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나미 되찾기

"요사크라고 했지? 음... 아무튼 이제 나미가 있는 곳으로 다 온거지?"

루피는 어쩐지 들떠보이는 얼굴로 가만있질 않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바다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래봤자 보이는 건 푸른 하늘, 파란 바다, 구름 몇 점일 뿐이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상대는 아론! 나미 누님은 지금 이천만 베리의 아론을 잡으러 간 거라구요!"

조로의 아는 동생이었다던 요사크는 파랗게 질린 채 소리쳤지만, 정작 그 말에 동요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럼, 밥이나 먹을까?"

"그거 좋지."

태평하게 밥을 요구하는 루피와 흔쾌히 응하는 상디에 눈이 뒤집히는 요사크.

"설마, 그 아론을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아론? 상디, 알아?"

"이제 막 바다에 나온 내가 알겠냐? 나이가 제일 많다던 페일한테 물어봐."

"몰라. 이런 건 리엔이 더 잘 알아."

"나도 잘 몰라. 해적이지 않나?"

서로에게 답을 회피하며 여전히 태평한 모습을 보이자, 결국 요사크가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론은 그랜드 라인에서 악명을 떨치는 어인입니다. 해적 3대 세력 정도는 알고 계시겠죠? 그 중 하나가 정부 공인 세력, 왕의 부하 칠무해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 미호크도 칠무해죠."

"칠무해 정도는 들어봤지. 다들 강하잖아? 대단했지, 미호크?"

"역시 리엔은 여러가질 알고있네, 난 그런건 전혀 몰랐는데. 그치만 대단했어, 미호크란 녀석. 그런 강한 녀석이 일곱명이나 되는거야?"

아무도 걱정은 하지 않는다. 다만, 걱정스러운 건 밥을 먹지 못하게 될 때일 뿐이다.

"지금도 마을을 20개나 산하에 두고 지배하고 있다고요! 듣고들 있습니까!"

"그래, 그래. 들었어. 그러니까 이제 밥 먹자구. 지금 상황에서 걱정해봤자, 아무것도 안나오니까."

신이는 습관적으로 주방으로 향하려다 멈칫한다. 배의 요리담당은 더 이상 신이가 아니다.

"... 요리사가 있다는 건 좋네."

신이는 이내 다시 앉았고 대신 상디가 일어서 주방으로 향한다.

"다들 뭐 먹고 싶어?"

"난 뼈가 있는 고기!"

"나는 뭐든 좋아. 느끼하지 않은 깔끔한 요리면."

"... 전 나물 무침이요."

"흰머리 꼬맹이... 페일이랬지? 넌 먹고싶은 음식 같은 거 없어?"

페일은 잠시 상디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 내 건 준비하지 않아도 돼. 난 먼저 가 있을테니까. 배로 천천히 오라고. 조로쪽이 먼저 나미를 찾았다면 합류하고, 못 찾았다면 내가 곧바로 데리고 올 테니."

"뭐? 잠깐만. 그러다 길이 엇갈리기라도 하면 어쩔려고? 둘 중에 하나는 헛걸음하는 건데?"

일행은 불안한 얼굴로 페일을 바라봤고, 신이는 페일을 말렸지만 페일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괜한 시간낭비는 질색이니까. 그리고, 리엔 넌 알고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러면 엇갈릴 이유가 없다는 거."

그 말과 동시에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리더니 이내 맹금류 종류로 변한 페일이 곧바로 날아올랐다.

"위에서 보는 시야는 생각보다 넓으니까."

* * *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뭐지, 이 상황은?"

작은 배 위, 조로와 우솝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가 어쩐지 제대로 나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바다를 둘러보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잡초, 코쟁이, 그리고... 음. 아무튼."

"죠니입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생략하지 말라구요!"

"그래, 선글라스 낀 놈까지. 뭐하는 거야? 나미 찾을 생각은 없는거야?"

페일은 심기불편한 얼굴로 셋을 바라봤다. 고통스럽게 몸을 바꾸고, 힘들게 멀리서 날아왔건만 보이는 건 섬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조로 일행이었다.

"새로 변해서 날아온거야? 악마의 능력자였어?"

"그런 쓸데없는 건 됐고, 여기서 뭐 하는거야? 곧장 들어가지 않고."

"쓸데없는 거라니! 부러워죽겠구만! 그리고 지금은 단서를 찾고 있는 중이야. 고잉 메리호라던가..."

그러자 이때까지 아무 말 없이 앉아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로가 벌떡 일어섰다.

"쳐들어간다!"

"그래, 지금은 쳐... 뭐?!"

"어째서 갑자기 그렇게 돼요!!"

페일은 말없이 목검을 만지작거렸다. 조로의 말에 동의하는 듯 했다. 덕분에 찬성과 반대가 반으로 갈린 상태. 계획을 세우자는 둘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직 단서도 못찾았다고! 계획도 못 세웠고!"

"상대는 그 어인이라고요! 칠무해, 아론!"

"성가신 건 사양이다. 루피는 나에게 그 여자를 데리고 돌아오라고 말했어. 상대가 누구든 데려오면 그만이야."

