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사보의 편지

"사보, 정신이 들어? 치료는... 아까 그 녀석이 치료했어. 리엔... 한테 들은 바로는 널 데려갈 줄 알았는데 말이지."

"누가?... 아, 설마 그 아저씨? 당연하겠지. 난 귀족에다 쫓기는 몸이잖아, 곤란하겠지. 난 내 말을 제대로 들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걸."

"그래, 그래. 일단 몸을 피하지. 군인들이 널 찾겠다고 사방에 널렸으니까. 아무래도 널 찾겠다고 군인들한테까지 의뢰한것 같은데."

"아버지가?"

"그래."

"아, 근데 페일. 다시 앵무새 모습이네."

"불만있나?"

"아니, 같이 다닐 수 있어서 좋아."

"싱겁긴."

사보는 천천히 눈에 띄지 않게 밖으로 살금살금 나갔다.

"페일, 군인 안 보이지?"

"아직은...... 이런!"

뒤를 보자 어느새 뒤로 다가 온 군인이 보였다.

"술래잡기 놀이는 여기까지 하죠,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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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악-!

"몇 번이고 도망가도 소용 없다, 사보. 네 얼굴 사진은 이미 경찰 군인 전부가 갖고 있어. 이제 상급 마을에서 나갈 수 없다. 아니, 이 저택에서도 못 나간다. 자네들은 군복을 갈아 입고 이대로 내 경비원으로 일해주게나."

"하지만 우리들에겐 직무가..."

"귀족들에겐 불가능이란 없네. 윗 사람들에게는 내가 말 해두지."

그렇게 말하고 손짓하자 군인들이 고개를 한번 숙이곤 물러난다.

"사보, 넌 방에 틀어박혀 귀족으로서 교육을 철저히 받아라. 말 했을 터다, 내 한마디로 어떻게 될 지 결정된다고. 너도, 그리고 그 셋도. 알았지? 알아들었다면 마음을 정리하고 스탤리처럼 공부하렴. 그리고 많이 공부해서 널 낳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 주렴. 그것이야말로 너의 행복이란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언제 들어왔는지 스탤리도 옆에 있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오! 스탤리 믿음직스럽구나! 좋아, 고급 옷을 사주마! 금방 식 전이다. 직접 소문의 천룡인을 볼 수 있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페일은 속이 뒤틀린다.

'저럴거면 굳이 왜 이 녀석을 붙잡아 온 건지... 진짜 나머지 머리도 태워버릴까.'

페일이 진심으로 망설이는 사이, 귀족과 스탤리라는 녀석은 나가버렸다. 사보의 무릎 근처로 물이 떨어져 내렸다. 페일의 부리가 갈린다.

"이런..."

"있잖아, 페일... 난 너무 무력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분해..."

사보는 그 후로 집안에서만 교육을 받았다. 가정교사가 오고 그걸 방안에서 경호원이 지켜보고 있었다. 대부분은 졸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때문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일 수 밖에 없었다.

페일은 계속 사보 근처에 붙어있었다. 공부할 때도, 창문을 바라 볼 때도... 창문은 봉쇄해 놓았지만 말이다.

사보는 셋을 걱정하는 듯 하면서도 더 이상 불평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페일은 포기한 건 아닌지 걱정됐다.

"페일, 내 옆에 계속 있는 거 힘들거나 답답하지 않아? 너한테는 여기가 새장이나 다름 없을 텐데."

"글쎄. 너야말로 탈출 할 마음은 접은 건가?"

"탈출... 하고 싶지만 그러면, 난 그 녀석들을 또 위험에 처하게 만들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페일. 내 옆에 계속 있어줘서."

"......"

뒤를 보니 교대하고 있는 경호원 둘이서 떠든다.

"내일은 식전이야. 넌 또 도련님을 감시하겠구만? 내일은 식전이라 집에 아무도 없을 텐데, 너랑 도련님 단 둘 뿐이라고?"

