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동료 만들기-(상디)

싸움도 승리했고, 새 배도 얻었고, 동료도 늘었다. 분명 기분이 좋아야 할 일 밖에 없다.

"... 그래야만 하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살인을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었다. 에이스를 만나기 훨씬 이전부터 여러 싸움터를 전전해왔고, 먼저 다가가 죽인 적은 없지만, 덤벼오는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필요하면 현상수배자들을 넘겨 돈을 받기도 했다.

이게 무슨 감정이지. 불쾌하면서도 긴장되는 느낌.

"두려움?"

죽이는 게? 그럴 리가 없다. 이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보여지는 것."

보여지는 게 두렵다. 좋은 동료들이 생겼다. 그들은 날 좋은 녀석으로 생각하고 있다. 착하고 순진한 어린 아이. 살인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어린애.

그런 아이가 이런 잔인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그들은 여전히 동료로 여길까?

"... 내치진 않겠지. 좋은 녀석들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두려워하고, 꺼려하고, 거리를 두려하겠지. 다르니까.

페일은 손을 내려다봤다. 천으로 닦긴 했지만 피가 굳은 채 여전히 묻어있었다. 손이 떨렸다.

이전에는 혼자인게 편했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모든 게 끝나고 나면, 난 다시 혼자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전에는 혼자였고, 그 다음에는 뒤에서 지켜봤고, 지금은 동료가 생겼다. 다시 혼자가 될 자신이 없다.

페일은 참나무로 보이는 나무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 둘레가 두뼘이 조금 안 되는, 그리 큰 나무는 아니었다.

나무를 쓰러뜨리고 나는 숲 근처 물가에서 손을 씻고 계속 씻었다. 피가 굳어서 씻기가 힘들었다. 깨끗히 씻었는데도 손에 피 특유의 냄새가 베겨있었다.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다. 내가 나서면 일방적인 살인일 뿐이다. 녀석들과 같이 다닐려면 그 녀석들과 같아야 한다.

페일은 중얼거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튀기는 피. 날카롭게 살을 파고드는 손.

"지금처럼 맨손으로는 안돼."

페일은 중얼거리며 나무를 챙겼다. 어깨가 묵직하다.

페일이 키에 두 배 조금 안 되는 나무를 지고 배에 오르자 일행들은 뭐하냐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신이마저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입을 벙끗거렸다. 페일은 고개를 한 번 갸웃하며 신이의 입모양을 따라 읽었다.

"나.랑.얘.기.좀.해."

아까 일 때문이겠지. 덤으로 나무를 지고 온 것까지. 이따 얘기를 나누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신이는 치료를 하고 있었다. 우솝은 자기도 치료할 줄 안답시고 혼자 약들을 뒤적였다. 곧이어 신이의 비아냥거림이 들려왔다.

"상처난 곳이 아니잖아, 거긴! 소독이 아니라 연고부터 발라. 멍을 소독하려 들다니, 그것 참 획기적인 치료법이네. 안그래?"

"나, 나, 나도 알고 있다고 방금은 당황하는 바람에.."

"그건 연고가 아니라- 야! 피노키오! 바르지마!"

벌써 우솝 별명이 생겼군. 페일은 고개를 저으며 배에 올랐다.

페일은 투닥대는 둘을 뒤로하고 벌써부터 자리잡고 기대 잠을 청하려는 조로에게 다가갔다.

"잡초."

"... 뭐냐."

"검. 빌리겠다."

"하? 뭐에 쓰려고. 내가 해 줄테니."

"그럼 저 나무, 딱 네 검의 길이만큼 잘라라."

"... 뭐. 간단하네."

조로는 나무를 썽뚱썽뚱 자르고 다시 누웠다. 페일은 다시 조로를 깨웠다.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었어, 잡초.

"잡초."

"... 또 뭐냐. 잠 좀 자자"

"길이에 맞춰 자른 나무, 네 검의 모양처럼 다듬어."

"네가 해라. 내가 네 잡일꾼이냐."

페일은 말없이 손을 죽 내밀었다. 조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뭐냐."

"검 내놔. 내가 할 테니."

그러자 조로가 열받은 표정으로 서걱서걱 다듬기 시작했다.

"잘 안 나오면 네 세 검들 바다에 던져버릴테니."

그제야 조로는 썩은 표정으로 사각사각 다듬기 시작했다. 완성되자 페일은 몇 번 휘두르다 크기를 좀 줄여달라 부탁했다. 조로는 이를 갈며 원하는 대로 해줬다. 그리고 그러다 그냥 칼을 뺏어서 검의 손잡이나 대칭을 맞춰 섬세하게 팠다.

그 후엔 바닷물에 담그고 말리기를 반복하고 우솝에게 빌린 기름을 칠하고 말려 마무리했다.

몇 번 휘둘렀다. 허공을 가를 때마다 공기를 베는 소리가 좋다. 그런 페일을 흘끔거리며 바라보던 조로는 반쯤 눈을 뜨고 물었다.

"뭘 그리 만드나 했더니 결국은 목검이었냐. 애초에 목검을 어디다 써먹게."

"실전. 싸울때."

"목검으로? 너, 혹시 살고 싶지 않아진거냐?"

