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미쳐버린 마을

일주일 전 쯤, 리엔이 신문지 조각을 들고와서 나에게 불안한 듯 설명했다. 세계 정부와 세계 귀족 '천룡인'이 곧 온다는 소식이었다.


리엔은 불안한 얼굴과 말투... 행동에서까지 그대로 드러나있었다. 이대로는 사보와 헤어지게 된다고. 사보의 이별은 미리 염두에 두고 있었다.


사실 본인도 미리 예상하고 있었을 텐데? 그녀는 나보다 미래의 일들을 더 많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아무것도 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난 아무 것도, 아무 말도 해 줄수가 없어서 그저 가만히 있었다. 내게 맡겨진 일은 그저 에이스 뿐이었으니까. 거기다 난 앞으로의 일이 틀어지지 않게 하라고까지 했다.


그녀는 잠시 넋이 나간듯 비틀했지만 수긍했는지 돌아갔다.



그러다 말했던 다음 날, 리엔은 다시 헐레벌떡 나한테 왔다. 느긋하게 햇빛을 쬐고 있던 때에 방해 받아버린 차에 약간 퉁명스레 물었다.



"또 왜 온건데."


"있지, 페일! 나, 계획 만들었는데, 이야기가 바뀌게 하는 건 아니니까 괜찮지? 원래 일어날 일에 약간 도움을 주는 것 뿐이야."


"계획?"


"응. 어떤 계획이냐면-"



신이는 나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그리고 나한테 몇 가지 부탁을 했다.


첫째, 새로 둔갑해서 사보의 곁을 지키고, 크게 다치지 않도록 보호해달라고. 기한은 사보가 혁명가 드래곤과 합류 할 때까지.

둘째, 그레이 터미널이 불타는 시각의 정보를 얻게 되면 바로 알려달라는 것.

셋째, 중간에 드래곤을 만나게 되면 빨리 밑의 그레이 터미널의 해안가, 배가 있는 곳으로 와 달라는 것.


이쯤 되면 계획을 진행하는 건 대부분 나라고 할 수 있을만큼 내 역할이 컸다.


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던 건, 내가 신이에게 '알아서 하라' 라는 말을 했고, 전에 내가 했던 얘기 중, '나를 부려먹지 마라' 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 나를 이용하는 것 역시 전략에 쓰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거절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네가 알아서 하라' 라면서 모든 선택권을 넘겨버렸다.



나는 리엔에게 계획이 너무 허술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짧은 사이에 이만큼의 계획은 인정할 만했다. 짧은 시간에 희생을 최소화하는 계획이었다.


자신이 해야할 일을 정확히 짚어가면서 나의 능력까지 이용해 먹는 치밀함과, 하나하나 불안 요소들을 없애가면서 제 2.3의 계획을 만들 필요를 없애는 완벽에 가까운 계획.



"아무튼 계획, 좀만 더 보완해."


"아, 응... 나, 루피 수련 결과 보러 갈 건데. 페일도 같이 가."


"됐어."


"그럼 나구리가 가고 난 후, 루피의 수련이 끝난 날 다음 날, 그러니까 천룡인이 오기 3일 전에 찾아올 테니까 까먹지 말고 기다려."


"알았어."



그리고 그 날, 그녀는 오지 않았다.




* * *




페일은 오지 않은 신이를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한 참을 찾아다니다 저 멀리, 그레이 터미널에서 신이와 함께 넷이 보였다. 이미 좀 늦었는지 사보는 등을 돌린 채 귀족과 함께 갔다. 넷은 해적들에게 붙잡혀 있었다.


페일은 천천히 상황을 지켜보면서 배까지 끌고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이는 둘이 방해가 되어도 마음만 충분히 먹으면 다 뒤집어 엎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는 건 상황을 재고 있다는 것이 맞겠지.'



페일은 배 근처에 기척을 숨기고 숨어서 이야기를 엿듣다가 신이가 상자를 옮길 때 쯤, 미리 따로 불러냈다.



