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동료 만들기-(나미)

바다에서 계속 항해를 했다.

신이는 더 이상 버틸 기운도 없는지 배난간에 젖은 빨래처럼 축 늘어져 손이 바닷물에 닿을락 말락 했다. 페일도 비슷했다. 페일은 엎드리진 않고 누워있는 조로 위에 축 늘어져 누워있었다.

"페일. 안 불편해? 잡초는 근육이 많아서 베길 것 같은데."

"별로. 나무배 위보단 낫다."

"에... 진짜? 그럼 잡초 몸 반만 넘겨줘. 나도 눕게 좀."

"네녀석들, 적당히 좀 해라."

"적당히 하고 있는데."

"적당히 하고 있다만."

뭐 결국 조로는 몸을 내줬다. 애들이라고 안 때리는 듯 했는데, 저번에 신이가 말했던 나이 얘기는 아무래도 안믿는 듯 했다.

"배고프네~"

"아, 잡초도? 나도 배고픈데. 그 전에 육지에 착륙하고파."

"배가 고프다니 의외군... 배고픈 건 매한가지다, 잡초."

"어이, 적어도 내 몸을 베고 누워있을 때 정도는 이름으로 불러라."

"알았어, 잡......... 조로."

"알았다. 잡......... 조로."

"어이, 네놈들 방금 잡초라고 할려고 했지?!"

신이는 무언가 외칠려다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늘어뜨린다. 그와 동시에 배에선 꼬르륵 소리까지 들린다. 이제는 그냥 남자로 생각하는 게 서로에게도 좋고 제 자신의 자존심도 덜 상할 것 같았다.

넷 다 말없이 배에서 표류하던 도중 루피가 벌떡 일어난다.

"배고프다. 어이, 조로. 저 새 먹자."

"하? 어떻게."

"이렇게. 고무고무-- 로켓트!"

루피는 날아가는 새를 보더니 먹겠다고 돛을 다는 나무 막대기까지 팔을 늘려 잡더니 튕겨 날라갔다. 그리고 새 부리에 머리가 컸다. 날아가고 있어서 작아보였었다. 루피를 부리 사이에 끼고 날아갈 정도로 크다.

저거, 의외로 재밌지 않을까. 하늘을 나는건데. 신이는 부러운 얼굴로 루피를 바라봤다.

"도와줘----- !"

아, 뒷 말은 취소해야겠다. 신이는 벌리고 있던 입을 꾹 다물었다. 루피는 새 부리에 머리가 낀 채 매달려 날아가고 있었다.

"너 뭐하는 거야, 임마!"

"잡초. 닥치고 더 빨리 노를 저어라."

"잡초. 선장이 끌려가고 있잖아! 칼질만큼 노질도 해봐! 아니 그냥 칼로 새를 배는 게 빠르겠다!"

"노를 저으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게다가 저렇게 공중에 멀리 떠 있는걸 어떻게 칼로 베어?"

"약하네, 잡초."

"약하군, 잡초."

하긴, 루피는 악마의 열매 능력자인데다 밑이 바다라 함부로 베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리엔. 어떡할까. 지금이라도 제대로 쫓아가?"

"아니. 루피 정도면 뭐, 알아서 잘 하겠지. 7살때 호랑이랑도 싸웠는데 뭘. 알아서 만나게 되겠지...... 지금 루피보다 위험해보이는 건... 저거. 조난자로 보시는 것들. 바다에 머리 세게가 둥둥 떠다니는 걸? 아, 손도 흔들거린다."

"쳇, 지금 이 상황에 조난자라니. 세울 순 없다. 어이! 네놈들! 알아서들 타라!"

조로는 그냥 박을 생각인지 미친듯이 노를 저었고, 세 녀석들은 목숨걸고 올라탄다.

"그 상황에 잘도 올라탔구만."

"익사 시킬 셈이었냐?!"

"뭐, 하지만 잘됐지, 안그래?"

