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바뀌어선 안 될 이야기

몇 개월이 훌쩍 지나 어느 새 겨울이다. 넷이서 사냥을 나갔지만 신이는 요즘들어 셋을 그저 지켜만보는 게 늘었다.


오늘은 사보와 에이스 둘이서 겨우 사냥감을 몰아내고 루피가 위에서 뛰어내리면서 사냥감을 잡게 됐다. 루피의 첫 사냥감이었다.


하지만 호랑이의 영역을 본의 아니게 침범하게 되었고 사냥감을 그대로 뺏기게 되었다.


첫 사냥감을 그대로 뺏기게 된 루피가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지만 상대가 너무 나빴기에 신이와 사보, 에이스는 발버둥쳐대는 루피를 그대로 들고 도망쳐 나왔다.


솔직히 신이라면 호랑이를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고작 고기 하나로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큰 싸움을 내기도 싫었고 호랑이를 잡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호랑이를 잡는 것은 그 셋이 되어야 했기에 때문에.


결국 넷은 나무 위에 만들어 놓은 기지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지 못하고 배를 곪은 채. 그나마 아까 잡았던 사냥감 하나는 루피가 흔들다리 위에서 날뛰는 바람에 루피를 구하다 그만 절벽 밑으로 떨궈버렸다.


넷은 기지에 몸을 눕힌다. 머리를 한 가운데 맞대고 빙 둘러 눕는다.



"배고파."



루피가 칭얼거린다.



""너 때문이잖아!!!""



에이스와 사보가 동시에 외친다. 그 둘의 말에 신이가 루피의 편을 들어준다.



"하지만 첫 사냥감을 놓쳤으니,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상대가 너무 나빠. 무모하다고."


"네가 말할 바는 못 될 거라 봐. 에이스"



사보가 입을 주욱 내밀면서 말한다. 그 와중에 루피는 덮던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더기 킥킥 거리다 다시 내린다.



"왜 웃어?"

"웃는다고 배가 채워지진 않는다고 봐."

"웃음 밖에 안 나올 정도로 배가 고픈가봐."



에이스, 사보, 신이가 동시에 말한다. 루피는 여전히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 말한다.



"형제가 있으면 좋구나~......역시 내 배에 타라."


"갑자기 뭐야.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건데."

"그 이야기는 장래에 하기로 했잖아."

"좋아!"



이번에도 역시 사보, 에이스, 신이가 동시에 말한다.



""뭐?! 리엔은 항상 뜬금없이... 진심이야?""


"응, 전에도 말했잖아. 아, 정확한 건 아니지만 페일도 같이 탈 건데."


""페일도?! 말도 안돼. 그걸 리엔이 어떻게 알아?""


"아마 같이 탈 걸? 할 일이 있으니까."


"그걸 왜 루피의 밑에서해? 내 배에서 해!"

"옳소, 옳소! 굳이 루피 배에서 해야하는 건 아니지!"


"안 바꿀거야~"



사보와 에이스가 동시에 말했지만 신이는 상큼하게 거절한다.



'너 구하는 일이니까.'



신이는 웃으면서 생각하다 말한다.



"비밀이다~ 몰라 몰라."


"뭐야, 그건. 아무튼 루피 때문이야. 장래에 정하자는 걸 왜 지금 말을 꺼내서."


"이히히힛! 그치만 넷이 함께 하는 게 즐겁고, 내 도움도 필요하잖아."


"네.가. 도움이 필요하단 건 알겠는데."


"응, 응."


"하하, 루피는 아직 어리니까 말이지. 사보, 에이스. 루피는 막내잖아."


"아냐! 난 어리지 않아, 내가 도우는 거야!"


"너희들이 내 배에 탄다면 얼마든지 환영이야. 사보, 리엔, 루피."


""내 배에!!!""


"그럼 이 이야기는 결렬이군."


"정말 안돼?"



루피가 애처로운 얼굴로 에이스 바라본다.



"응."


"사보는?"


"난 다른 사람 밑에 있을 생각 없어. 포기해."


"뭐야! 재밌을 건데... 아, 그렇지. 그럼 그 호랑이를 쓰러뜨린 사람이 선장이 되는 건 어때?"