"이제야 찾은 건 아닐테고... 또 몰래 지켜만 보다가 나온거지?"


"... 그래."


"뭐, 그건 잘했어."


"어... 음?"


"잘 했다고. 뛰어들 타이밍이 나빴었으니까. 아, 그러고보니 네가 여기 있으면 어떡해? 빨리 사보 쫓아가."


"그러지."



페일은 그대로 뛰어가려다가 신이의 손에 의해 잡힌다.



"이 모습은 안 되지! 새! 새로 변해서 날아가."


"알았어. 근처에서 변할게."



페일은 사람의 최고 속도 이상의 속도로 날듯이 달려가다, 사보가 보이는 거리 쯤에서 새를 붙잡았고, 똑같이 둔갑해 날았다. 마을의 성문을 지나서 귀족들이 사는 중심의 성이였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군.'



페일은 흰 비둘기의 모습으로 날아가 사보의 어깨 위에 착지했다.



"앗! 뭐, 뭐야! 왜, 왠 새, 새가? 저, 저리가! 훠이!"



사보가 흔들며 떨어뜨리려는 찰나, 페일은 부리와 몸을 살짝 변형시켜 앵무새 모습으로 변했다.



"페일."



이 한마디의 사보의 행동이 멈췄다.



"지, 진짜 페일이야?"



페일은 대답대신 옆의 귀족을 의식하면서 말한다.



"... 페일."


"하하하하- 진짜 페일야? 굉장한데? 변신한 거야? 말투랑 목소리가 진짜 앵무새 같아."



끄덕-



'... 진짜 앵무새니까. 전에 앵무새로 둔갑해 둔 기억이 있어서 다행이야.'



사보 그의 아버지는 조금 더 걸어서 마을의 보안관과 같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그런데 이야기의 진전이 없었다.



"... 말 못 해. 그 녀석들의 잘못이 아니야."


"사실을 얘기하지 않으면 어떡하니? 설마 너한테 쓸데없는 걸 얘기 못 하게 경고를 줬나?"



'얼씨구. 이 귀족, 얘기 할 수록 가관이군.'



"걔넨 그런 녀석들이 아니야!"


"게다가 그 어께 위에 있는 그 더러운 짐승은 뭐냐? 설마 아까 그 그레이 터미널에서 주운 건 아니겠지?"


"아, 아냐! 아까 성문을 지나고 중심가에 들어 오기 전에 만난거야. 이런 것 정도는 상관 없잖아. 내가 알아서 할게."



'더러운 짐승? 내가 할 소리다.'



건너편에 돼지같이 생긴 보안관이 입을 연다.



"전과가 있다면 이 상급 마을에 사는 가족의 평판에 영향을 주고, 넌 상급 마을에 들어갈 수 없겠지만..."



이때, 가만히 보고만 있던 사보의 아버지가 페일이 앉아있는 사보의 어깨 반대편에서 얼굴을 바짝 들이밀더니 조용히 얘기한다.



"넌 그 세명에 의해 유혹당한 거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폭력 사건에 휘말리게 된 거고. 그렇지? 사보."


"......"


"사보, 그레이 터미널의 세 친구의 생명은 지금 해적의 손 안. 내 말 한마디로 움직이지. 셋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잘 생각해 봐라. 사보, 넌 머리가 좋은 애야. 답은 바로 나올 터."



'... 저 귀족 짜증나는군... 협박과 거짓 자백이라...'



"그 셋에겐 아무것도 안 하겠다 약속했잖아! 그래서 난 여기로 돌아온 거라고! 죄는 죄다! 우리 3명은 우리 의지로...!"



순간, 귀족이 의자의 다리를 찼다. 사보는 말하다 말고 의자와 같이 넘어져 바닥을 굴렀다.


넘어지는 순간 날아오르려 했으나 발톱이 사보의 옷자락과 엉켜서 같이 바닥을 굴렀다.



'죽여버리겠어...!'