"이 배를 내놔라! 우린 광대 버기 해적단이다!"

"하아?"

그러다 조로가 살기를 내비치자 찔끔한 자칭 해적 녀석들은 그나마 어려보이는 페일과 신이를 인질로 붙잡고 협박한다. 서늘한 단도를 목에다 댄다.

"움직이지마! 이 꼬맹이들이 죽는 꼴 보고싶지 않으면 얌전히 배를 넘겨!"

"우왁! 조, 조로..."

신이는 인질인 척 어색하게 외쳤고 페일은 어떻게 할까 가늠하는 건지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고개를 까딱거렸다.

"쳇... 이럴 때만 조로냐."

신이의 어색한 연기에 속아넘어간 건 녀석들 뿐만이 아닌지, 조로도 혀를 차면서도 방치하려는 느낌은 아니었다.

표정이 진지해진 조로가 칼을 빼들 참에 동시에, 페일이 뒤에서 목에 칼을 들이밀고 있는 해적의 손을 쳐 내고 멱살을 잡아챈다. 그렇게 배에다 매다 꽃으려는 찰나, 내가 소리쳤다.

"안돼! 페일! 하지마!"

"... 뭐?"

"하?"

조로와 율이 동시에 날 바라본다. 신이는 거꾸로 솟아있는 놈을 보면서 웅얼거렸다. 조로가 하길 바라는 것도 있긴 한데... 그치만......

"... 배에 구멍나잖아."

그러자 조로와 페일은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고 페일은 입꼬리를 말아올려 예쁘게 웃으면서 반쯤 공중에 들린 상대의 멱살에서 목덜미로 옮겨잡았다.

그리고 바닷물에다 처박는다.

"우으프부푸 꿣떫뿱쒮"

여러번을 반복해서 위로 건져올린다. 이미 녹초가 되 배에 널부러진다. 페일은 심각한 얼굴에 상쾌한 목소리로 말한다.

"리엔... 어떡하지? 이 사람... 기운이 없는데!"

"네 녀석들이 그랬잖아! 어이, 괜찮아? 정신 좀 차려봐!"

"우와... 이제 됐어! 조로. 이제 딱 둘이니까 교육 좀 시켜서 얘네들 노 젓는 거 시키자. 쟤네들 때문에 루피 놓쳤으니까."

"너흰 정말 악마의 자식들이냐..."

그렇게 셋, 쫄다구 셋은 루피가 사라진 쪽으로 향했다.

* * *

곧 육지에 도착했다. 신이 루피를 만나기 전에 견문색을 넓게 펼쳤다. 원래는 상대방의 기척이나 소리를 잡아내 공격을 예측하는 거지만 기감을 방대하게 넓히거나 조절하면 멀리 떨어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꽤나 간단해보이지만 신이는 20년간 갈고 닦았다. 자연스레 기를 다루는 능력은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상황은 보니 루피는 나미에게 이용당했다. 나미가 지도를 훔치고, 루피를 두목이라 부른 듯 했다. 그리고 철장에 갇혔고, 대포로 날려질 위기에 처했다.

셋은 좀 더 서둘러서 나미와 루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보게된 광경은 나미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불이 붙은 대포의 심지를 잡아 불을 끄고 있었다. 뒤로는 여러 해적이 달려드는 것을 조로가 번개같이 날아 검으로 막아섰다.

방금 순간적인 속도... 아니, 반응인가? 아무튼 페일과 나보다 빨랐다.

"여자 한 명에게 대체 몇 명이나 달려드는 거냐. 다친데는? 다친데는 없냐?"

"아, 없는... 없는... 데요?"

나미란 여자애는 크게 당황한 얼굴로 조로를 올려다본다.

루피 저 녀석은 철장 신세. 도대체 넌 왜 거기있는거니? 신이가 깊은 한숨을 쉬며 다가간다.

"이야~~ 다행이야. 잘도 여깄는 줄 알았네? 빨리 여기서 좀 꺼내줘."