"그럴 리가. 뭐, 죽도보단 낫지 않나. 맨손으로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목검으로는 치명상만 피하면 죽지는 않으니까... 맘대로 패면 되지 않나."

그 말에 조로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진검으로 한 번에 베면 될 것을."

"진검은... 의미가 없지. 너무 잘 들어서."

"죽이는 거에 대해 망설임을 갖는 건가? 너도 참 상냥하군."

"아까 그 녀석들의 수준으론 싸움이 아니라, 학살이 될 테니까. 차라리 싸움이라면 망설임이 없었을텐데. 너도 그랬지 않나. 아까 전의 없이 허술하게 다가오는 녀석 보고 당황하다 방심해서 검을 뺏겼을 때."

"... 상냥함 취소다. 아니, 것보다 네가 그정도로 실력자라고? 풉-"

조로는 한 껏 귀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볼을 잡아당길 듯이. 그러지 못한 건...

펑.

우솝과 루피가 사고를 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 * *

상황은 최악이었다. 우솝과 루피가 포탄 실험을 한답시고 멀리 있는 작은 바위섬을 맞췄고, 사람을 맞출 뻔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예전 조로의 지인이었다. 뭐, 아픈 건 맞추기 전부터 아팠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신이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페일의 문제부터, 앞으로의 일, 그리고 치료, 음식 차리기, 기록을 정리해서 일어난 사건은 하나하나 지우는 것. 그리고 앞으로의 일을 예상하고 계획하기. 할 게 태산이다. 그 와중에 일거리가 또 늘어나다니.

새하얗게 질린 신이 앞으로 나미가 다가왔다. 나미는 남자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괴혈병이란 진단을 내렸고, 라임을 쳐묵였다. 다행히도 큰 일은 아니었다. 신이는 어쩐지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사건이 하나 마무리되고, 영양에 걱정해 나름 머리를 굴린 루피가 내린 해답은,

"좋아! 요리사를 동료로 맞이하자!"

그렇게 배를 북동쪽으로 돌렸다. 이제 내 아마추어 요리를 내올 필요는 없겠지. 일거리가 하나 줄었기에 기쁘지만 조금 씁쓸하다. 신이는 착잡한 기분으로 북동쪽으로 돌리는 뱃머리를 바라봤다.

아무튼 일행이 향한 곳은 해상 레스토랑이었다.

그러다 도중 해군과 같은 진로에서 만났다. 운이 아무래도 좋지 않았다. 해군은 해적기를 보자마자 포구를 열었고, 그에 여차하면 페일이 싸울 태세로 덤벼들 자세를 취했다.

잠깐만, 이 배에서 동물형을 변해서 도약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이 자그마한 배는 최소 가라앉는다. 신이는 걱정어린 얼굴로 페일의 옷자락을 붙잡는다.

다행히도 그러기 전에 루피가 먼저 나섰다. 돛대 양쪽을 붙잡고 몸을 납작하게 늘려 날아오는 대포를 튕겼다.

그렇게 먼저 공격해온 대포를 맞추면 좋았을 텐데, 세상일은 그리 간단하질 않았다. 불안했던 한쪽 손을놓지며 궤도가 비틀려 엉뚱한 곳에 날아가 맞췄다.

맞춘 곳은 일행이 가려던 레스토랑.

우와, 명중. 아니 이게 아니지. 정확하게 떨어진 포탄에 신이는 감탄하려다 새하얗게 질렸다. 일행 역시 시선을 피했다.

.

.

.

.

.

결국, 루피는 불려가서 완전 솔직하게 본인이 했다고 고백했다. 일행은 당황했고, 신이와 페일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물론 루피가 한 건 맞지만... 그 포탄의 주인은 해군이었다. 더군다나 해군과 달리 물어줄 배상금도 없었다.

따라서, 루피는 잡일꾼이 되어야 했다.

일행을 두고 루피가 불려가는 중, 루피가 신이를 보며 울상을 짓길래 신이도 어쩌다 같이 따라갔다.

신이는 루피 옆에서 나란이 꾸중을 들으며, 잡일꾼 일을 얼마나 해야되냐 물었을 때, 그 요리사 우두머리가 한 말은 1년이라고 했다.

당연히 루피는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고, 그러다 발로 쳐맞아 바닥이 무너지면서 밑 층으로 떨어졌다. 결국 확답은 제대로 못들었다.

문제는, 같이 따라간 신이도 얼떨결에 잡일꾼이 되었다. 그것도 덤이라면서.

신이는 이를 악물며 항의하려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관뒀다. 배고프고... 화낼 힘도 없었다. 일단 도망가더라도 배는 채워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저 무식하다 할 정도로 정직한 루피가 과연 도망을 갈까?

꼬르륵.

배는 그만큼 고프다. 최근 먹은 거라곤 과일 종류밖에 없다. 그마저도 배의 창고에 저장되어 있던거라 신선한 편도 아니었다. 어쩐지, 괴혈병이란 게 남 얘기 같지가 않았다.

밑에서 시끄러운 소리에 잠시 고개를 빼꼼 내밀어보니 상디 같은 녀석... 아니, 상디인가. 아무튼 상디가 어떤 녀석이랑 싸웠다. 아니, 상디의 일방적인 폭력으로 보였지만 말이다.

근데 뭣 때문에...?

