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식탁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서로의 눈치만 보기 바빴다. 바스락거리는 식빵소리와 식어버린 베이컨 조각을 씹는 소리가 가득했다. 마른 음식이 대부분이라 목이 메여왔다.

"윽! 콜록! 콜록!"

마르코가 바로 우유를 따라두었다.

"자, 천천히 먹어."

'마르코겠지? 아까 마르코가 왔을때..'

우유를 마시며 힐끗 쳐다본 마르코는 무표정하게 식빵을 씹고있었다.

'으... 마르코가 아니면 없어질리 없는데.'

다시 한번 힐끗 쳐다보자 마르코가 반사적으로 에이스를 쳐다봤다. 놀란 에이스가 바로 시선을 거두고 우유를 더 들이켰다.

'알까? 뭐라고 생각할까?'

입주변에 하얀 띠를 만들어 놓고 베이컨을 집어 우물거렸다. 그때 자리에서 일어난 마르코는 그대로 접시를 싱크대에 담고 물을 부어놓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

"... 뭐야? 아닌가?"

"얼굴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어."

방으로 돌아온 마르코는 침대에 누워 중얼거렸다. 입안에는 아직 아침으로 먹은 베이컨의 냄새가 남아 맴돌고 있었다.

드르륵

잠시후 그는 침대 옆 작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을 뒤적거리자 자신에게 고민을 안겨준 검은 드로즈가 걸려나왔다.

'에이스 녀석도 다 컸네. 남자야. 남자.'

손가락 끝에 걸린 에이스의 것을 바라보며 마르코는 생각에 잠겼다.

'어떤 꿈이였을까? 그 녀석 취향이라면 화려하진 않았겠지? 그래도 이정도면 어느정도 야하긴 했겠지? ... 설마...'

"...내가?"

"팬티 한 장 가지고 너무 많이 나갔네."

달아오르려는 열을 진정시키기위해 걸려있던 검은 드로즈를 다시 서랍에 넣고 닫았다. 그러나 어제부터 시작된 열기는 쉽게 달아올라 좀처럼 떨어뜨리기는 어려웠다. 마르코는 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는 어젯밤 욕실에서 그렸던 에이스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젠장."

결국 그는 욕실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으- 지금이 몇시지?"

씻고 나와 침대에 기대어 서류를 검토하다 그대로 잠들었던것이다. 창문 밖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햇빛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대신 방안은 어둠이 가득했다.

"이런 벌써 저녁인가보군."

부스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마르코는 저녁 준비를 위해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으로 향하는 복도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끝에 위치한 거실 쇼파에 알수없는 형체가 있었다.

"에이스?"

'저녁준비하러 나왔다가 잠들었나?'

발길을 바꾸어 쇼파 맡에 다다르자 세상 모른채 입을 벌리고 잠이든 에이스의 모습이 푸른 달빛을 받아 은은히 보였다. 집 안에선 윗옷을 입고 다니지않는지라 탄탄한 상체의 곡선에 시선을 빼앗겨 가만히 지켜보았다.

"쿡"

'귀여우면서도 아름다워.'

마르코는 쇼파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에이스를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다. 살짝 손을 들어 잠든 에이스의 볼을 쓸었다. 에이스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러자 그는 손을 떼고 에이스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눌렀다. 짧게 붙었다 떨어진 입술의 감촉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두근- 두근-

점점 마르코의 심장박동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조직의 험한 일을 할 때 조차 숨이 차본적 없었던 마르코였지만 조금씩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계속해서 에이스가 잠에서 깨지않고 반응이 없자 다시 손을 들어 이번에는 살짝 그의 가슴을 쓸었다. 탄탄한 가슴과 함께 손가락 사이에 걸리는 유두를 마치 처음 보는 것인듯 조심히 그리고 끈질기게 괴롭혔다.

"으흣-"

계속된 자극에 에이스가 살짝 허리를 움직였다.

'심장이 터져버릴것같아. 잠든 사람한테 뭐하는 짓이야.'

마르코는 죄악감을 느끼면서도 다시 손을 들어 에이스의 몸에 가져다댔다. 거칠것만 같았던 피부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하아-"

가라 앉지않는 흥분감이 자신을 뒤덮은것 같았다. 마르코의 손은 가슴에서 복부로 이동했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은 단단했지만 그 특유의 선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었다. 갈라진 복근을 살살 쓸며 에이스의 몸에 입을 맞추었다.

"츕-"

'멈춰야하는데 몸이 말을 안 들어. 이러다 에이스가 깨버릴지도 몰라.'

그러나 그의 입술은 여전히 에이스의 가슴에 머물러 있었고 촉촉히 적셔나갔으며 손은 조금씩 더 아래로 내려가 결국 손가락이 에이스의 중심을 더듬으며 반바지 위를 지나갔다.

