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루피와의 첫 만남

"그러니까 할배. 난 해적왕이..."


"뭐가 해적왕이냐아!"


"이것 놔줘!"



코르보 산 어귀. 적적한 산에 둘의 고함소리가 울려퍼졌다. 원인인 거프가 루피의 늘어지는 볼을 잡아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악마의 열매를 먹고, 건방진 입을 놀리고! 루피! 너도 에이스도 장래에는 최강의 해병이 되는거다!"



거프의 손에 무장색 패기가 살짝 실렸는지 루피가 칭얼거린다.



"아파! 제길. 난 고무인데 왜 아픈거야? 놔 줘. 할배."



귓등으로도 안 듣는 거프. 오히려 고무처럼 늘어난 볼따구를 더 길게 늘리며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애초에 널 미적지근 한 풍차 마을에 남겨두는 것이 실수였다. 뭐냐, 그 빨간머리 꼬맹이와 친해지더니, 뭐 해적왕?!"



루피는 칭얼거리며 나무에 매달렸다. 거프는 루피의 볼따구를 잡은채 앞서 걷고 있었기에 그 사실을 모른 채 계속 앞으로만 걸어갔다.



꽝.



그러다 결국 나무를 잡고있던 루피가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늘어나더니 나무가 뿌리채 뽑혀 거프의 머리를 강타한다.



"으악!"


"강한 남자가 될 거야!"


"욘석이!"




* * *




다단의 오두막.


이리저리 쏘다니는 루피를 놔 둔 채, 거프는 문을 쾅쾅거리며 노크한다.



"시끄러워!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는 녀석은 누구냐!"



문이 열리자마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다단.



"나다."


"히이익!! 거, 거프! 아니, 거프씨!"


"건강하군 그래, 컬리 다단."


"농담하지 마쇼. 겨우 입에 풀칠 하는데 좀 봐 달라구요? 에이스도 벌써 10살이고... 그리고 리엔, 그 애는 이미......"



처음 거프의 압박에 흠칫 했지만 아이를 데리고 있는 이상 감옥에 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푸념을 늘어뜨린다. 그에 거프는 듣지도 않고 씨익 웃으며 넘긴다.



"그런가? 벌써 그렇게 됐나? 그래, 그 녀석은 잘 지내고 있나?"



다단 옆의 도구라와 마구라. 다단의 자칭 오른팔들이다. 거프의 앞에서는 추임새를 넣는 게 고작인 녀석들이다.



"웃을 때가 아니라고요? 더 이상 우리가 감당 못 해요. 다시 거둬가요."


"맞아, 맞아."



가볍게 무시하는 거프.



"그런 것 보다..."


"그런 거라뇨? 사람이 말을 하면一"


"랄까 정신 사나워. 뭐야, 이 꼬맹이는?!"



주위를 도는 루피를 가르키는 다단. 거프는 이때다 싶었는지 루피를 잡아챈다. 남의 속을 긁어놓는 웃음을 지으며.



"오늘 온 용건은, 이 녀석을 부탁해."


"허?"



헛소리를 내는 다단.



"어이, 루피. 인사해라."


"여!"



다단 일행은 어이없는 얼굴로 루피와 거프를 번갈아 본다.



"뭡니까? 그 꼬맹이는."


"내 손자다."


"예에에?!"

"에에엑?!"

"히이익?!"



손자라는 말에 우왕좌왕하는 셋. 셋은 거의 동시에 말하다시피 한다.



"거, 거프씨의 손자?"

"말, 말도 안돼. 벌써 셋이라고요? 좀 봐 달랬더니, 어째 혹을 하나 더 달아두냐고요!"

"또 하나가 늘어?"



한참 시끄러워진 셋은 무릎을 꿇고 불쌍한 얼굴로 거프를 바라보며 말한다.



"무리에요!!"

"무리임다!!"

"무리무리!!"


"좋아, 그럼 선택해. 감옥에서 평생을 썩을지, 이 녀석을 돌볼지. 눈 감아준 만큼 너희의 죄는 크다. 으하하하핫!"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면서 호탕하게 웃는 거프. 다단은 잔뜩 얼굴을 찌푸리지만 거프가 고개를 들자 곤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야... 잡히는 건 싫다만, 가끔 감옥이 더 낫다 싶을 정도로 둘만으로도 골치인데"


"거기에 손자까지... 어차피 거프씨의 손자라면 저 꼬마도 괴물 같겠죠."