... 바닥에 엎어져있는 스프에 대충 말하는 걸 들어보니 음식을 함부로 해서 패는 것 같았다.

그 엄청난 폭... 아니, 소란을 막은 건 아까 잡일꾼으로 만든 그 우두머리 요리사였다.

"어이, 상디! 또 내 가게에서 날뛰다니! 내 가게를 말아먹을 셈이냐!"

"시끄러, 망할 영감탱이! 저 녀석이 먼저 요리사와 음식을 모욕했다고!"

신이는 어디선가 늘 들어본 것 같은 말투와 변명에 풋, 하고 웃음지었다. 그러다 그 요리사와 눈이 마주쳤다.

"어이! 네녀석은 뭘 쳐웃고 있어! 빨리 그 밀짚모자 따라가!"

어이쿠, 저 영감 한 성깔 하네. 신이는 재빨리 고개를 뺐고, 루피한테 가려다가 잠깐 다시 들려오는 소리에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루피도 왔다. 좋아, 루피가 있는 곳에 와 있으니 괜찮겠지. 신이는 씨익 웃으며 식당을 살폈다.

한 해적이 들어와있었다. 방금 소리는 해적인 듯 했다. 행색이 추레하고 며칠은 굶은 듯 보였고, 한 요리사가 다가가 돈은 있냐 물어보며 총구를 들이밀어 협박해 내쫓았다.

상디는 조용히 주방으로 갔다가 다시 어딘가로 갔다.

루피도 흥미가 생겼는지 상디의 뒤를 밟았다.

뒷문? ... 루피와 신이가 있는 곳은 뒷문의 윗층 난간이었다. 덕분에 상디가 하는 걸 바로 위에서 볼 수 있었다.

상디가 음식을 갖다주자 해적은 몇 번 튕겼다. 상디는 배를 곪는 걸 알고있다고 두렵다고 체면차리지 말라는 얘기를 하자 해적은 울면서 먹었다.

꼬르르륵.

아, 젠장. 꼬르륵 소리 때문인지, 방금 상디가 위를 쳐다봤다. 신이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얼굴을 붉혔다. 그 어색한 분위기를 깨준 건, 눈치없는 루피였다.

"좋은 요리사 찾았다! 다행이구나, 너. 음식을 얻어먹게 되어서. 죽기 직전이었지? 어이, 요리사! 너, 내 동료가 되어줘. 내 해적선의 요리사로."

"너 해적이냐? 어째서 아까 이 가게에 포탄같은 걸 날린거냐?"

"그건 사고야. 정당방위의 포탄이었어."

"하?"

신이는 고개를 저었다. 절대 못 알아듣는다고, 저거.

"그냥 내가 설명 해줄게. 우린 요리사인 동료를 찾으러 여기까지 왔거든. 근데 바로 앞에서 해군을 만났어. 근데 갑자기 포탄을 날리기에 루피가 튕겼는데, 균형이 무너지면서 궤도가 틀어져서 이 가게로 날아온거야. 그래서 원래는 해군이 해야할 잡일을, 루피가 본인이 날렸다고 해서 이러고 있는거야."

'그러니까 우리 잡일 좀 잘 말해서 빼주라.' 라는 말은 결국 하지 못했다. 신이는 슬쩍 눈치를 줘보지만 상디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런가. 뭘 하든 이 가게에 이상한 짓은 하지마라. 이곳의 오너는 원래 유명한 해적단의 해적이었어. 그 망할 영감에 있어서 이곳은 보물과 같은 곳이고. 게다가 이곳의 요리사들 전부 해적 폼 잡는 혈기왕성한 녀석들이라서 말이지. 그래서 웨이터들은 전부 떠났고. 뭐, 해적들도 받는 이곳에선 안성맞춤이지만 말야."

"하하하하, 그래서 처음에 날보고 웨이터를 하라고 했구나. 완전 엉망진창 시끄럽다고, 이 가게."

"뭐, 일상이야. 최근엔 요리사와 손님의 난투를 보러오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상디는 여기까지 말하다 볶음밥을 내밀었다. 아까 해적한테 주던 그 볶음밥 아닌가. 근데 왜 또 있어? 그것도 상디 옆자리 에. 신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멀거니 쳐다봤다.

"자."

"에. 나 주는 거야?"

"네 녀석 말고, 그 옆에 꼬맹이."

"나? 볶음밥을 왜 나한테 줘?"

"해적한테 주기 전에 모자를까 여분으로 더 만들었어. 근데 이 녀석은 이걸로 충분한 것 같고, 그래서 내가 먹으려다가 주는 거야."

"나한테? 왜?"

"... 너, 배고프지 않냐?"

"으응, 배 안고픈데."

꼬르르르륵.

아, 젠장. 신이의 얼굴이 다시 붉게 달아올랐다. 상디의 표정을 봤지만 다행히도 놀릴 의도가 없었는지 무표정이었다. 그 진지한 표정이 아무 의도없이 몸을 걱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덜 부끄러워졌다.

"사양말고 먹어둬. 돈 문제라면 아까 녀석에게 말했듯이 괜찮으니까."

"응... 잘 먹을게."

신이는 볶음밥을 받아 먹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밥을 먹는 것 같았다. 늘 먹었던 과일이 아닌 오랜만에 따뜻한 밥이 목구멍을 넘어가자 무언가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던가. 아까 녀석이 운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있잖아, 너 진짜 우리 동료가 되라."