"너말야, 무슨 장난을 하고있는 거냐? 새한테 잡혀있더니, 이번엔 철장 속이냐?"

"그치만~ 이건 이거대로 재밌다고?"

재밌기는 무슨. 보통 사람이라면 죽을 뻔 했는데. 신이가 꿍시렁거리며 루피를 내려다봤다. 감옥이 꽤 많이 작아서 루피는 겨우 꾸깃꾸깃 들어가있었다.

"루피. 그거 해루석 감옥도 아닌데, 그냥 부숴서 나와. 호랑이도 상대한 녀석이 그거 하나 못 부숴?"

"그치만 그건 에이스도 같이 있었는걸."

"내가 부술까? 아니다 됐다. 그냥 알아서 나와."

"응."

"뭐가, '응.' 이야, '응.' 이!"

"근데, 페일하고 리엔은 또 후드썻네? 왜?"

"내... 아니, 우리 마음이지. 아니, 말꼬리 돌리지 마!"

루피와 신이가 말다툼을 하고 있는 와중, 조로는 자신이 더 이상 해적 사냥꾼이 아닌, 해적이 되었다고 선언했고, 자신의 명성을 올리겠다던 버기는 그냥 가려던 조로와 싸움을 걸었다.

버기란 녀석은 자신만만한 모습 그대로 조로에게 단칼에 베여 쓰러졌다.

팔과 다리가 동강났고, 루피, 조로, 나미는 의외로 약하던 버기의 모습에 김샌 얼굴을 했다. 주변 해적 일당들은 낄낄 거렸다. 신이는 왠지 위화감이 들었다. 뭔가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

그리고 버기 녀석 팔과 다리가 동강났는데, 피가... 잠깐, 동강? 동강...... 아.

신이는 그제야 잊고 있었던 기억과 동시에 알 수 없던 위화감이 없어졌다. 동강동강 열매의 광대 버기. 샹크스와 한 때 한 배의 견습 선원.

"네 녀석들은 도대체 뭐가 그리 웃기냐?"

조로의 한마디가 신이의 생각을 멈추게했다.

"잡초! 방심하지마! 뒤!"

조로는 내 말을 듣고 반쯤 몸을 뒤로 틀었지만 옆구리에 칼이 박히는 건 바뀌지 않았다. 버기가 낄낄거리며 말한다.

"동강동강 열매. 그게 내가 먹은 악마 열매의 이름이다. 나는 베어도 베이지 않는 동강동강 인간이지."

"동강동강이라니, 저 녀석 괴물인가?"

신이는 짜게 식은 눈으로 루피를 바라본다. 그러는 넌 고무인간인데? 그것보다,

"딸기코. 동강동강 인간은 뭐냐? 동강동강 인간이라니... 풋, 이름 구려."

"""으에에에엑!!!???"""

내 말에 해적 일당들은 전부 경악했다. 왜, 정곡이라도 찔렀나? 루피는 자못 진지한 얼굴로 조로에게...

"조로, 도망치자."

"... 라져."

조로도 받아들인다. 조로는 버기를 적당히 막기만 하면서 빠진다. 신이도 페일과 함께 조로가 빠지는 방향으로 빠진다. 조로는 루피 쪽으로 향해있는 대포를 들어올려서 반대쪽, 버기가 있는 방향으로 넘긴다. 그리고 나미가 불을 붙인다.

펑.

대포는 버기가 있는 쪽으로 터졌고, 시간을 벌어 조로는 철장을 통째로 들고 도망쳤다.

어느 새, 어느 상점으로 도착했고, 그 앞을 지키고 있는 개가 있었다. 조로는 철장을 내려놓고, 쓰러졌다.

신이는 조로의 앞에 쭈그려 앉아 콕콕 찌르며 물었다. 페일도 신이를 곁눈질하더니 옆에 나란히 쭈그려 앉아 콕콕 찌른다.