페일은 발톱이 옷자락에서 빠지자마자 귀족 바짓자락에 걸려있는 라이터를 빼냈다. 매끄러웠지만 끈기있게 발톱으로 붙잡고 구부러진 부리로 물어 뚜껑을 열어 반대쪽 발톱으로 점화 장치를 당겨 불을 붙였다.


불이 붙음과 동시에 소리없이 날아올라 귀족의 어깨 뒷편에 안착했다. 머리 끝쪽에 불이 붙자 그대로 사보에게로 날아돌아왔고, 머리칼은 연기가 나며 점점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히이이이익?! 불! 불이야, 불!!"



그제서야 자신의 머리가 타들어가는 순간을 자각한 귀족은 이리 뛰고 저리 뛰어댔다.



촤악---



한참을 날뛰던 귀족은 보안관이 급히 가져온 걸레 구정물에 머리 붙어 발 끝까지 구정물을 뒤집어 썼다.


머리의 중간부터 밑까지 반쯤 반들반들하고 약간 확상을 입은 붉은 대머리가 된 그를 페일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게다가 구정물을 머금은 반쯤 남은 윗 머리에서 구정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과 눈을 감은 채 부들부들 떨며, 울그락 푸르락 해지는 그의 얼굴을 구경하는 것도 다시 볼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는 귀족이었으니 머리가 불타 대머리가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 만으로도 큰 일이었다.


귀족은 화가 난 얼굴로 자신의 아들을 내려다 봤으나 그는 겨우겨우 쓰러진 몸을 추스르고 있었으니 의심할 상대가 못 됐다. 보안관은 건너편에 있었으니 뒷 머리에 불을 붙이는 건 불가능하다.


귀족은 인상을 찌푸리며 새를 바라봤다.



'... 헌데 어째서 부리가 있는 새가 입꼬리를 올려 비웃는 것 같지? 기분 나쁜 새군. 집에 들어오면 때를 봐서 내쫓아야겠어.'



실제 앵무새로 변한 페일은 올라가지도 않는 부리의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가면서 킬킬거리고 있었다.



".... 뭐...! 어쨌든! 이런 머리 나쁜 아들을 둔 불행, 이해해 주겠는가, 자네? 아 그리고 다른 부분도 말이지."



그러면서 귀족은 당연스러운 행동으로 돈 뭉치를 던졌다.


한 번쯤 튕기면서 돈을 더 뜯어내러던 보안관은 귀족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 원인이 일부는 자신 때문이란 걸 알자 큼큼거리면서 냉큼 챙겼다.



"오- 그것 참, 힘드시겠군요. 서류는 제가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페일은 그런 그들을 보면서 코웃음 쳤다.



'허, 전부 썩어빠졌구만 그래.'




* * *




그렇게 한바탕의 소동이 끝나고 귀족은 검문소를 나오자마자 가발부터 사 썼다. 그래서 아까와의 머리와 얼추 비슷했으나 약간 불안했다는 것.


불안불안한 가발의 모습도 진실을 알고있는 이에겐 최고의 웃음 거리였다. 어느 샌가 사보도 몰래 킥킥 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곧 사보의 집... 저택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큰 저택.'



앵무새 모습의 율은 사보의 어깨에 앉아 저택을 구경할 수 있었다.



"어서오세요, 주인님."



'거기에 고용주까지.'



"자, 그럼. 사보, 들어가봐. 오랜만의 집이구나. 아, 그 더러운 몸으로 집에 들어오지마. 마당에서 한 번 소독하고, 그 다음에 목욕이다. 아, 그리고 그 더러운 새. 버리고 오면 안되겠니?"


"새만큼은 안 돼. 잘 씻겨서 들어갈 테니까."



율은 부리로 깃털을 다듬는 척 하면서 노려본다.



'더럽긴 어디가! 다음에 또 걸릴 땐 옷을 홀랑 태워버릴 테다.'



사실 아까 반만 태우다 꺼진 머리가 아까웠다 제대로 태웠다면 완벽히 대머리로 만들 수 있었다는 거다.