"그건 거절한다. 나는 이 가게에서 일해야 할 이유가 있어. 식량이 문제라면 조달 해줄게."

"그래? 고마ㅇ..."

신이는 재빨리 고마워하려는 루피의 입을 막는다. 이렇게 말하면 그렇게 그냥 끝나버리잖아! 상디는 절대 데려가야 된다.

나는 최대한 불쌍한 얼굴로 말했다.

"상디라고 했지? 있잖아, 우리 요리를 못해서 과일같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만 먹었거든? 그러니까 식량 조달을 해도 먹을 도리가 없어. 이러다간 영양 실조 걸려 죽을지도 몰라. 우린 식당을 못 찾으면 쫄쫄 굶어. 그래서 요리사를 얻으러 온거야. 우리 배에는 요리를 할 줄 아는 동료가 없거든."

루피는 무슨 소리냐는 눈으로 신이를 쳐다봤다.

그래 루피, 내가 간단한 요리를 할 줄은 안다만, 한계가 있어. 몇가지 안 되는 요리로 언제까지 버티겠니. 무엇보다 난 상디의 요리를 계속 먹고싶다고.

신이는 강렬한 눈빛으로 루피를 바라봤지만,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듯 했다.

결국은 동료가 되겠지만, 신이는 조금이라도 빨리 확답을 받아두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정은 알겠다만... 곤란한걸."

"어쨌든 생각만은 가능성이 있단 소리지? 뭐, 루피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고, 너도 곧 동료가 될 거라 내가 예언하지. 절대 될 거야!"

"하? 싫다니까. 절대 거절한다."

"뭐? 그럼 나도 네가 거절하는 것을 내가 거절한다. 넌 괜찮은 요리사니까 같이 항해하자고. 리엔도 승낙이지?"

신이는 말없이 수저를 입에 문 채, 고개만 빠르게 끄덕였다. 아직, 볶음밥이 남았다.

"어이! 내 말 좀 들어!"

"뭔데? 말해봐."

"너한테 말 할 이유는 없다."

"뭐야. 방금 들으라며."

"그건 내 의견을 받아들이란 소리다!"

그때까지 가만히 밥을 먹고있던 해적이 다 먹고 입을 연다.

"어이 잠깐, 네놈들 목표는 있나?"

"응. 동료를 모아 그랜드 라인으로 나가 해적왕이 될 거야."

"너, 이제 요리사를 모으고 있는 걸 보면 이제 막 시작한 거겠지?"

"응. 지금까지 날 포함해서 7명."

"방금 요리사... 나까지 포함한 거지? 그만둬. 맘대로 동료에 넣지마!"

상디가 버럭했지만 가볍게 무시당했다. 밥을 먹고 있던 녀석은 그랜드 라인에 대해 잘 아는 건지 설명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랜드 라인에 간다라. 너, 나쁜 녀석은 아닌 거 같으니 말한다만, 그만둬라. 죽음을 서두를 필요는 없어. 바다는 넓어. 그랜드 라인은 일부야. 그곳 말고도 해적질 할 곳은 얼마든지 있다."

"그랜드 라인을 알아?"

"몰라. 모르니까 두려운거야. 뭐, 이렇게 말해도 네 의지를 꺽을 이유는 없지. 아, 상디씨. 음식 고마웠어. 나중에 다시 와도 될까?"

"얼마든지. 언제든 오라고."

"어이! 잡일꾼 꼬맹이들! 손이 부족하니 빨리 와라!"

아, 도중 공짜로 밥을 준 게 들켰는데, 상디는 쿨하게 접시, 식기구를 과감하게 바다에 버려버렸다. 그러곤 혼날 증거가 사라져버렸다며 상큼하게 웃었고, 해적은 울먹거렸다.

얼굴 합격, 성격 합격, 요리 만점, 상황 판단 능력 만점. 무조건 보쌈해서 데려가야겠어! 신이의 표정이 더욱 결연해졌다.

하여튼, 둘은 잡일꾼으로 부엌에 끌려갔다.

루피와 신이는 접시를 씻었다. 신이는 당연하게도 접시를 잘 씻었다. 빠르고 정확함, 약간의 기술로 잡일꾼을 넘어서 요리사보다 더 빨랐다.

"또 깨뜨렸는데... 리엔은 왜이리 빠른거야?"

"내가... 그 엄청난 양의 산적들의 접시와 식기를 닦아왔어. 못하는 게 이상한거라고!"

요리사는 하루 아침에가 아니라 잡일을 하면서 요리를 배우다 요리사가 되는거니까. 평생 잡일을 하는 녀석도 있고, 딴데서 요리를 배워와 요리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신이는 약 20년간 산적들의 잡일을 대신해왔다. 단순한 가사 노동이라면 왠만한 요리사보다 나았다.

한 편, 루피 쪽은... 요리사들의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접시를 하나하나 친절하게 쨍그랑 쨍그랑 깨고 있었다.

"네 녀석 지금 뭐하는 거야! 몇 개를 깨먹은 거냐, 대체!"

"아, 미안. 세는 거 까먹었어."

