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리메이크 #4

루오가 로자리오를 다독일 때 한편에선 어린 귀족님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놀기 바빴다.

엘라헤를 데려간 쌍둥이는 유리온실을 안내해 주었다.

세사람에게 많은 눈길이 쏟아졌지만 그들은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쌍둥이는 시선을 받는 줄도 모르고 엘라헤에게 정원을 안내해주기에 바빳다. 셋은 천천히 정원 깊숙히 들어갔다.

온실의 유리가 코앞에 올때까지 들어갔을 때 흰 그네의자가 보였다.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듯 장미덤불 속에서 홀로 빛났다.

엘라헤는 그걸 보고 두 눈을 반짝였다.


"우리가 좋아하는 곳이야."

"엘라헤도 좋아하면 좋겠다."


선듯 다가가지 못하는 엘라헤에게 두명이 손을 뻗었다. 엘은 두 사람의 금발을 올려보았다. 쌍둥이는 선명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쌍둥이와 눈이 마주쳤다.

누나는 보라색, 형은 초록색. 마치 투명하고 선명한 보석같이 반짝이 빛났다.

시선을 때지 못하면서 둘이 내민 손 위에 작은 손을 살포시 올려놓았다. 쌍둥이는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엘라헤를 자기네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네의자에 쌍둥이가 앉고 중간에 엘라헤가 사이에 꼈다. 셋은 장난을 치면서 놀았다.

엘은 작은 손으로 아델의 긴 머리를 가지고 이리저리 장난을 쳤다.

둘만 논다고 삐친 아서가 엘라헤를 간지럽혔을 땐 큰 소리로 웃기도 했다.






놀다 지친 엘라헤는 곤히 잠에 들었다. 황자랑 황녀 사이에서 어찌 이리 잘 자느냐 하며 화를 낼 수 있었지만 쌍둥이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둘의 손엔 엘라헤의 손이 하나씩 쥐어져 있었다. 작은 손에서 따듯한 온기가 손을 통해서 자꾸만 들어와 간지럽힌다.

잠들기 직전까지 신나게 놀아서 그런지 통통한 뺨에 올라온 홍조가 사랑스럽다. 좋은 꿈을 꾸는지 작은 입을 자꾸만 오물거려 귀여웠다.

쌍둥이는 엘의 옆을 지켰다.







노을빛이 들어오고 파티가 끝나갈 때 엘라헤는 눈을 떳다. 두 손에 고스란히 쥐어진 손들이 온기를 계속 지켜주었나보다.

아델과 아서는 싱그럽게 웃으며 아침을 맞이하듯 엘라헤와 눈을 마주쳤다. 해가 져가고 있는데 왜이렇게 상큼한지.


"일어났어?"

"졸리면 더 자도 돼."


엘라헤는 둘과 눈을 직접 마주쳤다. 이들은 이제 능력이 거의 끊겨버린 황족의 힘의 소유자였다.

성인도 눈을 마주치는것을 꺼려하는데, 엘라헤는 한치의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처음부터 정확하게 눈을 마주쳤다.

어째서 그럴 수 있는건지 이유는 모른다. 그저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존재라 그런가? 처음 봤을때부터 한없이 지켜주고 싶었다.


"예쁘다."


두 사람의 눈을 보고 난 이후의 짤막한 감상이였다. 보석안은 예쁘지, 그럼그럼.

쌍둥이는 잠시 넋을 잃었다.


'언제 보아도 예쁘구나'


부모님 이외엔 들어본 적 없는 말이기에.





***





집으로 돌아온 엘라헤는 쌍둥이와 자꾸 다시 만나고 싶어졌다. 루오에게 형누나랑 같이 잘거라고 때를 쓰고싶었지만 차마 말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여서 순순히 집으로 돌아왔다.

엘은 기분 좋은 목욕을 마치고 은은한 은방울꽃 향유로 온몸에 마사지를 받았다.

쪼꼬만한 몸에 무슨 마사지냐고 할 수 있지만 뭐... 그냥 엄마따라 하는거다.

