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신이의 계획

"그레이 터미널을 태운다고?! 왜 그런 짓을 하는 건데!"

"멍청한 녀석, 소리가 커! 이러면 녀석들이 다 듣잖아!"

"큰 일이다! 알려야 해! 역시 나쁜 녀석이야!"

루피가 바동거렸지만 이미 해적들이 둘을 붙잡아 누르고 있는 상태였다.

"떠들지 말라고 했잖아! 어이 붙잡아!"

".....뭐, 별로 흑막은 내가 아니야. 어제 너희가 옮긴 건 폭약과 기름이다. 이제부터 큰 화재가 날 거다."

"이 녀석들 제 정신이야?!"

"큭큭큭, 아무리 악동이라도이런 건 겁나나보지? 너흰 작전을 알았으니 살려 둘 생각 없다. 그 전에 하나 물어볼게 있다만, 너희 재보는 어딨지?"

"미친 놈. 묶어 놓고 그런 소리가 나오냐?"

해적선의 기둥에 루피와 에이스를 양 방향으로 묶어 놓았다.

'차라리 리엔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야. 몸도 안좋다고 했고, 할 것도 있다기에 기지에 두고 왔는데... 여긴 알아서 탈출 하는 수 밖에 없나?'

* * *

결국 사보는 근처를 배회하던 보안관들에 의해 잡혔다.

페일은 사보에게 이미 자신이 사실을 전했다고 말했으나 이미 마음이 급해진 사보에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했다.

그래서 결국 잡히고, 끌려가고, 다시 집으로 왔다. 그렇게 아버지께 끌려간 사보는 야단맞고 지금은 지하실이었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는데도 사보는 급한 마음에 아픔도 못 느끼는 듯 했다.

"참 내, 쓸데 없는 걱정을 시키다니! 여기서 머리나 식히고 있거라. 정말 틀려먹은 아들내미구만! 역시 양자를 삼는 것이 정답이었어!"

"열어줘, 아버지! 가야해! 구해야하는 애들이 있단 말야!"

지하실 문을 두들기는 덕에 가뜩이나 불쾌해진 기분을 더 안 좋게 만들었다. 돌아가는 일에 끼어들지 않겠다곤 했지만, 그레이 터미널에 불을 지르면서 숲까지 번지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그렇게되면 기껏 만들어둔 보금자리가 엉망이 될 터였다.

'젠장, 다급해지면서 정말 아무 생각도 안하는군. 그나마 셋 중에선 이 녀석이 제일 생각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래서 애들이란. 아무래도 여기선 제지하는 것 보단 탈출하는데 도움을 주는 편이 더 말을 잘 듣겠지.'

어쩔 수 없이 페일은 새의 모습 그대로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면서 바람이 통하는 곳을 찾는다. 그리고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사보를 제지했다.

"사보! 애들 구하고 싶어?"

"정말? 애들을 구할 수 있는 거야?!"

사보는 울 것 같은 얼굴로 페일의 옷자락을 붙잡는다.

"그래. 일단 이거 놓고 진정해. 흥분하면 아무 생각도 못 할 뿐더러, 나 역시 네가 머릴 식힐 때까지 여기서 꼼짝 안 할테니까."

"알았어... 그래서? 이제 어떡하면 되는데?"

"허릴 숙이고 눈을 감아봐. 공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집중해."

"아... 저기! 혹시, 환풍구야?"

"그만 나가자. 나도 곰팡이 냄새를 맡는 데에는 질렸으니."

"응!"

* * *

때는 저녁, 그레이 터미널에선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해적들은 설치해둔 폭약과 기름으로 불을 붙이고 있었다. 신이는 근처에서 그들이 하는 짓을 지켜보고 있었다.

'망할 놈들. 무슨 거래를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도, 너희들이 원하는 건 못 얻게 될 거다. 왕과 귀족들이 이 일을 도모하는데 동조했겠지. 왕이 너희와 한 거래를 지키겠냐. 오히려 죄를 뒤집어 씌우지만 않으면 다행일텐데.'

하지만 신이는 굳이 말해 줄 필요성을 못 느꼈다. 벌써 성문이 닫히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 통구이가 될 판이다.

점점 불길이 거세지고 있었다.