"나도 더 이상의 쓸데없는 시간 낭비는 반대야."

조로는 둘의 말을 무시하고 당당히 선두에 섰다. 페일도 순순히 뒤따라섰다.

그런 둘의 뒷모습을 비장한 얼굴로 쳐다보는 우솝과 죠니. 그대로 둘의 뒤통수를 망치로 내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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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있다, 있어! 고잉 메리호다!"

"역시, 나미 누님은... 이곳에 있군요."

한참을 돌아 해변가 구석에 메리호를 발견한 우솝과 죠니. 그리고 선교에 밧줄로 묶여있는 조로와 페일이었다.

"너희들 어쩔 셈이야? 밧줄 풀어!"

"여긴 아론 파크보다 멀리 떨어진 곳이군요."

"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배를 세운거지?"

우솝과 죠니는 못들은 체하며 떠들었고 같이 묶인 페일은 뭔가 곰곰히 고민하고 있는 눈치였다.

"밧줄 풀라니까!"

결국 조로가 버럭하자 우솝이 다가와 건들거리며 어께를 두어번 토닥인다.

"넌 죽을 정도의 큰 상처를 입고 있다고. 얌전히 있으라니까? 여긴 일단 안심하고 우리들에게 맡겨줘. 나미는 내가 데리고 돌아올게. 음하하핫 메리호에 배를 붙여라!"

"네!"

"미지에 땅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나의 용감한 모습에 '캡틴 우솝의 대모험'이라고 타이틀을 붙여야지!"

아론 파크가 아니란 것을 알자마자 의기양양해지는 우솝과 금방이라도 베어버릴 것 같은 얼굴로 노려보는 조로. 그제까지 고민하고 있던 페일은 이내 고개를 번쩍 든다.

"끄으으으응!"

선교를 기둥삼아 조로와 나란히 밧줄에 묶인 채로 몇 번인가 뒤척이더니 이내 집중해서 온몸에 힘을 바짝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지끈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나무로 만들어진 선교와 갑판이 뜯어지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줄 하나로 나란히 같이 묶여있는 조로 역시 새하얗게 질린다.

"히이이익! 부셔져! 배 부셔진다고!"

"엄청난 괴력!!"

"어이, 멈춰! 멈춰! 같이 묶인 나까지 숨이 막힌다고!"

숨이 막힌다는 조로의 말에 결국 힘주는 걸 멈춘 페일. 조금씩 들리던 선교와 갑판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변신하지 않고 풀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넌 생각을 못했군. 약해빠졌어."

"네가 비정상적인거다."

"배를 부술 뻔 했다는 자각은 없는 거냐, 너희들!"

머리를 한 대씩 쥐어밖으며 버럭하는 우솝. 하지만 심기 불편한 얼굴로 노려보는 페일에 금방 찔끔한다.

"쳇, 어차피 묶인 상태로는 아무것도 못할 텐데. 뭐, 뭘!"

우솝은 페일의 시선을 피해 육지를 살펴보는 척하다 급히 주저 앉았다.

"어, 어인! 바, 방금 어인이었지?"

"어, 어인이 왜 여깄죠?!"

"아, 아무튼 전속전진!"

그 말에 둘다 갑판에 바짝 엎드린 채 키를 잡는 노를 빠르게 저어 통과했다. 그에 속이 터지는 건 조로. 페일도 인상을 와락 찌푸린다.

"왜 그냥 지나가?!"

"지금 봤냐? 어인이 있다고! 분명 아론 일당이겠지! 무섭다고! 불만 있냐?!"

"어인이라면, 분명 아론 일당일 겁니다!"

"좋아, 나미를 데려올 수 없던 걸로 해서."

"네 놈이 멋대로 정하지마! 밧줄을 풀 생각을 하라고! 페일!"

"... 왜, 잡초."

"너 아까처럼 새로 변신해서 빠져나가면 되잖아! 그럼 틈이 생길테고 너도 나도 빠져나갈 수 있잖아!"

조로에 말에 흠칫하며 다시 망치를 드는 우솝과 죠니. 금방이라도 다시 기절시킬 기세였다. 페일은 그런 우솝과 죠니를 잠시 노려보다 한숨을 쉬며 말했다.

"... 불가능해."

"어째서?"

"네 말처럼 작게 몸을 만들어서 빠져나갈 수 있으면 좋은데 말이지, 그건 기본 골격을 다 뒤틀어야 돼. 뼈와 거기에 붙은 살과 근육을 다 뒤틀어야되는데, 이렇게 몸이 꽉 묶인 상태론 못 뒤틀지."

"뒤... 뒤튼다고?"

"나도 잘 몰라서 자세히는 설명 못하지만 대충 그런 느낌이지."

갑자기 분위기가 조용해진다. 조로가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는다.

"너... 악마의 능력자 아니었어?"

"그런 말 한적 없다."

우솝은 살짝 겁먹은 목소리로 묻는다.

"그, 그거 혹시 변신할 때, 아파?"

"... 익숙해졌어."