"나도 보고싶었는데 말이지.. 세계 귀족의 천룡인이란 존재는 일생 한 번 보기도 힘들잖아?"

페일이 부리를 갈았다. 저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자신이 쓸데없는 짓을 하고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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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다들 식전이라 매우 바쁜 경호원, 보안관, 경비원들 등과 구경하는 사람들로 해안가는 매우 바글바글하다. 덤으로 저택의 가족들도 몽땅 사라졌다.

사보는 아침 일찍 무언가를 쓰고 있다. 아마도 편지... 일까. 사보는 페일에게 기쁜듯이 말했다.

"페일. 지금 경호원이 졸고 있으니까 조용히 말해. 이거 비밀인데 나랑 같이 갈거지? 그러니까 얘기해줄게 나, 지금 애들한테 편지쓰고 있어. 네 안부도 전해줄까?"

"으음... 나랑 같이 있다는 건 얘기하지마."

"응? 으응... 알았어. 아무튼 나 애들보다 먼저 바다에 나갈꺼야."

이윽고 사보는 졸고 있는 경호원을 기절시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어선을 빌렸다... 아니 훔쳤다가 정당했다. 그리고 해적기를 걸고 출항했다.

"페일도 같이 가는 거지?"

"뭐, 일단은 같이 간다만.... 이미 출항하고 있잖아!?"

해안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경호원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이 쪽으로 향해 소리쳤다.

"어선인가? 이봐! 돌아와라! 식전에 방해된다!"

사보는 출항하면서 날씨를 살폈다.

"좋은 날씨야. 출항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다. 그렇지, 유하?"

"햇빛 좋고, 좋은 바닷 바람... 나쁘지 않은 날씨다만 내가 걱정하는 건..."

해안가에서는 여전히 경호원 아저씨가 소릴 질렀다. 망원경으로 봤는지 꼬마라는 것도 알아챘다.

"어이, 얘야! 어서 돌아와라!"

사보는 그런 경호원의 말을 못들은 채하는 건지, 못 들은 건지는 몰라도 계속 말했다.

"걱정하다니?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지만, 으음... 있잖아, 페일. 지금 내가 가장 무서운게 뭔 지 알아? 내가 이 나라에 삼켜져 딴 사람이 되는 거야. 난 돌아가지 않겠어."

사보가 말하고 있는 사이 천룡인을 태운 배가 가까이 왔다. 크기로는 마치 고래 앞에 물고기 처럼 크기가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

'이거... 몇 배.. 아니, 몇 십 배 이상 차이 나잖아! 이대로라면!'

"우와... 큰 배다. 부딪히면 큰 일 나겠어. 키를 돌리자. 나도 언젠가 저런 큰 배의 선장이 되면 정말 멋있겠지?"

키를 돌렸다. 아슬아슬하고 물살이 밀려오긴 했지만, 충분히 옆으로 꺾어 피했다. 페일은 온 신경을 귀에 집중했다. 간신히 피했건만 천룡인이 탄 배 위에는 잡음이 있었다.

천룡인으로 생각되는 인물이 총으로 보이는 물건을 꺼내서 사보의 배를 향해 겨눈다.

꽝!

보기에는 총이었지만 위력과 세기는 대포보다 약간 떨어지는 정도.

그 한 방에 배가 반 이상 부서졌다. 사보는 당황했지만 귀를 세운 페일에게는 놈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 무례한 것! 감히 서민 따위가! 감히 이 몸의 배 앞을 지나가!

천룡인은 한 발 더 먹일 듯 한 번 더 총을 겨눴다. 페일은 사보에게 다급히 말했다.

"사보! 여기선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지켜줄 수가 없어! 본모습으로 변할테니, 바다에 뛰어들어! 빨리!"

하지만 천룡인이 더 빨랐다.

꽝!

