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선장의 자격

오늘도 사보와 에이스는 호랑이 사냥을 나간다. 달라진게 있다면 오늘은 루피가 없다. 기지에서 싸우고 나서 나간지 일주일 쯤이나 되었다.


또 한 가지, 달라졌다면 신이 역시 루피가 일주일간 수련 받으러 나간 동안 기지를 비웠다는 거다.


덕분에 사보와 에이스는 서로 단순히 불에 익혀 먹는 것 밖에 못 했고, 그마저도 신이가 구웠던 것보다 사보 것은 질겼고, 에이스 것은 숯검댕이가 됐다.


사보는 저녁을 먹을 때마다 에이스랑 루피가 싸워서 나갔기 때문에 리엔도 나갔고, 제대로 된 요리를 먹고 싶다 투덜 거렸다.


아무튼 호랑이 사냥을 나가는 오늘, 에이스는 호랑이에게 정면으로 대들다 앞 발에 날라갔고, 사보 역시 어설픈 함정을 만들다가 앞 발에 날라갔다.


덕분에 엉망이 되고 성과 없이 기지로 돌아오는 중이다. 사보는 에이스 뒤를 따르면서 눈치를 본다. 주의를 끌기 위해서 억지로 밝게 웃는 모습이 역력했다.



"험한 꼴을 당했어. 내일은 먹이 속에 웃음 버섯이나 넣어볼까. 아, 잠깐 덩치가 크긴 해도 고양이과니까 개다래 나무가 말을 듣지 않을까? 먹힐지도 몰라, 그치?
루피 녀석은 지금 쯤 뭐하고 있을라나... 벌써 일주일이지? 아지트를 나간게 말야. 슬슬 확인해 봐야겠어, 그치?
아, 그 녀석이니 수행이 힘들어 '돌아가고 싶어!' 라면서 울고있을지도 몰라, 아! 벌써 죽었을지도 몰라! 안 그래?"



사보는 뒤에서 에이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열심히 떠들고 있지만 정작 에이스는 들은 채 만 채 한다.



"너 말야, 루피가 걱정되지도 않냐?! 동생이잖아."


"시끄러 그 녀석이 죽든 말든 상관 안 해."


"너 말야, 계속 그렇게 고집 부려봤자-"



우지끈- 쿵.



거대한 나무가 둘 위로 쓰러지자 간신히 옆으로 피한다. 의아한 얼굴로 나무를 살폈건만 불쑥 나타난 건 루피였다.



"미안 미안, 괜찮아? 미안해... 오? 에이스! 사보! 오랜만이야!"


""... 어떻게든.""




* * *




그레이 터미널 중 바닷가와 가까운 해안가. 모래가 있는 해변가와 달리 돌과 거친 흙이 있다.



"어? 리엔? 언제왔어? 설마 나 수련하는 거 보러왔어?"


"응! 일주일 만이네, 루피. 설마 꾀부리지 않았지? 어때, 강해진 것 같아, 루피?"


"응! 지금 보여줄게."



루피는 나무 판자에 어설픈 호랑이 그림을 그리고는 줄에 걸어 놓는다.



"이히히힛! 잘 봐! 고무고무- 피스톨!"



물론 의기양양한 몸짓과 얼굴로 과녁을 넘어 그 뒤에 앉아있는 나구리를 때렸지만 말이다.



"우왓... 아프겠는데, 루피?"


"얼레?"


"하하하하- 굉장한데? 뭐 어때 리엔. 일주일 전엔 곧장 가지도 않았는데. 안 그래? 그나저나 리엔 일주일 간 어디갔었어? 에이스가 한 밥 별로였단 말야. 정말 그대로 불에 굽기만 했다고?"


"헤헤, 그건 미안하네... 그치만 비밀! 나중에 알려줄게."



그 와중에 얼떨결에 맞은 나구리는 뒷머리를 긁적일 뿐이다. 에이스는 그 옆에서 팔짱을 끼고 서있다.



"나 원, 이거 참.."


"무슨 훈련을 시킨거야?"


"아니 아니, 매일 도끼로 나무를 베라 시킨 것 뿐이다. 그래서 하체가 튼튼해지고, 근력이 좀 생긴 걸지도."



나구리는 끙 거리며 주저 앉는다.