하지만 그런 우울한 분위기도 잠시, 멀리서 서 있던 어인이 배를 발견하고 다가왔고, 손발이 자유로운 우솝과 죠니는 곧바로 배에서 뛰어내려 바다를 헤엄치며 반대로 도망쳤다.

"어이! 하다못해 밧줄이라도 풀어주고 가라고!!"

* * *

"한 번 더 묻겠다. 네 놈들, 대체 뭐하러 이곳에 왔나?"

"그러니까 여자 한 명을 찾고 있다고 했잖아! ... 반물고기 녀석."

그에 단상 위, 의자에 앉아있던 아론이 미간을 구긴다.

"호오, 하등한 인간이 잘도 지껄이는군. 한 번은 용서하겠지만 반물고기라는 말은 두번 다시 입에 담지 마라. 우리들 어인은 바다에서의 호흡 능력을 지닌 인간의 진화형. 물고기의 능력만큼 네놈들보다 고등 존재다."

"물고기의 인간 진화형인지, 인간의 물고기 진화형인지 알 바 아니지."

페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툭 내뱉자, 그 옆에 서있던 어인이 주먹으로 페일의 얼굴을 냅다 갈겼다.

"페일!"

어인이 다시한 번 손을 들어올리려하자 의자에 앉아있던 아론인 손을 들어 만류한다.

"인간의 진화형이라는 증거로 인간을 증가하는 온갖 능력을 갖고 있지. 가령, 인간의 10배의 완력이라던가... 만물의 영장은 어인이라고 그 머릿속에 새겨두라고. 어인을 거스르는 건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는 거다."

뺨을 맞은 페일은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했다. 금방이라도 밧줄을 풀 듯이 움찔거리며 힘을 주자, 등을 맞대고 같이 묶여있던 조로가 어깨로 툭툭치며 진정시킨다.

"그 바보같은 설교는 질릴 정도로 들었어."

아론이 앉아있는 단상의 건물 안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온다.

"그런 무서운 얼굴 하지마, 나미. 넌 인간이라도 특별하니까. 자아, 인사하라고. 우리들 아론 일당이 자랑하는 유능한 측량사. 아주 정확한 해도를 만드는 측량사지."

"흥, 너희들과는 뇌구조부터가 틀리거든. 당연한 거야."

이때까지 당당하게 앉아있던, 조로. 나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크게 당황한다. 페일 역시 나미를 노려본다.

"... 아까부터 계속 체취가 난다 싶었는데. 잡혀있는 건 아니었군."

"나미! 측량사라니 어떻게 된 거야? 왜 네가 이 녀석들과 사이좋게 있는 거야?!"

나미를 아는 듯한 둘의 반응에 아론이 거만하게 앉은 체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뭐야, 너랑 아는 사이냐?"

"그럴 리가. 바보같은 소리 마, 그냥 먹잇감이니까. 이번은 이녀석들한테 잔뜩 빼돌렸거든. 속은 것도 모르고 태연하게 쫓아오다니 믿기질 않는 바보 녀석들이야."

나미는 천천히 조로와 페일의 앞으로 걸어오더니 쭈그려 앉으며 눈높이를 맞췄다.

"이게 네 본성인가. 그 정도로 해적을 증오하고 있었으면서."

"루피를 속인 건 이해가 가. 하지만 어떻게 리엔마저 속였지? 리엔은... 그 애는 모든 걸 알고 있을 텐데, 그래도 널 동료로 여기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어."

"... 무슨 소리야? 난 리엔한테 한번도 내가 해적이라고 한 적 없어. 모든 게 잘 짜여진 연극이었으니까. 이걸 보면 알겠지."

나미는 팔을 돌려 어깨부근에 문신을 보였다. 그 문신은 아론의 해적기에 그려진 마크였다.

"난 틀림없는 해적, 아론 해적단의 간부야! 이제 알겠지. 처음부터 이용했단 걸. 실력도 좋고. 여로모로 이용가치가 있는 봉이었지."

"하하하하하, 감쪽같이 속았단 말이군. 저 여자는 말이지, 돈을 위해서라면 부모의 죽음조차 잊어버리는 냉혈한 마녀같은 여자라고! 돈이야, 상대가 나빴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라고!"

하지만 부모를 언급하는 아론의 말에 어쩐지 나미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조로는 그런 나미의 얼굴을 살피다 씨익 웃는다.

"그렇군. 난 처음부터 이 녀석을 신용하고 있던 건 아냐. 가령 살인귀라고 해도 별로 놀라지도 않아."

"그렇다는 걸 알았다면 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져주겠어? 눈에 거슬리니까."

그 말을 듣자마자 조로는 벌떡 일어나더니 뒤에 정원의 연못처럼 꾸며진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에 같이 묶여있던 페일도 같이 딸려들어갔다.

당황스러운 분위기에서 자살이냐 아니냐라는 말로 서로 떠들었고, 아론은 이내 관심이 사라졌는지 내버려두라고 한다. 나미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굳어있다가 이내 신발을 벗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결국, 조로를 건져올린 나미.

"무슨 속셈이야?"