사보가 바다로 뛰어들려는 찰나 두번 째 발로 배는 산산히 부서졌다. 사보도 폭발에 약간 휘말린 듯 했다.

사보는 기절한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페일도 사보를 뒤따라 같이 잠수했다. 그리고 바닷속에서 잠수한 채 본신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대로 사보를 입 속에 완전히 넣고 입을 닫았다. 공기 없이 기절했기에 완전히 넣었다. 그리고 잠수한 채 해엄쳐 근처 인적없는 해안가로 나왔다.

다행히도 사보는 인공 호흡을 시전하기 전에 물을 왈칵 뱉어냈고 다시 쓰러지듯 기절했다.

'이건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얼마나 기다렸을까... 곧 누군가의 기척이 잡혔고 그 사내라는 걸 알아차렸다. 페일은 동물형 모습 그대로 맞이하려다 왠지 전에 그와의 대화가 거슬려 인간형으로 모습을 바꿨다.

"오? 그 모습은 처음이군. 인간 모습이면 역시 열매를 먹었을 터인데?"

"닥치고. 사보나 데려가. 더 이상 내가 보호해줄 수 없어. 사보는 여기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신분이야. 저번에 만날 때 본인이 말했잖아."

"... 뭐 데려갈려고 온 건 맞긴하다만. 자네도 오지 않겠는가? 이 썩은 나라를 바꾸고 싶다면 말이지."

"썩은 건 바꾸고 싶다만, 댁 밑에선 아냐. 그럼 난 그만 가지. 사보한테는... 후에 강해지고 나면 다시 만나자고 전해줘."

페일은 새로 변해 날아올랐다.

* * *

신이는 배에서 자신의 동료가 되라는 제안을 거절한 뒤 에이스와 다단을 찾아다녔다.

그레이 터미널에선 불이 전부 소화되고 재와 숯만 남은 터를 군인들이 정리하고 있었다. 예상한대로 살아 남은 사람은 총살하라는 명령이 있었는지 하나 같이 전부 총을 들고 있었다.

에이스는 지금 죽을 운명은 아니다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만한 불길에 화상하나 안 입었을 리 없다.

오두막이나 기지로 돌아가 치료했거나 움직일 수 없다면 화상을 치료할 수 있는 강가이다. 그레이 터미널에서 약간 떨어진 부근이라면 숲 중간 강가밖에 없다.

신이는 강가까지 내달렸고, 그 근처에서 견문색을 썼다. 역시나 짐작가는 두 개의 기척이 있었다.

에이스와 다단의 기척이 느껴지는 부분까지 다가가 에이스와 다단을 불렀다.

"에이스! 다단! 근처에 있지?! 나야, 리엔! 어딨어!?"

"진짜 리엔이야? 여기 나무 둥치 구멍 안이야. 다단이 큰 화상을 입었어. 불길에서 해치고 나왔거든."

"... 에이스, 치료는 내가 할 테니 훔치지 말고 이 돈으로 화상에 바르는 약이랑 붕대, 먹을 것 재료 좀 사와."

"응. 근데 이 돈은 대체..."

"그게... 그냥 갔다와. 한 시가 급하다고!"

"아, 어. 응."

신이는 식은땀을 흘렸다.

'너희가 모은 보물을 바꾼 돈이라고 말 못해...'

그렇게 신이는 며칠 간 강가에서 머무르면서 치료를 하고 어느 정도 응급 처치가 끝나자 다단을 에이스에게 업히게 하고 오두막 집으로 돌아왔다.

다단은 돌아오는 도중 에이스에게 물었다.

"... 하나만 물어보자. 어째서 그 때 도망가지 않은 거냐?"

"예전에는 그저 화가 났어. 지금도 가끔 흥분할 때가 있어. 근데 언제부턴가, 도망치면 뭔가 큰 걸 잃을 것 같아 무서워져. 그 땐... 내 뒤에 루피와 리엔이 있었어.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 탓이겠지."

