나 대단한 집이랑 단골이었다니 사장님 의외로 능력있는데?

사장님이 어떤 말을 할것인지 감을 잡은 난 그의 말을 대충 들으며 그 집에 있던 값나가던 물건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집에 외동 아들이 하나있어. 선우시우라고."

"네."

"네가 그 아들 집 좀 맡아서 일 해줄수있을까?"

"보수는 얼마에요?"

"선우기업 외동 아들네라니까 돈은 여태 받던거보다 더 받을거야. 걱정마. 내가 장담할게."

"좋아요."

잘하면 다음 학기 등록금까지도 벌수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런데.. 말이야.. 한가지 조건이 있어."

"뭔데요?"

이상한 싸이코라던가 변태같은 취미가 있다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네가 여장을 하는거야."

"... 네?"

"미안하다, 지호야. 날 용서해줘. 그 여사님이 콕 집어서 '저기 있는 여학생으로 부탁해요.' 이러시는데 내가 뭘할수가 없었어."

사장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강아지 눈을 하고는 나를 바라봤다.

"그게 말이나되요? 그자리에서 바로 남자라고 밝히셨어야죠! 사장님, 사실대로 말해보세요. 정말 여사님이 하신 말이 그게 다였어요?"

"사실은.."

사장님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제는 기어들어가듯 작아지고 있었다.

"똑바로 말하세요."

"사실은 제대로 말씀드리려했는데 여사님이 '보수는 지금 이 집의 5배로 드리죠.' 이러셨어. 그게 어디 적은 돈도 아니고 너도 등록금이며 생활비 마련하려면 뼈빠지게 일해야하는데 그 돈이면 그 집 하나만 해도 될거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알겠다 그랬어. 미안하다, 지호야."

"하아.."

돈.

여태 쓰고있던 가발을 벗겨내자 땀으로 가득한 머리에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닿았다. 오른손에 갈색 가발을 쥐고 그것을 내려다봤다. 벗겨진 가발은 볼품없이 흐트러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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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06 16:37 | 조회 : 1,662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이런 분량이면 20화 넘겠는데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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