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과제는 핑계

공 혁 Ver.

환영회를 다녀오고 나서 지섭과 선우의 거리감은 좁혀진 듯싶었다. 담배를 안 필 것같이 생겼었고, 환영회 때만 해도 피지 않았던 담배를 수선우는 신지섭과 같이 맞담을 핀다거나, 수선우만 피는 상황을 많이 보았다.

어쩌면 그의 사랑 방식은 카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한, 이주 정도 지났을까.

"야, 저거 수선우 끼고 다니던 새끼 아니냐?"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신지섭과 옆에는 동기인지 후배인지 알 수 없는 여자가 팔짱을 끼며 걸어가고 있다. 나와 정인을 지나치면서 눈이 마주쳤지만 이내 우리를 무시하고 갔다.

그리고 며칠 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강의실에 두고 나온 물건이 있어 문을 여는데 신지섭이 그때와는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고 있었다.

"애정행각은 집 가서 들 하시죠."

하며 나왔지만 알 수 없는 짜증에 문을 쾅 소리 나게 닫고 오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럼 수선우는 뭐야? 자기 장난감이라도 되는 건가? 둘이 안 붙어 다니는 건 아니던데.

나는 그 뒤로 지섭의 행동을 자세히는 아니지만 보일 때마다 관찰하고 있다. 한 여자한테 정착하는 듯 싶더니, 학교 주변 편의점 골목에서 화를 내는 신지섭의 목소리가 났다.

"우리 원나잇만 하기로 했잖아. 왜 이렇게 귀찮게 구는 거야 짜증나게."

"오빠, 우리가 그렇게 가벼운 사이는 아니었잖아."

"줄곧 너랑 나랑 뭐라도 되는 사이인 줄 알았어? 빡치게 하지 마."

"왜 그러는 거야 대체?"

"내가 요즘 강아지를 키워서 말이야. 너보다 더 재밌어."

신지섭은 표정을 구기며 말했지만, 여자는 당돌한 표정이었다.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마찰음이 들렸다.

흘끗 보아하니 여자는 바닥에 주저앉아있었고, 신지섭은 손을 올리고 있는 상태였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쓰레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혜야, 좋은 말로 할 때 여기서 끝내라? 험한 꼴 보고싶지 않으면."

계속 부르는 여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신지섭은 매정하게 가버렸다.

어쩌지? 선우에게 말해줘야 하나? 꽤나 많이 충격을 받을 것 같은데. 내가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걸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미 내 손은 수선우의 전화번호를 찾고 통화 버튼을 누른 후였다.

통화중이라는 음성메세지가 나오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긴 통화음 끝에

"여보세요?"

"..."

"..여보세요???"

막상 전화를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밥.. 먹었냐?"

그렇게 얼떨결에 수선우와 밥을 먹게 되었지만 어색한 이 공기는 어쩔 수 없었다.

"먹을만해?"

"그럭저럭.. 근데.. 왜 갑자기 밥 먹자고 한 거야? 너 맨날 같이 다니는 얘 있지 않아?"

"아.. 오늘 갑자기 아프다네?"

대답을 잘못 말한 걸까. 우리의 대화는 이걸로 끝이 났고, 선우의 집을 데려다주면서 대화를 했다.

"아, 그 과제. 조.. 너랑 나던데. 봤어?"

"어!? 아니? 언제 발표된 거야?"

"얘들 사이에서 돌더라고. 과대가 뿌린 것 같은데?"

"아, 그래서 너랑 나랑 조라고..?"

"어...아, 어.. 혹시 집에 카메라 있어?"

"어어, 있지."

"우리 집 올래? 크로마키 있어서 촬영하기 편할 거야."

"그래, 뭐.. 귀찮지도 않고 좋네."

그렇게 과제인 이유도 있지만 나는 신지섭과 수선우를 떼어놓기 위해 촬영 핑계로 우리 집으로 부르거나, 밥을 먹거나 했다. 정인은 왜 그렇게 수선우를 챙기냐며 쓴소리 했지만, 그저 신경쓰여서 그런다고 하면 넘어갈까?

언젠가 말해야 할 신지섭의 본 모습. 가끔 과제하면서 신지섭에게 전화가 올까 수선우의 휴대폰을 무음으로 만들고 내가 갖고 있기도 했다. 매일 꼭 한 통씩은 온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수선우의 옷은 카라, 목 폴라티 는 필수가 되버린 것 같다.

분명 목을 가리려고 입는 것 같은데, 내가 이렇게 떼어내려 해도 이미 신지섭이 수선우를 건드린 것 같았다.

너는 신지섭의 대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말한 것에 의해 충격으로 조각조각 부서진다 하면, 내 마음으로 널 이어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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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4-04 21:07 | 조회 : 1,009 목록
작가의 말
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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