신이는 마을을 돌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점점 불어났다. 해적들은 주로 폭약 근처에서 불을 붙이고 나서 성문으로 하나 둘씩 모였기에 해적들의 눈을 피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점점 거세지는 열기와, 불안감에 아우성 쳐대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신이는 계획해 둔대로 해안가 쪽 까지 길을 파서 점화성 물질들은 치워놓았다. 길을 파는데는 폭약 상자들의 위치를 외워둔 게 도움이 됐다. 그렇게 이리저리 불길을 피해가면서 파놓은 길을 따라가자 해안가까지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해안가에는 배가 있었는데, 겨우 빌린 배였다. 워낙 큰 배였기에 에이스와 사보가 모아놓은 재보를 거의 8~90%를 전부 쏟아 부었다. 아무래도 나중에 석고대죄라도 해야할 듯 하다.

하지만 덕분에 몇십명은 태울 수 있는 배를 빌릴 수 있었고, 전부 배에 태우고도 남는 자리가 많았다. 신이는 아우성대는 그레이 터미널 사람들을 전부 배에 태웠고, 사망자는 '0' 이었다.

원래라면 불안감에 치고박는 사람들이 한 두어명 쯤은 있어야했으나,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심을 느낀건지 아니면 신이의 덕에 완전한 믿음이 생긴 건지 다행이 다투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다.

큰 배를 빌리는데 수소문한 시간과 돈 덕에 여러모로 힘든 계획이었으나 뭐 어떤가, 사망자 '0' 인데.

사실 굳이 구하지 않아도 드래곤이 구했겠지만 사망자가 없는 부분에 더 신경쓰기로 했다. 게다가 '이야기'를 바꿀 만한 힘이 없는 대부분 엑스트라이니, 아무리 구한들 페일이 바라는 미래에는 지장이 없었다.

"저기, 우린 이제 어떻게 하면 되니, 꼬마야?"

"기다리세요, 곧 도와줄 사람이 올 거예요. 그들 편에 붙으시면 되요."

* * *

한 편, 불을 일으킨 해적들. 불을 모두 일으키고 성문 앞에 전원 모여있다.

"자, 이제부턴 우리도 귀족이다! 거래를 했으니까 말이다!"

"""와아아아아------!!!!"

선장은 뒤를 돌아 성문을 두들긴다.

"이제 곧 우리도 위험해지겠군, 대문을 통해 피난한다! 왕국군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선장님, 아지트에 두고 온 꼬맹이들은..."

"내버려 둬. 솔직하게 재보가 있는 곳을 말하면 살려 줄 생각 이었다만, 바보는 발버둥 쳐 봤자 오래 못사는 종족이다."

"선장님, 문이 열리지 않는 뎁쇼?"

"당황하지마, 그러다 다른 사람들을 놓지면 작전 실패잖아. 내가 신호하면 열 준비가 되어있을거다. 해적 선장, 블루잼이다!열어라, 안들리는가!"

선장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들이 제대로 듣지 못했을거라 생각해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어이, 이 녀석들아! 무슨 속셈이냐! 문을 열어라, 왕국군! 여기서 우리는 피난 할 수 있는거였잖나! 말이 다르잖아! 네 녀석들, 약속은 어쨌냐! 국왕! 이 일이 끝나면 우릴 귀족으로... 설마......!"

"선장님, 역시 이건....!"

"... 설마 이 녀석들, 우리들에게 몽땅 죄를 뒤집어 씌울 셈인가?! 제길! 젠장!"

* * *

한 편, 배의 갑판 위에 있는 신이. 열기 때문에 주춤거렸지만 그것도 잠시, 열기가 가득한 대지 위로 뛰어내렸다. 바닷물을 적신 천 몇개를 들고서.

"그럼, 저 잠깐 사람이 있나 둘러보고 올 게요. 함부로 움직이지 마시고, 안전한 배 위에만 계세요."

그러자 다수의 사람들이 불안해하며 신이를 만류했다.

"저 불길 속으로 간다고? 그건 미친 짓이야. 지금은 전부 불바다고, 충분히 많은 사람이 여기에 살아남았어. 사람이 있다해도 살아있다는 가능성도 없고 자칫하면 돌아오지 못 할 수도 있다. 지금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우선이다."

"아저씨, 아저씨도 저 불길 속에서 저한테 구해지신 거잖아요.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전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아저씨를 구한거고, 저기에 남은 사람들 역시 똑같이 소중해요. 걱정해 주신건 고맙지만, 도와주러 올 사람이 오기 전 까진 올 테니까요. 금방 올 게요. 여기 계세요."

