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사보와 헤어지다

오늘, 나구리의 배가 완성되었다.


나구리는 배를 타고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셋의 수행하는 걸 봐주겠다고 한다. 호랑이 잡기와 신이의 대련.


먼저 호랑이 잡는 걸 먼저 봐주겠다고 했기에 나구리와 신이는 호랑이의 시선이 닿지 않는 절벽 위에서 셋과 호랑이의 상황을 지켜본다.



'호랑이를 쓰러뜨리는 날이 오늘인가? 아님 오늘도 실패였나? 음... 천룡인 오기 전에 쓰러뜨렸으니까. 게다가 나구리도 있는 날이고. 오늘 맞나?'



신이는 나구리 옆에 엎드려 셋을 느긋히 바라본다.



"나구리. 역시 저 셋 괜찮을까나. 아직도 부족해 보이는 걸."


"글쎄다."


"뭐야, 그 무성의한 대답은."


"저 녀석들이 하기 나름이지."



그 말에 신이는 다시 밑을 봤다. 셋은 처음 호랑이에게 한 방씩 먹였지만 역시나 역부족이었고, 다음 턴부터는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그러는 도중에 루피가 호랑이 앞 발에 맞을 위기에 처한다.


신이의 얼굴색이 파리해진다.



"루피......! 역시 내가 나서야!"



신이는 절벽 위에서 벌떡 일어섰고, 나구리는 그런 신이의 옷자락을 잡아 다시 앉힌다.


다행히도 루피가 앞 발에 짓눌리려는 순간, 사보와 에이스가 앞 발 밑에서 겨우겨우 발을 들어 올린다.


신이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나구리."


"끌끌끌, 좀 만 더 지켜보자고."


"나구리!"



나구리가 신이를 타이를 때, 에이스가 앞 발 밑에서 겨우겨우 버틴 채 입을 연다.



"제길, 역시 우린 아직 멀었었어. 그치만 질 생각 따윈 전혀 없어. 어이, 그러니까, 너희들! 도와줘!"


"...?"

"에?"



이때까지 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구리와 신이가 에이스의 말에 놀란다.



"재미있어지겠구만. 안 그런가?"


"....에이스가 도와달란 말을? 어렸을 때 뭐 해 달라고 한 말 외에는 오랜만이네."



셋은 간단한 방법을 쓴다. 사보는 아슬아슬 할 때까진 호랑이를 유인해냈고, 루피와 에이스는 숲쪽의 한 쪽으로 빠져서 루피를 새총처럼 나무 사이로 늘렸다. 그리고 고무의 탄성으로 에이스를 날려보냈다.



"고무고무一"


"로켓트一!"



결국 호랑이는 에이스의 정확한 한 방을 머리에 맞고 뻗었다. 신이는 안심되는 마음으로 투덜거렸다.



"나 참. 저 호랑이는 예전부터 한 방에 기절을 잘 했다니까. 맷집이 없어요, 맷집이."


"자네, 호랑이랑 싸운 적이 있나?"


"응!"



신이는 순진한 얼굴로 환하게 웃었고 나구리는 어이 없는 너털 웃음을 지어냈다.


시선을 돌리자, 절벽 밑. 호랑이를 쓰러뜨린 셋도 역시 지쳤는지 눈바닥에 드러눕는다.


셋이 나란히 누운 채로, 사보와 루피는 투덜거린다.



"뭐야, 그럼 결국 에이스가 선장이야? 나 열심히 수련도 했는데."

"포기해 루피, 하아-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런 둘을 보며 에이스는 퉁명스레 한 마디 한다.



"쳇, 안심해. 선장 안 할거니까. 혼자서 호랑이를 쓰러뜨린 것도 아니고...... 뭐, 조만간 너희들이 선장이 되어달라고 머리 숙이게 해 줄테니까 말야."


"숙일거야, 루피?"

"아니."


"어이!"



나구리와 신이는 천천히 절벽을 내려온다.



"아무래도 잘 해결 된 것 같구만. 아마도 저 녀석들은 더욱 강해졌겠지. 그 '무언가' 를 깨달은 것 같으니 말이다."


"다행이지? 아무래도."



신이가 절벽을 내려와 셋의 곁으로 다가간다. 나구리도 올 줄 알았건만 나구리는 벌써 바다 위에서 자신의 배에 올라있다.


신이가 당황한 얼굴로 소리친다.