"영감도 원망하고 있지?"


"원망이라니?"


"그 녀석한테 져서."


"아아, 로저 말인가? 분명 분하긴 하지만, 그건 내 힘이 부족했을 뿐. 오히려 고마울 정도지."


"...! 지고도 고맙다고?"


"그래. 그릇이 큰 남자였지. 원망은......"


"거짓말 마! 실제로 그 녀석을 원망하는 사람은 굉장히 많아!"



나구리는 에이스를 흘낏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 녀석들은 로저와 싸운 적이 있을까? 지면 목숨 까지 잃는 것이 해적의 세계 그 다음은 없다. 하지만 난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지. 설상 그 녀석들이 정말 싸웠다고 해도 원망을 말하는 입 역시 로저에게 살아남은 다 같은 입."


"....그럼 만약 로저에게 아이가 있다면?"


"그야 괴롭겠지. 정상적인 삶을 살든 항상 그 남자의 이름이 따라다녀. 그게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 내가 그의 자식이라면 해적이 되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아버지의 이름 아래 짓눌려 살아갈게 뻔하니까."



나구리의 말을 듣는 에이스의 얼굴이 욹으락 붉으락 해진다.


"짓눌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제멋대로 말이나 하고! 승부다 영감!"



에이스가 얼굴을 굳혀가면서 승부를 외칠 때, 견문색을 트인 이후 귀가 밝아진 신이는 대화를 듣고 외친다.



"어이- 에이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일방적으로 네가 멋대로 질문한 거잖아. 타인한테 원하는 대답을 강요하는 건 아니지. 그리고 네가 말대꾸 할 게 없다면 타인이 말한 답 역시 맞는 답이잖아?"



본인이 생각해도 부끄러웠는지 버럭하는 에이스.



"시끄러! 애초에 거기서 대화가 들려? 어림짐작으로 때려 맞추지마!"


"어림짐작 아니거든! 귀 밝은 거거든!"


"말도 안돼. 그 거리에서 들릴 리 없잖아! 사보랑 루피도 못들은 것 같은데. 그렇게 크게 얘기하지도 않았어."


"이거 견문... 아니다... 어! 어림짐작으로 때려 맞췄다! 왜! 맞추면 됐지!"


"... 어이, 아무튼 영감 승부야!"


"야!"



신이가 소릴 질러보지만 듣기는 커녕 오히려 무턱대고 나구리에게 덤벼든다.



땅!



쇠와 쇠가 맞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말했을 터. 지면 목숨까지 잃는 것이 해적의 세계다."


"난 지지 않아."



에이스는 마구잡이로 쇠 파이프를 휘둘러댄다. 하지만 길게 가지 않고 나구리의 공격에 쇠 파이프를 놓친다.



턱.



"내 승리다."


"제길! 삶든 굽든 맘대로 해!"


"그럼 나와 같이 가 주실까?"



나구리는 동굴을 통해서 바닷가 앞까지 나온다. 루피와 사보, 신이까지 같이 나온다. 아무래도 루피는 알고 있는 모양인지 빨리 오라고 재촉한다.



"어-이! 빨리! 이쪽이야! 보고 놀라지마!"


"이건... 배?"


"짱이지? 진짜 해적선이야!"


"해적선? 그럼 나구리가 항상 만들던건..."



나구리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혼자 하자니 좀처럼 진전이 없어서 말이다. 너희가 도와주련?"


"도우라고?"


" 좀 전에 굽든 삶든 맘대로 하라던 녀석이 누구지?"



그러자 흙색 얼굴빛이 되는 건 에이스가 아니라 사보였다.



"자, 잠깐만 너희라면 나랑 리엔도?"


" 뭐 덤으로."


"리엔과 내가 덤이야? 그건 무슨 이론이야?! 게다가 우린 호랑이를 잡느라 바쁘다고?"


"난 괜찮은데?"


"리엔? 이럴 땐 내 편을 들어야지!"



순진하게 웃으면서 괜찮다는 신이.



"왜? 난 호랑일 잡을 필요가 없는데."


"아, 그렇지."



단순하게 납득하는 사보.



"그러지들 말고. 호랑이 잡는 수련도 시켜 주지. 어떠냐."


