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둘의 만남

신이는 제 눈 앞에 문득 나타난 소년을 멀거니 보고있었다. 하마터면 여자애라고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원피스에서 본 적도 없는 인물이다.



"... 넌, 누구야.....?"



신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녀석은 당황스러운 낯빛으로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러곤 잽싼 움직임으로 몸을 숨긴다.


하지만 신이는 견문색으로 정확한 위치를 잡는다.



'아직 근처에 있네.'



도망간 줄 알았던 녀석은 근처에서 몸을 숨겼다. 신이는 특유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는다.



"잠깐만 나와봐. 우릴 공격할 의사가 없다면."



신이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풀숲이 잠시 들썩이더니, 곧 금안에 새하얀 머리칼을 휘날리며 소년이 무표정에 미간만 살짝 찌푸린 채로 걸어나온다.


신이는 정체 모를 그 소년의 기척이 이상하다 느꼈다.마치 날카로운 맹수를 보는 느낌이었다.



'기척이...?'



"... 부른 이유는?"



아까는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담담하게 말까지 거는 소년. 그 모습에 오히려 신이가 당황한다.



"아, 아니... 저, 넌... 아니, 그 쪽은 누구?"



사실 물어볼 것도, 궁금한 것도 많은 신이였지만 최대한 함축해서 물었다. 이름, 정체, 그에 대한 정보... 아무것도 모르니까. 서로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다른 이들은 일방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인물은 책 속에서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당황했다.



".......페일."


"......."



신이가 원한 대답이 아니다. 이름보단 정체가 궁금했다. 인간이 맞는지. 만화 속 판타지 세계라지만 하얀 백발과 금안을 보고 있자면,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상대에 대해 묻고 대답까지 먼저 해줬으니...



"나는 윤... 아니, 리엔."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사이도 아니라 존대를 하려했지만 나이도 엇비슷해 보이고, 상대가 먼저 말을 놨으니 존대는 관뒀다.



"... 존대는 필요없지?"



끄덕.



"사실, 이런 질문을 먼저하는게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페일? 너, 인간... 아니지?"



그 말에 소년의 눈빛이 크게 흔들린다. 살짝 경계하는 태세로 바뀐다.



"... 글쎄,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걸까."



분위기가 달라지자 크게 당황하는 신이. 하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다시 가라앉힌다.



"아, 아니. 너무 화내지마. 딱히 캐물으려는 의도는 아니었어. 그냥 얘기 좀 했으면 좋겠는데. 나도 그렇지만, 너도 궁금해서 온 거 아냐? 전부터 지켜보고 있던 기척, 맞지?"



끄덕.



"그럼 앉아봐.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그렇지?"



그말에 수긍하면서 나지막히 한숨을 쉬며 앉는 소년.



"왜 내가 인간이 아니라고 물었지?"



신이는 외모만 보아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거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관뒀다.



"... 음, 너 기척이랑 특유의 소리. 그때, 호랑이를 만났을때 맹수로 느껴지는 기척이 둘이었거든. 지금의 기척도 그 때랑 똑같으니까. 나, 견문색 패기 익혔어."


"......"



아무말도 없는 소년. 한참을 말없이 생각하다 다시 묻는다.



"... 뭘 묻고 싶은 거지?"


"넌 어디서, 어떻게 왔어? 무슨 목적이야? 넌 누구야?"



한 번에 여러가지를 묻는 신이에게 한숨을 쉬고 얘기하기 시작한다.



"... 로저의 부탁으로 에이스를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봐주기 위해서 바다 넘어 왔다."



분명 신이가 물은 물음에 전부 대답을 했다. 아주 많이 생략되긴 했지만.



'잠깐만, 로저? 에이스? 이들과 관련됐으면 분명 중요한 인물인데 왜 본 적이 없는 거지? 아니면 나처럼...'



더 이상 정리가 되지 않을 때, 신이는 다시 한 번 더 물었다.



"좀 미안한 질문인데... 이곳에 어떻게 왔어...?"



잠시 멈칫 하던 소년. 의아한 얼굴로 답한다



"... 헤엄쳐서."



그게 아닌데.


신이는 울상을 지으며 바라봤다.



"이 세계에는 어떻게 오게 된 거냐고. 나랑 같은 세계... 는 아닌 것 같은데."


"...... 세계라니. 꼭 다른 세계에서 온 것처럼."



순간 신이는 잘못 짚었음을 깨닫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게...!"