"그게 아니잖아! 깬 거를 사과하라고! 안 되겠다. 당장 딴 걸로 해! 자, 손님한테 뭘 먹고싶은 지 묻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요리사는 루피와 신이의 목덜미를 붙잡아 밖으로 내보냈다. 잠깐만! 나는 왜?! 난 잘하고 있었는데?! 신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항의했지만, 이미 쫓겨난 뒤였다.

손님이 있는 곳으로 나가니, 일행들이 보였다. 조로, 우솝, 나미, 율. 넷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루피와 나는 동시에 튕겨나가 일행들한테 투덜거렸다.

"나만 빼고 이렇게 맛있는 걸 먹다니... 찔리지도 않냐!"

"페일! 날 버리고 배신하다니! 목구녕에 넘어가? 넘어가냐고!"

"별로. 우리 맘인데? 안 그러냐?"

"잡초가 오랜만에 옳은 소리를 하는군. 그리고 아직 난 입도 안 댔으니까."

루피는 코딱지를 파서 페일과 조로가 먹는 물컵에 버렸다. 나미와 우솝은 그걸 보고 쿡쿡거렸다.

넘어간듯이 물을 마시려던 조로는 돌연 루피의 입에 물컵을 쑤셔밖았고, 페일은 한술 더 떠 루피에게 물컵을 쏟아부었다. 우솝과 나미는 더 크게 웃어제꼈다.

신이는 잠시 둘의 추태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나미에게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나미... 나도, 나도 맛있는 거 먹구싶은데...."

그 말에 나미가 정색하면서 옆에 앉아있던 조로를 발로 뻥 차버렸다.

"리엔- 왜 그런 잡일을 하고 있어. 그런 건 저 바보들에게 맡기고 여기 앉아서 이 음식 좀 먹어. 이거 진짜 맛있어."

"응! 고마워."

신이는 바닥에 엎어져 있는 조로를 승리의 비웃음으로 내려다봤다. 조로의 얼굴이 꾸깃해진다.

곧이어 저 멀리서 나미의 웃음을 보던 상디가 헤벌레해서 작업을 걸어댔다. 신이는 나미에게 조용히 말했다.

"나미야... 저 요리사 꼭 동료로 삼아야 돼. 힘 내!"

"응? 응..."

나미는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상디는 헤벌레하면서도 자신에게 세어진 짐이 있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러다 갑자기 주방장이 나와서 상디가 짐이라면서 여자 손님만 꼬셔댄다며 늘 시비를 걸고 요리는 형편 없다고 쫓아내려하면서 상디를 일행의 식탁에 던져서 넘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음식들이 바닥에 뒹굴기 전에 자신의 접시들을 들어 음식들은 다 살렸다. 본능적인 순발력이었다.

루피는 허락했다며 좋아했지만, 상디는 그럼에도 또 거절했다. 남자가 너무 밀기만 하면 매력이 없는데 말이지. 신이는 한숨을 쉬며 아까운 듯 상디를 바라봤다.

* * *

... 루피랑 같이 잡일을 시작한지 사나흘 쯤 된 것 같다. 신이는 뭔가 허무한 표정으로 기계적으로 접시를 닦았다. 신이는 루피랑 다르게 꽤나 일에 능해서 일손이 부족한 곳마다 이리저리 불려다니는 중이었다.

그러던중 어쩐지 바깥이 시끄러웠다. 또 소동이 일어난 건가 싶어 또 고개를 빠꼼 내밀어보니, 전에 밥을 줬던 녀석이 선장 데리고 또 왔다.

상디 성격에 주지 않을 리 없겠지. 신이는 조용히 그들을 관찰했다.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신이는 잠깐 루피에게 내가 하던 잡일을 맡기고 배에 돌아가 가방안의 수첩을 뒤졌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배신한다.

수첩에는 동료를 얻는 위주로 자세히 기록한 수첩에는 곧 사고가 터지게 될 상황에, 녀석의 행동까지 자세히 적어놨었다.

밥을 먹고, 100인 분의 식량을 얻어 선원들에게 갖다주고 나서 레스토랑을 뺏으러 싸우러 오지만, 루피가 해적왕이 된다는 소리에, 서로의 자존심을 걸고 싸운다. 뭐, 루피가 방해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말이다.

... 신이의 수첩대로 곧이어 함대같은 배가 왔다. 그리고 역시나 그 해적 선장은 배신했고 선원들에게 식량을 나눠줬다.

루피는 일행의 도움도 마다했다. 동료도 7명이나 있다했고, 그 와중에도 상디는 넣지말라 아우성이다. 신이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포기하면 편해, 상디.

아까부터 묘하게 심기를 거스르는 기척... 신이는 신경이 쓰이는 곳으로 기감을 넓게 펼쳤다. 페일도 신경쓰이는지 어느 한 곳을 노려봤다.

"저건...... 미호크?"

"아는 놈이야, 리엔? 내가보기엔... 엄청 위험한 놈인데."

페일은 얼굴을 와락 구기며 이를 갈았다. 페일의 동공은 길게 찢어져있었다. 몸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는게,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 했다.

미호크는 자그마한 배를 타고 왔다. 심심풀이라며 배를 쪼개버렸다. 저게 칼이냐... 포탄보다 위험한 살상 병기다, 저거.

