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리메이크 #2

"후... 이제야 잠들었네.."


루오가 한숨을 쉬며 엘을 요람에 눕혔다. 조심, 또 조심하며 엘이 깨지 않도록.
그제야 수척한 얼굴로 카를로에게 안겼다. 어리광 부리듯이 카를로의 가슴팍에 얼굴을 마구 비볐다. 이제 익숙한 듯 루오의 머리에 쪽 한번 하고 꼬옥 안아주었다.


"힘들었지? 우리도 자자."

"웅..."


마침 일도 다 끝냈으니 그대로 안아들어 침실로 향했다. 방에 도착하자 루오를 시몬에게 맡기고 카를로도 평상복을 대충 풀어재끼며 샤워에 들어갔다.







시몬은 늘 좋은 엄마가 되어주느라 힘든 루오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좋은 입욕제를 쓰고 최고의 아로마오일로 마사지를 주기적으로 해주었다.
오늘도 루오의 피부관리를 겸한 마사지를 받고온 루오는 아직 머리가 덜 말라있었다.

많이 긴 머리카락이 샤워만 하고 나오면 자꾸만 시야를 가려서 대충 어깨 뒤로 흘러내리게 두었다.
그랬더니 피곤해서 몽롱해진 눈빛과 매끈하고 붉은 홍조를 띈 피부가 더해져 매일 밤 위험한 분위기를 풍긴다.


"흐아아아아ㅡ..."


빨리 자고싶은 마음에 침대에 기어들어가지만 카를로에 의해 저지당했다.


"안돼. 감기걸려."

"으으우.... 아라써요오..."


화장대 앞에 앉혀 수건으로 살살 머리카락을 문질러주면 루오도 기분 좋아하고 카를로도 보람이 있어서 매일 밤 직접 루오의 머리를 말려준다.
막바지가 되가면 졸려서 이리저리 휘청이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둘이 좋다는데 어쩌겠어.

그렇게 루오의 머리카락이 다 마르면 함께 잠자리에 들어간다.


"...잘자요, 카를로..."


자기전엔 보답으로 늘 카를로의 입술에 짧은 뽀뽀를 해주는 걸 잊어버리지 않고.





***





아침이 밝았다.

낮동안 루오가 혼신을 다해 엘을 보살폈다면 밤동안엔 루오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유모들이 돌아가면서 엘을 돌본다. 유난히 밤에 자꾸 우는 엘은 울어도 금방 그쳐서 다행이지만 유모들은 덕분에 완전히 밤낮이 바뀌어버렸다.

그래도 엘라헤가 한번 웃는걸 보면 모든 피로가 한번에 사르르 녹는 느낌이기에 그만둘 수가 없는것이다.

시녀들과 유모들은 한달에 한번 있는 시녀들의 모임에 나가면 늘 자기네 아가씨, 도련님이 최고야! 를 외친다. 오늘 저녁 비번인 시녀들과 유모들도 이곳에 참석했다.


"우리 아가씨께선 분명 아리따운 아가씨가 되실거야. 너희가 빵실빵실 웃으시는걸 봐야해!! 고작 5살이신데 너무 사랑스러우셔♡"


한 시녀가 자기네 아가씨를 자랑하자 너도나도 또래 아가씨 도련님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슈베르트의 유모가 나섯다.



"너희가 뭘 모르나본데... 이번에 태어나신 우리 도련님께선 벌써부터 완성형 외모를 갖추고계신다구!
안주인님과 꼭 붙어있으시면 인형을 보는것 같아!

새하얀 속살에 말랑말랑한 볼살! 무엇보다 그 똘망똘망하신 눈이 너무도 사랑스러우시지!!
그것 뿐이야? 우리 도련님께선 아직 갓난아기이신데도 공작님 앞에서 한번도 큰소리로 울으신 적이 없으시다고!"



한참을 줄줄이 말하자 다른이들도 질 수 없다 저마다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찬양에 모자라 종교까지 만들어질 거 같아 이번달의 승자는 나오지 않은걸로 협의를 보았다.




***






"아우우... !! 으우..!! 아!!"


엘이 무엇에 이렇게 고군분투를 하고있느냐 하면...

바로 뒤집기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루오가 긴 머리카락을 정리하러 간 사이 잠깐 침대에 올려놓았더니 이렇게 되었다. 시녀들이 옆에서 해주는 응원을 받고 더욱 옆으로 갈려고 안간힘을 썻다.


