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기념 번외편

IF (1)

: 화꿈이 궁중 고전 시대물이라면?

"태자비 마마께서 회임하셨습니다."

"뭐락..."

자신이 한 입 먹고 하윤에게 수저를 떠주던 태자가 놀라 쿨럭거렸다. 하윤이 급하게 태자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다시 말해라. 뭐라 했지?"

겨우 제정신을 잡은 듯한 태자가 애꿎은 여종만 노려보자, 하윤이 그의 눈길을 돌리며 대신 대답했다.

"제가 아기씨를 가졌습니다."

"환락기에 관계를 한 적은 없었는데 말이지."

태자가 미간을 찌푸리자, 하윤이 고운 손으로 하나 하나 펴주었다.

"제가 아기씨를 가진게 싫으신 겁니까."

"아니.... 그건..."

"소인, 태자전하와 뱃속의 태손저하님을 위해 몸을 바치리라 다짐했으나, 전하께서 언짢으시다면 당장이라도..."

"아, 아니."

하윤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웃었고, 태자는 얼굴만 벌게진 채로 하윤을 와락 그러안았다. 하윤의 목덜미에서는 어젯밤과 같은 향기가 났다. 이른 봄을 알리는 벚꽃의 향내음은 너무 독하지 않고 은은했다. 마치 그의 반려처럼.

"기다려지십니까?"

"그렇구나."

태자가 하윤의 마른 배를 어루만졌다. 하윤은 간지러움에 웃었지만, 어루만져지는 자신의 배가 가려운지, 두근거리는 심장이 가려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아기씨도 전하를 어서 뵙고 싶다고 하는군요."

"그게 들리느냐?"

"들린답니다."

하윤의 뻔뻔스런 대답에 태자는 피식- 웃고는 다시 하윤의 뒷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IF (2)

: 화꿈이 '마피아'물 이라면?

( 카드B: 하윤 / 카드J: 진혁 )

"야, 카드B, 정신차려."

"정신 차렸어. 입 좀 다물어 봐."

하윤이 게베르43의 장전대를 툭툭 두드렸다. 잔소리를 하는 성환의 말을 무시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성환은 하윤이 그러든 말든 잔소리를 계속했다.

"기회는 한 번이야. 일단 카드J가 권대표를 데리고 테라스까지 나오면 그때 쏴 죽이면..."

"카드J? 카드J가 이번 임무에 포함 되어 있다고?"

"아이 씨발...."

"왜 나한테 아무 말도 안해준거야? 스파이라고만 되어있어서 우리 혁이일 줄은 꿈에도 몰랐잖아."

"코드네임으로 말해라."

하윤은 입을 비죽거리며 테라스로 눈길을 돌렸다. 테라스 안으로는 아직 기척이 없었다. 안은 파티장으로 웅장한 소리와 색색의 불빛이 가득했다.

"지금 카드J가 저기 파티장에 있단 말이지?"

"하아...."

"혹시 어떤 년놈이 우리 J가 너무 잘생기고 멋있어서 유혹하면 어쩌지? 저런 파티장에 혼자 보낼 수는 없...."

"작작해라 제발."

성환은 한숨을 내쉬며 하윤의 시선이 다시 저격용 소총으로 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마 카드J는 그럴 일 없을 거다. 걘 너 앞에서만 발기해."

성환의 한마디에 하윤은 양뺨을 붉히며 입을 꾹 다물었다.

"나왔다. 나왔어."

"알아."

드디어 테라스 쪽으로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남자는 통통하고 축 늘어진 뺨을 가진 전형적인 배불뚝이 아저씨였고, 다른 남자는 그와는 반대되게 기다란 기럭지를 가진 어깨 넓은 미남이었다. 둘다 값이 한껏 나갈 것 같은 정장을 차려입은 상태였다.

"조금만 더 나오면..."

"그래. 기다리는게 좋겠다."

"조금만 더."

"....."

"조금만 더 나오면 우리 혁이 잘생긴 얼굴 보이는 데!"

"아 미친, 정신 좀 차리라고!"

"알았어. 알았어. 조용히 좀 해."

하윤이 툴툴거리며 게베르43을 잡았다. 게베르43은 장전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재장전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 레버잡고 방아쇠만 당기면 끝이 나는 것이었다.

드디어,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앞으로 몇걸음 나왔다. 배불뚝이 권대표가 밖을 내다보기 위해 고개를 쑥 뻗었을 때, 하윤이 방아쇠를 힘껏 당겼다.