아, 나미도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배가 없다. 신이는 재빨리 다가가 조로와 아는 사이인 쫄다구 둘에게 물어봤더니 무슨 수배지를 보고 자신들을 배 밖으로 밀어버리고 배를 갖고 도망쳤다 한다.

루피는 조로와 우솝에게 나미를 데리러 오라고 얘기했다. 조로는 그냥 줘버리라고 했지만, 루피는 나미가 항해사가 아니면 싫다고 했다.

결국 조로는 루피에 뜻에 굽히고, 배를 탔지만 미호크와 눈을 마주쳤다.

조로는 한 눈에 미호크라는 걸 알아봤고 무언가가 오고 갔는지 마주치자마자 싸움났다. 페일도 어느새 조로 뒤에 서 있었다. 신이는 아예 쭈그려 앉았다.

"아아아, 페일! 쟨 분명 말리는 게 아니라 싸움을 부추길거야!"

한술 더 떠 조로는 정체를 밝혔다. 그러니까 삼검류 해적 사냥꾼 조로라 했을 땐, 주변이 헉했다. 이스트 블루에서는 꽤 이름이 있었으니까. 상디도 알아보는 눈치였다.

"승부? 어리석고 약한 자여, 훌륭한 검사라면 검을 맞대지 않고도 차이를 알았을 터, 너는 그 정도도 안되는 약한 자다. 지금 여기 서있는 저의가 뭐지? 가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지한 건가, 아님 이유가 있는 건가?"

"내 야망!...... 그리고 친구와의 약속 때문이다!"

그리고 미호크는 말없이 페일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할 말이 있으면 어디 한 번 해보라는 태도로.

"... 난 무지한 편 일까? 글쎄, 이 녀석이 거는 승부 따위, 어찌되든 좋아. 다만, 죽으면 좀 곤란하니까 옆에 있을 뿐이야."

페일까지 조로의 뒤에서 아닌 것 같으면서도 저의를 알 수 없는 말로 도발했다. 그만큼 페일의 말은 조로를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본인은 강하단 뜻이었다.

조로는 미호크에게 싸움을 걸었지만 패했다. 그것도 진검도 아닌 옆구리에 차고 있던 단검 하나로. 어쩌면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른다.

그때까지도 목숨을 위협할 만한 공격이라 판단한 건지 페일은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다.

조로는 등의 상처는 검사의 수치라면서 앞판을 베이고 바다에 빠졌다. 조로의 지인 둘과 우솝이 다행히 건져 올렸다. 조로는 기절했다 깨어나서 루피에게 말했다.

"루, 루피. 들려? 불안하게 만들었냐? 내가 세계 제일의 검사가 되지 않으면, 네가 곤란하겠지? 난 이제 두번 다시 지지 않을 거니까! 저 녀석에게 이겨서 세계 제일의 검호가 되기 전까지 절대로 더 이상 지지 않는다! 불만있냐?!"

"없어!"

"젊은 검사여. 죽음을 재촉할 필요는 없다. 그 눈빛 좋은 눈이다. 더 강해져서, 이 나를 뛰어넘어 보아라! 롤로노아 조로!"

루피는 그제야 밝게 웃었다. 그리고 매의 눈 미호크가 돌아서서 가려하자, 페일이 막아섰다.

"기다려, 너 말야. 상냥한건지, 잔인한건지 모르겠군. 굳이 검을 맞대지 않고도 날려버릴 수 있었을텐데 말야. 가령 검기라거나. 굳이 맞대서 아슬아슬함을 위조시키다니. 저 녀석은 큰 차이를 느꼈을 터. 네 말대로, 애송이를 상대하면서 아주, 악취미야. 그리고, 흑도라고 했나? 그건 그저 철보다 조금 단단한 현철로 만든거 아닌가?"

"....... 저기 있는 애송이보다 어려보이는데도 실력은 그 위구만, 자네. 이 검까지 알고 있다니 말이야. 검이 탐나는 건가?"

"탐나지. 솔직히 너랑 붙는다면 학살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싸움이 될 것 같아. 이 목도가 필요 없을 것 같거든."

"... 갖고 있던 목도는 그런 용도였나. 연습용으로 봤던 내가 안일했군."

"근데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을 못해서 그냥 진검은 안 갖고 다녔거든. 이스트 블루는 이거면 충분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런데 이걸로라도 붙어보지 않겠어? 난 목검, 넌 단검이면 되겠지? 어때, 이걸로 좀 수지가 맞을 것 같은데."

"...... 좋은 검사는 말이 없는 법, 와라!"

"이하 동문."

페일은 미호크에게 달려들었다. 목도 하나들고. 근데 결과는 조로보다 나았다. 검은 문외한인 신이에게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조로와 미호크는 실력차가 컸었다.

신이는 일단 조로에게 당장 해줄 수 있는 응급처치를 하고, 우솝과 조로를 나미를 쫓으라 당부하고, 나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좀 멀긴 하지만, 나미는 찾아야하니까.

어느 새, 싸움은 고조되어 있었다. 검이 사선을 한 번씩 가를 때마다 둘 뒤로 바다의 물보라가 일었다. 조로와는 확실히 차이났다.

아마, 조로도 가면서 보고있을 듯 한데. 신이는 저런 말도 안되는 싸움을 보고 조로가 무슨 생각을 할 지 조금 걱정됐다.

둘은 정말 막상막하로 싸웠다. 주위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모두 조용해졌다.