"... 금방 돌아 오거라."

"네."

.

.

.

.

.

신이는 땅으로 착지한 뒤 여러군데를 둘러봤다.

'아까 애들이 해적들을 따라갔지. 설마 아직 해적선인가? 어째서? 동료 삼을 것도 아니면서. 놈들의 거래... 폭약. 전부터 뇌물을 바치며 입속의 혀처럼 굴었지. 공생 관계? 그렇다면 그레이 터미널을 태운 댓가로 받아먹은 건 뭐였지? 이번 일이 꽤나 큰 건이라 큰 걸 요구할 텐데. 귀족들이 받아줄까?'

그레이 터미널은 귀족들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 보이기 싫은 흠. 그리고 이번 작업은 그 흠을 없애는 것. 해적들은 공생 관계라 해도... 관계를 맺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있어서 흠일 것이다.

신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다른 사람을 구하겠다고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불길 속에서 잃을 뻔 했다.

"그 망할 해적놈들! 보이기만 해봐!"

신이는 해적선까지 쉬지않고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불타고 있는 해적선을 볼 수 있었고, 신이는 에이스와 루피를 불러댔다.

"에이스- 루피- 어딨어一! 있으면 대답해!"

"리- 엔! 여기야! 기둥 쪽이야! 여긴 왜 온거야!"

"리엔! 나, 무서웠쪄! 뜨거워! 숨막혀!"

"미안, 미안.. 너무 늦었어. 너무 바빴거든..."

에이스는 유리조각으로 줄을 자르고있었다. 신이는 재빨리 무장색의 패기를 입힌 손날로 줄을 잘랐다.

"제길, 리엔. 터무니없는 일에 말려든거야, 우리."

"응, 이미 알고 있어. 그래서 준비하고 있었던거야. 너희도 아까 쉬었으면 좋았을텐데."

"으허헝... 너무 늦었어. 이제 도망 못쳐! 그치만 죽기 싫어!"

루피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신이는 루피를 달랬다. 그런 루피와 리엔을 보며 화를 벌컥 내는 에이스.

"안 죽어, 안 늦었으니까, 지금이라도 빨리 나가야지, 빨리... 일어서, 루피."

"불평하는 녀석은 두고 갈 거니까 말야! 리엔도 감싸지마! 그런 멍청이, 시간낭비라고!"

"... 안 뜨거워."

신이는 불이 붙지 않은 쪽으로 둘을 데리고 달렸다. 하지만 이미 달린다기 보단 비틀 거리는 것이 맞다 할 정도로 연기를 많이 마셨다.

"뜨거워.... 아니, 안 뜨거워! 그치만, 숨막혀..... 아니, 숨 안막혀! 그치만, 공기가 뜨거워.... 아니, 안 뜨거워!"

"아, 맞다! 바닷물이라 괜찮을 지 모르겠지만... 여기, 젖은 천 조각. 입이랑 코를 막아. 따뜻해졌지만 대고있으면 한 결 숨이 트일거야."

""고마워.""

"어떻게든 될 거야. 내가 있으니까."

* * *

사보와 페일, 둘은 환풍구를 통해 지하실을 탈출해 상급 마을과 하급 마을을 지나서 성문 쪽으로 달렸다. 전신 방독면을 입고 있는 군인들에게 필사적으로 덤빈다.

"문을 열어!"

사보는 잠금 장치를 필사적으로 잡고 당겨댔지만, 군인들에게 뭇매를 맞아댔다. 덤으로 새로 변해있던 페일까지.

"사보! 너무 무계획이야!"

"악! 미안!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걸."

군인들도 제지하면서 사보를 마구 끌어 당겼다.

"물러나라! 잠금 장치에서 떨어져!"

"리엔! 루피! 에이스! 살아있는 거지! 살아 있지! 아직도 여기에 있는 거 아니지?! 제발..."

결국 사보는 잔뜩 얻어맞고 멀리 던져졌다.

"... 무식하게도 때리는군. 이거, 날개 하나 어디 부러진 것 같은데. 사보 괜찮은 거냐? 여차하면 변신 해야겠지만... 사람있는 데에선 함부로 변신하는 것도 못 한단 말이다."