"타앙-"

성환은 망원경으로 목표물 저격을 확인한 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야, 이제 임무 끝이야. 자리 뜨자."

"......."

"카드B?"

하윤은 방아쇠를 당긴 후에도 소총에서 눈을 때지 못했다. 망원 가늠자를 통해 진혁의 얼굴이 확대한 듯이 크게 보였다.

진혁은 뺨에 튄 핏물을 소매로 쓰윽- 닦아낸 후에 하윤이 있는 방향을 찾아내었다. 그러고는 검지,중지 손가락을 붙여서 입에 붙였다가, 날리듯 떨어뜨렸다.

"세, 섹시해... 방금 카드J가 나한테 손키스를..."

"하아....."

성환은 짜증도 못내고 상황파악 못하는 이 커플을 보며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IF (3)

: 진혁이 만약 '집착광공' 이었다면?

"으흐윽.... 진, 진혁아..."

"말해."

"노, 놔줘..."

하윤이 묶여진 손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진혁은 눈물 콧물 가득한 하윤의 떨리는 얼굴을 응시할 뿐,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다.

"지, 진혁...."

"풀어주면 도망갈 거잖아."

"아, 아니야. 안 도망갈게. 안 도망가... 제발.."

"내가 그걸 믿으라고?"

진혁의 능글맞은 웃음에 하윤은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의 잔혹한 웃음은 사고를 정지시켰다. 두려움 때문인지 심장이 큰 소리를 내며 박동을 알린다.

"왜...."

하윤은 진혁의 눈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머리를 바닥 쪽으로 떨구었다.

"왜 나한테.... 대체... 흑, 왜.."

"하윤이가 너무 예쁘니까."

하윤이가 진혁의 어이없는 대답에 고개를 확 쳐들었다. 한참을 울어 벌게진 눈가는 사납게 쳐다보아도 그마저도 색정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진혁이 입가심하듯 혀로 제 입술을 쓴다.

"그, 그런 말도 안되는...."

"눈을 마주치고 얘기해, 하윤아."

진혁은 하윤이 자신의 눈을 피하는 것이 못마땅 했는지, 하윤의 양 뺨을 한 손으로 집어 올렸다.

"흐...흑... 싫어."

하윤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려 했지만 나약한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부르르 떨리는 가는 몸은 진혁의 탄탄한 팔목에 제압될 수 밖에 없었다.

"눈 피하면, 뚫어버릴 거야."

하윤이 본래도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떴다. 믿을 수 없다는 눈치와 공포가 한데 뒤섞인 표정이다.

"나를 쳐다보지 못하는 눈 따위, 필요 없잖아."

"아.... 아, 안, 안돼....제, 제발...무섭.."

"그래. 그렇게 쳐다보면 되는 거잖아. 그럼 괜히 힘 들여서 네 눈 뚫어버릴 필요도 없을거고."

두려움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하윤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물기있게 일렁거리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만 같다.

"푸흣- 우는 것도 귀엽다."

"으흐흑.... 읍, 흐으..."

"고개 들어 봐."

반항 못하는 인형이 된 하윤은, 진혁의 말 그대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진혁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하윤의 눈물을 햝았다. 진혁의 말랑한 혀가 하윤의 턱과 뺨에서 눈가로 이어졌다. 하윤이 눈을 질끈 감자, 그마저도 귀엽다는 듯이 노골적으로 웃는다.

"우리 하윤이는 이제 나만 바라보겠네?"

"......"

"그렇지?"

".......으..."

"대답."

"어...어....흑...."

진혁은 빙긋 웃으며 하윤을 그의 근육진 팔로 감싸 안았다. 말투와는 달리 퍽이나 다정한 손길이다. 그 손길은 하윤의 얄쌍한 옆구리를 쓰윽 쓰다듬더니 판판하고 마른 배에 다달았다.

살도 잡히지 않는 배를 만지작거리는 손길에 하윤이 어깨를 떨었다.

"애새끼 배게 하고 싶다."

"무...뭐?"

하윤의 물기 어린 질문에 진혁이 하윤을 더 거세게 끌어안았다.

"애새끼를 배게 하면, 손을 풀어줘도 영영 못 도망치겠지?"

"아....."

"그렇지?"

하윤은 두려움에 발발 떨며 고개를 숙였다. 통제되지 않는 두려움은 하윤의 정신부터 몸까지 하나 하나 빼놓지 않고 휘감았다.