"아무튼 그 새, 단속 잘 하려무나. 딴 곳에서 눈에 띄는 순간 버릴 테니."



'버려만 봐라, 몇 번이고 돌아가서 코를 쪼아주마... 아니, 나머지 머리 반을 홀랑 태우는게 낫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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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본 인물은 사보의 엄마였다. 향수 냄새가 어찌나 지독한지 코가 마비 될 것 만 같았다.



"어머? 사보, 돌아왔구나. 어쩜 이리도 많이 컸을까~?"



높은 콧소리 때문에 보이지도 않는 귀가 따가웠다.



"자아~ 이쪽은 스텔리라고 한단다. 스텔리~ 형한테 인사 하려무나, 호호호호~"



귀족 부인의 옆에는 꼬마 아이 하나가 있었다.



"처음 뵈요, 형. 8살, 스텔리라고 해요."



사보의 얼굴은 현저히 굳어져있었다.



'리엔이 말했던 양자... 설마설마 했지만 진짜 들어와 있을 줄이야. 그럼 리엔의 말대로 굳이 날 불러듵인 이유가 뭐지? 그것도 가만히 있다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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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늦은 저녁, 사보는 창가에 앉아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그래봤자 밤이라 자기 얼굴밖에 안 비칠텐데, 뭘 또 굳이 보겠다고.'



페일은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이런 녀석이 리엔 말대로 제대로 도망칠 수는 있을까.



'그나저나... 정보는 언제 얻지? 3일 후에 천룡인인지 뭔지 하는 그게 오기 전에 태우려고 한다던데.'



페일은 깃털을 고르다 갑자기 느껴진 인기척에 파드득 날아올라 사보 옆에 착지했다.



"불안해?"


"아... 페일. 응, 조금 불안해."


"... 온다."


"누가 온다고? 문... 열려있는데..."



똑. 똑. 똑.



열려있는 문에 일부로 노크를 하며 동의 없이 들어오는 꼬마, 스텔리. 녀석은 다짜고짜 다가와서 얼굴을 들이밀면서 말한다.



"어이, 형. 너, 바보라면서? 아버지랑 어머니가 얘기했어. 아, 물론 뒤에서. 그나저나 악운에는 강한 편인가 보네. 내일 밤은 쓰레기 태우는 밤이야."



'......! 내일 밤! 좋아, 알아냈어.'



"그대로 그레이 터미널에 있었다면, 넌 반드시 죽었을 걸? 뭐, 나한텐 이 집의 아들 따위 안 돌아오는 편이 좋지만 말이야."



그 말에 페일은 본 모습으로 변해서 저 버르장머리 없는 것에게 겁을 줄까 생각해 봤지만 그럴 필요는 없는 듯 했다.


사보가 곧장 스텔리의 멱살을 휘어잡아 으름장을 놓는다.



"지금 그 얘기는 뭐지? 무슨 뜻이지? 전부 얘기해봐."


"내, 내일 밤 화재가 일어난다고, 그레이 터미널에서."


"화재?!"


"그래, 넌 가출했으니 알 리가 없지. 벌써 몇 달 전부터 정해졌는데. 세계정부의 사찰단이 이스트 블루를 순찰하는 거 알아? 이 고아 왕국까지 3일이면 도착하지. 이번엔 그 배에 세계 귀족 천룡인이 타고 있다고 소란스럽다고. 왕족들은 이 나라의 흠이 천룡인의 눈에 띄지 않게 그레이 터미널을 전부 태우기로 했어. 그렇게 하면 이 나라는 깨끗해지니까."


"넌 대체 뭘 말하는 거야! 그런 걸 할 리가 없어. 거기엔 많은 사람들이 살고있다고! 모두의 살 곳을 빼앗겠단 말이야?!"


"이거 놔! 너, 지금 말 못들었어? 이 나라의 흠을 전부 태운다고 했잖아!"


"사람도... 인가......"



멱살을 잡고 있던 사보의 손이 풀린다. 이때까지 사보의 어깨 위에서 가만히 있던 페일이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푸드득-


우드득.