"잡초. 안 죽겠지? 잡초니까."

"잡초. 너무 짓밟혔군, 약해."

"어이, 시끄러. 자면 괜찮아지니까, 저리가서 네 녀석들 선장이랑 놀아."

"노는 거 아닌데. 역시 잡초네."

"노는 거 아니다. 역시 잡초군."

"어이, 양쪽에서 시끄럽다고. 좀 봐줘라. 졸리니까."

"졸려? 난 안 졸린데. 페일은 졸려?"

"잠을 좀 많이 자는 편이라도 싸우는 도중엔 안 자. 특히 적이 언제 올 줄 모르는 상황에선 말이지. 겨우 그 옆구리 한 번 뚫린 정도로 자면 세계 제일 검은 커녕 동네 제일 검도 못 된다?"

"어이..."

"그치만 지금은 좀 자두는 편이 낫겠군. 적이 오면 깨우지."

"자신의 몸을 잘 알고 쉬는 것도 중요하지, 암."

"어이, 자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페일과 신이는 같이 한 박자 들이쉬고 내뱉었다.

"그러니까一"

"그러니까一"

그리고 양쪽에서 페일과 신이가 동시에 주먹으로 어중간하게 일어서있는 조로의 머리를 내리쳤다.

"자라는 거다! 잡초!"

"자라는 거다! 잡초!"

그리고 조로는 한 번에 기절을... 아니, 잠들었다.

"잘 자는데? 흔들어도 안 깨는데, 이러다 발각되면..."

"근처 집 안에다 적당히 들여다 놓으면 되겠지."

루피를 바라보니, 루피는 개를 쿡쿡찌르며 장난치다가 개한테 물렸다.

"으아아아! 아파라..."

"어이, 루피! 넌 지금 상황을 알고 있긴 한 거야?"

나미가 찾아왔다. 언제 도망가있었던 거지? 아, 아까 조로랑 도망칠 땐가? 나미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열쇠를 넘긴다.

"자, 이건 일단 넘겨줄게."

"아, 열쇠다. 일부로 들고와 준거야?"

"착각하지마. 빚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야."

그리고 열쇠는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개가 삼켰다.

"으아아! 뭐하는 거야! 뱉어!"

루피는 개의 멱살을 잡고 짤짤거린다. 조로는 기... 아니, 자고있고 나미는 고개를 돌린 채 서 있고 페일은 조로를 옮겼다.

루피가 개를 들어올리려는 찰나, 마을에 숨어있던 촌장이 다가와 루피를 말렸다. 주인이 죽었는데도 추억이자 보물인 가게를 지키는 거라고 했다.

뭐, 이야기는 거기까지. 신이는 긴장한 얼굴로 한 곳을 노려봤다. 멀리서 쿵쿵거리는 진동과 으르렁거리는 것이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아, 뭔가 이상한게 등장했다.촌장은 맹수 조련사가 왔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루피도 신이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아, 뭔가 이상한게 나와버렸잖아. 그러니까 빨리 열쇠 내놔, 너."

그리고 촌장이 칭하는 맹수... 사자같은 녀석이 나왔다. 그리고 루피의 철장을 앞발로 내리쳐 부수고 집 쪽으로 날렸다. 페일과 신이는 한 쪽에 처박히게 된 루피에게 다가갔다.

녀석은 보지도 않고 즉사라 단정짓고 펫숍인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지키고 있는 개가 고전할 텐데. 신이는 잠깐 걱정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나마 다행인 건 후드를 쓰고 있는 둘을 대충 꼬맹이라 짐작하고 신경을 안썼다는 점이다.

신이와 페일은 루피가 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갔고 나미와 촌장도 만났다. 루피는 별거 아니라는 듯 상처 하나 없이 벌떡 일어나 있었다. 그치만 나미와 촌장은 별거 아닌게 아니겠지.

"사, 살아있어!"

"응? 어째서 살아있는 거야, 너?!"

"살아 있으면 안되는거야?"