"어... 라? 잠깐만. 내 수련은. 어이, 잠깐만. 나랑 대련하는 건 어쩌고, 나구리!"


"아, 수련은 네가 더 강한 걸로 하지."


"뭐어어어?!"


"패왕색 패기라 했던가? 그걸 못 쓰는 자네가 호랑이를 이겼다면 힘으로 이긴 건데, 이 늙은이는 좀 늙어서 힘이 빠지는구먼!"


"엥? 그렇구나... 가 아니라, 그러면서 바다는 왜 나가! 그리고 난 무장색 패기로 주먹을 단단하게 만들었을 뿐, 휘두르는 팔 힘 자체가 강한게 아니란 말야!"


"그래도 모험 하면서 강해지는 것이 어떤가? 자네, 혼자 수련을 해서, 그 정도까지 강해진 거라면 지금도 충분히 강하다 생각하는데?"


"하지만 진전이 없단 말야!"


"껄껄껄, 난 아무튼 감세. 잘 있게나들."



나구리가 탄 배는 점점 멀어져간다.



"잠만, 어이! 영감? 영감!"



신이를 뒤로한 채, 나구리의 마지막 인사. 셋도 배웅한다.



"바다에서 기다리마!"


"잘 가! 나구리!"

"영감, 조심하라고!"

"다음에 볼 땐 우리 모두 해적으로 만나있을꺼야!"


"할아버지! 영감! 영감탱이! 늙은이! 나구리!...... 야!! 약속이랑 틀리잖아!"


신이는 버럭 소리를 질러보지만 이미 배는 멀어져 간다.



'젠장! 저 영감탱이가!'



신이는 입술만 잘근잘근 깨문다. 셋은 옆에서 그런 신이를 놀려댄다.



"크크크크.. 리엔 나구리한테 버림받았어...! 그치, 루피?"

"맞아! 버림 받았어!"

"풉... 리엔, 필요하면 언제든지 대련 해 줄테니까 말야.."



신이의 고개가 천천히 옆으로 돌아간다.



"후후후후... 대련? 대련 좋지. 셋 다 동시에 덤벼. 오늘 아주 죽을 때까지 한번 붙어보자."




* * *




다음 날,


신이는 루피가 일주일간 수련 받으러 나간 동안 여러가지 정보들을 모았다. 사보의 아빠가 전에 넷이서 싸웠던 해적의 해적단들과 거래를 했던 것... 겨우겨우 모을 수 있었다.



'겨우 생각해냈어. 젠장, 정보를 모으기 전에 기억해냈다면 시간을 단축했을텐데. 10년동안 기억이 너무 무뎌져 버려서 어렴풋이 윤곽 밖에... 그나마 기록해둔 수첩이 있어서 다시 기억을 떠올려 내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해...'



확실한 건 모든 것이 3일 후에 터진다는 것.



'3일 후에는 천룡인이 오는데... 사보가 언제 잡혀가지? 그 바로 후에 그레이 터미널이 타는데.'


"...엔."



사보가 부르는 소리에 생각을 잠시 멈추는 신이.



"... 응?"


"리엔,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이야?"


".... 아, 언제인지 몰라서..."


"뭐가?"


"... 아냐."



넷은 그레이 터미널에서 쓰레기를 뒤지는 중이다. 사보와 신이, 에이스와 루피로 둘씩 나눠 쓰레기를 뒤진다. 신이는 왠지불안해서 사보 곁을 계속 지지는 중이다.



"아, 리엔! 망원경이야! 루피 녀석 무척 좋아 하겠는걸, 그치?"


"그러게."



신이와 사보가 얘기를 하는 도중, 해적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어이, 도련님. 평판 나쁜 3인조... 아니, 실제론 네 명이라고 했었나?... 아무튼 그 중 한 명이 귀족이였을 줄이야."


"네 녀석, 어떻게 알고 있지?"


"아. 오늘이었을 줄이야. 돈 쳐먹는 새ㄲ..."



신이는 말하다 말고 입을 막았다. 그러곤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 나쁜말..."



신이가 반쯤 넋놓고 중얼거릴 때 쯤 해적 역시 움직인다.



"어이, 상처하나 내지 말고 잡도록. 귀한 돈줄이시니."


""넵!""


"해 보자는 거냐! 리엔! 넋 놓고 있지마! 저 녀석들 별거 아니잖아!"