"호랑이? 진심이야? 루피가 선장이 될 가능성은 무한대로 0에 가까워져."


"게다가 지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리엔이야. 우리 셋다 모두 리엔을 이긴 적이 없잖아."


"루피는 나 한 번 이겼잖아?"


""거짓말! 봐준 거잖아.""


"에에에 봐준거야? ......근데, 지금 모두 호랑이를 이기지 못 하고, 리엔은 선장 안 한다고 하잖아."


""... 재밌군.""


"그럼 내기 하는 거다!"


""좋아!""



신이는 그런 셋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한 숨을 내쉰다.



'아... 신이시여, 얘네들이 선장다운 선장이 될 때까지는 얼마나 남은 걸까요... 10년?'




* * *




아침, 날이 밝자마자 셋은 자신들의 덩치 만한 물고기 3마리를 잡아 호랑이를 유인할 미끼로 등에 묶는다. 워낙 커서 마치 물고기 세마리를 업었다는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그냥 둘다 내 배에 타면 좋을텐데..."


""절대 싫어!""


"근데 리엔은 왜 온거야?"


"나? 난 구경하러."


"웃지마. 리엔 이건 진지한 일이라고?"



싱글싱글 웃는 신이에게 에이스가 퉁명스레 말한다.



"에이... 에이스 요즘에 되게 딱딱해졌단 말이야? 5년 전만 해도 리엔~ 리엔~ 하면서 막 안겼는데 말이야. 얼마나 귀여웠다고."


"헤에... 에이스에게도 그런 시절이? 의외네 그치, 루피?"


"응. 에이스 얼굴이 또 빨개."



에이스의 얼굴이 붉어진다.



"옛날 이야기는 꺼내지마!"


"그래, 그래. 화장실 가는게 무섭다고 내 팔을 꼭 붙들고 화장실 밖에서 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 것도 말 안 할게."


"하지마! 그땐 괜히 무서운 얘길 해서 그런 거잖아!"



에이스가 얼굴을 붉히며 화난 얼굴로 신이의 입을 막으려 손을 휘적대지만 신이에게는 그것마저도 귀엽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서 호랑이... 아니, 곰이 다가온다.



"에이, 뭐야. 곰이 잖아."


"저리가. 쉿, 쉿."



루피와 사보는 가라는 뜻으로 손을 저어댄다. 에이스는 그런 둘을 제지한다.



"아니, 잠깐. 저 곰은 호랑이와 필적하는 녀석이야. 저 녀석을 이기지 못하면 호랑이 역시 이길 수 없어."


"그렇군. 저 녀석을 이길 수 없으면 호랑이도 못 이기니, 연습 상대로 딱이라 이건가?"


"그렇지...... 나 먼저 간닷!"


"앗, 치사해!"



에이스가 곰을 향해 달려든다. 머리와 어깨 부분을 때렸지만, 머리에 큰 혹이 생긴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게 없다. 곰은 한 번 휘청 하더니 화난 얼굴로 으르렁 거린다.


...그리고 흠칫한 넷을 향해 달려온다.



"""우와아아아아아악!!"""



셋이 냅다 달리기 시작하다가 가만히 있는 신이 때문에 다시 되돌아온다. 그리고 멀뚱히 바라만 보고있는 신이를 사보와 에이스가 신이의 양 팔을 한 팔씩 끼고 질질 끌며 달리기 시작한다.


덕분에 신이도 엉겁결에 달리기 시작한다.



"하하하하하-"


""웃지마, 리엔!""


"웃지마. 웃을 상황이야, 이게?!"


"앞에 봐, 저 아무생각 없는 루피도 안 웃고 달리잖아. 어디가 웃긴거야, 대체!"



죽어라 달린지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숲을 나와 벌판이 나온다. 이미 곰의 영역은 지났는데도 화가 풀리지 않은 곰은 죽어라 쫓아온다.



"틀렸어, 아직도 화나 있어."

"이제 틀렸어."

"다리가 풀릴 것 같아!"

"하하하하... 좀 위험한가?"


