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패기

"아무튼. 저 패기를 배우고 싶어요."



다시 패기에 대해 재차 언급한다.



"그러니까 패기라는건 그렇게 말로만 할 수 있는게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까 이론만 알려달라니깐요."



서로가 서로에게 답답하듯이 말한다. 그에 거프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직 해군은 무리일테고. 말로만 알려주도록 할까. 되면 해군으로 키울테고...뭐, 될 일도, 가능성도 없으려나....?"



거프는 잠시 난감한듯 고민을 하더니 땅바닥에 털썩 앉는다. 그리고 근처 나뭇가지를 하나 집어들더니 그림 아닌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한다.



"...일단 패기는 크게 3개로 나뉜다. 무장색, 견문색, 패왕ㅅ-"


"괜찮아요. 종류랑 쓰임새 등등은 알고 있으니까요. 제가 필요한 건 익히는 방ㅂ-"



쾅-!



거프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가 또 살인꿀밤을 맞았다. 머리 나빠지는데...몇 대나 맞은거야...손으로 문지르고 있자 거프가 말을 잇는다.



"이 녀석! 어른이 말하시는데 버르장머리 없이! 그냥 조용히 앉아 들어라. 랄까 오래 설명할 것도 없이 실전이 전부이지만 말이다."


"... 네에."



오래 설명할 거 없이 실전이라면 그걸 익히는 방법을 알려달라니까... 뭐, 일단은 듣는 것이 내 머리에 좋을 듯 하다. 거프의 옆자리에 털썩 앉는다.


거프를 슬쩍 쳐다봤지만 아직도 반이나 검은 머리가 익숙하지가 않다.



'익숙해지게 빨리 전부 하얘졌으면..'



옆에서 엄청난 상상을 하고 있는데도 거프는 계속 설명을한다.



"....그러니까...일단 견문색....랄까 듣고있냐, 리엔."



리엔? 아, 내 이름이지 참. 언제쯤 익숙해질까.



"....듣고 있어요."



내 특유의 조용한 목소리로 답한다. 거프는 계속해서 설명을한다.



"견문색은 방어에 가까운 능력이다. 인간.... 아니, 살아있는 생명체 특유의 소리를 잡아내 공격을 예상하는 거지... 음.. 타고나는 경우도 있나...? 뭐. 한마디로 감이다, 감!"



어..음. 그래... 감. 감도 중요하긴 하지. 문제는 그 감을 어떻게 익히는 지를 모르니까 문제지.



"....수련 방법은요?"


"그런게 있을리가 있나. 눈 감고 감으로 피하는 거지. 아, 실전에는 죽을 수도 있으니 연습은 충분히 해야겠구나?"



에에에엑----?!



"눈 감고 수련....음, 하아아... 그럼 무장색은요..?"


"공격이다. 능력자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특히 자연계 능력자들에게 물리적 공격이 가능하지."



그것 역시 알고있다.



"수련방법은? 설마, 또..."


"없지! 기의 흐름을 익히는 것이 좋은데, 이건 확실히 실전이다! 으하하하하핫! 여러번 맞다보면 자연스래 깨우친다."



거프에게 자세한 설명을 기대한 내가 바보다. 그럼 거프에게라도 맞아야한다는 건가? 꿀밤도 머리가 쪼개질 정돈데.



"패왕색은 왕의 자질로서, 타고난 사람만이 가능하지."



역시 나에겐 확실히 무리다. 패왕색. 왕은 커녕, 친구 하나 사귀기도 힘든 리더십이란 말이다. 난 내 또래 무리도 못 이끄는 캐릭터다. 확실히 거프도 대충 눈치챘는지 패색왕에 대해선 더 언급하지는 않는다.



"뭐, 가르칠 생각은 없었다만, 견문색이나 무장색의 패기를 익힐수 있는지 자질 정도는 시험을 해 봐야겠다. 그래서 그런데 너, 체력좋냐?"