옆에 있던 루피가 코를 파며 한 마디 던진다.



"낡은 오두막."


"혼내준다, 이 녀석!"



아무생각 없는 루피의 말에 발끈한 다단이었지만, 루피는 그런 다단을 무시한 채 주변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쁘다.



철퍽.



"... 뭐야, 엑?! 침?!? 더러워! 누구야?!"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루피는 바위 위에 앉아있는 에이스와 그 옆에 서 있는 신이를 발견했다.



"어, 너희들! 사과해! 더럽잖아."


"아, 돌아왔어? 에이스, 리엔."

"여, 에이스, 리엔."



다단일행은 루피를 뒤로하고, 에이스와 신이를 맞이한다. 유일하게 먹을 만한 고기와 같은 식량을 구해오는 둘이었다. 둘은 다단이 본인들이 아닌 고기를 반긴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환대에도 덤덤했다.


에이스와 신이에게 다가가는 거프.



"루피. 저기 왼쪽에 있는 녀석이 에이스고, 그 옆이 리엔이다. 에이스는 세살 위, 리엔은... 성인일텐데? 기억이 잘 안나는 군. 뭐, 아무튼 넘어가고."


"에엑?! 그렇게 그냥 넘길 사항이 아닌 것 같은데!?"



꼬투리를 잡는 다단일행. 한 편 루피는 본인에게 튄 침 때문에 화를 내고 있다.



"이익!"



쾅!



"사이좋게 지내. 욘석아."



루피의 머리를 쥐어밖는 거프. 다단 일행은 울화가 치민다.



"결정인가요一!!"


".... 뭐냐."


"아닙니다!!!"



그럼에도 거프의 살기어린 눈빛에 바로 발을 뺀다.



"용건은 그 것 뿐이야. 또다시 때가 되면 들르지."


"저, 양육비는..."



포기를 못 한 다단. 반쯤 매달려 보지만,



"달아둬."



거절도 아닌 애매한 대답뿐.



"여긴 술집이 아니야..."


"앙?!"


"언제든지 기다리겠습니다!"



돌아가는 거프의 뒷 모습을 허무하게 바라보는 다단 일행.



"어쩌죠, 두목? 애를 떼려다 애가 하나 더 늘었는뎁쇼?"


"몰라, 어쨌든 일단 밥 준비해. 밥이다, 밥!"


"옙!"



다단 일행이 시끄럽고 바쁠 때, 루피는 아직도 에이스에게 사과를 받아내려 애쓰지만 에이스는 그런 루피를 귀찮다는 듯 약간 화가 난 듯 바라본다.


신이는 그런 에이스를 한 번 바라보고 한숨을 나직이 쉬며 바위 위에서 살풋이 내려와 가볍게 착지한다.


신이는 반쯤 쭈구려 앉아 루피에게 눈을 맞추고, 아까 대충 훔친 에이스의 침을 제대로 닦아준다.



"미안해."


"....?"


"....?!"



루피는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고, 에이스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마음에 안든다는 듯 다시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 바뀐게 있다면 눈빛은 신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루피는 고집 부릴 때 처럼의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다.



"에? 네가 침을 뱉은거야?"


"... 아니."



신이는 대답과 동시에 에이스에 대한 생각을 한다.



'조금은 바뀌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때 율이랑 나랑 에이스 셋이서 얘기했을 때, 그래도 조금은 기대했었는데. 바뀌지 않았어. 이러다가는..'


"뭐? 그럼 왜 사과해?"



루피는 이상하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묻는다. 에이스도 궁금한 듯 쳐다본다.



"... 내 책임이야."



"뭐?"



다시 이해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루피. 하지만 그 보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에이스였다. 당황한 얼굴로 신이를 바라본다.



에이스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바위 밑으로 뛰어내려와,



"사과해!"



외쳐대는 루피를 애써 무시하며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리엔도 따라 들어가고 잔뜩 골난 표정의 루피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 * *




오두막 집 안.



"... 어디 간 거지?"



어두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루피. 그런 루피의 뒤에서 목에 칼이 늘어져 온다.



"죽기 싫으면 얌전히 돈 내놔라."



몸이 굳은 채로 말하는 루피.