"엘이 뒤집기를 한다고??!"

"네!!!! 공자님 빨리오세요!!"


시몬에게 전달받은 정보는 루오를 한달음에 달려오게 했다. 루오 뿐만이랴, 어느새 같이온 카를로는 두근대는 표정으로 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우으!!"


한참을 끙끙대다, 드디어 성공했다!!!


"꺄아!!! 너무 잘했어요, 우리아가!!!"


가장 기뻐한 건 루오였다. 아직 한살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뒤집기라니, 성장이 빨랐다.

엘을 안아들어 빙글빙글 돌면서 뽀뽀공세를 했다. 엘도 좋은지 빵실빵실 웃으며 루오에게 안겨들었다.


"꺄르르!!!"


이런 팔불출이 또 어디있을까, 시녀들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엘의 뒤집기를 축하해주기에 바빴다.
카를로도 엘의 이마에 쪽쪽 뽀뽀를 해주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때 엘이 카를로가 내민 손가락을 덥석 쥐었다. 입으로 가져다 대더니 엄마 아빠가 한것처럼 무으ㅡ 하며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어머!! 엘 엄마도!!"


루오가 볼을 내밀자 엘은 우웅.. 하며 조금 고민한다 싶었더니 똘망똘망한 눈을 감고 올망졸망한 입술을 오므려 루오의 볼에 대었다.
조금은 서툴지만 늘 엄마아빠가 해주는 뽀뽀였다.


"므아!!"

"오늘은 기념일이야! 엘이 처음 엄마아빠한테 뽀뽀한 기념일이야아!!!!!"


뒤집기보다 그게 더 감격인 모양이였다.


한편 시녀들은 구석에서 씹덕사를 하고있었다.
저건 뭐야. 너무 귀엽잖아. 반칙이잖아. 끄헝허헝







***






뽀뽀소동이 있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루오는 엘이 우는 소리를 내자 젖을 주었다. 그렇게 끙끙대며 힘을 썻으니 당연히 배가 고팟겠지. 빨리 알아차리지 못해 괜히 미안했다.

시녀들은 매너를 지키며 자리를 피해주고 카를로는 뭐, 여전히 루오곁에 남아있었다.


- 똑똑.


또 카를로가 가슴에 달라붙으려 할 때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 "공작님. 율리안 보좌관님께서 부르십니다."


약간 짜증나는 눈빛으로 문을 째려보았다.
루오에게 괜찮다는 웃음을 받고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다.

최근 이렇게 함께 있는 도중 불려나가는 일이 부쩍 늘었다. 물론 다스리는 땅덩어리가 넓은 만큼 일이 많아서겠지만 이제 일년만 있으면 오는 마물의 범람때문이기도 했다.




*스킵가능

마물의 범람은 사람을 해치는 마물이 대량으로, 또한 주기적으로 사람들을 습격하는 것을 말한다.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주기적인 마물사냥을 개시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사건이다.

과거 역사엔 범람을 막지 못하고 침범을 허락한 영지는 무자비한 마물들에 의해 한순간에 함락당했다. 그리고 현재의 마물의 숲이 되어버렸으니.

문제가 문제이기에 각 영지의 국경지대에서부터 영지 안의 마물의 숲 등의 자료는 여러가지 과정을 거치고 그곳의 영주를 통해 황궁으로 전해진다.
국경에서부터 영토의 중심인 수도까지 서류가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과 중요한 서류인 만큼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설명충 끝





카를로는 황실기사단의 단장인 만큼 막중한 책임을 지녔다. 또한 그만한 일처리가 있기에 최근 많이 불려나간다.
루오는 벌써부터 바쁜 카를로를 이해하긴 하지만 살짝 외로운 건 사실이였다.

조금 풀죽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엘을 바라보았다.


"아빠가 또 나갔네.. 오늘은 엄마랑만 놀까?"

"아우으!!"


벌써 다먹은 엘의 입가를 정리해주며 눈을 마주쳤다.

카를로를 쏙 빼닮은 엘의 눈동자는 처음 눈을 떳을 때부터 반짝반짝했다.
웃는 카를로가 달빛을 받 깊은 바다라면, 엘라헤는 햇빛을 잔뜩 머금은 호수랄까? 깜빡이면 더더욱 사랑스럽다.