"뭐.. 수련 시켜준다면야..."



머뭇거리며 넘어가는 사보를 대신해 에이스가 아직도 가시가 돋친 말투로 날카롭게 묻는다.



"한 가지만 대답해 줘. 배를 만들어서 어쩔 생각이지?"


"물론 바다에 나간다. 헤어진 동료들을 찾으러."


"바다에?"


"뭐냐, 영감이 바다로 나가면 안 되나?"


"아니, 그렇진 않지만."


"꿈을 쫓는데 나이는 상관 없어. 난 누가 뭐래도 바다에 나간다! 그렇게 결심했다! 불만 있냐?"


"이히히힛, 없어!"


"굉장한 영감이야. 응? 에이스?"


"... 약속은 약속이야. 배 만드는 건 돕겠어. 그리고 내일은 내가 이기겠어."


"뭐야, 그건."



에이스가 먼저 가고 나서 사보랑 루피가 따라간다. 신이는 잠시 남아서 나구리를 지켜본다.



"뭐야, 뭔가 더 할 말이 남았나?"


"뭐 별건 아니고.. 저 녀석들 잘 봐달라는 거랑... 나랑도 대련해달라는 거?"



신이가 베시시 웃으면서 자신을 가르킨다.



"... 넌 확실히 저 녀석들 보다 강한데도?"


"말했잖아. 난 누군가를 이끌 리더십 같은 건 없다고. 강하면 뭐해, 어차피 저 셋들 밑으로 들어가게 생겼는걸."


"그런가? 하지만, 아직 저 녀석들은 선장의 자질이 안 돼.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좀 다듬어야 되겠는걸. 오히려 지금 내 눈에는 제멋대로인 세명이 너의 접점으로 모여있는 듯 한데? 저 셋, 각각 제멋대로라도 네 말은 잘 듣지 않나?"


"그건 어릴 적인 지금 뿐이야. 내겐 저 녀석들을 이끌 그릇이 못 돼. 한 놈은 해적왕의 아들에, 한 놈은 해적왕이 되겠다 하지 않나... 그리고 한 놈은... 여기까지. 아무튼 잔말 말고 대련해 줘."


"끌끌끌. 그러지, 뭐. 배를 만드는 걸 도와준다면야..."




* * *




다음 날.


오늘도 바위 투성이인 해안가에서 에이스와 사보가 대련을 한다. 둘이 대련하는 와중에도 루피가 끼어든다.



"고무고무- 피스톨!"



주먹은 곧장 뻗어 와 둘을 지나쳐 나구리를 때린다.



"이 녀석! 루피!"


"앗? 미안!"



다짜고짜 얼굴을 맞은 나구리가 못 봐주겠다는 얼굴로 셋을 바라보며 퉁명스레 말한다.



"이거 원... 너희는 그렇게 힘만을 추구하는데, 정말 그걸로 좋은거냐?"



에이스가 움찔하며 말한다. 루피도 에이스를 거든다.



"무슨 소리야 그거. 셋 중에 가장 강한 사람이 선장이 되기로 했어. 불만 있어?"


"맞아! 호랑이를 이긴 사람이!"



나구리는 턱을 매만지며 말한다.



"호랑이라...... 힘도 선장한테 중요한 거지만 그보다 중요한게 있다."


""중요한거?""


"그래. 굳이 힘만으로 따지자면 넷 중에 리엔이 가장 강하지 않나?"


"뭐야, 영감. 리엔은 선장을 마다했어. 억지로 시킬 순 없잖아."


"뭐, 그렇지. 하지만 리엔에게는 '무언가'가 없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


"'무언가' 라니? 그게 뭐지?"


"그건 말이다...... 까먹었다"



나구리는 머쓱하게 뒷 머리를 긁적였고, 사보는 툴툴거린다.



"뭐야, 그게. 기껏 기대했더니만..."




* * *



늦은 저녁, 신이는 나구리 배 앞에 서있다. 최근 수련을 받으면서 나구리의 미완성 배에서 잠자리를 하고 있다.



'루피 녀석은 일주일간 머물렀을 테지만 사보는 낮선 곳에서도 참 잘자네. 아니, 세명 다 똑같은가?'



신이는 달을 천천히 올려다본다.