마사지를 마치고 나오면 기분이 좋았고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쏟아져서 아침에 일어나면 굉장히 개운한 것도 따라왔다. 절대 이것 때문이 아니다.







루오는 자기전에 카를로의 집무실에 들렸다. 역시나 율리안에게 시달리고있는 카를로는 늦은 밤까지 일을 계속 할거같았다.

"카를로"

루오는 이름만 불렀다. 카를로는 서류를 작성하다 말고 루오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루오. 오늘 로즈를 만났다고 했지? 근데 왜이렇게 표정이 어두워."

걱정하듯 달래듯 안절부절하며 루오를 올려다봤다.

루오는 얼굴이 굳어있었다. 뭔가 결심한 듯 한참을 있다가 겨우 카를로와 얼굴을 마주했다.


"우리 결혼해요."


엘라헤를 낳고 일과 육아로 미루고 미뤄서 3년이 지났다. 결혼식을 올리기엔 누가봐도 한참이나 늦은 때. 루오의 제안은 카를로를 굳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카를로도 진지하게 생각했다.


"...늦었지만... 나는 이제 '엘버스 공자' 가 아니라 '슈베르트 부인' 이라고 불리고 싶어요."


옆에있던 율리안과 시몬도 새삼 놀랐다.

루오는 보기에만 안주인인 것이 싫었던 것이다.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정식적인 안주인이 되고싶은 마음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오늘.. 파티에서 수많은 귀부인들에게 엘버스 공자라고 불리니 기분이 굉장히 나빳어요. 엘라헤까지 있는데..!"


말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카를로의 목덜미에 얹은 손이 떨려 힘이 들어갔다. 어였한 슈베르트의 어머니인데 부인이라 불리지 못하니 참 아이러니했다.

물론 정식적인 명칭은 엘버스 공자가 맞는 말이였다. 루오는 타인에게도 나는 카를로의 아내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은 것이다.

카를로와 자신 사이의 엘라헤가 슈베르트인데 자신의 성은 아직 친정이라니 누가보면 불륜인 줄 알겠다.








본격적으로 결혼식 일정을 잡기 시작했다.

먼저 살롱에 연미복과 웨딩드레스, 그리고 엘라헤의 귀여운 들러리 정장까지 주문을 넣었다.


결혼식은 범람이 일기 전에 굉장히 성대하게 올리기로 했다. 로자리오에게서 들었는지 에반은 기꺼히 황성의 무도회장을 빌려주었다.

일정에 늦게 도착하는 일이 없도록 아버지께 미리 초청장을 보냈다. 또 신세진 라프란의 귀족에게 손수 편지를 지어보냈다.


"아빠!"


엘이 걸어가던 카를로를 불러세웠다. 카를로는 상냥한 미소로 돌아보았다. "무슨일이니?" 라고 물으며 오도도 달려오는 엘을 안아들었다.


"엄마가 이거하고 침실로 오랬어요!"


이거란... 혹시 엘라헤의 손에 들려 팔랑거리는 리본끈이냐구요? 네, 맞습니다.

엘라헤를 심부름으로 보내기엔 조금 어른스러운 일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엘라헤를 따라온 시몬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이였다.


"매우 잘하셨습니다, 도련님."

"그치? 나 잘했지!? 그러면 빨리 초코 샌드위치 줘!! 빨리빨리!"


아아... 아무래도 시몬의 계락에 넘어간 듯 하다.


"네. 제가 마론 주방장에게 말해둘 테니 방에서 기다리셔요."


귀여운 얼굴로 시몬의 심부름을 마친 엘라헤는 다시 방으로 오도도도 뛰어갔다.



"......... 시몬?"



시몬의 뒤에서 살기가 느껴지는건 시몬의 기분탓이다.

7
이번 화 신고 2019-09-15 12:54 | 조회 : 1,859 목록
작가의 말

........제성합니다!!!!((머리박 너무 정신이 없어서 소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어요.....ㅠㅠㅠ ㅅ.. 사과의 표시로 뭔가 원하시는 스토리나 일러스트나 있으시면 뭐든 해서 올려드릴게요.... 한정수량 엄슴...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