"""위험해! 아주!"""



휘이이익!



어디선가 날라온 망치에 셋의 고개가 숙여진다. 덕분에 양 팔이 잡혀있는 신이는 눈 속에 고개가 처박힌다.



"누구야?"


"저 할아버지 위험해!"


"저건 그레이 터미널의 나구리잖아? 도망가! 부딪힌다고! 뭐하고 있어! 영감!"



휘이이잉-



곰과 나구리의 주위로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아무래도 압도되는 기운이 도는 것이 패왕색의 패기를 쓰려는 모양이다.



"네 소굴은 여기가 아니잖아. 냉큼 숲으로 돌아가라!"



그 말에 곰은 잠시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더니 뒤돌아 비척비척 걸어간다. 루피는 나구리를 보고 중얼거린다.



"짱이다! 샹크스 때랑 똑같아!"



그렇게 도망치는 것이 끝나고 해가 저문다. 나구리는 다시 허리를 구부리며 평범한 영감처럼 초라하다 싶은 모습으로 돌아온다.


넷은 나구리랑 나무 둥치에 모여 앉아서 아까 미끼로 썼던 물고기를 굽는다.



"에?! 너구리가 해적?! 그것도 선장?!"


"그렇단다."


"난 아까 나구리가 곰을 물리칠 때부터 알고 있었어. 그런 걸 할 수 있는 건 해적 선장 뿐이야!"


"그런 것?"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큰 곰을 쫓아냈잖아. 그 큰 곰을 쫓아내다니 샹크스랑 똑같잖아. 짱이야, 할배."



루피가 눈빛을 빛내며 나구리를 바라보자 가만히 물고기가 익기를 바라보던 신이가 끼어들어 설명했다.



"응, 루피가 말하는 패기... 정확히는 패색왕의 패기. 왕만이 가질 수 있는 자질로, 해군의 장교급 이상도 쓴다?"


"해군도 써?"


"응. 몰랐어? 그러고 보니 그렇게 치면 나구리도 강한 편이네."


"그런가? 이거이거 부끄럽구만 그래. 끌끌끌..."


"나구리가 해적이었다니, 믿기지 않아. 고물을 주워모으고 하루 종일 망치로 두들기고.. 뭐가 알 수 없는 걸 만들고. 그레이 터미널 녀석들에게, 해적 녀석들에게 놀림 받는 것 밖에 못 봤어. 볼품 없는 영감이었다니깐."


"꼬마구나 사보는. 그게 해적이야."


"너가 더 꼬마 잖아! 해적에 대해 뭘 알아?"


"알거든? 샹크스는 불필요한 싸움은 하지 않아!"


"또 샹크스냐?"



점점 쓸데없는 말로 말이 길어지자 신이가 다시 중재에 나선다.



"그만 그만. 루피. 모든 해적이 필요 없는 싸움을 안 하진 않아. 보통 해적들은 산적들이랑 똑같아 바다 위에서 약탈하거나, 도둑질 하거나, 훔치거나, 살인도 한다고. 네가 그런 해적이 되고 싶지 않은 건 되고 싶지 않은 건 알지만, 대부분의 해적이 그래. 그리고, 사보. 샹크스... 붉은 머리 샹크스는 사황이야."


"사황? 그게 뭔데?"


"로저 다음으로 강했던 해적 넷이지. 로저와 라이벌로 싸웠던 흰 수염도 사황이지."


"강한 거야?"


"강한 거지."



아무래도 루피는 제대로 이해는 못했지만 그저 강하단 말만 듣고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듯 했다.



"어이, 다 익었어. 나구리도 먹어. 구해준 답례야."


"고맙구먼."



에이스는 물고기를 조각 내서 나눈다.



"그런데 해적 선장님이 왜 이런 곳에 있어?"


"그걸 묻는게냐."


"별로. 얘기 하고싶지 않은 거면 얘기 하지 않아도 돼."


"아니, 말하지. 너희들, 로저를 알고 있나?"


"".....!""


"로저? 알고 있어. 해적왕이잖아."


"난 해적왕과 싸워서...!"


"정말?!"