"흐응-"

순간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던 손가락도 에이스의 가슴팍을 배회하던 입술도 심지어 숨 쉬는 것 조차 멈추었다. 거실에는 다시 고요함이 차올랐다. 그제야 마르코의 심장소리가 둘 사이를 채웠다.

'후- 미쳤군.'

에이스의 몸에 닿았던 모든 신체를 떼어내고 그가 누워있는 쇼파 옆 바닥에 앉아 기대었다. 얼굴을 돌려 에이스를 바라보자 녀석은 여전히 잠에 빠져있었다.

"에이스"

나지막히 울리는 목소리가 그 이름의 주인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쇼파에 머리를 가져다댔다. 마르코의 비죽한 머리칼이 에이스의 옆구리에 닿았다.

"이대로 지내다간 말라 죽을 거야."

"그럼 그냥 사실대로 말 해."

창문 하나 없는 작은 밀실. 그 방의 가운데 긴 테이블 하나와 그 위를 비추는 백열전구가 있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두 사람 중 왼쪽의 사람은 손을 올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채 진지한 태도로 이야기를 하고있었고, 오른쪽의 사람은 등받이에 기대어 무성의한 태도로 대답을 하고있었다.

끼익

왼쪽의 남자가 자세를 고치기 위해 움직이자 철재 의자에서 소리가 났다. 백열등의 불빛이 진한 윤곽을 남기며 두 사람의 얼굴을 비추었다.

"난 에이스가 평범하게 행복했으면 좋겠어. 아버지한테 넘겨 받았을 때부터 녀석을 동생이라 생각하고 지냈어. 힘든 길을 걷게 하고싶지 않아."

"뭐가 힘든 길이야? 네가 남자인거? 아니면 조직의 2인자인거?"

"둘 다. 조직 내에서야 내가 누굴 좋아하든 눈치볼 필요도 없고 그럴 일도 없겠지만 밖에선 달라. 같이 손을 잡고 거리를 걷거나 평범한 데이트도 못 할거야. 에이스가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작은 행복들을 내가 빼앗아버리는것 같아."

가만히 마르코의 이야기를 듣던 삿치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땠다.

"뭐야. 우리 1번 대장 늙긴 늙었나봐. 다른 사람 눈치를 살피고 그 꼬맹이 일에 잔 걱정이 넘치는걸보니. 쿡쿡쿡"

마르코는 힘을 빼고 의자 등받이에 쓰러지듯 풀썩 기대었다. 다물어진 입술사이로 피식거리는 소리가 나며 짧은 조소가 이어졌다.

"풋, 나도 내가 이런 생각하게 될지 몰랐어. 그런데말이야 삿치, 누굴 되게 좋아하게되면 그 사람 밖에 보이지않게되더라. 그 사람이 상처받거나 아프거나 조금이라도 안 좋은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돼. 그러니까 내가 다가가는게 힘든거야. 날 좋아한다는 녀석을 부정해가며 그게 녀석을 힘들게 하더라도 나와 있는것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게 더 행복할 것 같으니까."

오른쪽에 앉은 삿치가 테이블에 손을 올리며 깍지를 꼈다. 그는 고개를 젖쳐 천장을 바라보고있는 마르코를 바라보았다.

"그건 순전히 네 생각이잖아. 에이스가 어느정도로 생각하고있는지 진지하게 이야기해보지도 않고 지레짐작으로 밀어내고있잖아. 어쩌면 그게 녀석을 더 힘들게 하고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테이블 위의 백열등이 여전히 어두운 방 가운데를 비추고있었다. 마르코는 손가락 사이에서 방황하던 담배에 불을 붙혔다. 빨간 점과 함께 회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작은 밀실은 금새 담배연기와 그 냄새로 가득찼다.

"그런가? 어쩌면 나이 먹고 내가 겁쟁이가 되버린걸 마주할 용기가 없어 그냥 포장하려했던걸까?"

"이제 그만 하고 나가자."

먼저 일어난 삿치가 마르코의 어깨를 두드리곤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린사이 마르코의 등 뒤로 바깥의 밝은 빛이 쏱아져 들어왔다. 백열등의 그 존재감이 희미해질만큼 밝은 빛이었다. 마르코의 얼굴이 그늘지며 그의 표정은 알 수 없었다.

철컹

문이 닫히고 다시 어둠에 둘러싸여진 곳에 마르코가 있었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떼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못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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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25 19:07 | 조회 : 1,713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마르코 말투를 일반적으로 바꿨어요ㅠㅠ 첫 댓글 너무 감사해요♥ 연재 주기가 좀 더 빨라지도록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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