눈이 가려지고 손이 모두 묶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전부터, 하윤은 이미 벗어날 수 없는 몸이었다.

IF (4)

: 대학생 하윤이 고딩 진혁의 과외쌤이라면?

"쌤 저 키스하는 법 좀 알려주세요."

"3번 문제 답 뭐야?"

"키스하는 법이요오."

하윤은 말은 드럽게 듣지 않는 진혁을 한껏 노려보았다. 빨간 펜을 들어 3번 문제를 툭툭 두드리자, 그제서야 진혁이 문제집으로 눈길을 돌린다.

"답 5번이요."

"그래. 잘하네. 대답만 하면 될 것을 왜 헛소리를 해?"

"헛소리 아닌데요? 저 키스하는 법 좀 알려줘요. 형은 성인이라 다 알거 아니에요."

"왜? 여친 생겼어?"

하윤의 질문에 진혁이 눈동자를 뱅글 뱅글 돌렸다.

"비슷해요. 이제 만들거라..."

"고딩이면 고딩답게 순수하게 연애해야지. 웬 키스야, 키스는."

"요즘은 키스는 기본이죠. 형은 어디까지 해봤어요?"

"어, 어? 나?"

하윤이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얼굴은 갓 익은 홍시처럼 붉어진다. 하윤의 순진한 반응에 진혁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설마 안해본 건 아니죠?"

"아, 안, 아니.... 그, 당연히 해봤지."

"그냥 솔직하게 말해요."

하윤은 새빨게졌을 양 뺨을 손등으로 식히며 고개를 저었다.

"형은 니 나이때 공부만 열심히 해서 그래. 장학금이 급해서..."

"그럼 모쏠이에요?"

"다, 다음문제 풀자."

하윤이 애써 말을 피하는 것이 웃겼던지 진혁은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럼 제가 알려줄까요?"

"뭘?"

"뭐긴요. 키스하는 법이요."

하윤은 양 손을 내저었다. 당혹스런 뺨은 홍시를 넘어 붉은 파스텔로 칠해놓은 듯 빨겠다.

"너, 너 공부는 어쩌고?"

"이미 이 과정은 다 끝냈는 걸요?"

"그럼 과외는 대체 왜 한거야?"

하윤의 말에 진혁은 입꼬리를 씨익 들어올렸다. 그가 하윤의 손을 덥썩 잡자, 하윤이 어깨를 크게 들썩이면서 물러났다.

"과외쌤한테 관심있어서 불렀는데, 아무래도 과외가 필요한 사람은 하윤이 형 같네요."

"히익.... 야, 뭐하는..."

진혁이 하윤의 턱을 잡고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 하윤이 눈을 질끈 감으며 물러서려 하자, 그는 그 거리만큼 더 바싹 다가왔다.

"시, 싫...."

"조금만 참아봐요. 분명 기분 좋을 거에요."

진혁의 부드런 입술이 하윤의 것과 맞물렸다. 몇번이고 진혁의 등을 퍽퍽 두드리던 손은 다정다감한 분위기에 밀려 스러진다. 하윤의 목구멍을 타고 비음이 올라오자, 진혁은 귀엽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하윤이 슬며시 눈을 뜨자, 진혁의 휘어진 잘생긴 눈동자와 마주했다.

"흐읍...."

"입을 더 벌려야죠. 혀는 피하지만 말고 나한테 맡겨요."

하윤은 진혁이 하라는 데로 힘없이 입을 더 벌렸다. 벌게진 얼굴은 이 상황이 싫은 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두 혀가 서로를 옭아매고 외설적인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타액은 하윤의 턱을 타고 줄줄이 흘렀다. 하윤은 넘어가지 못한 침을 꼴깍 꼴깍 삼키며 가쁜 숨을 다스렸다. 그런 하윤의 입가에 대고 가볍게 버드키스를 날린 진혁이 씨익- 웃었다.

"어때요? 이제 좀 알겠어요?"

하윤은 헥헥거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앞으로 하윤이 형만 따로 과외 해줄게요."

하윤의 눈이 쾌락과 후회 반으로 번들거렸다.

"키스 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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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5-13 21:37 | 조회 : 2,943 목록
작가의 말
새벽네시

50화동안 열심히 달려주신 독자분들 넘 고마워욧!!! 완결까지 안전(?)하게 보내드리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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