씩씩한 엘을 보니 루오도 지면 안돼! 조금만 참기로 했다.


"오구구!! 우리 엘 씩씩하기도 하지!! 아빠가 올때까지 엄마랑 마안이 놀자!!"

"우으!!"


오랜만에 정령을 불러 함께 놀았다. 힘을 쓰는거지만 딱히 문제 없으니 루오는 걱정하지 않고 비눗방울을 퐁퐁 만들어냈다.


"아우오!!! 으아! 하으우오!!!"


엘이 손을 뻗어 비눗방울을 터뜨리면 퐁!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물방울이 튀었다. 얼굴에 물이 튀면 마냥 웃으며 까르르 하며 즐거워한다.

루오는 그사이 빠르게 어린이 동물사전을 가져와 품에 안아도 남아들어가는 엘의 앞에 펼쳐놓고 물었다.


"어느게 가장 마음에 들어요?"


큼지막한 동물사진이 페이지마다 있는 아이의 흥미를 엄청나게 올려주는 책이였다. 천천히 넘겨주다 엘이 손으로 탁 집은 동물을 물로 만들어내며 함께 놀기도 했다.


"아우!! 아우우!!!"


엘이 손으로 톡톡! 두드리며 고른 동물은 이곳에만 존재하는 유니콘이였다. 숲속 깊은 곳에만 사는 신비의 동물.
마침 온몸이 흰색에 오색으로 빛나는 뿔을 가진 유니콘이 책의 한페이지를 꽉 채우고 있었다. 햇빛을 받는 카를로의 머리색이랑 똑 닮은지라 그만 웃고 말았다.


"하하하! 유니콘이 마음에 들었어요? 엄마도 유니콘 좋아해!!"
아빠랑 닮아서!

"까우!!"


루오는 엘이 선택한 동물들을 하나 둘씩 물로 만들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유니콘을 선두로 멋진 뿔이 달린 숫사슴, 신기한 무늬가 가득 그려진 커다란 거북이까지 종류는 다양했다.

작은 물고기들까지 섬세한 비늘을 표현해도 끄떡없는 루오는 어느새 모여든 운디네와 함께 엘을 돌보았다.


'당신의 아이'

'너무 예뻐'

'사랑스러워'

'마음이 깨끗해. 좋은 사람'


운디네들은 엘의 주변을 돌며 반짝이는 물방울을 하나 둘씩 선물했다. 신기하게 땅에 떨어져도 터지지 않고, 한곳에 모아도 하나의 물이 되지 않고 말랑한 구슬처럼 재각각 흐물거렸다.

작은 두 손에 모인 물방울들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번엔 루오를 빤히 바라보았다.


'사랑스런 아이가'

'선물이래'

'어서 받아'

'주고싶어해'

'착해. 귀여워'


주변의 운디네들이 속삭였다. 이 많은 물방울들을 자신에게 주고싶다니, 벌써부터 효자가 되었다.


"고마워, 엘"


루오는 엘의 머리에 살포시 입맞췄다. 엘은 빵실빵실 웃으며 좋아했다.


'곧'

'줄게'

'선물'

'아이'

'축하해'

'고마워'


띄엄띄엄 들리는 말은 문맥이 약간 잘못되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고마워. 축하해줘서"


분명 엘이 생긴걸 축해해주는 거겠지. 임신했을때도 가끔 왔던 운디네들은 올때마다 태동을 들었었다.
배 주변에서 맴돌며 신기해, 신기해를 반복하고, 내려앉으면 예뻐, 착한아이 등등 많은 덕담들을 해주곤 했었다.

그 영향인걸까? 엘은 물에대한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지금처럼 좋아하기만 했었다.


'우리 주인님'

'주신대'

'선물'

'해도되'

'기대'


갑작스러운 정령왕의 발언에 루오는 화들짝 놀랬다.


"그, 그런! 과분한..."


그러나 곧 운디네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싫어?'

'안돼. 슬퍼하셔'

'선물'

'작은 선물'

'우리. 받았어'

'선물. 우리도'


그렇게 속삭이며 재미있게 노는 엘의 주위를 포로롱ㅡ 날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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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23 17:14 | 조회 : 2,210 목록
작가의 말

율리안 - 헌신하는 이녀석... 앞으로 많이 나올 겁니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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