서로 공격을 하려 할 때쯤 멀리서 나무통이 굴러온다. 나무통은 정확히 해적 하나를 가격하고 부숴졌고, 그 속에는 루피와 에이스가 있었다.



"어이. 사보, 리엔! 괜찮아?"

"어지러워..."



루피는 어지러움이 채 가시지 않은 채 비틀비틀 거리며 싸울준비를 한다.



"에이스, 루피! 아, 난 아직 괜찮은데, 리엔은 충격 먹었나봐."


"리엔이? 말도 안 돼. 왜? 우리 네 명이 힘을 합치면 이런 녀석들 무섭지도 않잖아."


"그래! 우린 호랑이도 물리쳤다고!"



에이스는 반쯤 넋이 나가있는 신이의 뺨을 두 손으로 찰싹찰싹 때린다.



"어이. 리엔 정신 차리라고. 우린 이런 녀석들 금방 해치울 수 있잖아."


".... 격.."


"응?"


"내 말투... 고작 저런 녀석들 때문에... 내 성격이.."


"응? 아무튼 그럼, 우리 먼저 간닷!... 승부를 내려면 선장의 목을 친다."



신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셋이 덤벼들었지만, 총 때문에 모두 붙잡힌다. 사실 루피는 아무 효과도 없을테지만 움찔한 덕에 모두 붙잡히게 됐다.



"으하하하하핫! 어떠냐! 그러니까 저 꼬맹이처럼 일찌감치 포기하고 덤비지 말 것을. 그럼 다치지도 않았을 텐데."



사보는 상처내지 않게 하기 위해 양 겨드랑이를 붙잡아 들어올리고 루피와 에이스는 땅에 엎드린 채 처박혀있다. 싸우지 않은 신이는 약할 거란 생각에 한 쪽 손목만 붙잡혀 있다.


해적 두목이 신이에게 다가간다.



"응?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자세히 보니 여자애 같은 걸?"


"맞아! 리엔은 여자야!"



루피가 아무 생각 없이 또 내뱉는다.



"루피!"

"루피 녀석 또 쓸데 없는 소릴!"



그 소리에 해적 두목의 눈이 반짝인다. 그리고 한 쪽 팔이 붙잡힌 채 숙이고 있는 신이의 턱을 붙잡아 올린다.



"호오~ 얼굴은 반반하군. 이 근방에서 여자애 얼굴은 보기 힘든데. 몸은... 뭐, 이것도 나쁘지 않군."


"...레기."


"응?"


"쓰레기가, 어딜만져?!"



몇 초, 눈 깜짝할 사이에 손을 잡고있는 옆 해적의 팔을 반대로 꺽어버리며 팔을 잡은 동시에 공중에서 발로 두목의 얼굴을 가격한다.



"으헉!"



해적 두목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순간에도 신이는 근처에 있는 해적 서너명을 빠르게 공격하고 기절시켰다.


그렇게 눈 깜짝할 새에 해적 대여섯 명이 쓰러졌다.



"그마안!"



해적 두목이 소리치는 동시에 에이스와 루피를 붙잡은 해적들이 칼을 목에 들이댄다.



"더 이상 반항하면 이 녀석들의 목숨은 없을 줄 알아라!"



그 소리에 잠시 멈칫한 신이에게 서너명의 해적이 동시에 신이를 붙잡아 넘어뜨린다.



"""리엔!"""



신이는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아, 맙소사... 오늘이었네...'



옆에는 언제 왔는지 벌써 사보의 아버지가 와 있다.



"아슬아슬하게 맞춰 왔군. 그래, 이 녀석들인가? 사보를 악의 길로 빠뜨린 녀석들이."


"사보를 돌려줘!"


"돌려달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사보는 내 자식이다. 부모의 말대로 따르는 것이 당연한데. 그것이 자식의 의무인 것이다! 잘도 네 녀석들이 사보를 꼬드겨 가출시켰군!"



그 말에 신이가 해적에게 붙잡혀 깔려있는 채로 소리친다.


"자식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럼 당신은 한 번이라도 부모로서 제대로 사랑을 줘본 적 있어? 매일 후계자로서 강요만 했을 뿐, 넌 사보도 자식도 원하지 않아. 넌 그냥 네 재산과 명예를 지켜줄 꼭두각시가 필요했을 뿐이지. 게다가 사보는 더 이상 필요 없잖아. 이미 다른 귀족의 아이를 입양했으니, 사보를 데려갈 이유가 없잖아."


