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진혁이 잡아준 택시를 타고 도착한 집 앞에는 검은 도복을 입은 누군가가 서 있었다.

"박하윤!"

도복을 입은 사람은 얼굴이 전부 붉게 변한 성환이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상태였다.

"어? 성환아? 오늘 밤 샌다며, 벌써 끝났...."

"너!"

"응?"

"너,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어."

성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숨이 거친 것이 흥분과 열분을 참기위해 애를 쓰는 듯 했다.

"나? 진혁이네 집에서 잠깐 있었는데... 아니 그나저나 너는 왜 갑자기..."

"하아아....."

성환의 거친 한숨소리가 다시 한번 하윤의 말을 끊었다.

"너, 제정신이야? 그 새끼 알파인 걸 알면서 왜 그렇게 가깝게 지내."

하윤은 성환의 말을 곱씹어 보다가 받아친다.

"그러는 너도 알파잖아. 왜? 오메가는 알파랑 좀 친하게 지내면 안돼? 친구일 뿐이잖아."

거짓말을 하는 하윤의 마음 한쪽 구석이 찌릿하고 아파온다. 진혁과 하윤은 현재 그저 '친구'인 사이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연인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단순한 관계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그래도 안돼. 걘 뭔가 좀 이상해."

"뭐가?"

"그냥 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있을 수는 없었다.

"성질 부리지 마. 네가 싫어한다고 나까지 그 애를 멀리할 필요는 없잖아."

"하윤아."

성환의 목소리가 매우 낮다. 살짝 떨리는 모습은 두려움도 슬픔도 아닌 분노 때문인 것 같았다.

"하윤아."

"왜?"

"그냥 내가 말하면 들어. 제발 좀."

하윤이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보며 성환은 긴 한숨을 쉬고 마른 세수를 했다. 도복이 땀에 젖은 것을 보니 훈련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모양이다.

"그..... 여행 첫째날 비행기에서 내릴때부터 숙소로 들어갈때까지 너만 쳐다보고 있더라."

"누가.... 이진혁이?"

성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한테 잘해준다고 너무 쉽게 믿지 마. 그 새끼 처음부터 느낌이 안좋았다고."

하윤은 여행 첫째날을 기억하려 애썼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날 쳐다보는 듯한 기억은 없었다. 열두 명이서 몰려다니며 길을 잃고 헤메느라 진땀을 뺀 기억밖에는 없었다. 그 와중에도 자신을 계속 쳐다보았다는 진혁과, 계속 쳐다보는 모습을 지켜보고 확인했다는 성환, 둘 다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제부터는 나랑 꼭 붙어다녀. 등교부터 하교까지."

"야...... 그건 좀...."

성환의 이마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알파랑 자주 붙어다니는 것을 보면 그새끼도 네가 오메가라는 의심을 버리겠지."

성환이 말하는 알파는 성환 자기 자신이었다.

"오메가 맞잖아...."

"뭐....?"

"나 오메가 맞잖아...... 의심이 아니라."

하윤의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에 성환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오메가인 걸 들키기 싫어하니까..."

성환의 말이 맞았다. 하윤은 이제까지 오메가인 것을 들키기 무서워 했던 자신을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렇다고 성환에게 진혁이 이미 다 알아버렸다고 할 수도 없었다. 말실수를 했다가 둘 사이의 아기를 들킬까봐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대답하지 않는 하윤이 자신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고 착각한 성환이 말을 이었다.

"친해지고 싶어도 일단 걘 멀리하는게 나아. 오메가라는 것을 들켰다간..."

"누가 오메가인데?"

뒤에서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하윤과 성환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온 듯한 민채였다.

"오메가라는 걸 숨기는 사람도 있었나?"

민채가 작게 혼잣말하자, 성환이 바로 답변한다.

"아, 그냥 우리 친구 얘기야."

그제서야 민채는 성환을 알아보고 예쁘게 미소지었다. 고개를 작게 꾸벅 숙인다.

"성환이 오빠도 있었네요? 오랜만이에요."

"아, 그래 민지였었나?"

"민채예요."

성환이 머쓱한 듯 뒷머리를 매만지자, 민채는 하윤에게 재빨리 말했다.

"오빠, 엄마가 오빠 늦게 온다고 걱정했어. 빨리 들어와."

"아, 그럼 먼저 들어갈게."

하윤이 성환을 향해 손을 흔들자, 성환도 인사를 받아주고 돌아섰다.

성환과는 어찌저찌 싸웠다가 대충 화해를 한 기분이 들었지만, 분명히 어딘가가 찝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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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3-05 19:46 | 조회 : 4,486 목록
작가의 말
새벽네시

질투하는 성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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