'계획 한 게 잘 되야 할 텐데 말이지... 딱 딱 들어 맞어줘야돼. 원래 계획이란 건 예측할 수 없으니 변수라던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제 2, 3의 계획도 세워야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으니 실패없이 한 번에 성공해야돼..... 응?'



신이가 옆을 돌아본다.



"... 에이스?"


"리엔."


"뭐 해. 안 자고."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리엔이야 말로 안 자고 뭐 하는 건데."


"그냥. 잠 안 와서."


"아까 계획 나한테도 비밀이야? 사보랑 얘기 할 때."


"에이스도 잠 안오나 보네? 어렸을 때처럼 어부바 해줄까?"


"이상한데서 애 취급 하지마. 말 돌리지도 마."


"... 나중에 알려줄게. 나중에."


"리엔은 말이지... 리엔은 날 키워서 나에 대해 전부 알고있겠지만 난 리엔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 심지어 여자인 것도 저번에 알았고. 애초에 사진... 아니, 그래도 안 물었던 건..."


"왜, 떠날 것 같았어?"


"아니... 애초에 날 지금까지 키웠으면서 무슨, 이제와서. 그냥 나한테 거짓말 할 것 같아서. 그래서, 계속 얘기 해 줄때까지 기다렸어."


"....."


"리엔은... 부모님 있어?"


"그거 저번에 말하지 않았어? 있다니까. 근데... 내가 도망쳐 나왔다고. 후회는 안 해. 지금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니까. 그땐 너무 숨막혔거든."


"한마디로 사보의 부모랑 똑같은 거지? 그럼 한 가지만 물어볼께...... 정말 안보고 싶어?"


"글쎄, 잘 모르겠네. 이젠 분노조차 무뎌졌는 걸. 에이스. 10년이라는 시간은 꽤 긴 시간이야. 네가 지금까지 살아온 해이기도 하지. 뭐, 미련이 좀 남는 것 같지만..."


"그럼, 내가 리엔의 고향에 데려다 줄게. 그러니까 내 배에..."


"고마워. 근데, 내 고향... 갈 수가 없어."


"어째서? 내 배에 타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 멀더라도 바다를 한 바퀴 돌면 분명...!"


"내 고향 이제는 없어. 그냥... 잊을려고. 이제 고향 얘기는 끝--!"



신이는 웃으면서 에이스를 바라본다.



"그나저나 왜 잠이 안 오는지는 얘기 안 했잖아. 설마 내 고향이니 부모님이니 그거 때문은 아니지? 어부바 해줄까?"



에이스는 마지막 말을 무시하고 묻는다.



"... 리엔, 리엔은 '무언가' 가 뭔지 알고있지?"


"글쎄... 나구리가 준 숙제같은데, 그건 스스로 알아내야지."



신이는 고민하는 얼굴의 에이스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하지만 힌트 정돈 괜찮겠지. 그럼 반대로, 에이스가 생각하는 선장은 뭔데?"


"... 배에서 가장 강한 사람?"


"하하하하하! 그것도 틀린 말은 아냐. 확실히 선원보다 약한 선장은 창피하겠네."



신이는 웃음지으며 말하다. 뚝 그치고 특유 무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한다.



"하지만 에이스. 무조건 따라라야 한다! 하는 선장은 선장 실격이야. 선원의 마음을 얻어야지."


"....?"


"힘만으로 서열이 이루어진 해적단은 금방 무너져버려. 너도 알잖아. 사보와 루피가 로저를 언급했을 때, 힘으로만 해결하려 했잖아. 어땠어? 결과는."


"....."


"참담했지? 한바탕 치고박고 싸웠잖아. 뭐, 그렇게 해서 화해를 하면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완전히 찢어져 버리는 경우도 수도 없이 많아."


"....."


"에이스. 선장이란건 선원이 인정해 주어야만 선장이야. 난 선장이다, 하고 백날 천날 떠들어 대봤자 뭐 해. 떠받들어줄 선원이 있어야 선장 노릇을 하지. 나 혼자 잘나면 뭐해."


"... 선원이 인정해줘야 한다... 마음을 얻으라는 거지?"



신이는 그저 말없이 늘 짓던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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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19 11:44 | 조회 : 1,647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오타지적 환영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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