"닥쳐라! 네 까짓게 뭘 안다고 지껄여. 그리고 데려갈 이유 따위는 필요없다. 부모가 자식을 데려가겠다는 데 무에 이유가 필요 하겠느냐! 곧 죽을 녀석이! 여기 있다가 사보마저 죽게 만들 생...! 아니, 내가 무슨 말을. 아무튼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퍽! 콰직!



"큭, 아아악!"


"""리엔!"""



해적이 위에서 깔려있는 신이를 패자, 결국 신이의 입에서 비명이 나왔다.



"여보게, 해적. 애를 때릴 때, 조심하게. 쓰레기 같은 아이의 피가 튀겼지 않은가"


"아, 죄송합니다요!"



해적은 귀족과 살짝 떨어져서 신이를 때린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때리고.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죽어도 상관 없다는 투로.



"아아아...윽.. 우욱...큭, 커헉..... 콜록 콜록...퇫..."



결국 신이가 헉헉 거리며 피를 뱉어내자 참다 못한 사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친다.



"그만해! 난 꼬드겨서 가출한게 아냐. 저 녀석들을 만나기 전부터 밖을 나왔었다고. 내 의지로 한거야!"


"넌 입 다물고 있어. 여보게! 뒷 일을 부탁하네, 해적들."



그 말에 해적들이 씨익 웃는 얼굴로 굽신거리며 대답한다.



"물론이죠. 돈은 이미 받았으니. 이 셋은 두번 다시 도련님께 접근 못 하도록 확실히 처리해 둘테니까 말이죠."


"알았으면 됐네."



신이는 다시 바닥에 깔린 채 올려다본다. 눈이 부어오르는지 자꾸만 감긴다. 중간에 축 늘어진 채 들어 올려져서 배, 옆구리, 허리, 등, 팔다리, 얼굴. 어디 하나 안 맞은 대가 없고 성한데 하나 없다. 왜 이러고 깔려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아아... 그냥 뒷 일이고 뭐고 그냥 다 없애버릴까. 아까 난동을 친 덕에 해적들 수도 현저히 줄어져있고, 저 귀족 뒤에 경호원들 총만 빼고 이 인원수 정도라면...... 젠장, 애들을 붙잡고 있는 해적들만 아니면!'



신이는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저을 때마다 어지러운게 뺨을 어지간히도 맞았나보다.




'페일이라면... 아냐, 율에게는 따로 시켜둔 일이 있으니까. 게다가 지금쯤이면 이 상황에 놓인 걸 금방 알아챌거야. 간다고 했는데 안 왔으니까 찾겠지.'



신이가 머리 속에서 고민하는 도중 사보가 먼저 아버지에게 말한다.



"잠깐 기다려. 아버지 됐어, 알았다고."


"뭘 알았다는 거지?"


"그만둬, 사보. 더 이상 말 하지마!"



퍽!



뒤에 있는 해적이 에이스의 입을 막는다.



"뭐든 말하는 대로 할게. 말하는 대로 살테니까. 이 셋들을 놓아줘. 부탁해. 아니, 부탁합니다. 소중한....... 형제들이에요."


"...사보!"

"......"

"사보. 잠깐만. 네가 갈 필요 없어. 네가 희생 할 정도로 우린... 아니, 난! 약하지 않아. 그러니까 동정해서 그럴 필요 없어. 네가 정말 원하는거야? 네가 정말 원하는게, 우리랑 같이 있는 거라면......"



내가 그렇게 해 줄게.



"너도 알잖아. 난 강해. 지금 에이스랑 루피가 잡혀있지만 않는다면... 내가 다- ... 아니, 잡혀있어도 내가 전부 구할 수 있으니까. 이 둘도, 너도."



내가 그렇게 해 줄 수 있어.



"넌 바다에 나가 모험하면서 항해사가 되고... 세계 지도 그린다 했잖아... 내가 이뤄줄게. 네가 원하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 할 수 있게끔..."



내가 그렇게 되게 해 줄게.



"그러니까... 다시 한 번만 생각해봐... 이대로 가면, 넌.... 우리는 다시..."