"돈 같은 거 없어."


"그럼 부모님께 말해야지. 꼬맹이, 부모님은 어디 계시냐?"


"부모 없어. 할배 있어."


"그럼 할배한테 말해야지. 꼬맹이, 너 할배 이름은?"



그 말에 다단이 어두운 오두막집에 들어서며 불을 밝히고 답했다.



"거프다."



옆에 있던 도구라와 마구라도 거든다.



"앞으로 같이 살 거란다."


"네에?! 그, 그런!!!"


"그런... 두목은.."



다단은 이 불편한 화제를 돌리기 위해 일부러 큰 소리를 낸다.



"시끄러! 밥이다, 밥!"



동시에 접시에 잔뜩 담긴 고기들을 내려놓았고, 산적들이 고기에 달려들었다.


한참 난장판이 지나자, 에이스는 고기를 두 세점씩 쌓아둔 채 먹고있고, 다른 산적들 모두 고기를 한 점씩 들고 먹고있다.


하지만, 루피는 마지막 고기 한 점 조차 개에게 빼앗기고 밥 한 그릇, 물 한 그릇을 받는다. 역시나 양육강식. 루피는 차갑게 식은 밥 한 덩이를 한 입에 꿀꺽 한 뒤 외친다.



"한 그릇 더, 아저씨."


"난 여자다-!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는 지는 자각하고 있긴 한거냐?!"


"아니."


"그럼 친절히 가르쳐주지. 이 고르보 산을 지배하고 있는 산적, 다단 일가의 아지트다!"


"산적? 난 산적 싫어."



본인을 구하려다 해적 샹크스와 싸움이 붙었던 산적 사건이 있었던 루피에게는 산적이란 해적은 영웅, 산적은 악당같은 존재였다.



"닥쳐, 이 망할 꼬맹이. 우리도 너 같은 녀석을 맡아서 골치야. 여기에 있기 싫다면 우리야 좋지. 나가 땅바닥 위에 쓰러져 되져버려."


"밥이 부족해."



다단의 말을 무시하고 동문서답하는 루피.



"나도 저 고기 먹고싶어."



그 말에 다단은 음흉스런 웃음을 띄며 고기를 루피의 눈앞에 내밀며 흔들었다.



"아? 앙~!"



고기를 바로 앞 까지 흔들며 약올리다 가져가는 다단.



"이 고기도 저 고기도 전부 에이스가 잡아온 동물로 만든 고기다. 우리에게도 나눠주는 대가로 저 식탁에 앉은거야. 산적계는 불황이야. 내일부턴 너도 죽을 각오로 일해야 해. 청소, 세탁, 구두, 무기 닦기, 절도, 약탈, 사기, 살인. 알겠지? 여기서 시킨 일은 절대 거프 녀석에게 일러바치면 안 돼. 하루 한 번 밥 한 그릇, 물 가득 컵 한잔. 이것 만은 보장해주지. 나머진 알아서 조달. 그리고 알아서 커."



다단은 루피를 위협하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알았어."



싱글싱글 웃으면서 승낙한다. 그 모습에 다단은 어이가 없어 쓰러진다.



"알았냐?! 보통 울지않냐!"


"전에 할배가 정글에 내던진 적도 있고, 지렁이 개구리 뱀 버섯. 여기가 숲이라면 배불리 먹을 수 있어. 그리고 난 언젠가 해적이 될 거야.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야지. 근데... 그럼, 저 녀석은? 뭐 하는데 고기 먹는거야?"



신이를 가르키는 루피.



"아, 리엔 말이냐? 리엔은 저녁쯤에 집안일을 돕지. 그리고 식사 차리는 것도 도움을 주고, 예전 에이스가 아기 일 때도 돌봤지."


"에? 남자가?"


"무슨 소리냐, 리엔은... 아, 그리고 리엔은 굳이 우리가 고기를 챙겨주지 않아. 밥 시간만 되면, 어떻게 뺏은 건지 비실비실 해보이는 데도 제 한 몫은 챙기지."


"헤에 그렇구나. 에이스보다 약해보이는데."



신이는 고기 하나를 우물우물 씹으며 자신을 얘기하는 다단과 루피랑 눈이 마주치자 싱긋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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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09 02:18 | 조회 : 1,821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오타지적 환영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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