"미안... 미안해. 나 때문에... 페일도 같이... 그치만, 그치만.. 에이스랑 루피... 리엔이...!"

사보는 머리를 맞았는지 천천히 의식을 잃어갔다.

"사보? 사보?! 여기서 기절하면 안돼. 사보! 다시 잡힌단 말이다! 사보! 일어나, 적어도 거리 한 가운데는 안돼."

점점 바람이 심해진다. 불길이 더 치솟는다. 하치만 사보가 있는 성곽 안쪽은 기온이 떨어져간다.

다행히도 주위를 둘러보니 흉흉한 분위기 탓에 길거리에는 이미 사람들이 없었다.

페일은 동물형으로 변해 사보를 조심스럽게 입으로 물어 올린다. 좀더 어둑한 골목길로 들어가 사보를 털 안쪽으로 넣었다.

"... 이러면 기온이 떨어져 죽을 리는 없겠지... 다친 건 어쩌지? 약 같은 거 없는데."

찌릿.

누군가 골목길로 들어온다. 시야에 들어오자 찬찬히 살핀다. 후드를 푹 눌러쓴 채 천천히 걸어온다.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놈이 대뜸 묻는다.

"넌... 누구지?"

페일이 으르렁거리며 답한다. 꽤나 심상치 않은 놈이었다. 사보를 두고 싸움을 벌이게 되면 곤란해질 것 같았다.

"내가 할 말이다. 볼 일 없으면 썩 꺼져!"

망토를 뒤집어쓴 사내는 다시 묻는다.

"자네, 아깐 앵무새더군. 앵무새치고 말을 잘 하는 편인가 했더니, 이런 짐승의 모습으로 변하더군. 그 소년은 어쩔 셈인가? 그 품고 있는 소년 말이네."

"신경꺼. 관계 없다."

"아니, 같은 인간으로서 잡아먹힐 권리를 줄 수는 없지."

"... 얘가 날 잡아먹는다고?"

"말귀를 못 알아먹는 짐승이군. 그 반댈세."

"... 내가 얠 잡아먹는다고? 말 한번 복잡하게 하는군. 너, 그 문신. 드래곤인가?"

"오, 짐승 주제에 내 이름을 아는가? 아니, 말 할 수 있는 것 자채부터 이상하군. 열매를 먹었다쳐도 여러 동물로 변하는 건 무리인데 말이야. 무슨 열매를 먹은 건가?"

페일은 기가 막힌 얼굴로 콧웃음쳤다. 적이 아니지만 영 못마땅했다.

"짐승에서 열매먹은 인간인가... 둘 다 아니야. 뭐, 하지만 드래곤이라면... 어이, 네 녀석, 내가 이 꼬마를 먹을 거라했나?"

"악마 열매 능력자라면 그러지 않겠지. 하지만 자네, 능력자가 아니라고 했지."

"능력자건 아니건 함부로 말하지마라. 기분 더럽군. 초면에 대놓고 인간을 먹을거라는 건 어느 나라 예의지?"

페일은 잔뜩 찌푸리며 이를 드러냈다. 손모가지를 하나 물어뜯고 시작할까 고민하던 와중, 그가 먼저 물러선다.

"하긴, 인간임을 운운하기 이전에, 예의가 아니긴 하지. 잡아먹을 게 아니라면 됐다."

"... 무슨 생각으로 다가온 거지?"

"아, 잠깐 그 소년을 볼 순 없겠나?"

"해치지만 않는다면."

"반대로 말하고 싶다만... 약속하지."

페일은 살짝 물러났다.

"아, 아저씨.."

"왜 그러나, 꼬마."

"이 화재의 범인은 왕족과 귀족이야... 진짜야. 이 마을은 그레이 터미널보다 더 썩은 내가 나. 썩은 인간의 더러운 냄새가 나... 나, 여기에 있어도 자유롭질 못 해. 난... 귀족으로 태어나 부끄러워."

남자는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결국, 아이가 이 말을 하게 만들다니....! 대채 어디까지 썩을대로 썩은 거냐, 고아 왕국! 네가 말한 바는 잘 안다. 나 역시 이 나라에서 태어났지. 하지만 난 아직 이 나라를 바꿀 힘이 없단다."

"아저씨, 내 얘길 들어주는 거야?"

"그래. 잊지 않겠다."

사보는 말을 마치고 다시 의식을 잃었다.