미호크의 단검은 짧지만 빠르고 정확하게 급소를 찔러댔고, 페일의 목검은 검기를 담지 않았음에도 몸의 빠른 대처와 손목의 유연함으로 목도가 부러지지 않게끔 아슬아슬하게 튕겨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이었다.

먼저 멈춘 건 페일의 쪽이었다.

"이정도만 하지. 이런 식으로 서로 적당히 하다가는 끝이 없겠군. 그전에 주변이 몰살 될 거다. 너도 알텐데? 하지만 또 모르지. 넌 흑검, 나도 제대로 된 진검으로 싸우면 달라진 결과가 나왔을 지도. 하지만 지금은 아냐. 나중에 아무 제약도 받지 않을 때,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워 보자고."

"... 아쉽지만, 그러지."

미호크도 단검을 집어넣었다. 루피가 별로 안 좋아 할 것 같은데. 선장은 루피니까. 뭐, 하지만 또 모르지. 이 난투를 보고, 질 수 없다며 더 강해질지도. 신이는 루피를 흘끗 바라봤다. 아무래도 후자인 듯 했다.

페일이 뭔가 한 마디한다.

"아, 미호크라고 했나. 한 가지 알려줄 게 있는데, 내 주 무기는 검이 아니다? 난 검객이 아니거든."

"......?!"

페일은 그 말을하고 천천히 돌아섰다. 페일... 방금 그 말 미호크한테는 꽤 잔인한 말인거 아냐?

페일은 루피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미안하다, 루피."

"응? 뭐가?"

"선장은 너인데, 허락 없이 날뛰어버렸어. 조로도 나도. 처음엔 조로를 말리려 갔다가 되려 흥분해서. 그리고 네가 나설 차례를 빼앗아 버렸잖아."

"괜찮아. 내가 페일보다 더 강해지면 되니까."

페일은 잠시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그러냐... 당연히 더 강해져야겠지. 강해져라, 루피."

"응!"

그 뒤로는 당연한 싸움이었다. 레스토랑이 망가지지 않게 발판을 열었다.

도중에 상디에게 처음 밥을 얻어먹었던 그 해적은 자신이 제대로 상대해주는 게 최대한의 배려라고 했다. 그 깅이라고 칭하는 해적은 쫄다구가 아니라 전투 대장이었다고 한다.

안그래도 이상한 방패녀석에게 맞은 상디는 금세 밀렸다.

아... 저 움직임은... 이미 갈비뼈가 몇개 나갔구나... 보는 내가 더 아프다. 신이는 다른 사람들도 대충 둘러보며 치료할 부분들을 훑었다.

아, 상디가 밑에 깔렸다. 죽을 위기에 있어 여차 싶으면 튀어갈려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깅은 울면서 그 해적 선장에게 죽일 수 없다고 했다. 이번 만큼은 말을 들을 수 없다나... 그런데 그 선장 녀석은 다짜고짜 죽으라 명했다. 신이는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역시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지."

그리고 그 선장은 독가스를 살포했다. 동료들은 죄다 방독면을 썼고, 요리사는 바다 속,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깅은 자신의 방독면을 버려버렸다.

루피는 물 위에서 둥둥 뜨고 있던 해적 넷에게 방독면을 뺏어, 페일, 신이, 상디, 깅에게 하나씩 주고... 자신의 방독면을 뺏을 찰나,

"으악! 다들 숨어버렸잖아!"

하지만 루피의 발치로 방독면이 하나 날아왔고, 썼다.

그 방독면은 깅의 것, 그리고 하나 남은 방독면으로 상디의 얼굴에 뒤집어 씌우고 누르고 있었다.

깅은 결국 중독 되었고, 따로 조치를 취했다.

그 깅이라는 녀석이 희생하며 피해자가 나오자 분위기는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시끌벅적했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진 느낌이었다.

루피는 정말로 웃음이 사라졌다. 망설임이 사라지고 진지해졌다.

진심으로 화내고 있었다. 원래 늘 웃던 녀석이 화를 내면 무서운 법이다. 신이는 손끝이 저릿해지는 것 같았다.

온갖 무기에도 그냥 맞섰다. 철가시를 두른 모포를 뒤집어쓰면 그냥 그대로 때리고, 폭탄은 그냥 맞으면서 때려부쉈다. 그물로 가두면 갇힌 채로 팔 다리를 뻗어서 공격했다.

보는 내가 정말 아프다. 내 손이 아프다. 신이는 눈살이 찌푸렸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엉망진창이 되어서도 이겼다.

그리고 루피는 바다로 떨어졌다.

페일과 신이는 사색이 되어서 바다로 뛰어들었다. 처음은 숨이차 다시 올라왔고, 두번째는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숨이 차서 올라왔다. 페일도 루피를 찾았지만 그물을 끊는 도중 숨이차서 올라왔다.

신이가 급기야 울먹거리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상디는 주방장 제프에게 물었다. 그리고 열매 능력자 약점을 듣고, 똑같이 사색이 되어 신발과 겉옷을 벗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상디는 발이 빠른 편이라 금세 루피를 들고 올라왔다.