씨익 웃는 거프. 나에게는 악마의 웃음같다.




* * *




"헉...허..후으...헉.헉..헉,헉..."



입에서 단내가 난다는 게 이런 뜻이구나. 거프는 한심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그런 눈으로 봐도 어쩔 수 없다. 십 몇 년동안 살면서 학교 체육도 제대로 안 해봤다. 운동신경이라곤... 글쎄, 제대로 오랫동안 걸어본 적도 몇 번 없다. 등ㆍ하교에도 차만 탔고.


그러고보니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엄마가 체력싸움이라면서 운동생각을 잠깐 시켰었는데. 태권도를 배웠는데 한 달 다니다 끊었지, 아마? 노란 띠 정도까지는 따두는 게 좋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까지 절박하게 뛰어본 적은 없었다. 한 걸음이라도 더 걸으면 쓰러질 지경이다. 입 안이 쩍쩍 갈라진다.



아, 알겠다. 거프의 표정. 말도 안된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저 표정.



"너 사람 맞긴 한거냐? 어떻게 10분을 달리고 숨 넘어가냐."


"헉, 헉..으..헉헉, 헉, 헉...사라..ㅁ...맞..거든..요...?...제가 좀 체력.. 이 딸.. 리고 운동....신경이..없어도 사람.. 이거든요? 보통 다 이렇죠."


"아니, 절대 아냐."



거프의 졌다는 표정.



"에잇, 그나저나 너. 정말 배우려는 이유가 뭐냐. 그..패기 말이다. 이건 뭐 가르칠래도 기본도 안되어있으니..."



거프는 투덜거리며 머리를 짜증스레 긁는다.



"배우려는 이유는, 보시다시피 저 약하잖아요. 최소한의...뭐랄까..."


"그런거라면 기본적인 체력만 배워도 일반인은 뛰어넘을 것 아니냐. 패기가 뭔지 대충 아는 것 같은데. 그건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써먹을 그런 단순한 게 아니란 것도 알겠지. 굳이 패기를 배우려는 이유가 뭐냐는 말이지."



에...예리하시네....



"그건... 제가 정말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근데,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해서 저 같은 평범한 일반인은 곁에서 같이 달리기만 해도 숨이 벅찰거에요. 아, 그 누군가는 지금은 비밀. 이라고 해봤자 알게 될 거예요."



굳이 숨기려지도 알려주지도 않는다.



"으하하하핫! 날 상대로 당돌함이 넘치는군. 그래 언제쯤 알게될 것 같으냐."



에이스가 태어났으니...19년. 그냥 대충 20년이라 치지 뭐.



"약 20년 뒤요."


"엑! 뭐냐 그 현실적이면서 현실성 없는..."


"...일 안 바쁘세요?"



내 말에 벌떡 일어나는 거프.



"이거이거 또 센고쿠에게 한 소리 듣겠구먼. 아무튼 먼저 갈테니, 다단에게 가서 안부나 전해라. 리엔."



리엔이라는 말이 어지간히도 맘에 들었나보다. 저러다 진짜 샴푸이름이 되면 어쩌지. 패기에 대해 크게 얻은 것도 없고..진짜 눈을 감거나 막 맞고다니고 해야되나...


조용히 일어나 다단의 오두막집으로 향한다. 힘이 풀려서 그런지 다리가 후들거린다.




* * *




"왜, 어째서죠."



최대한 어두운 목소리로 다단을 노려본다. 다단은 그런 날 보며 코웃음친다.



"꼬맹아! 그럼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먹을 셈이었냐?!"



다단의 반박...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말이다. 아무리그래도, 심하잖아... 주는 거라곤 정말로 밥 한그릇. 물 한 컵. 잘 곳 한 구석. 이게 얼마나 힘들다고 거기에다,



"에이스를 돌보라니요?! 어떻게 돌보는지도 모르는데!"


"그럼 나라고 알겠냐! 애는 커녕 결혼도 안 해봤다고?!"