"... 너야말로 무슨 속셈이지? 고작 사람 몇 명 죽게 내버려두지 못하는 애송이가 독한 척 하지 말라고. 구할 거면 빨리 구할 것이지. 물만 잔뜩 먹고 죽는 줄 알았다고."

"... 풀려나는 순간 너부터 죽여버릴테다, 잡초!"

"아, 미안. 그건 좀 봐달라고."

결국, 조로의 장난같은 속셈에 놀아났다 생각한 나미는 화를 내며 조로를 때린다. 그리고 그 피해는 같이 묶여있는 페일에게도 같이 왔다.

"나미, 저 녀석 어떻게 할 거야?"

"가둬 놔. 내가 처리할 게. 물어볼 것도 있고."

그 뒤로 마을에서 우솝이라는 검사의 동료녀석이 날뛴다는 소리를 들었고 아론과 일부 어인이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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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줄 테니까, 이만 포기하고 돌아가.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아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나미가 들어와 페일과 조로의 줄을 풀었다.

* * *

그 후로, 요상한 바다생물을 인질로 잡아 배를 끌게 한 루피 일행이 빠르게 섬에 도착했고 우솝이 있다던 마을의 조로와 페일과 조우했다.

우솝은 이미 아론 일행에 잡혀갔고, 길이 엇갈린 셈이었다.

"그건 좀 큰일이군. 잡초가 화풀이 한다면서 거기 남아있던 어인들을 전부 베어버렸거든. 게다가 나미를 살인도 못하는 애송이라고 자극도 했고. 그 상황에 우솝이 그 곳으로 잡혀갔다면..."

"끄으으응..."

"둘 중에 한 명은 그곳에 남아있을 걸 그랬군. 길이 엇갈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그러다 우솝과 같이 있다가 어인에게 쫓기다 헤어진 죠니가 급히 달려오더니 울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큰일났습니다. 우솝 형님이 나미 누님께 살해당했다구요! 그 여자는 정말 마녀였어요!"

"뭐라고?! 다시 말해봐! 나미가 우솝을 죽일리가 없잖아! 우린 동료라고!"

그에 분노하며 죠니의 멱살을 잡는 루피. 신이가 루피를 만류했지만, 정작 멈춘 건 일행에게 다가온 나미였다.

"누가 동료라고? 애초에,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동료니까. 데리러 온 거야."

"...우솝은 어디있지?"

"바다 밑 바닥에."

일행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루피는 반겼지만 상황을 숨어서 지켜봤던 죠니와 우솝의 소식을 들은 조로는 덤볐고, 상디는 조로를 말렸다. 신이는 상황을 지켜봤고, 페일은 인상을 찌푸렸다.

"난 빈털털이인 너희들에겐 더 이상 흥미가 없어. 하지만 아론은 너희를 죽이려하겠지. 타지의 사람이 더 이상 이 마을에 끼어들지마. 다른 항해사를 구해서 너희들의 바보같은 목표인 그랜드 라인에나 도전하라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오고 갔다. 루피는 그런 나미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길바닥에 자리를 깔고 털퍼덕 누웠다. 일행은 할 말을 잃고 어이없는 눈초리로 루피를 바라본다.

"잘래. 섬을 떠날 생각은 없고, 이 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흥미 없고, 좀 졸리고 말야. 잘래."

"이이이... 그럼 맘대로 하라고! 더 이상 죽든 말든 신경쓰지 않을 거니까!"

나미는 화를 내면서 이내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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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것 같냐. 정말 나미씨가 우솝을을 죽였을 것 같냐? 꼭 울고 있는 것 같았다고."

"글쎄 페일 말대로 내가 새가슴이라고 도발해서 홧김에 죽였을 수도 있지."

"뭐야?! 나미씨 가슴이 어디가 절벽이냐!!"

얌전히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 이내 금방 싸움으로 번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재수없게 끼인 건 급하게 달려오던 우솝이었다.

"아... 살아있었냐?"

"네 공격에 지금 죽을 것 같은데."

우솝의 화려한 등장에 잠에서 깨어나 일어난 루피. 곧 우솝의 얼굴을 보고 경악한다.

"으엑? 우솝! 살아있었어? 뭐야, 이 상처는! 나미한테 맞은거야?!"

그 말에 조로와 상디가 고개를 돌린다. 신이가 짜게 식은 눈으로 둘을 집요히 바라보자 그제야 고개를 돌려 사과한다.

"아, 미안. 그건 나랑 조로가..."

"발로 찬 건 네놈이잖냐. 난 검집으로 막았을 뿐이고."

"네놈들 언젠간 패버릴 테다! 아니지, 지금 그것보다... 나미한테도 사정이 있는 것 같아. 나, 나미한테... 아니지, 나미는 날 구한거야! 날 찌르는 척 하면서 제 손등을 찔렀다고!"

"그 사정, 내가 얘기해줘도 될까? 아마 듣게 된다면 나가고 싶어질 걸?"

흥분하는 우솝의 말을 가로챈 건 노지코, 나미의 언니였다. 루피는 나가고 싶어질 거란 말에, 듣기 싫다고 자리를 피한지 오래였다.

"노지코!"

"뭐야, 우솝. 아는 사이야?"