깅은 아마 따라야 할 남자를 잘못 고른 것 같다. 여차여차 살아났고, 이제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상디는 아직도 레스토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료들은 연기까지하면서 상디를 내쫓았다. 그치만 결국 문 밖에서 그들의 본심을 엿들었다. 목표가 있는 녀석에게 이런 좁은 곳은 맞지 않다고.

결국 상디는 가겠다고 승낙했다.

상디는 올블루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네 바다의 식재료가 모인 곳.

그러고 다음날 루피, 나, 페일, 그리고 중간에 되돌아온 조로의 쫄다구 중 한 명, 마지막으로 상디와 식재료를 상디의 배에 실었다.

상디는 마지막까지 덤덤하게 탔지만 제프의 감기 걸리지 말라는 한 마디에 울컥 울음을 터뜨리면서 인사했다.

"오너 제프! 지금까지 더럽게 신세 많이 졌습니다!"

"자고로 남자는 조용히 이별하는 법이다! 잘가라! 망할 꼬맹이!"

제프도 울먹였다.

그렇게 상디도 동료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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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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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 신이, 루피, 조로의 아는 동생, 그리고 상디. 이렇게 5명이 배에 올랐다. 그리고 한 명씩 돌아가며 소개했다.

"나는 페일. 아까... 봤으면 알겠지만 목검을 무기로 쓰고 있다. 참고로, 난 검객이 아니야."

페일은 아예 후드를 벗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미호크랑 싸울 때에도 후드를 입고 있었다. 물론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있지 않았지만. 지금 완전히 벗으니 흰 머리에, 흰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옷이 눈에 띄었다.

"뭐?! 검술이 특기가 아니라고?! 그럼 대체..."

"... 목검으로 급소만 피해 때리면 망설임없이 마구 팰 수 있으니까."

상디는 어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리엔. 이 배에서 지금까지 치료와 음식을 담당했었어."

"뭐?! 전에는 요리할 사람이 없다고...!"

"사실은 내가 가사일을 20년간 했어.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 할 줄 아는 요리가 많지 않아. 영양에 맞게 요리 할 줄도 모르고, 아플 때 맞는 요리를 해줄 수 없어. 한 마디로 전문 지식이 없다는 거지. 어깨 너머 배운거야."

"그런가... 응?! 잠깐! 20년이라고?!"

그 말에 페일과 신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잠깐만. 그건 좀 있다 하도록 하지."

"아직 우리 선장이 남았다고."

루피가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난 몽키 D 루피. 해적왕이 될 남자다. 잘 부탁해. 요리사 상디."

"그 자기 소개는 전부터 들었다만, 그래도 잘 부탁한다. 루피, 난 상디, 요리사다."

넷이서 모여 웃었다. 아니, 저기 조로의 쫄다구까지.

"자, 이제 설명해줘야지. 20년."

"쳇, 넘어갈 수 있는 기회였는데. 상디, 여자의 나이를 알고 싶어하는 건 실례야."

"뭐어어어?! 여자였어?!"

나, 딱히 남장하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신이는 입을 비죽 내밀며 고개를 돌렸다. 상디는 뻐끔거리며 루피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리엔 여자 맞아."

"....... 이거 실례했군, 꼬마 아가씨."

"... 늦었어!!! 뭐, 다른 동료들도 남자로 알고 있었으니까, 그냥 편한대로 대해."

신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20년은... 내 나이 34이고 유하는 36이야. 뭐, 다들 그다지 믿는 눈치도 아닌 것 같고. 다들 그냥 외모에 맞춰서 어린애 취급하거든. 상디도 그래도 상관 없어."

"참고로 루피, 나, 리엔, 그리고 그 외 두 명까지 의형제를 맺었다. 내가 제일 맏이, 그 다음은 리엔, 그리고 그 외 둘, 마지막으로 루피가 막내다."

상디는 이제 심각하게 멍한 얼굴로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다.

"너무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불편하면 리엔 말대로 그냥 애 대하듯이 해도 되고. 상관없으니까, 나이 같은 건."

그러자 상디는 그 말대로 평범하게 대했다. 외모가 일단 어린아이니 한 번 편하게 대하자 그 이후론 정말 어린아이 취급이었다.

하긴, 외모 때문인지 몰라도 신이는 가끔 나이를 잊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할 때도 많았다.

"흐음... 그래도 리엔은..."

신이는 재빨리 루피의 입을 잡아 늘였다.

"어이쿠, 우리 선장 배가 고프다고?! 상디! 우리 배고픈데!"

"뭐? 아까 출항하기 바로 전에 먹었잖아!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배냐... 뭐, 어쩔 수 없지 실력 발휘 좀 하지."

"나도 도울게."

"꼬마 아가씨는 앉아 계시죠."

상디가 온 덕에 신이의 할 일이 많이 줄었다. 상디는 궂은 일을 시키진 않지만 신이한테 헤벌레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꼬마니까. 나이가 얼마든 얼굴도, 육체도 꼬마니까.

꼬마애한테는 헤벌레하지 않는다. 최소 나미 정도의 나이가 되어야 되나보다.

당연하다. 상디... 아동성애자는 아니니까. 그리고 여자인 걸 밝혔으면 됐다.

근데 왜이리 씁쓸하지... 아, 눈물 날 것 같아... 여자인 건 밝혔는데...... 신이는 그저 헛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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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3-05 01:17 | 조회 : 1,588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오타지적 환영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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