"졌지. 동료들과 헤어지고, 그 후에는 내리막길 구르듯이 떠돌다가 지금은 이 꼬락서니.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게 된 거다."


"그래도 해적왕과 싸웠지? 짱이다!"


"아니 아니. 상대도 되지 않았다. 성한 데라고 없이 당해버려지."


"그래? 상대도 안 될 정도로 해적왕은..."


"그래. 로저 뿐만 아니라 그의동료들도 너무 강했지. 무엇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워크는 정말- 적이지만 훌륭했지."



에이스는 다 듣지도 않고 자리를 나서서 기지로 돌아간다.



"그렇구나 해적의길은 아직도 멀구나."


"해적에 흥미가 있는게냐?"


"될거야."


"해적이?"


"응. 해적.참. 그렇지, 해적 할아버지. 날 단련시켜주지 않겠어? 강해지고 싶어. 난 에이스,사보, 리엔의 선장이 될거야."


"선장이?"


"응 괜찮지? 해적 스승님."


"좋지."


"좋은 거야?"


"그러고 보니 에이스는?"



루피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묻는다.



"그래... 그것 때문인데 말이야."



사보가 머뭇거리더니 에이스의 비밀을 다 말한다. 해적왕과 에이스의 관계에 대해서와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



"뭐?! 해적왕이 에이스의 아빠?!"


"그래, 하지만 이건 비밀이야. 나도 리엔한테 겨우 들은 이야기야. 자세하게는 못 들었지만. 리엔이 혹시라도 꺼내지 말라고 미리 조심하란 차원에서 얘기해 준거야. 비밀이니까 혹시라도 에이스 앞에서 절대 이 말 꺼내지마. 말하면 죽을거야."


"왜?"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까 말했잖아. 어쨌든 로저를 싫어한다고."



루피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아빠잖아?"


"아빠라서? 그게 뭐. 아무리 부모와 자식이라도 모두 사이가 좋다고 할 수는 없는 거야."


"그래도 말이야... 모처럼 해적왕인데 말이지."


"네가 로저에 대해 듣고 싶은 걸 모르는 건 아닌데, 어쨌든 말하지마. 알았지?...... 그리고 나구리도."


"알았네."


"그래. 정 듣고 싶으면 페일에게 물어봐. 페일은 로저를 직접 봤다고 하니까."



신이가 페일에 대해 언급한다.



"근데 사보. 루피한테 말한 걸 들키면 너도 끝장이야."


"괜찮아. 루피랑 리엔이 조용히만 해주면 안 들켜."



'그러니까 그 루피가 문제라니까.'



신이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면서 생각한다. 그런 신이를 보며 나구리가 묻는다.



"그런데 페일이라는 자는 누구인가?"


"아, 형제의 잔을 나눈 형제 중 한 명인데. 에이스, 리엔, 루피, 페일, 나. 이렇게 다섯이서 형제야. 아, 리엔은 여자지만..."


"그 페일라는 자는 나이가 많은가? 12년 전에 죽은 로저를 봤다면 적어도 20살은 훌쩍 넘었을 텐데."


"음... 잘은 모르겠는데.. 몇 십년 살았다 한 것 같... 읍!"



신이가 재빨리 물고기 뼈를 던져 사보의 입을 막는다. 아무렇게나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사보의 입에 명중한다.



"페일... 저보다 두 살이 많거든요."


"자네 말인가? 많이 봐도 열 서너 살 정도 밖에 안 된듯 한데."



신이가 뜨끔하는 얼굴로 나구리를 바라본다.



"어머? 그런가요? 듣기 좋은데요?"


"아니... 정말로 열-"


"전 보기보다 나이가 많아요. 24살 인데 그렇게 안 보이다니 기분 좋네요~"


"그게 아니라 정말로-"


"감사해요."


"그게 아닌데... 뭐 상관 없나?"



신이는 열심히 여성스러운 말투로 나구리의 말을 막는데 성공했다.


먼저 간 에이스를 제외하고 셋이 갈 준비를 하고 일어선다. 사보와 루피가 먼저 앞서서 가자 신이가 그 뒤를 따른다 멈칫한다. 그리고 다시 나구리를 향해 돌아선다.