"노지코라고, 나미의 언니야. 아까 도움을 받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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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는 그렇게 8년간 혼자서 싸워왔어. 그러니까 그만 둬. 너희들이 동료라고 떠들어대면, 나미는 의심받을거야. 8년간의 싸움이 물거품이 되는 거라고. 무엇보다 혼자 싸워야만 하는 애한테 엄청 괴로운 거라고. 이제 곧, 약속한 대금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일행이 전부 조용해졌다. 좀 전까지만해도 나미에게 분노하던 이들은 금세 수그러들었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우린 떠날 수 없어."

"그건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야. 선장은 루피니까."

"선장? 선장이 누군데?"

"아까 네 얘기를 듣기 싫다고 산책가겠다고 가 버린 녀석이지."

* * *

"여기가 나미라는 여자의 집인가?"

"나미는 나야. 해군이 여길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해적에게서 훔친 금품들을 숨기고 있는 듯 하더군. 네가 훔친 금품은 이 시간부로 전부 우리들 정부가 몰수한다."

"... 뭐?"

"해적으로부터 훔친 장물은 전부 정부가 압류하는 걸로 되어있다."

"하, 이것 참. 직무에 꽤 열심히군? 해적들에게 맞설 용기가 없으니 좀도둑 상대로 점수를 벌겠다? 훌륭하시군 그래. 한가지 충고해주는데, 난 아론 일당의 간부야. 나에게 손을 댔다간 아론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걸로 나와 대등하게 겨룰 생각인가? 훔친 금품을 찾아라!"

나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마을을 사기 위해 모아둔 자금이었다. 해적을 나와 자유로워지기 위한 돈이었다.

"이게 지금 해군이 할 일이야? 아론 일당은 지금도 사람을 죽이고, 마을을 파괴하고 있어! 이 큰 문제를 무시한 채, 고작 도둑 하나로부터 장물을 압수하는 게 정부의 의향이야?!"

"잘난 듯이 떠들지 마라. 수색을 계속해!"

"당신들 해군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마을 사람들을 외면하고 잘도 이곳에 왔군!"

"대령님! 귤밭이 수상합니다!"

나미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봉을 들어 해군들을 쳐낸다.

"손대지마! 벨메일씨의 귤밭을 건들지마!"

집에서 일어나는 시끄러운 소동에 노지코도 급히 달려왔다. 해군이 잔뜩 몰려있는 상황에 금방 상황을 파악한다.

"그 애의 돈은 마을 사람들을 위한 돈이야! 도움을 외면한 너희들이 그 돈을 가져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노지코..."

"... 미안, 마을 사람들도 이미 다들 알고 있어. 그저 쉬쉬했을 뿐이야. 네가 아론에게서 도망치고 싶을때 마을 사람들의 기대가 널 붙잡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네가 알 수 없도록 모른 척하라고 해뒀어. 나쁜 애로 만들어둬서 미안했어. 외로웠지?"

노지코의 말에 해군이 기분나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요약하자면 마을사람 전부가 모두 도둑이니 잡아들이라는 뜻인가?"

"살아가기 위해 싸우고 있단 소리야! 당신같은 정부의 사람들이 의지가 되질 않으니까! 마을을 구해줄 생각이 없다면 썩 꺼져! 너도 아론한테 노려질 테니!"

"글쎄, 어떨까. 아론씨가 말이지... 1억 배리라면 눈감아주지 않을까?"

말하지 않은 돈의 액수를 알고있는 해군에 나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 걸... 어떻게...!"

"아아, 대충 그 정도 될 것 같아서 말이지. 우린 도둑에 대한 당연한 조치를 하고있을 뿐이다."

"이런 썩어빠진 놈들! 해군이 해적의 앞잡이 노릇을 하다니! 나미, 아론은 더 이상 약속을...!"

"찾았습니다!"

"... 손대지마. 손대지마! 손대지마! 손대지 말라고!!"

나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고, 노지코가 나미를 말렸다. 하지만 이미 대령은 총을 겨눈 상태였고, 나미의 앞에 서 말리고 있는 노지코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 소리와 함께 노지코가 나미의 앞으로 고꾸라졌다.

"노지코!!"

"괜찮아, 팔에... 팔에 맞았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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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계기로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모였다. 모두 무기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우리들은 지금까지 참아왔소. 아무리 억압 받아도, 우리의 몫까지 싸워온 나미를 위해서 어떤 부당함에도 참아왔지. 하지만 그 댓가가 이거요. 해군들도 한 통속! 누구의 도움도 없습니다! 어차피 한명이 반항해도 마을의 모두가 죽는다! 그럴 바엔 다같이 덤빕시다! 죽더라도 우리의 의지를 보입시다!"

마을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분노로 뜨거워져 있었다. 나미는 억지로 밝게 웃으면서 마을 사람들을 말렸다.

"다들, 그러지마...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나, 실력도 늘었고. 다시 모으는 건 지금까지 모은 시간보다 더 빨리 모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러자 나미를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마을사람 중 한 명이 나미를 끌어 안는다.

"이제 됐다. 너는 우리를 위해 충분히 열심히 해왔어."