공중으로 날아오른 페일이 뼈가 뒤틀리는 소리를 내며 본래 모습의 동물형으로 돌아가 있었다.


네 발임에도 불구하고, 큰 방이 머리와 어깨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비좁아졌다.


페일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읇조렸다. 스텔리를 앞 발로 짓누른 채.



"어이, 꼬맹이. 그거 사실이냐?"


"으히이-----익! 그, 그래! 다 죽인다니까?"


"아니, 그거 말고. 내일 밤. 그거, 정확한거냐?!"


"그래! 내일 밤 바로 다 태운다고!"


"그거 거짓말이면,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응? 난 네가 말한 바보라는 사보처럼 물러터진 성격이 아니거든?"



페일이 앞 발로 짓누른 채, 다른 앞 발을 들어올리며 위협한다.



"그러니까, 사실이길 바란다?"



율은 천장에 닿는 머리를 아래로 내려 위협적인 큰 눈을 스텔리와 맞춘다.



스텔리는 아랫도리가 금방 축축해진다.



"쳇, 더럽긴. 발에 묻잖아."



율은 다시 앵무새로 둔갑한다. 사보는 재빨리 외출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어, 어디가는 거야?"



사보는 스텔리의 말을 무시하고 새의 모습인 페일을 조심히 들어올려 모자 안에다 넣는다. 그리고 침대 밑 숨겨든 쇠 파이프를 들고 창문 위에서 뛰어내린다.



"어이! 여기가 몇 층인 줄 알고....!"



사보는 날렵하게 창가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땅으로 착지한다.



"나, 난 몰라~"



사보는 착지하자마자 모자에서 페일을 꺼낸다.



"미안, 페일. 아까처럼 옷자락에 걸려 다칠까봐 모자에 넣었어... 그나저나 페일, 거짓말이겠지? 그런 넓은 곳을 전부 태운다니 간단히 태울 수 있는게 아냐."


"글쎄, 사보. 해적들이랑 손을 잡았다면 영 안되는 얘기는 아닐거다. 그보다, 어디 좀 갔다 올게. 한 곳에서 가만히 기다릴 수 있어? 아침 전까지는 돌아올게."


"난 가능성이 있을지 둘러볼게. 지붕 위에서 기다리면 되지?"


"몸 조심해. 네가 다치면, 곤란해."


"응."



페일은 앵무새의 모습으로 날아갔고, 사보는 아까 그레이 터미널에서 귀족 뒤에 서 있던 전신 방독면을 걸친 듯한 사람들을 쫓아갔다.




* * *




한 편, 에이스, 루피, 윤신이. 셋은 기지 안에서 잠을 청하기 직전이다. 12시가 조금 넘었을까.



"사보... 어떻게 지내려나?"



루피의 반쯤 칭얼거리는 목소리에 에이스가 퉁명스레 말한다.



"시끄러, 자자. 사보에 대해선 일단 잊기로 했잖아."


"알았어. 리엔은 벌써 자는거야?"


"으응, 아직."


"이게 사보 그 녀석의 행복일지도 몰라."


"퍽이나."


"리엔은 그렇게 생각 안 해?"


"응. 난 안 그래. 그치만 너한테 내 생각을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 빨리 자기나 해. 루피는 벌써..."


"사보... 망원경..."



루피의 웅얼거림에 에이스가 벌떡 일어난다.



"루피!...... 아, 잠꼬대였나..."


"그래, 루피는 벌써 잔다고."



에이스는 루피의 이불을 덮어주고 다시 눕는다.



"헤에, 에이스. 벌써 루피의 형이 다 되었는데? 이제 에이스는 내 토닥토닥이 필요없구나~"


"시끄러. 리엔도 빨리 자."



에이스가 잠들자 마자 멀리서 푸드득 거리는 새 소리가 들려온다. 흰 새는 기지 안으로 들어와, 신이에게로 다가온다.



"리엔. 일의 시작은 내일 밤 부터."