신이가 울먹인다.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해적에게 깔린 채 고개를 든다. 애초에 부어오르고 있는 눈과 볼 덕에 흐를 것 같지도 않다.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없을 지 몰라. 에이스를 구하는 걸 성공 하지 못하면, 우리들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단 말야... 제발 가고 싶지 않다고 한 마디만 해줘. 그럼 내가 어떻게든...'



신이가 말을 삼킨다.



"저 녀석이 무슨 말을! 사보, 그럼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자. 바보 같은 해적 놀이는 이걸로 끝이다."


"사보! 도망가! 리엔 말대로 우린 강하니까 괜찮아. 평생 자유롭게 살거라면서! 넌 이렇게 끝낼 셈이야!"


"사보, 가지마!"



사보가 등 돌린 채 외친다. 바닥에 떨어지는 물.



'사보, 울고 있구나...'



사보가 울먹이며 겨우겨우 말한다.



"이... 바보들아, 그렇게 터진 얼굴로... 그런 말들은...... 전혀 설득력 없단 말이다."



그렇게 사보는 귀족을 따라간다.



'그렇게 가는 거야, 그렇게? 한 번만 돌아봐. 등밖에 보이질 않잖아. 마지막은 얼굴을 보이고 가란 말야. 기껏 보기 위해서 눈물을 참았는데...'



루피에게 주기 위해 사보가 주운 망원경은... 부숴졌다. 산산히.




* * *




해적들은 셋을 해적선으로 끌고 왔다. 루피는 여전히 시끄럽다.



"이 녀석들! 밧줄 풀어! 다시 한번 승부하자! 이번엔 안 진다고! 그치, 리엔, 에이스!"


"......"


"왜 이런 곳까지 끌고 온 거냐."



선장. 해적 두목들의 우두머리. 선장은 큰 의자에 앉아서 밧줄에 묶여 꿇여 앉혀진 셋을 내려다 보고 있다.



"... 귀족이란 건 참 좋은 신분이야. 그렇게 생각 안 하나? 꼬맹이들아? 타인을 쓰레기처럼 내려다보고 잘난 척 하면서 평생을 편하게 살 수 있지. 귀족이 더 득이라고 생각 안 하나?"


"해적이 더 굉장하다고 사보가 말했어!"



루피가 소리치자 이때까지 계속 조용히 앉아있던 신이가 특유의 조용한 목소리로 감정을 낮춰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스산히 말한다.


얼굴의 반 이상과 입이 터지고 부어서 말하기 힘들었지만, 목소리는 확실히 낼 수 있었다.



"자유로운 해적이 할 소린 아니지. 귀족이 부럽다고? 귀족이 얼마나 자유를 억압받는 줄 아나?
평생 한 곳에서 자유라는 이름도 모른 채, 탐욕스러운 돼지처럼 쌓아놓은 부와 명예를 끌어 않은 채 뺏기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한 모습을 보면 말이지, 한심해.
덤으로 사상도 썩어 빠져있기 때문에 냄내도 나지. 난 그런 몸만 편하고 정신이 피폐해지는 그런 생활 전혀 안 부러워. 구역질나."


"큭큭큭... 여자라고 했나? 어이, 꼬마 아가씨의 입담이 장난 아닌데, 정말 꼬맹이 맞아? 귀족을 잘 아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귀족은 아니고, 귀족한테 심한 일이라도 당했나? ... 이봐, 있잖아. 난 너희들을 동정하고 있다고? 어이, 밧줄들 풀어."



선장은 셋의 밧줄을 풀게 했다. 신이는 풀리는 순간부터 온 몸을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수 있도록 긴장시켰다. 근육들을 움직이면서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때가 봐서 움직이기 위해 적들의 위치도 철저히 외웠다.



"귀족 꼬마가 왜 일부러 상급 마을에서 왜 그레이 터미널로 왔다고 생각하나? 형제라 말한 것도 전부 너희를 갖고 놀기 위해서 그런 걸지도 몰라. 한마디로 연기, 짜고 친 연극이란 거지. 지금은 연극의 막이 내렸을 뿐이다... 전부 다 유희란 거다! 귀족은 어른이든 아이든 똑같아. 무시하는 꼬라지가 닮았지. 내려다보는 꼴 역시 말이다. 너흰 그 녀석에게 놀아난 것 뿐이야."


"... 사보는 그런 녀석이 아니야!"

"맞아! 사보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그치, 리엔?"