그 한마디에 억지로 밝게 웃고 있던 나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울기 시작했다.

"아론은 아무래도 유능한 널 놔주지 않을 거다. 넌 도망치거라. 넌 꿈도 재능도 있어. 바다로 나가거라."

나미는 울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 앉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나미를 뒤로하고 무기를 하나씩 들고 아론 파크를 향했다.

모든 게 아론의 뜻대로 되었다. 계약을 위한 돈을 전부 잃었다. 그 돈은 해군이 가져가 아론의 것이 될 것이다. 이때까지 해온 노력들과 계획은 전부 허사가 되었다. 꿈꿔온 목표와 자유는 없었던 것이 되버렸다. 이대로라면 마을도, 마을 사람들도 전부 파괴되고 죽을 거다.

나미는 제 팔뚝에 섀겨진 아론 마크를 내려다봤다. 역겨웠다. 팔에 아론의 문양이 있는 것이 역겨웠다. 의자에 오만하게 앉은 아론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아론!"

나미는 단검으로 아론을 찌르듯이 제 팔의 마크를 찔렀다.

"아론! 아론! 아론! 아로온!!"

몇 번이나 팔을 찔렀다. 팔이 피범벅이 될 때까지.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찔렀다.

그런 나미의 팔을 붙잡은 건, 루피였다. 그제서야, 칼이 손에서 떨어졌다.

"뭐야?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8년간 이 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주제에."

"응, 몰라."

"너하곤 상관없으니까. 섬을 떠나라고 했잖아?"

"응, 들었어."

"꺼져버려! 너 같은 건 꺼져버려! 꺼저버려! 꺼져버리라고! ...... 이대로라면 마을 사람들은 전부 죽어. 도와줘. 도와줘, 루피. 아직도 날 동료로 생각한다면, 도와줘, 루피."

"당연하지!"

루피는 지금까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크게 외치고는 밀짚모자를 나미에게 씌워준다. 그 뒤로 조로와 상디, 우솝, 페일과 신이가 뒤따랐다.

* * *

아론 파크 입구에서 분노한 마을 사람들을 막고 루피 일행을 기다린 건 요사크와 죠니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피 일행이 도착했고 곧장 대문을 부셨다.

"아론이 어떤 놈이냐? 우리 항해사 울린 놈이!"

그리곤 처음부터 다짜고짜 주먹을 날린다. 조로는 킬킬거리고 상디는 씨익 웃는다. 페일마저 기분이 좋아보였다. 신이 혼자서 긴장한 상태. 아, 우솝도 긴장하긴 했다. 겁먹은 것에 가까웠지만.

아론은 직접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보이며 바다생물을 불렀다. 아까 루피가 이용해먹은, 소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아, 그러고보니까 나 아까 바람개비보고 새로운 기술 생각했는데."

바람개비? 신이가 고개를 갸웃하는 동시에 루피가 발을 돌바닥에 박아 고정시켰다. 그러곤 상체를 몇 번인가 비틀더니 손으로는 바다생물의 뿔을 단단히 잡았다.

"설마...!"

신이가 경악한 얼굴로 급히 우솝과 상디, 조로를 붙잡고 엎드린다. 그와 동시에 루피가 비틀었던 상체를 풀기 시작했다. 바다생물이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며 아론 파크의 일부를 부섰고, 쫄다구 같은 어인의 대부분을 휩쓸었다.

기술은 몇 십초간 이어졌고, 끝나자 남아있는 어인은 서너명이었다.

"루피! 우리까지 죽일 셈이었지!"

"어이! 우리까지 죽일 셈이었냐!"

루피를 동시에 쥐어밖는 우솝과 신이. 루피는 멋쩍게 웃으며 긁적일 뿐이었다.

"나, 페일은 못 붙잡았던 것 같은데..."

신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두리번거렸다. 아니나다를까 페일은 저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힌 상태였다. 하지만 상처도 없이 멀쩡했고, 본인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나오며 돌가루를 몇 번 털어낼 뿐이었다.

"벽이 좀 부서진 것 같은데, 괜찮겠지."

"괜찮아. 우리집도 아니고, 뭐."

아론이 빠드득 이를 갈며 루피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곤 씨익 웃으며 루피가 박혀있는 돌바닥에 손을 박더니 이내 바닥을 들어올렸다. 루피가 박힌 돌바닥이 푹 파인 채 크게 들렸다.

"게임을 해볼까? 어때, 재밌을 것 같지 않나?"

아론 파크의 앞마당에 바다로 향해 길이 나 있는 방향으로 루피를 그대로 던졌다.

"루피!"

급히 뛰어드려는 신이와 조로를 상디가 급하게 말렸다.

"기다려! 수중전은 저녀석이 의도한대로 움직이게 되는 거다. 이 상황에선 저녀석들을 빨리 해치우고 가는 수밖에 없어!"

"... 아냐. 한 명씩 맡는다면 가능해! 우리쪽은 우솝, 조로, 상디, 페일, 나. 다섯이지만 저 쪽은 4명이니까!"

