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잠에서 깬 에이스가 침대에 어정쩡하게 앉았다.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찝찝한 느낌이 생경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에이스는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조심히 이불을 젓혔다.

"이거 진짠가... 하아"

이불에 감춰져있던 것을 확인한 후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새벽 3시 반이 되어가는 어두운 복도 끝 유일하게 빛이 세어나오는 곳은 화장실이었다. 그 안에 찰박거리는 소리를 내며 에이스는 조심히 빨래를 했다.

'미쳤어! 이게 무슨 일이야!'

마르코와 일이 있은 후 바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에이스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마르코를 원망하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근데! 울다 잠들었는데 어떻게 꿈은! 꿈은...'

찰박!

꾸었던 꿈을 떠올리자 다시 얼굴이 붉어지며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 큰 소리가 났다.

"후, 내가 이렇게 밝히는 애였나?"

에이스는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이야기했다. 그 곳에는 검은 머리칼이 잔뜩 헝크러지고 주근깨가 많은 아직 소년의 티를 벗어내지 못한 얼굴이 발같게 달아올라 있었다.

촥!

그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양손에 받아다 거울에 끼얹어 버렸다. 다시 바라본 거울엔 울렁이는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깨진 않았겠지?'

축축하게 젖은 속옷을 한 손에 들고 살며시 화장실 손잡이를 돌려 어두운 복도를 확인했다. 다행히 바깥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자 아쉬움이 몰려들었다.

'차라리 아저씨가 봤다면 이야기 할 수 있었을 텐데...'

조심스레 화장실을 빠져나와 스위치를 끄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에이스는 결국 다시 잠들 수 없이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아, 결국 날 샜다."

물기가 어느정도 제거된 속옷은 어디에 둬야 좋을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옷걸이에 걸쳐 옷장 손잡이에 걸어두었다. 어차피 잠도 안 오는 거 다 마르면 빠르게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에이스는 침대에 누워 그렇게 걸어둔 속옷에 눈이 갔다.

화아악

다리 언저리에 있던 이불을 끌어다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곤 다리를 동동굴렀다. 그러기를 잠시. 이내 에이스의 침대에 고요가 찾아왔다.



오전 6시. 마르코는 너무 맑은 정신으로 태양빛을 받고있었다.

'가만히 앉아있어봤자 뭐하겠어? 오늘은 좀 일찍 일어나야겠다.'

이불에서 나오기 위해 손을 뻗는 순간

'에이스는 어떻게 보지?'

마르코의 머릿속엔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이불을 향해 뻗었던 손을 얌전히 내리고 어젯밤 자신이 에이스에게 했던 짓과 방으로 돌아와 스스로 했던 짓 때문에 그는 에이스를 마주볼 용기가 나지않았다.

'미쳤지! 애가 술 먹고 그것 좀 유혹해온다고 홀딱 넘어가 그런짓을 하다니. 게다가 그런 애를 생각하며..'

"우윽!"

머리를 감싸쥔 마르코는 지나치게 생생하게 떠오르는 어젯밤 일들을 떨쳐버리기 위해 노력했다.

"모르겠다. 일단 에이스 배고플테니까 아침부터 먹이자. 그리고 반응 보면 어떤 생각인지 좀 알겠지."

생각을 정리한 그는 그토록 밀어내기 힘들었던 이불을 가볍게 쳐내고 주방으로 향했다. 실버 위주의 깔끔한 주방에서 아침으로 식빵과 베이컨을 굽고 토마토를 썰었다. 에이스가 좋아하던 잼을 냉장고에서 꺼내고 둘이 앉기 딱 맞는 식탁에 식기를 정리해 올려두었다. 평소라면 베이컨 굽는 냄새에 달려나올 에이스가 어쩐일인지 나오지않자 마르코는 에이스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 똑

"응?"

'무슨 일이지? 잠이 많긴하지만 베이컨이나 고기 냄새엔 언제나 일어나던 녀석이 왜 나오지도 않고 기척도 없지?'

똑 똑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려봤지만 방에선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결국 마르코는 살며시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침대에는 이불 중간에 불룩한 형태가 놓여있었다.

"에이스?"

이름을 불러도 미동조차 없자 마르코는 침대곁으로 가다가 이불의 끝을 조금 끌어내렸다. 그러자 잔뜩 엉망이된 머리카락이 먼저 나오고 그 아래로 입을 벌리고 한 껏 잠에 취한 에이스의 얼굴이 들어났다.

"귀엽기는"

마르코는 아이처럼 곤히 잠든 에이스의 얼굴을 관찰했다. 반짝이던 두 눈을 덮은 속눈썹과 콧잔등 위로 빼곡한 주근깨 그리고 어제 맞추어왔던 분홍빛의 입술, 그 벌어진 사이로 보이는 하얀 이와 붉은 혀.

'어제 저 입술과 혀가..'

에이스의 얼굴을 바라보던 마르코가 휙-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시야에 들어온것은 사정을 알 수 없는 속옷이었다.

"이런게 왜 여기 이렇게?"

몸을 일으켜 옷장 앞에 선 마르코가 에이스의 속옷을 옷걸이에서 꺼내었다.

'축축하잖아?'

양손에 에이스의 것을 쥔 채 두 눈을 꿈뻑이던 마르코는 아직 잠들어 있는 에이스를 슬쩍 보고 그제야 이유를 알아챈듯 급히 얼굴에 열이 올랐다. 죄라도 지은냥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저씨?"

"어!"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에이스의 목소리에 당황해 큰 소리를 냈다.

'어쩌지! 이걸 어떡하지!'

마르코는 자신의 손에 쥐여진 에이스의 것을 꼭 쥐고는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야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그러나 시간은 촉박했다. 에이스가 아직 완전히 잠에서 깨지 않았을 때 해결해야했다. 등 뒤에서는 에이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 아침 먹으러 나와."

마르코는 어정쩡하게 걸으며 에이스의 방을 빠져나왔다. 에이스의 시선이 미치지못하는 자신의 한쪽 편 손에는 에이스의 것이 고이 들려있었다.

'미쳤지! 이걸 들고나오면 어쩌자는거야!'

복도로 나온 마르코는 방문을 닫고 빠르게 걸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문 뒤에 선 그의 양손에는 축축한 에이스의 검은 드로즈가 쥐여있었다.

"으윽, 이건 어떤 의미로 자극이 더 심하잖아!"



마르코가 빠져나간 방에 덩그러니 남겨진 에이스는 멍하니 일어나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켰다.

"흐아암~"

팔을 쭉 뻣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가늘어졌던 눈이 떠지자 에이스는 기겁할 듯이 놀랐다.

"뭐야?! 어디갔어?"

자신의 검은 속옷이 있어야할 자리에 남은 것 없이 텅빈 옷걸이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옷걸이를 들고 이리저리 살피고 바닥을 기며 살펴봐도 그 어디에도 검은 천쪼가리는 보이지않았다.

"설마.. 설마.. 설마?!"

에이스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말도 안돼! 마르코가!"

2
이번 화 신고 2018-02-20 16:59 | 조회 : 1,568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음 생략한 부분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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