"나구리... 루피, 제대로 훈련시켜 주세요."


"응?"


"미래의 제 선장이 될 거니까요. 확실히 강해지도록 지도... 해 주세요."


"... 그러지. 근데 자네는 저 아이의 밑에 있기에는 너무 강한 것 같은데."


"들켰네요. 저랑 언제 대련하실래요?....... 그리고... 선장이 꼭 선원보다 강해야만 해적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리더 역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지."


"그것도 그렇지."


"게다가, 약한 건 지금 뿐이에요. 아직 루피가 어리니까요. 후에는 저보다 강해질 거예요."


"어떻게 장담하지?"


"루피는 해적왕이 될 남자니까요."


"네 목적은 그 해적왕의 동료가 되기 위해서 루피의 동료가 되는 건가?"


"... 그것도 아닌 건 아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에이스... 를 구하기 위해서요. 에이스는 해군이 되어야 안전할 것 같지만, 워낙 자유분방 하고 고집까지 있어서요. 무조건 해적 할 걸요? 그럼 언젠가 해군에게 잡히는 날이 올 텐데. 루피라면 형이니까 어떻게든 구하려 할 거예요. 저는 그런 루피를 옆에서 도와 에이스를 구할 거예요.제멋대로이지만 루피에 배에 타면... 재밌을 것 같고, 또 챙겨줘야죠. 막내니까."


"자네는 아낌 없이 베풀기만 하는군. 돌아오는 건 많지 않을텐데 말이야. 그런 삶에 만족하는 건가?"


"만족해요. 저 혼자 살 수 있을 만큼 강한데도 여기 있는건 제가 저 녀석들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니까, 만족하니까 있는거에요. 그리고 아까 말한 페일도 나도 에이스와, 에이스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약속했어요."


"저 아이들의 보호자구먼. 부모 같애."


"맞아요. 부모라... 에이스를 아기 때부터 키운 건 저에요."


"응? 자넨 도대체 나이가.."


"24살이라 했잖아요."


"그거 진짜였나?"


"네."




* * *




"알았지? 그냥 평소처럼 행동해, 루피. 리엔도."


"응."


"알았어. 애초에 너한테 얘기해 준 것도 난데, 새삼스럽게, 뭘."


"절대 로저-"


"괜찮아, 안심해!"



나무 위에 있는 기지 밑에서 사보는 불안한지 자꾸만 루피에게 다짐을 받아냈다. 하지만 신이는 왠지 루피가 말할 것만 같다.



"저기, 사보. 난 이따가 들어갈게. 둘이 먼저 들어가. 근처 좀 둘러보고 올게."


"응, 알았어. 먼저 올라갈 테니. 밖에 너무 오래있지 말고 들어와. 추우니까."


"응. 루피 잘 챙겨서 올라가."


"알았어, 안심해."


"응."



사보와 에이스는 먼저 올라간다. 올라오자 마자 사보는 어색한 말투로 에이스에게 말을 건넨다. 그런 사보를 뒤이어 루피도 말을 건넨다.



"뭐야~ 에이스. 먼저 돌아와있었어?"


"뭐야~ 에이스. 로저가 아빠였었어?"



물론 약간의 말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응?........ 히이이이이익!? 역시 말해버렸어. 이 자식 루피! 그 말 하지 말랬지!"


"루피, 누구한테 들었지?"


"사보한테. 있잖아. 에이스 로저는 어떤 사람이었어?"


"그만둬----! 바보냐, 너?!"



사보가 루피의 멱살을 잡고 짤짤짤 흔든다.



쾅, 쾅.



에이스가 사보와 루피의 머리를 쥐어밖는다.



"뭐야! 갑자기 쩨쩨하게 굴지 말고 알려줘!"

"그래! 갑자기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때릴 것 까진 없잖아!"


"시끄러!"



쾅, 쾅.



에이스는 다시 한 번 머리를 쥐어밖았다.



"이야기 정도는 해주라고! 구두쇠!"

"그래! 형제 사이에 숨킬 건 없잖아!"


"시끄러! 뭐가 형제야!"