"그러고보니 드래곤이라고 했었지. 부탁이 있었어."

"누구로부터?"

"네놈 아들 보모로부터. 거프랑 아는 사이의 꼬맹이 여자애야. 그 애가 부탁한 건... 당신 불길 일어나는 곳이 어딘 줄은 알지? 그레이 터미널. 그 해안가에 배 한 척이 있어. 거기로 빨리 가. 그 애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거기 그 애한테 물으면 얘기해 줄 거야. 어차피 그 쪽도 거기 갈 생각이었잖아. 사보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한 가지 말해주지 않은 게 있는데, 넌 누구지?"

"당신 아들 보모의 친구."

"... 길군."

* * *

"아저씨들도 잘 도망갔을까?"

"응, 내가 다 대피시켰어. 루피."

"지금, 다른 사람들을 걱정할 때가 아니잖아! 둘 다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제길 여긴 또 어디야? 리엔, 알고 있어?"

"응. 이쪽."

신이는 뒤에서 기척과 동시에 묘한 살기를 느꼈다. 분노가 섞여있는 걸까. 견문색으로 느끼는 신이마저 묘하게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누가 도망가도 좋다고 했지, 악동들아?"

"아, 그거. 내가 도망치라고 했는데."

"리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치만, 내가 풀어서 도망치자고 했잖아."

"쓸데없는 데서 솔직해지지마...... 그나저나 화재를 일으킨 장본인이 왜 여기있지? 벌써 도망친 거 아니였어?"

"닥쳐! 그것 때문에 열받아 있으니까! ... 우린 절망적이군, 그치? 설마 했던, 대위기야. 인간이란 참 이상한 생물이지? 불행도 밑바닥까지 닿으면 웃음만 나오지."

확실히 해저들 모두 킬킬거리기만 할 뿐, 탈출할 마음은 없어보였다.

"아, 그거. 해탈한 웃음이네. 뭐냐... 아, 맞다! 포기. 탈출하는 거 포기한 거네. 근데 우린 아직 포기 안 했어. 그러니까 '우린 절망적이군.' 에서 '우린' 은 빼야겠네."

"리에-- 엔! 그마안! 왜 자꾸 상대를 도발해? 묘하게 루피를 닮아가는 것 같아! 지금은 루피도 아무 말 안하고 있는데!"

"앗, 진짜? 루피 닮은 것 같아?"

"칭찬 아니야!"

루피가 불안한지 신이의 옷자락을 잡는다.

"리엔, 에이스... 이 녀석들 이상해..."

그와 동시에 에이스도 위화감을 느꼈는지 분위기가 진지해진다.

"......! 도망치자, 빨리!"

해적들과 선장은 여전히 웃으면서 다가온다.

"그러고 보니, 보물 장소는 어딨지? 이 불에 타 죽기 전에 우리가 받아두지. 자, 어서 불어!"

"목숨이 위험할 때에 재보라고? 진짜 미쳤어."

"너희가 안 갖고 가면 쓸데 없잖아. 이대로라면 내 배처럼 숯이 되어버릴 거야. 아깝잖아."

"뭐야, 목숨은 안 아까워? 너희 말이야. 진심인 내 앞에서 살아나갈 녀석이 몇 명이나 될 거라고 생각하냐."

루피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신이의 말은 제대로 듣지 않은 채.

"바보같은 소리마! 그 보물은 말야..."

"... 알았어. 알려주지."

"에이스! 그 보물은 에이스랑 사보랑 리엔이 긴 시간을 들여서..."

"사보도 이해해 줄 거야! 지금은 우리의 목숨이 먼저야! 살아만 있으면 그 딴 보물들 언제든지 다시 모을 수 있으니까."

"에이스..."

신이는 자신만만하게 싸우고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도 둘은 전혀 듣지도 않고 저들끼리 걱정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게 맘에 들지 않아서 화를 내려했지만 점점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재보. 그것의 8~90% 를 쓴 장본인은 바로 윤신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마, 맞아... 그러고 보니 원래는 마지막에 해적이 가져갔던가? 잘됐네. 다 뒤집어씌우면 돼잖아? 이거, 잘만하면 사실을 밝히고 사과할 필요도 없겠는데?'

속으로 음흉한 상상을 해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해 다행이다.