"그치만, 멀쩡한 집을 박살낼 정도로 세게 부딪혔다고? 그런데 살아있는 쪽이 어떻게 봐도 정상은 아니잖아?"

"대체 자네들의 목적은 뭔가? 어째서 저런 해적들과 연관되려 안달을 쓰는 거지?"

"목적은 항해사랑 그랜드 라인 지도. 지금 정했어!"

루피는 다시 맹수 조련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신이와 페일도 따랐다. 그러자 나미가 둘을 기겁하면서 말렸다.

"어린애들이 대체 어딜가는 거야? 너희 아까부터 저 녀석들을 쫓아다니는게 계속 거슬렸는데, 해적 놀이라면 당장 그만둬. 해적은 애들이 놀만한 상대가 아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우린 장난하는 거 아냐. 그리고 애초에 네가 루피를 두목이라 불러서 연관되게 한 거 아냐? 그럼 도망다니지만 하지말고 조금이라도 맞서라고."

"그래. 우린, 해적. 둘째치고 우리들의 선장. 우리는 적어도 목숨걸고 싸우고 있다는 거다. 너야말로 장난처럼 껴들었다 은근 슬쩍 발 빼지 마라. 주변인을 함부로 말려들게 하지 말란 말이다."

"나, 나는!"

나미는 더 이상 말을 못 잇고 고개를 수그렸다. 신이는 그런 나미를 잠시 바라보다 루피를 뒤따랐다.

너무 심했을 지도 모른다. 나미에게도 사정이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역시 이번 일은 끼어들게 만들어 이용한 나미가 나쁘다고 본다.

페일과 신이는 루피를 뒤따랐다.

하지만 뒤따라온 가게는 이미 불타고 있었다. 개는 그 앞에서 상처투성이로 울부짖고 있었다. 루피는 말없이 계속 달려서 맹수 조련사 앞에 섰다.

"어이... 넌 즉사였을 터. 근데 어떻게..."

"그 정도로는 죽지 않아."

"뭐, 상관 없지. 이번에야말로 물어뜯는다."

동시에 맹수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페일과 마주했을 때,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인지하지 못한 루피는 그냥 땅에 메다박았다.

"페일. 저 녀석 방금 멈칫 했지? 왜 그런 걸까?"

"글쎄. 난 인간이 아니니까."

"역시 본능적으로 멈칫한 거겠지? 우와... 그만큼 확실히 페일이 강하긴 하구나."

그렇게 싸움이 또 끝나고 루피는 녀석이 물고 있던 먹이 한 봉지를 그 개에게 돌려줬다. 하나밖에 구하지 못했다... 고 사과하면서.

나미는 도착했을 때, 역시 해적이라면서 화를 냈지만, 개와 그런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누그러져서 사과했다. 맥이 풀린 듯 했다. 루피는 특이하니까.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버기가 마을을 향해 대포를 쏘아댔다. 그러다가 조로가 있는 집까지 부서졌다.

신이는 잠깐 놀란 눈으로 바라봤지만 이내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조로는 죽지 않았다. 깨우는게 과격하다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끈질긴 생명력. 역시 잡초다. 이름을 잘 짓긴 잘 지었어. 암.

촌장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뛰어갔고, 페일, 신이, 나미, 조로, 루피 전부 버기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함께 달려들려는 촌장을 벽에 쳐서 기절시켰다. '방해물.'이라고 해맑게 웃으면서.

하긴, 반쯤 미친 듯 무작정 달려드니 차라리 그 편이 낫겠다 싶었다. 신이는 촌장을 슬쩍 밀어넣으며 모른 체 했다.

그리고 루피는 악의없이 버키를 도발해 대포를 날리게 했고 고무고무 풍선으로 되받아쳐 적의 수를 확연히 줄였다. 그게 과연 계산한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신이는 그게 꽤 맘에 든다.

"짱인데?"

"이히히힛, 그치?"