신이가 특유의 무겁고 조용히 말하는 한 마디와 어두운 눈은 모두의 입을 다물게 했다.



"... 닥쳐. 네놈들이 헤어지게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사보에 대해 험담이나 해대며 꼼수부리지마. 진짜 의도나 말 해. 내가 약해 빠져서 이렇게 쭈구리고 앉아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마음만 먹으면 넌 물론이고 전부 쓰러뜨릴 수 있어. 이런 이름 없는 해적단 따위... 브루잼 해적단? 딸기잼인지 블루베리잼인지 알게 뭐야. 들어 본 적도 없어."


"아 녀석의 대한 말은 미안하군. 하지만 더 이상 접근하지 않는 거지? 그렇담 우린 너흴 죽여야 돼. 형제라고 생각한다면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게 좋은 거다. 너희를 위해서도 그 녀석을 위해서도."


"사보는 상급 마을을 싫어했어!"


"그 녀석은 그만 잊어라. 그게 상냥한거다. 사는 곳도 생활도 격이 달라. 장차 귀족이 될 녀석에게 어중간한 생활과 너희들의 이름은 해가 된다. 그러니까 그 녀석을 위해서라면 잊어라. 아, 그리고 너희, 저번에 우리 해적 자금을 탈취하고 동료를 팼는데, 그건 그만 잊지. 난 강한 녀석을 더 선호하니까. 내가 손이 부족한데.... 우리 일을 도와주지 않겠나? 쉬운 일이고, 위험하지 않아. 거기 지도가 보이지? 그레이 터미널 지도다. 지도에 포시 된 곳에 상자를 옮기는 것 뿐이야. 어때 하겠나?"



이때까지 숙인채로 노려보고 있던 신이가 고개를 번쩍 든다.



'그레이 터미널? 지도에 표시된 곳에 상자 옮기기...!'



신이가 허탈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목적은 우릴 시키는 거였나... 할 거 같아? 이건一"


"좋아, 얼마를 줄 거지?"



'에이스... 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고?! 이건-'



선장은 고개를 젖히며 시원하게 웃는다.



"하하하하하하- 동료 분열인가? 저 꼬마 아가씨는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굳이 하기 싫다는 걸 시켜서 말썽 부리게 할 생각은 없다고?"


"그래, 에이스 굳이 안해도 되는 일을-"



신이는 에이스의 눈을 바라본다.



'망했다.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어. 고작 돈 몇 푼에...'




* * *




상자의 냄새... 나무 상자의 나무 냄새와 화약 특유의 비릿한 철냄새가 코를 찔러온다. 아마 폭탄이나 화약 둘 중에 하나겠지. 그래도 관심 없는 둘은 냄새도 못 맡을 거다.


처음에는 갈 생각은 없었다만 둘만 보내기에도 위험하고 미리 화약을 놓는 장소를 외워둬도 도움이 될 듯 하다.


3일 후 천룡인이 온답시고 전부 태우려는 거다. 본인들이 버려놓고 외면하다가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 폭약 상자는 우리가 옮기고 있다. 비록 보는 눈들 때문에 화약을 빼돌릴 수는 없어도 적어도 장소를 기억해 두면 계획에 도움이 된다.


에이스에게 사보를 구하러 갈 생각이 없냐 물었지만-



"난 사보의 행복을 잘 모르겠어. 그 녀석은 강하니까, 여차하면 도망칠 수 있을 거야."



에이스는 그새 그 녀석의 말에 넘어갔다. 남의 목숨을 구한다는 건...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는 내 목숨을 걸 자신이 있다는 건데, 난 히어로 따위가 아니다. 귀찮다. 그치만 알고도 모른 채 할수는 없겠지.


그리고 그 일주일간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고, 페일을 설득시켰다.


계획을 좀더 세세하게 짤 필요가 있다고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정확히 할 일을 찾아 움직이는 것 만큼은 인정하는 듯 했다.


아까 페일이 찾아 왔을 때 사보가 잡혀갔으니 시작하라고 말 해뒀다. 지금쯤이면 벌써 새로 변신해 사보와 만났을 거다.


곁에서 사보가 크게 다치지 않게끔만 보호하는 것, 혁명군의 드래곤과 만나게 하는 것, 그리고 그레이 터미널이 불타는 정확한 시간의 정보를 바로 알려달라 부탁했다.



그래야... 내 계획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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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20 10:03 | 조회 : 1,598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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