"이 나무의 줄기에 6년간 모아둔 보물들이 있어. 루피, 울지마. 이걸로 끝난게 아니니까."

에이스는 지도에 표시를 하고 손을 탁탁 턴다. 그와 동시에 해적들은 셋을 들어올렸다.

"무슨 짓이야! 보물들은 알려줬잖아!"

그 말에 선장이 씨익 웃으며 말한다.

"끝난 건 아니지. 네 말이 거짓일 지 아닐 지 어떻게 증명하지? 너희도 따라와라."

"웃기지마! 그런 거 하는 동안 도망갈 곳이 없어지잖아! 그딴 건 너희 멋대로 해!"

찰칵.

에이스에게 총구를 들이민다.

"지금 날 더 이상 화나게 하지마. 애송이의 재보로 의지하면서 난 다시 힘을 모아 귀족에게 복수할 거라 맹세했다고! 너희들도 그렇겠지? 그 녀석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지. 그 외의 사람들은 쓰레기로 밖에 안 보인다고!"

"사보는 틀려!"

"그 녀석도 마찬가지야! 멍청아! 너희와 놀면서 우월감에 빠졌었던 것 뿐이야! 부모가 갑부인데 무슨 위기감이 있겠어! 귀족들 놀이에 빠졌었던 것 뿐이야! 속으론 한 껏 욕하고 비웃었을 거다!"

"그 이상 사보를 욕하지마!"

신이는 그저 이 상황이 우습다. 아까 설마설마 하면서 예측하던 것이 딱 들어맞자 술술 풀어지는 느낌에 어쩐지 상쾌한 느낌마저 든다.

"아- 이제 알겠다. 언제는 귀족이 부럽다는 둥 하더니 이제는 욕? 너, 실은 귀족이 되고 싶었던 거지? 누가 시킨 거지 귀족? 왕족?

불을 태운다하면서 얻은 이익이 있을 거야. 그 댓가가 귀족이지? 신분 상승?

아니, 생각해봐. 애초에 나라의 흠을 태우겠다 했어. 근데 넌 여기 살고 있으면서 쓰레기가 아니라 그 위라고 생각했던 거야?

애초에 너도 태워야할 쓰레기였던거야. 그러니까 여기에 갇히게 한 뒤, 모든 사건의 전모를 뒤집어 씌울테고 지금쯤 사람들은 해적이 한 일로 기억하고 있겠지.

그렇게 되고 싶은 귀족이 안 되니까 올라서는 게 안 되니까 욕하는 거잖아.

뭐, 틀린 말은 아닌데, 왜 애초에 속을 거란 건 염두에 안 뒀어? 너흰 속이는 거 전문이면서. 아, 혹시 자기가 당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거야? 우습네, 열등감 덩어리들."

신이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해적들은 입막음 할 타이밍조차 놓쳤다.

왜냐, 틀린 말이 없었기에 모두 멍하니 신이를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정신을 차린 선장이 분개하면서 칼을 들어 신이에게로 향하게 했다.

"닥쳐라, 죽여버리겠어!"

날카로운 칼 끝이 신이에게로 향한다. 몸을 피해보려했지만 뒤를 붙잡고 있는 해적 덕에 칼의 궤도를 바꾸는 것도 불가능 했다. 무엇보다도...

'늦었다...!'

이렇게 한 순간 가까워진 거리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칼이 들어올 만한 자리를 예측해서 무장색을 입힐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얕보여도 그는 선장. 칼에는 패기가 약하게나마 입혀져 있다.

"리엔에게 손 대지마!"

에이스가 급하게 소리친다. 하지만 평소와 다르게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변의 불길이 잠깐 일렁이면서 한 순간 사그라졌고, 주위에 해적들은 전부 기절했다.

'설마... 패기? 말도 안돼. 에이스는 아직 10살이라고... 게다가 자각을 못했지만 이건...!'

해적들의 제제가 풀리자 에이스가 다가온다.

"리엔, 루피. 괜찮아?"

"아... 어, 응. 루피도 괜찮아 보여."

"무슨 짓을 한 거냐!"

다만 다시 총구가 에이스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동시에 다단에 의해 방향이 꺾인다.

"다단!"

뒤로는 언제 왔는지 도구라, 마구라에 이어 산적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다행히 이걸로 급한 불은 끈 격이네..'

쓰러져 있는 루피를 발견하고 들어올린 산적 하나가 묻는다.