아무리 그래도. 난 지키겠다고 했지, 키우게 될 줄은 몰랐다.



"좋아요. 그럼 백 번 양보해서, 먹이는 것, 노는 것, 달래는 것,다치는 것, 지키는것. 전부 제가 다 책임지죠. 그 대신!"



한 번에 승낙하는 날 보고 왠일이지 하다 그 대신 이라는 말에 다시 날 쳐다본다.



"에이스 씻기는 것, 입히는 것, 기저귀 해결은 다단이 해요. 아니면 나 아무것도 안 할거예요. 놀고먹어야지."


"뭐어어?!"


"잘 생각해봐요. 입히고, 씻기고, 기저귀 가는건 갓난아기가 지나면 할 필요가 없지만, 전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하게 되는거라구요?"



다단은 그럼에도 뭔가 속은 기분이 드는 건지 뜸을 들인다. 속은게 맞다. 분명 크고나면 안 할 일이지만 아기땐 가장 힘든 일이지. 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덧붙인다.



"아아, 분명 두 아이를 부탁한 거였는데, 꼬맹이한테 갓난아이를 맡기다니. 거프가 알면..."


"우, 웃기지마! 거프는 이미..."


"아직 안갔을텐데에~ 할아버지!"


"야, 야... 야!"


"할아버지이! 할아버지... 읍!"


"알았어! 알았다고! 알았으니까 그 입 좀 다물어!"



그렇게해서 내 의견대로 분담해서 돌보기로 했다.




* * *



다단은 이제 막 기기 시작한 에이스를 안아들어 나에게 건넨다.


"자아. 네가 돌보기로 했으니, 귀저기나 씻길 때 빼고, 잘 돌봐라. 네가 아무리 책임을 지겠다해도, 거프에게 추궁받는 건 나니까."



뭐야. 결국 내가 돌보든 안 돌보든 어차피 책임은 다단한테 있다는 거 아냐. 그나저나 나 아기 들어본 적 없는데.



"윽, 무거워."



아기를 건네받자마자 나온 한마디. 아니 솔직히 무겁다라는 문제보다 안는 방법을 몰라서 아기가 불편해 할까봐 어색한 자세로 온 몸에 힘이 들어가 경직된다.



"아기 떨어뜨리지 마라."



보다못한 다단이 한 마디 한다. 그럼 다단이 전부 하세요. 역시 에이스 걱정하고 있구만!



"안 떨어뜨려요."



에이스는 내 품에 안겨 그저 까르르 웃는다. 어느새 지킨다는 의미가 돌본다는 의미로 바뀐 것 같다.




어느새 밤.



에이스는 내 품에 안겨 잠들었다. 겨우 안는 방법을 터득했다. 나는 에이스를 잠시 옆에 내려둔다.


견문색의 패기. 아까 거프가 말한 감을 익히려고 한다.


무장색은 기본체력이 있어야 할 것 같고, 견문색 역시 기초체력이 있어야 피하겠지만 우선 눈을 감고, 기의 흐름과 동시에 생명체 특유의 소리를 듣는 것을 깨우치는 걸 우선시 해야할 듯 하다. 피하는 건 그 다음.


아까 에이스를 안고 하루종일 몸의 기의 흐름과 소리를 들으려..주변상황을 파악하려 애썼으나 실패.


에이스가 칭얼거려 중간에 그만둬야했다.


그 후로 에이스는 깨어있었고 울지도 않았지만 도도도도하면서 여기저기 기어다녔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했고 수련은 포기해야했다.


혹시 눈감고 에이스의 기척을 느끼며 감시하면 되지 않을까 했지만 이리저리 기어다니는 에이스를 보니 미친 생각인 것 같아서 바로 지웠다.


결국 수련은 밤에만 해야할 것 같다.

2
이번 화 신고 2018-01-31 17:13 | 조회 : 1,552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오타지적 환영ㅇㅅㅇ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