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하늘은 맑고 높으며 솜뭉치 같은 구름이 흘러다녔다. 푹신한 쇼파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보니 모든 고민마저 사라져버리는 듯 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침대였다.

"뭐지? 쇼파에서 잠들었는데? 마르코가 옮겨줬나?"

이른 오후부터 잤기때문인지 정신이 맑았다. 스텐드의 불을 켜자 어두운 방이 노란 빛으로 가득찼다.

"마르코"

에이스는 고요한 방에 나직이 읖조려본 이름에 스스로 놀랐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

"어젯밤, 키스, 좋아해?"

"..."

"미친거아니야! 팬티때문에 몽땅 잊고있었어! 나 술 먹고 들어와서 마르코한테!!!"

혼란스러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에이스는 보는 이가 없었지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후우- 그러고보니 마르코가 좋아한다고했어.. 날 좋아한다고!"

흥분한 목소리가 크게 나가자 놀란 그는 입을 막았다.

"근데 왜 날 못 믿는거야? 역시 더 적극적으로 나가겠어! 아저씨를 쓰러트려서라도!"

그러나 다음날 아침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겠다 다짐한 에이스의 결심은 마르코가 새벽같이 집을 나서는 바람에 마무것도 해보지 못 했다.

"뭐야. 일 같은건 굳이 직접하지않아도 되면서 일찍 나가버리다니."

에이스는 식탁에 앉아 삼겹살을 우물거리며 투덜거렸다. 에이스가 돌아오고 텅비었던 냉장고에는 다양한 식재료들로 가득 채워졌다. 삼겹살 역시 마르코가 준비해 둔 것이었다.

"아!"

에이스는 휴대폰의 주소록을 뒤적이다 '이완'을 찾아 통화를 눌렀다. 이완은 사보를 통해 알게된 남자였다. 그는 섹슈얼리티에 있어서 자유로운 태도를 가지고있는 그분야 권위자이며 그런 방면의 초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있었다. 짧은 신호음이 지나고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하! 에이스, 좋은 아침이야. 어쩐일이야?"

밝고 쾌활한 하이톤의 목소리였다.

"이완! 점심때쯤 가게에서 상담 가능할까?"

에이스는 그릇에 담겨있는 고깃덩이를 젓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물론이지! 에이스는 언제나 환영이야~ 무슨 일인데 그래? 응?"

"그게 말이지. 나, 남자를 꼬시고싶어."

"그러니까 연상의 남자를 꼬시고싶다고?"

"응."

"그 남자가 이미 네가 좋다고 했다며?"

"그랬는데 뭔가 부족해! 평소랑 같아. 같이 밥 먹고 이야기하고. 무엇보다 아저씬 내가 자신과 못 잘거라고 생각하고있어."

이완의 가게는 핑크와 하트가 넘쳐났다. 그곳의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며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작은 인테리어 소품마저도 사랑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흠, 좋아! 그렇다면 유혹이야!"

"유혹?"

"그래, 유혹. 좀 더 섹시하게 나가보는거야! 안 넘어오곤 못 견디게 말이야."

이완은 타이트한 옷과 체크 스타킹을 입고 5센치정도의 굽이 있는 구두를 신고있었다. 그는 진한 화장을 한 눈을 반짝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안쪽 방으로 에이스를 안내했다.

"여기야. 이곳에 너를 최고로 만들어줄 것들이 있어."

달칵

문이 열리자 안으로부터 밝은 빛이 쏱아져 나왔다.

"이, 이거라고?"

"응. 히하!"

들어선 방은 드레스룸이었다. 순백의 나풀거리는 원피스부터 빨간 차이나드레스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옷들이 진열되어있었다.

"이건 어떨까? 음, 이것도 좋을 것 같고~"

흥분한 이완이 방을 돌아다니며 옷을 이것저것 꺼내들었다.

"이완, 이런걸 입으면 아저씨가 넘어올까?"

살짝 붉어진 귀를 한 에이스가 흰 드레스자락을 잡고 물었다.