"말하고 싶지 않은 거라면 하지 않아도 좋아."



페일이라는 소년은 시선을 내리깔며 무심하게 말했지만 신이는 인상을 찌푸린 채 말없이 앉아있었다. 한 참만에 신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이러면 의미 없어. 에이스를 지키는 게 목적이라면 어차피 우린 앞으로 계속 보게 될 텐데, 서로 비밀이 없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우리, 지금 서로에게 많은 걸 감추고 있잖아?"


"그렇지."


"앞으로의 계획도 설명하고, 내 이야기도 전부 들려줄께. 대신 네 이야기도 좀더 자세히 들려줘.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니까."


"그러지."



신이는 무심하게 말하는 이 소년을 정말 믿어도 될지 걱정됐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도와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게 좋았다.



"일단, 난 이 세계 사람이 아냐."


"뭐...?"


"말 그대로, 난 다른 세계에서 왔어."



신이는 천천히 어떻게 이 세계에 왔는지, 어떻게 앞으로의 일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할 건지에 대한 계획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설명하면서 애써 잊고 있었던 기억들마저 떠올라 울 것 같은 웃긴 얼굴이 되어버렸지만, 끝까지 설명할 수 있었다. 마구잡이로 이것저것 다 짜집은 설명이었지만, 복잡한 감정 속에서 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었다.


신이는 여전히 물기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아예 헛소리 취급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내 이야기는 이게 끝이야, 이젠 네 차례야. 넌 대체 누구야? 어째서 로저와 친분이 있는 거야?"


페일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세상에. 그럼 나이가..."


"그런 의미 없는 건 계산하지 마. 어차피 난 앞으로도 이 모습이니까."



참 이상한 여자애였다. 실험체라는 것보다 나이에서 놀랄 이야기인가?


페일은 리엔을 바라보며 어쩐지 루즈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을 잡고 비틀면 단숨에 끊길 목숨인데, 이길 수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눈빛이 강인하고 올곧다.



"변신할 땐 어떤 기분이야?"


"살이 뒤틀리고 근육이 찢기는 느낌?"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다.



"거, 거짓말... 능력자들은 그렇게 아파 보이지 않았는데?"



그렇게 울상을 지을 필요가 있나, 어차피 아픈 건 난데. 이미 익숙해져서 못견딜 정도도 아니고.



"악마의 열매를 일부 복용된 건 맞지만, 난 악마의 열매의 능력을 빌려쓰는 게 아냐. 내가 그 힘을 쓸 수 있게 도움을 준 것 뿐이지. 덕분에 내 힘은 바다의 영향을 받지 않아."



사기다.


여자애가 입을 헤 벌린채 중얼거린다.


사기지. 이런 사기같은 능력을 얻을라고 내 인생과 180명의 인생이 사라졌는데.


여전히 놀란 표정의 리엔. 차분한 목소리가 아닌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의식만 있으면 계속 그 모습으로 유지가 된다는 거 아냐..."


"그렇지. 변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부러워! 검도 쓴다면서."



나는 검사가 아니다. 검을 어떻게 쓰는 지도 모른다. 현상금 사냥꾼일 때 그저 깔끔하게 죽이기 위해 선택한 날붙이가 칼일 뿐이다. 하지만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지.



"내가 살 곳은 내가 따로 만들었고. 넌 다단네에서 산다고 했지. 지금 슬슬 가야 할 시간 아닌가?"


"응, 에이스 데리고...... 에, 에이스?!"



리엔은 한참 나랑 떠들고 있다가 에이스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지 못 했다.


덕분에 그녀의 견문색 패기에, 내 청력에 온갖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 찾아야만 했다. 겨우겨우 에이스를 찾고 나서, 나와 그녀는 에이스가 빨리 자라 말이 통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




* * *




"... 정말 내려가려고? 굳이 살 필요가 있나?"



귀찮은 표정에 아깝다는 표정까지 겹친 다단.


지금 리엔은 다단에게 용돈을 받아내, 잉크랑 옷을 미리 몇 벌 사려고 마을로 내려가려는 참이다.



"그나저나 네녀석은 또 누구냐?"



다단의 표정은 귀찮고 짜증이 나있는 표정이지만 생판 모르는 녀석이 신이와 같이가자 약간 경계하는 말투다.


마을에 내려가는 사람에는 신이 뿐만 아니라 율도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



율은 다단의 말을 듣고도 가볍게 고개를 돌려버리면서 무시했다.