"아... 좀 빠르네."


"좀 더 정확해야 돼?"


"아니, 그 정도면 충분해. 고마워. 수고했어. 이제 빨리 사보한테 가 봐. 사보 잘 부탁할게."


"걱정마. 너야말로 몸조심 해."


"응, 너도."



푸드득.



페일은 빠르고 짧게 말을 끝내고 날아오른다.




* * *




새벽, 동이 트기 전 무렵, 사보는 말한대로 지붕 위에 앉아있었다. 덕분에 페일은 금방 사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왔어, 페일? 일단,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겠어. 폭약과 기름이 준비되었다는 등의 정보를 얻었거든. 그러니까 일단 마을로 내려가보자. 마을 사람들을 보면, 정말 화재가 일어날 지, 일어나지 않을 지 알 수 있을거야."


"글쎄... 상급 마을의 귀족 녀석들은 평범한 너랑 똑같다고 볼 수 없을 거다. 아, 벌써 해가 떴군... 저기, 사람들 보이네."



밑을 보니 한 귀족 남자가 귀부인과 아침 인사를 태연히 나누고 있었다.



"뭐야, 평범하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화재 이야기는 거짓말 같지?"


'... 글쎄, 저렇게 태연히 웃다니 정상은 아닌 걸.'



사보는 벌써 지붕에서 내려갔다. 페일은 사보를 따라다닌다.



"뭐야, 진짜 아무것도 이상한게 없잖아. 너무 똑같잖아, 평소랑."


"사보, 난 여기 역겹다. 말했지, 여기 사람들을 너의 기준과 맞추지 말라고."



사보는 근처 음식점 밖, 파라솔 밑에 앉아있는 귀족에게 물었다.



"저기, 아저씨. 오늘 저녁, 그레이 터미널에서 화재가 일어난다는 거 알고 있어?"


"알고 있다만 왜 그러지?"



'알고 있어?!'



사보의 눈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넌 어느 집안의 아이지? 처음 보는군. 옆에 앉은 새도 처음 본다만."



'화재가 일어난다는 소리는 거짓말이 아니었어.'



귀족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사보는 등을 돌려 도망쳤다. 등 뒤로 귀족의 소리치는 것 같았지만 무시했다.



"어떻게 된거지? 다들 알고 있었어? 알면서 평소처럼 행동하는거야? 아무도 그레이 터미널이 타는 걸 신경쓰지 않는다고?!...... 페일, 아버지도 알고 있었겠지? 아니, 아버지도 알고있기에 화재가 일어나기 전에 날 데려온거야. 내가 아무리 바보 같은 애라도 내가 죽었다는 소문이 떠돌면 곤란하니까."



멍멍멍멍!



"아. 미안하구나, 꼬마야. 내 개가 실례를 했군. 그나저나 어디 아프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아니, 아무것도."


"그래? 그럼 다행이다만."


"영감님도 오늘 화재가 일어난다는 거 알고 있어?"


"그래. 알고있지."


"마을 녀석들도 당신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할 수가 있지? 어째서 아무도 막질 않아?"


"아무래도 넌 상냥한 아이인가 보구나. 하지만 잘 들어라. 화재는 모두가 묵인해야 할 문제다. 왕족과 귀족이 결정한 사안이지. 혹시라도 상급 마을 외의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어쩔거지? 우린, 특별하지. 너도 귀족 가문의 자제라면..."


"으아-----악!"


"거, 거기 꼬마야!"


"페일. 이 마을 이상해. 여기 좀 이상하다구. 여긴 다들 미쳤어. 모두들 제정신이 아니야. 곧 사람들이 죽는단걸 알면서도 우월감에 빠져 히히덕 거리고 있다고! 나, 여기 더 이상 한 시라도 있기 싫어. 애들에게 가고 싶어. 화재가 일어난다는 걸 애들에게 알려야해!"


"사보! 진정!"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고를 당한 둘은 언제부터인가 군인에게까지 쫓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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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21 16:28 | 조회 : 1,596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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