"그야, 그렇게 따지자면 그렇지만. 저 녀석을 일 인분으로 칠 수 있을까. 아무리봐도 점오인데, 4.5."

조로가 미심쩍은 얼굴로 우솝을 가르켰다. 그에 버럭하는 우솝.

"뭐야! 무시냐! ... 내, 내가 물에 들어가서 루피를 구하면..."

"안 돼. 우솝, 너 그 돌을 부술 수 있겠어?"

"내 화약성을..."

"방수처리 안했잖아."

신이의 신랄한 말에 결국 입을 다무는 우솝.

"... 내가 들어가지."

페일은 조용히 목검을 내려놓고, 겉옷을 하나 벗었다. 목을 덮는 검정색 옷을 하나 입고 물 앞에 섰다.

"잠, 잠깐 페일!"

"... 저기 쓰러진 녀석들한테 접촉해 베꼈어."

다급하게 외치는 신이에 페일은 무심하게 목을 덮고있는 옷자락을 내렸다. 갈라진 살갗. 그 모습에 경악한 건 오히려 어인들 쪽이었다.

"아가미...?! 설마, 동포였나?!"

그 말에 페일이 입꼬리만 슬쩍 올려 웃는다. 마치 비웃는 듯이 깔보는 듯한 미소.

"동포라니, 무슨 그런 실례의 말을. 아까 말했지, 물고기의 인간 진화형인지 인간의 물고기 진화형인지 알 게 뭐냐고. 이게 바로 인간의 물고기 진화형이지. 하등한 생선아."

뭐지, 그게 그거 아닌가. 미묘하게 다른 건가? 신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페일은 그 말을 남기고 곧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싸움은 일대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 녀석을 도발해 도망치던 우솝의 상대가 우솝을 상대하다 도중에 돌아왔기에 한 명이 페일에게 향했기 때문이었다.

"우솝 그 녀석은 어디간거야! 자신의 상대가 없어진 것도 몰라?"

"어쩌면 당했을 수도 있지."

"기절해서 어딘가 뻗어있는 거 아냐?"

조로는 팔이 6개인 문어, 상디는 가라테하는 물고기, 신이는 아론이었다. 아론은 어쩐지 아직까지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나저나 페일은 어떡하지? 페일이 수중전을 하게 되면 루피는 어떻게 구해?"

"역시 누군가가 한 명 더 가야하는 건가?"

"젠장... 한 눈을 팔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최대한 빨리 해치워야 하는데!"

도중에 물 속에서 누군가가 올라왔다. 순간 긴장했지만 이내 다시 싸움에 집중했다. 페일이었다. 물속으로 들어갔던 어인 한 명을 곤죽으로 만들고 어깨에 걸친 채 뭍에다 내던졌다.

"한 놈씩 맡는 거 아니었나? 이 놈은 뭔데?"

"미안, 우솝 쪽의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 같아!"

"... 어쩐지 알 것 같군."

페일이 봤던 루피의 상황은 생각만큼 최악은 아니었다.

숨죽이고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 마을 사람들 중 들키지 않도록 두 명이 움직였다. 한 사람은 고무인 루피의 머리를 당겨 뒷편의 뭍으로 올라와 있었고 한 사람은 인공호흡, 심장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인이 있는 상황에서 일행에게 말할 순 없었다.

"최악은 아니야. 루피는 괜찮아. 그렇지만 돌은 부셔야 하는데. 우솝은 어떻게 된 거지? 그 쪽 먼저 도와야 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한가?"

"우솝 본인은 어떻게 되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쪽에 어인은 없어. 우솝의 상대가 너한테 간 거니까."

"그렇다면 문제는 없겠지. 루피의 정신은 금방 돌아올 듯 하니, 루피의 돌부터 부수는 게 우선이겠군. 좀만 더 버티라고."

페일은 다시 물 속으로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로와 상디의 상대 어인은 쓰러졌다.

그리고 그 후엔 루피가 날아왔다.

"왜 날아오는 건데! 정상적으로 올라오라고!"

신이가 경악한 얼굴로 외쳤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한 번의 공격을 허용당한 신이는 옆구리를 잡고 쓰러졌고 그걸 보고 덤벼들던 상디와 조로 역시 엉망진창이었다.

신이와 상디는 뼈가 부러진 상태였고, 조로는 상처가 터진 상태로 무리한 상태였다. 그 와중에 조로의 상태를 확인한 아론은 경악했고, 위험하겠다 생각하고 확실하게 없애야겠단 판단을 한 듯 했다.

그런 심각한 상황에 루피가 날아왔다. 공중에서 팔을 뻗은 루피는 조로를 잡아챘다.

"설마...!"

"바꾸자, 조로!"

당겨진 팔에 탄력으로 루피는 조로가 있던 위치로 날아갔고, 조로는 루피가 있는 위치로 날아갔다.

"루피 네 녀석 언젠가 베어버릴테니까!"

꽤나 위협적으로 외친 것 같지만, 날아가면서 하는 소리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보였다.