빠직-!



"요, 꼬맹이가--?!"


"진정하세요, 두목. 상대는 어린애라고요?"

"진정, 진정."



팔을 걷으며 달려갈 듯 한 다단이었지만, 양쪽에서 도구라, 마구라가 말린다.



"어쨌든 빨리 다녀올테니, 에이스 좀 잠깐 봐줘요."



활짝 웃는 신이 그 뒤를 따르는 율.


다단은 에이스를 돌보는 것이 귀찮았다.



* * *



풍차 마을.


리엔과 페일은 나란히 마을 입구 근처를 걸으며 말을 나눈다.



"넌 마을 한 번도 안 내려와 봤어? 난 전에 옷 때문에 한 번 내려왔었는데. 급해서 제대로 둘러보거나 인사는 생략해야 했었는데."


"... 마지막으로 대화해 본 게 루즈와의 대화였어."



리엔의 시선을 피하며 웅얼거리듯 말하는 페일. 마을로 내려올 필요 없이 짐승의 모습으로 하루 반나절을 지내다보니 굳이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 2년 전?!"



리엔도 사실 살면서 친구도 제대로 사귀어 본적이 없다만 말을 안 섞어 본 정도는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페일을 걱정한다.


어느 새 둘은 마을까지 내려왔다. 신이는 먼저 근처 상점으로간다.

잉크와 여분의 펜을 하나 사둔다. 아저씨는 못 본 얼굴이라 갸우뚱 했지만 먼지를 날리고 있는 상점에 반가운 손님이라 웃으며 맞이한다.



이번에는 근처 옷 가게.



"어서 옵쇼. 어이구, 잘생긴 도련님 둘이 왔네."



신이의 짧은 머리에 남자아이로 착각하는 옷 가게 주인. 아부하는 표정이 가관이다. 리엔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한다.



"아, 아니. 저, 전..."



당황하며 옆에있는 페일에게 상황설명을 요구하지만...



"큽."



옆 얼굴에 입가를 주먹으로 가린 율이지만 웃음을 참았다는 건 보지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 진짜--!"



붉어지는 신이의 얼굴에 대충 상황 파악을 한 옷 주인. 유들유들 하게 이 상황을 모면한다.



"아, 둘다 아가씨 였구나. 어쩐지 남자애들 치고는 얼굴이 예쁘장 하더라~ 미안 미안. 거기 머리 하얀 꼬마 아가씨는 이 원피스가 어울리겠다~ 밝은 톤이라, 머리색이랑 잘 어울릴 꺼야."


"......!"



그 말에 화가나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아무 말도 못하고 붉어지는 율. 마찬가지로 신이를 쳐다보았지만...



"푸흡!"



마찬가지로 웃음을 참는 신이.



결국 둘의 옷 사기는 관두고, 에이스의 옷을 산다. 아기가 입을 넉넉한 옷과, 좀 더 컸을 때에 입힐 옷. 아기는 금방 큰다는 옷주인의 입담에 결국 사 놓는다.




* * *



촌장의 집 근처.



"할아버지~! 손님 왔는데요?"



이제 막 10살 전후로 보이는 마키노.



"뭐? 손님이라니 이런 마을에 무슨... 해적인가!"



헐레벌떡 달려오시는 촌장님. 하지만 보이는 건 이제 막 10살을 넘긴 듯 보이는 꼬맹이 둘. 안경을 고쳐쓰며 말한다.



"응? ....확실히 마을에서 못 보던 얼굴이구나...? 너흰 어디에서 왔느냐?"


"아, 저희는 코보로 산의 다단 일가에서 살고있어요.."


끄덕.



"코보로 산의 다단... 설마, 산적인가?"



흥분하는 할아버지. 하긴, 촌장할아버지는 루피가 해적이 되겠다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는 인물이다.



"아..하하.. 살 곳이 없어서 사는 거라... 산적 일은 안해요. 집안일을 가끔하지만."


"그런가.."



근처에서 뛰어놀다 내 앞으로 달려오는 마키노.



"언니~ 저보다 나이 많아보이는데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옆에는 오빠? 근데, 언니랑 오빠 이름은 뭐에요? 전 마키노라고 해요."



밝은 얼굴로 이름을 물어오는 마키노. 덕분에 리엔도 무뚝뚝한 페일도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이쪽은... 페일이고, 난... 리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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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05 17:32 | 조회 : 1,298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오타지적 환영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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