"그런가.... 싫어도 피는 못 속이는군."

셋은 오두막집으로 돌아왔고 환영을 받았고 모두 기뻐했다. 안 좋은 소식을 접하기 전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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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하지마! 거짓말이라도 용서 못해! 그 녀석이 죽을 리가 없잖아! 집에 있을 녀석이 어째서.....!"

사보의 소식을 전한 건 다단의 수하인 도구라와 마구라였다.

"거짓말 아냐! 모두 내 눈으로 보고 온 거야!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넌 모르겠지만 우리같은 무법자들은 이해할 수 있어. 마을에서도 안 받아주는 녀석이 행복할 수 있었을것 같아?! 그 생활에 만족한 녀석이 어째서 어선에 해적기를 달고 나왔을 것 같냐고!"

에이스는 오두막집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어디가는 거야!"

"마을로! 사보를 죽인 녀석들, 죽게 만든 녀석들 다 죽여버릴 거야!"

악다구니를 써대는 에이스에게 다단이 몸을 힘겹게 일으켜 에이스를 짓누른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네 아비는 말이다, 죽음으로 새 시대를 열었다. 네 목숨이 그만한 가치는 있느냐? 사보를 죽게 만든건 이 나라, 이 세계다. 너에게 지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느냔 말이다! 그 정도는 되어서 사느니 죽느니 마네 해라!... 뭐해! 당장 이 녀석을 줄로 묶어!"

그렇게 에이스는 며칠 간 줄로 묶여있었다.

그리고 예전의 보내놨던 사보의 편지가 도착하자 더 이상 마을에 내려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고, 줄에 풀려나 편지를 받았다.

에이스는 편지의 내용을 혼자서 읽었다. 눈가를 연신 닦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읽고는 절벽가에서 미친듯이 울었다.

종이를 구기려는 시늉을 하던 에이스는 이를 악물며 신이에게 편지를 건넸다.

"정말 나한테 줘도 돼?"

"내 것만은 아니니까. 다 읽고 나면 루피에게 전해줘도 돼."

"루피한테는 내가 읽고 말로 전할게. 그 녀석 글 잘 못읽으니까. 내 노트에 껴놔도 상관 없지?"

"응."

사보의 편지 내용은 이랬다. 알고있던 달랐다. 페일의 이름과 리엔의 이름도 있었다. 편지의 내용은...

[에이스, 루피 그리고 리엔. 화재로 다치진 않았어? 걱정되지만 무사하다고 믿는다. 너희들한텐 미안한 이야기지만, 셋이 이 편지를 읽을 때 쯤이면, 난 아마 바다 위에 있을 거야.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서 한 발 먼저 출항하게 되었어. 행선지는 이 나라 외 어딘가. 거기서 난 강해져서 해적이 될 거야. 그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해적이 되어, 바다 어딘가에서 형제로서 만나자.

아, 리엔은 여자니까 오 남매겠다. 페일은 우리랑 잘 안놀아주지만, 그래도 잊지마. 내가 정말 많은 신세를 졌거든.

아, 그리고 에이스 우리 둘 중에선 누가 더 형일까? 가장 나이가 많은 페일이 장남, 그 다음 제일 나이가 많은 누나 리엔, 우리는 동생이지만 루피를 잘 챙겨야돼. 맨 막내니까. 그 녀석 울보에 어리니까. 우리들의 막내잖아?

추신: 리엔은 머리를 기르는게 더 잘 어울려.]

"당분간 못 만날텐데 머리 타령이냐. 그래도 저 녀석들한테는 네 유품인데 추신은 넣지 말지 그랬어."

신이는 중얼거리다 수첩에 껴 놓았다. 성공하면 만날 수 있어. 그렇게 되뇌이며 하늘을 바라봤다.

사보의 안녕을 부탁했던 흰 새로 변한 페일이 날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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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23 21:30 | 조회 : 1,587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오타지적 환영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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