루피와 아론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상어를 닮은 날카로운 코와 아가미, 물갈퀴, 날카롭고 끊임없이 다시 자라나는 이빨. 거기에 인간의 10배가 되는 완력에 물에서는 몇배는 강해지는 어인족. 아무리봐도 루피가 우월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싸움은 근근히 이어지고 있었다. 루피가 밀리는 것 같은 상황이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나미도 마을사람들 틈에서 싸움을 위태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나미를 발견한 아론의 눈이 번뜩였다.

"나미! 어떡할 거냐! 네가 만약 돌아오면 우리에게 반항한 이놈들은 어쩔 수 없지만 마을 사람들만은 살려주마! 하지만 네가 도망가면 마을 사람들도 남김 없이 죽는다! 너도 8년간 깨달았을 텐데. 암살, 독살, 기습 그 어느 것도 내게 통하지 않는 다는 걸!"

"내 한마디에...!"

나미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이내 결심한 듯 마을 사람들에게 향해 외친다.

"모두들... 미안하지만! 나와 함께 죽어주지 않겠어?"

그에 마을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당연하지! 애초에 이곳에 무기를 들고 왔을 때부터 우리들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론의 말은 오히려 루피의 분노만 키우게 되는 꼴이 됐다. 좀 전의 싸움 도중, 루피는 나미의 방에 날아가 나미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피가 묻은 펜, 방 주변에 겹겹히 쌓여있는 해도, 지도들. 책들이 겹겹히 쌓여있는 책상. 나미를 인간이 아닌 발톱을 세우는 귀여운 고양이 쯤으로 생각하는 것과 야망을 위한 도구로 생각한다는 결정적인 아론의 말.

그 이후로 루피는 더 화려하게 싸우며 더 화려하게 부숴댔다.

결국, 아론이 쓰러졌다. 아론 파크는 완전히 부서졌다. 눈치를 보며 돈을 빼돌리려던 해군들도 일행에게 크게 혼난 뒤 쫓겨났다.

"나미! 넌 우리들의 동료다!"

"... 으응!"

* * *

그 뒤로 마을은 사흘간 축제 분위기였다. 계속해서 먹는 루피, 계속해서 허풍을 떠는 우솝, 계속해서 추파를 거는 상디, 계속해서 마시는 페일. 신이는 사흘간 쭉 이 모습을 보았다. 조로는 아무래도...

"끄아아아아!"

마을의 의사에게 제대로 치료받는 중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전치 2년치에 후유증이 있을 거랬지, 아마."

나미는 아론에게 있던 재화들을 전부 각 마을에게 돌렸고, 1억 베리는 본인의 마을에 기부했다.

돈을 좋아하는 나미가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타인에게 돈을 기부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아론의 마크는 크게 흉이 남은 상태였고, 그 마크를 지우고 흉터를 가리기 위해 새로운 문신을 했다고 들었다. 아마 바람개비와 귤이 합쳐진 문신인 듯 했다.

늘 웃는 마을이 되겠지, 앞으로. 신이는 그렇게 마을을 둘러보는 것을 마쳤다.

.

.

.

.

.

곧 출발할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나미는 오지 않았다. 결국 짐을 챙기고 모두가 배에 탔을 때야 작별하려 모여있는 마을 사람들 뒤, 저 멀리서 나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배를 출발시켜!"

나미의 그 한 마디에 마을 사람들도 일행도 고개를 갸웃한다.

"뭐야, 저 녀석. 설마 이 상태로 작별하려는 건가. 인사도 제대로 안하고?"

"그건 나미가 정할 일이니까. 배를 출발시켜."

배가 천천히 바다를 나아가자 나미가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배를 향해 뛰어온다. 예상치 못한 이별 방식에 다들 당황한 마을 사람들.

나미는 출발시킨 배를 향해 뛰었고, 갑판 위로 깔끔히 착지했다. 그와 동시에 나미에게서 후드득 떨어진 지갑들. 마을 사람들 전부 경악하며 자신의 주머니와 옷자락을 살핀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지갑은 없다. 완벽하게 당했다.

"어이, 역시 저 녀석 변하지 않았어. 언제 또 배신할 지 모르겠는데...?"

"설마, 조로. 이젠 정말 끝인걸. 도둑질은 끝나지 않았지만."

"잘 돌아왔어, 나미."

신이는 해맑게 나미를 반겼고, 나미는 귀여워 죽겠다는 얼굴로 신이를 껴안는다.

"리엔! 누구누구 바보들이랑은 다르게, 날 끝까지 믿어줬다며? 역시 리엔밖에 없다니까!"

"뭐야?"

"설마, 찔려?"

우솝과 조로는 발끈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신이는 그런 둘을 보며 짧게 웃는다.

"끝이라고 하지마. 지금부터니까, 모험의 시작은."

"응, 그러네. 그렇게 꿈꿔온 항해사야. 시작은 지금부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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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3-09 02:17 | 조회 : 1,724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많이 늦어서 죄송해요. 개학에다가 지금껏 리메이크해왔던 여유분이 완전히 떨어져서 제대로 글을 쓰기 시작하느라 너무 늦었어요... 다음편은 주말에 올라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완결까지 이미 어느정도 계획은 잡혀있기 때문에 연중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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