"미리 좀 얘기 좀 하라고. 놀래키긴."

"이제 와서 이런 거로 놀라기엔 너무 늦은 것 같은데, 잡초."

"어이."

조로 뿐만 아니라 나미도 경악한 얼굴로 다가와 루피에게 소리친다.

"뭐야? 사자랑 싸웠을 때부터 알아봤어. 이상하다 싶었다고. 인간의 능력이 아니잖아! 제대로 설명해! 이건 뭐야?"

"아- 고무고무 풍선."

"그게 아니잖아! 괴물이냐, 너?!"

조로는 검쓰는 녀석, 루피는 버기를 맡았고... 나미는 보물 찾으러 또 신이와 페일은 나설 차례도 필요도 없었다. 둘은 어색하게 서 있는 채로 머리를 긁적였다.

어쩔 수 없는 걸. 지명 수배는 아직 곤란하니까. 신이는 애써 수긍했다.

싸움이 끝나고 다시 모였다. 이번엔 정말 마지막이었겠지. 아무것도 안 했지만, 피곤하다. 그렇게 중얼거린 신이는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식량을 입에 물고 있는 페일을 잡아끌었다.

잠만, 그거. 개사료잖아. 신이가 경악하며 페일이 들고있는 식... 아니, 사료를 뺐어 개한테 돌려줬다.

신이는 아쉬운 얼굴로 개사료를 바라보고 있는 페일을 다시 잡아끌었다.

"자, 여기 그랜드 라인 해도. 이제 정말 빛은 갚은 거니까 말이야."

"이제 너도 동료가 되어주는 거지?"

"해적은 안 된다고 했잖아... 뭐, 손 잡는 것 정도라면. 그쪽과 같이 다니는 편이 벌이는 좋은 것 같으니까... 난 나미. 좋아하는 건 귤과 돈. 아무튼 같은 해적은 아니지만 잘 부탁해."

그 말에 신이와 페일은 나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후드를 벗었다. 페일은 새하얀 머리카락, 신이는 새까만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난, 리엔. 새하얀 녀석은 페일. 밀짚 모자를 쓰고 있는 쪽은 루피. 그리고 저 세개의 검을 가지고 옆구리에 구멍이 나서 누워있는 쪽은 조... 아, 미안. 잘못말했다.잡초."

"어이! 제대로 소개하라고! 조로가 정상이야! 방금 조로라고 할려고 했잖아! 잡초로 갑자기 바꾸지 말라고!"

그 말에 페일은 조로가 누워있는 곳에 다가가 쪼그려 앉아 찰싹찰싹 때렸다. 조로가 상체를 살짝 일으켰다.

"잡초! 일어나지?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가니까."

"아... 피가 부족해... 못 걸을 것 같아."

그 말에 나미가 버럭한다.

"당연하지! 그러고도 걸을 수 있으면 너희들이 인간이냐!"

"너희들? 난 또 왜~"

"네가 제일 수상해!"

페일 잠시 쓰러져있는 조로를 보며 진지하게 한 마디한다.

"나미는 여자라서 들고 갈 수 없고, 리엔은 덩치가 작고, 나 역시. 루피는...... 어... 음, 선장이라 안되겠군. 잡초... 미안하지만 널 여기 두고 갈 수 밖에 없다. 너의 희생은 잊지 않겠어, 미안하다."

"어이어이 잠깐만. 이상한데서 그렇게 진지해지지 말라고."

"아, 조로는 내가 들고 갈게."

"엑? 선장인데? ... 그럼 어쩔 수 없지. 페일, 우리가 들고 가자. 키가 좀 작아서 다리가 좀 쓸려도 어쩔 수 없지."

"쓸리지 않게 자르는 건 어떤가? 마침 검도 있겠다. 가벼워지니 좋겠군."

"평범한 얼굴로 무서운 말 하지마!"

"나... 이 녀석들과 손잡길 잘한걸까."