"흐음~ 자기, 적극적으로 유혹해보겠다고 온거아니야?"

이완은 옷 고르던 것을 그만두고 에이스 앞에 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렇긴한데 나 이런 옷은 못 입겠어. 미안해, 이완. 그리고 아직 이럴 단계도 아닌것 같아. 아저씨한테 다시 좋아한다고 말하고 나도 그 말을 듣고싶어."

"그런거야? 그런거라면 이런 유혹이 아니지. 오늘 저녁에 다시 한번 말해봐. 술 마시지말고 그 사람을 똑바로 보고 말해보는거야! 그런데 살짝 올려다보면서 눈을 반짝이게 만들어야돼. 그게 포인트! 이야기할 때는 그 사람이 보이는 곳에 손을 두고 꼼지락거리는 것도 좋아. 그런 작은 부분까지 합처져서 모든 걸 만드는거라고~"

"응! 그렇게 해볼게."

"그리고 이 옷을 입는거지! 히하!"

"응?"

이완은 민 소매에 허리라인을 강조한 디자인의 흰 드레스를 내밀었다.

"아, 얼마나 아름답겠어? 첫날밤을 위해 준비하는거야."

"아니, 이런거까지야.."

이완은 거절하는 에이스의 손에 드레스를 담은 좋이가방을 걸어주었다.

"아~ 막 시작되는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신에게 솔찍해져~ 히하!"

"가져와버렸어."

침대에 앉은 에이스는 손에 들린 옷을 바라보았다. 하얀 드레스의 뒷면에 있는 지퍼에 눈이 갔다.

"이런 옷을 입으면 마르코가 뒤어서 저걸 내려주겠지?"

띠리리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에이스는 급하게 드레스를 다시 종이가방에 넣고 침대 밑으로 밀어넣었다.

똑 똑

"에이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소스라치며 자리를 정리하고 문을 열었다. 그 앞에는 단정한 차림의 마르코가 서있었다. 그는 어쩐지 조금 불안한듯이 에이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야기 좀 하자."

"그, 그래."

에이스가 옆으로 비켜서자 마르코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입고있던 자켓을 벗어 의자에 걸어두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리와."

마르코가 자신의 옆을 툭툭치며 말했다.

"으, 응."

'아! 손."

마르코의 옆에 앉은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에이스는 두손을 무릎 위에 두고 꼼지락거렸다. 한동안 누구도 입을 열지않았다. 그저 조금 불규칙한 자신의 두근거림을 느끼고있었다. 그러다 먼저 입을 연것은 마르코였다.

"에이스. 나, 널 좋아해. 많이."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마르코가 좋아한다고 말해줬어!'

"순진하게 좋아한다는게 아니야. 너랑 있으면.. 만지고싶고 안고싶고 그런 의미로 좋아해."

진지한 눈동자가 에이스에게 눈을 맞춰왔다. 에이스는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 고장나버릴 것 같았다.

"스읍, 후우. 나도 좋아해! 좋아한다고! 말도 안되는 일로 고민하고 질투할만큼 좋아해."

붉어진 귀에서부터 볼로 열이 오르더니 이제는 온몸에서 열이 나는 듯 했다. 마르코는 말없이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에이스에게 다가갔다.



입술이 가볍에 붙었다 떨어졌다.

"이젠 안 놔줄거야. 전에 말했지? 내 손에 들어온건 그게 무엇이든 끝까지 내 것이라고."

마르코가 에이스의 양 어깨를 잡고 입술로 다시 다가갔다. 그는 진한 키스를 이어갔다.

"흐응~ 츄릅~ 응~"

'더. 조금 더. 기분 좋아.'

에이스의 입술을 빨고 깨물던 마르코가 손을 들어 에이스의 턱을 당기자 입이 벌어졌다. 그는 다시 한번 집요하게 입술을 빨고 더 깊숙히 키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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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27 22:13 | 조회 : 1,580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드디어 다음화엔 기다리고 기다리던 씬이 나올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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