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훈이를 불렀고 그제야 지훈이는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지훈이의 얼굴을 잡고 말하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좋은 말만 있는 게 아니잖아.. 좋은 말이 있으면 나쁜 말들도 존재해 당연한 거야.. 좋은 말들만 가득하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안 그렇잖아"
지훈이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난 지훈이를 안았다.
그러자 지훈이는 과고 사귀기 전에 내가 했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귀기 전에 봄님이 이렇게 말했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힘들어 하는 거 보기 싫다고.. 지금이 그래요 난, 봄님이 힘들어하는"
"맞아 그렇게 말했어 그럼 그 다음에 네가 했던 말 기억나? 왜 그런 거 신경 쓰냐고.. 지금은 오히려 너에게 말해주고 싶네 왜 그런 걸 신경 써? 신경 쓰지마"
"......"
"나도 사람인데 상처 받을 수 있지 근데! 나 예전 이새봄 아니야 상처 받았다고 도망치지도 않을 거야 상처 줄 수 도록 난 떳떳하게 너랑 손잡고 다닐 거야"
"미안해요.. 그리고 진짜로 사랑해요.. 진짜.. 많이"
"알고 있어 나도 사랑해"
과거에 날 안아준 게 지훈이었다면 지금은 반대로 내가 지훈이를 안아주고 있다. 잠시 뒤, 지훈이는 안심이 된 건지 내 품에서 잠들기 시작했다. 조심히 지훈이를 눕히고 지훈이 방에 있던 배게와 작업실에 있던 담요를 가져와 덮어줬다.
바닥이 너무 차가워 혹시나 감기 걸릴까 걱정된 나는 보일러를 가장 세게 틀었다.
다음날 아침, 어제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자훈이 말이 생각나 간단한거라도 해주고 싶어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아침은 먹여야하는데"
이른 아침이라 마트랑 슈퍼는 열지 않아 편의점이라도 가서 컵밥을 사와야겠다. 지훈이 숙소 앞에는 편의점이 없는 관계로 좀 걸어서 다녀왔다.
"어디 갔다온거예요..?"
"편의점! 밥 해주고 싶었는데 마트 안 열어서"
"...아"
"배고프지 편의점 음식인데 괜찮지?"
간단하게 5분도 안 걸려서 만든 우리 아침 밥. 편의점 밥임에도 우린 맛있게 먹고 나서 우린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방영되는 영화를 보다가 지루하면 얘기를 나눴다.
"케빈, 맨날 봐서 재미없어.."
"그래요? 난 재밌는데 그냥 딴거 틀"
"나도 재밌어 완전 재밌는데?! 틀지마! 나 볼거야"
재미 하나도 없다.. 지훈이는 집중해서 방해하기도 싫은데 결국 내가 선택한 일은 지훈이 어깨에 기대 눈을 감았다.
"졸려요?"
"...재밌는데 졸려.."
"무릎에 누워요 이따가 목 아파요"
자리를 고쳐서 난 다시 지훈이 무릎에 머리를 둔 뒤, 아래에서 지훈이 얼굴을 감상하다가 잠들었다. 정말 한 것도 없는데 다른 날들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