그렇게 떠들고 있을 때 촌장을 구하러 온 피난해 있던 마을 사람들이 찾아왔다.

"외지인? 너흰.... 누구냐. 촌장은 너희가 그런 짓인가?"

"응."

루피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고, 마을 사람들의 눈빛이 살기를 띄게 되었다.

"너흰 뭐 하는 녀석들이냐!"

"해적."

아... 누가 루피 입 좀 막아줬으면. 신이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거기서 그 얘길 하면.....!"

"왜? 사실이잖아."

"하하하하하하."

"잡초. 피가 모자르다면서 웃을 힘은 있나보군?"

"웃지마, 웃을 상황이냐! 잡초!"

그렇게 성나서 쫓아오는 사람들을 따돌리면서 해안가로 돌인왔다. 아까 그 개가 마을 사람들을 막아주는 데에 도움이 컸다.

배에 올라탈 무렵 촌장에게 은인이라는 소리와 감사를 들었다.

배... 두개였다. 나미가 탄 배와 우리 배가 달랐다. 나미는 버기한테 훔친 배였다. 해적기도 그대로 였다. 우리 모두 나미에게 눈치를 줬다.

"뭐야? 그 해적기는."

"어쩔 수 없잖아. 훔친 거니까. 뭐, 도중에 바꾸거나 지울거야. 그나저나 아까 보물 반 나눈거. 어쨌어? 루피. 맡겼잖아."

"아, 그거? 마을에 두고 왔어. 너무 많이 부서져서 필요할 것 같았어."

"뭐?! 내 보물을 왜 네가 맘대로 정해?!"

나미는 배를 가까이 붙인 상태로 루피의 머리를 바닷물에 집어넣었다.

우와. 아까 페일이 하던 거였는데. 신이는 짧게 감탄했다.

"우웊! 잠깐! 나 수영 못해!"

"그러니까다!"

"하하하하!"

"왜 웃어. 뭐가 웃기다고, 잡초."

"잡초는 웃지마."

"누가 잡초야!"

나미가 한 가지 물었다. 페일이랑 신이가 번갈아가며 대답했다.

"근데 너희 넷의 관계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일단, 루피는 우리의 선장이다. 그리고, 나와 리엔은 선원이며 동시에 루피와 형제... 라는 설정이지."

"의형제 맺은거지만."

"그리고 저기 보이는 저 검을 차고 있는 녀석은 잡초이고, 검사인 동시에 잡일꾼 역을 하고 있다."

"아. 검사 조로다... 누가 잡일꾼이야!"

"헤에... 엉망진창이잖아. 별명이 잡초라니, 촌스러워."

"너도 믿지마!"

신이는 잠시 뜸을 들였다 나미에게 한 가지 부탁했다.

"지금 우리 방향은 같은 거지? 당분간?"

"으,응. 그런데."

"그럼 나 배에 한 번 올라타봐도 돼?"

"아? 뭐, 타보는 것 정도야. 자."

나미는 손을 내밀어 끌어올려줬다. 배에 탑승했고, 내부 선실은 꽤 넓은 편이였다. 나미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근데 리엔이라고 했지? 여자인 거야?"

이젠 놀랍지도 않아. 신이는 반쯤 포기한 상태로 말했다.

"몰라, 이젠 맘대로 생각해."

"그게... 아까 의형제랬잖아. 여자 맞는거지?"

신이는 조용히 귀에다 속삭였다.

"헤에... 잡초녀석, 의외로 둔감하네. 뭐, 어차피 저 녀석은 애라면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애취급 할 것 같지만. 아무튼 임시라도 동생이 생겨서 기쁘네, 반가워. 아까도 소개했지만, 난 나미야. 내킬 때 언니라고 불러도 좋아!"

내가 언닌데... 그래도 이 삭막한 곳에서 나미가 어쩐지 고마워진 신이였다. 나중에 목욕이라도 같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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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3-01 21:12 | 조회 : 1,632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오타지적 환영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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