"로저로저로저! 에이스의 아빠는 로저래요!"

"입 다물어! 도발하지마!"



에이스는 루피에게 소리치는 사보한테 결국 주먹을 날린다.



"애초에 네가 입이 싸니까 그런 거잖아!"



퍽!



"아파! 뭐라고?!"


"오늘부로 형제는 끝이야"


"그건 내가 할 말이야!"

"그건 이쪽이 할 말이야!"
.
.
.
.
.
.
한 편, 신이는 밖에서 나무 위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중이다. 아침 일찍 사냥을 나가기 전에 그레이 터미널에서 돌아다니고 있던 신문을 주웠는데 아침 일찍 주워서 그런지 다행히도 오늘 날짜였다.


지금 신이에게 정보가 중요했다. 10년이란 세월에 시간 감각이 많이 무뎌져서 일이 언제 쯤 일어나는 지 잊혀지고 있는 중이다.



'지금쯤이면 저번에 잡은 해적들에게 사보 아빠가 거래를 하나 할 텐데. 뭔가 안 좋은 거래였었는데 생각이 안 나니, 이렇게 큰 흐름이라도 적혀있는 신문이라도 읽는 수 밖에... 응?'



신이는 신문을 읽다가 눈을 치켜뜬다. 그러곤 와락 구기던 신문을 다시 펴서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페일을 만나야겠어."




* * *




해안가, 페일은 춥지도 않은지, 바다의 밤바람을 맞고 있었다.



"페이이일--!"


"뭐야, 이런 밤 늦게... 늦어도 너무 늦었잖아. 무슨 일인데 잠도 안 자고 이런 시간에 온 거야. 뭔지는 몰라도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신이는 헉헉 거리는 숨을 빠르게 갈무리하고 페일을 심각한 눈으로 바라보며 신문을 꺼내들고 말한다.



"지금 그럴 때가 아냐. 이것 좀 봐봐. 페일, 어떡해? 이거 어떡해? 어떻게 하면 좋냐고...!"


"뭔데 이리 호들갑이야."



페일은 못이기는 척 슬쩍 신문을 흘겨본다. 그러다 이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린다.



"나... 글 읽을 줄 몰라."


"천룡인 말이야. 벌써 얼마 남지 않은 날짜야. 봐봐 숫자는 읽을 수 있을 거 아냐."


"나 날짜 개념 몰라."


"하여튼 얼마 안 남은 날짜야. 길어야 일주일이야."


"천룡인이 뭐... 아, 설마 사보랑 둘을 헤어지게 만들었다는 그 천룡인이야?"


"그래, 이런 작은 고아 왕국에 올 만 한 천룡인은 그 천룡인 밖에 없다는 거 알잖아. 틀림 없이 그 천룡인이야. 나, 아직 사보 아빠의 거래 내용을 기억해내지 못했단 말이야. 근데 이렇게 천룡인이 오면 사보와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 아냐."


"......."



그제야 페일은 심각한 얼굴로 신문에 나와있는 천룡인의 신문을 노려본다.



"난... 아직 정체를 드러내서는 안 돼. 앞으로 계획해 둔 게 틀어져. 리엔,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해 봐. 최대한 피해를 줄여보라고. 하지만 네가 아는 미래가 바뀌어서는 안 돼."


"... 나야 사보가 산다는 건 알지만 루피랑 에이스는 모르잖아. 분명 엄청 슬퍼할 텐데. 정말, 많이... 미래가 틀어지지 않아야 한다는건 살아있다는 걸 알려서도 안된다는 거잖아."


"너도 알잖아.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미래가 틀어져서는 안된다는 걸. 틀어지면 결국 에이스를 구할 수가 없게 돼. 사보는 죽는 게 아니니까, 괜찮아."


"하지만....... 알았어. 노력해 볼께... 나 갈께."


"그래."



신이는 다시 신문을 와락 꾸기고 기지로 돌아간다.



"미래가 바뀌어선 안된다는 건 알고 있는데... 알고 있는데..."

7
이번 화 신고 2018-02-18 13:50 | 조회 : 1,560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오타지적 환영ㅇㅅㅇ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