"루피, 사보는?"

"여기 없어. 무사해."

'그러고 보니 다단 일행들에게 사보에 대해 말하는 걸 잊었네.'

신이가 고개를 돌려보니 다단과 에이스 그 뒤로 산적들이 하나 남은 해적 선장을 마주보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 녀석이 코르보 산의 원숭이 두목이군."

"산적, 다단이다. 무슨 인과인지 저 녀석들의 수양 부모로 등록 되어서 말이야. 비록 수양 부모지만 자식의 생명이 노려질 때,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부모는 없어! 이대로 물러가라. 말을 듣지 않는다면 힘으로 해결한다! 자, 얘들아!....... 도망가자!"

'엥?!'

하지만 에이스는 도망갈 수 없다며 뻗댄다. 덕분에 도망가려던 다단이 다시 되돌아오는 일을 일으킨다. 다단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부하들을 전부 도망시켰다. 남아있는 건 에이스, 다단, 윤신이였다. 하지만 신이는 좀 다르다.

"에이스! 난 도망간다! 나 아직 할 일이 남아있거든. 내가 벌인 일이기 때문에 내가 마무리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다시 찾아 올게."

신이는 그 말을 뒤로하고 해안가 쪽으로 달렸다.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려버렸다.

다단이 와 준 것에 대해 고마웠다. 방금 확인했듯이 다단이 말은 좀 험해도 애를 버리고 도망갈 최악은 아니니까. 돌아갈 수 있었다.

* * *

"아직 아무도 안 왔나요?"

"그래. 구한다던 가족은 다 구한 거니?"

"네. 일단은."

신이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한 숨을 돌렸다. 드래곤이 너무 늦는 듯 하다. 원래 페일이 말을 전하지 않더라도 왔을테지만 말을 전했으니 좀더 빨리 올 거라 생각했는데.

"저기! 큰 배가 보인다!"

신이는 그 말에 정말 드래곤인지 알아보기 위해 견문색의 패기를 사용했다.

- 주민과 함께 마을을 태우려 하다니, 심한 짓을 하는 군. 그나저나 당신, 잘도 이런 이스트 블루의 외딴 나라에 안테나를 세웠데. 여기에 무슨 애착이라도?

- 이 나라야 말로 세상의 미래 축도다. 필요하지 않은 것을 도태한 세계에 행복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 언젠가 반드시 난 이 나라를 바꾸겠다.

'뭔 소린지 모르겠네... 요지는 나라를 바꾸겠다, 이건가? 역시 드래곤 맞겠네.'

신이는 계속해서 견문색으로 말하는 걸 엳들었다. 단순히 기척을 잡는게 아니라 말을 엳듣는 것이기에 더 기력이 소모됐다.

- 이런 나라에도 아이들은 태어나지.

- 그나저나 저 배는 뭐지? 마을 사람들이 태워져 있는 것 같은데 꽤 많네. 아, 선두로 꼬맹이가 있어.

- 아이가 있다고? 설마 아까 들었던 그 애인가?

'페일이 내 얘기를 제대로 전달해줬구나. 그럼 이제 내가 마무리를 지어내야겠지.'

신이는 선두에 서서 드래곤에게 외친다.

"반란군의 몽키 .D 드래곤이십니까!"

"... 그래 내가 드래곤이다. 나한테 청할게 있다고 들었는데. 자넨 누구지?"

"거프와의 연이 있어, 당신의 아이를 맡아 산적 다단 일가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리엔이라고 합니다! 부탁할 게 하나 있습니다. 여기에 태운 사람들은 전부 그레이 터미널의 주민들 입니다!

현재, 그레이 터미널에 남아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사람들을 당신의 밑으로 거둬주세요! 이들은 불이 다 소화되고 나서도 돌아갈 수 없습니다. 아마 살아 남은 사람들은 총살 될 테니까요!

당신의 아이는 제가 남아 책임지겠습니다. 대신 이 사람들을 거둬주세요!"

"... 좋다! 다만, 전부 태울 수는 없다! 자유를 위해 싸울 의지가 있는 사람들만 배에 올라도 좋다! 이 나라가 맘에 안들어서 싸우고 바꿀 의지가 있는 사람은 내 배에 올라라!"

"""""와아아아아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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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22 23:40 | 조회 : 1,488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오타지적 환영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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