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툭-

덮쳐오는 에이스때문에 읽던 책을 배 위에 올려두고 뒤로 물러났던 마르코의 책이 그의 몸에서 추락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거나말거나 에이스는 마르코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느릿하게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갔다. 마르코의 몸은 이미 에이스의 아래에 완전히 갇힌 모양새였다. 쇼파에 기대어져 더 이상 물러설곳이 없는 마르코는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에이스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후우-"

일부러 말꼬리를 늘려 유혹하듯 이름을 부르는 것인지 술에 취해 혀가 풀려 말꼬리가 늘어진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 청각적 자극은 당장 눈 앞의 엄청난 자극과 더해져 마르코를 인내의 바닥으로 이끌고있었다.

'어쩌라는거야?'

쿵- 쿵- 쿵-

에이스가 입을 다물자 들리는건 심장뛰는 소리와 목울대가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는 소리뿐이었다. 마르코는 술에 취한 에이스를 건드리고싶진 않았다. 그러나 에이스는 점점 자극적으로 다가오고있었다. 그는 마르코를 가둬두고 눈을 맞추며 천천히 고개를 숙여 내려갔다. 느릿한 동작에 그의 근육들이 조금씩 꿈틀거리는 것이 색정적이었다. 마르코가 에이스의 몸에 신경이 팔린 사이 에이스는 마르코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댔다.

"후---"

이마가 닫고 코끝이 닿을듯하게 간지르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내쉬는 숨이 섞여들었다. 에이스는 마르코의 배에 걸터앉아 그와 더 가까이 닿고자 했다. 이내 고개를 들어 마르코의 얼굴을 살폈다. 마르코는 당황한듯 보였지만 얼굴이 붉어져있었고 에이스 역시 얼굴이 터질것 같이 붉었다.

쪽.

에이스는 다시 고개를 숙여 이번엔 마르코에게 짧게 입술을 맞추곤 배시시 웃었다.

'뭐야! 쪽? 지금 장난해?!'

마르코의 얼굴엔 당혹감이 감돌았다. 한순간이지만 이정도로 유혹하며 다가왔다면 농밀한 키스를 예상했기에 아쉬움이 몰려들었다. 입술이 떨어지고 둘 사이에는 다시 뜨거운 숨이 섞여들었다. 마르코는 오른손을 들어 에이스의 왼쪽 뺨을 쓸고 뒷통수를 감싸 끌어당겼다. 에이스는 순순히 그의 손에 따라 끌려와 다시 입술을 맞추었다. 마르코가 에이스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물었다가 잠시 떨어졌다.

"젠장."

낮게 읊조리는 마르코의 목소리가 둘 사이를 채웠다가 사라졌다. 그는 다시 한 번 에이스에게 입을 맞추었으나 그것은 조금 더 농밀했다. 호흡과 호흡이 뒤섞이고 에이스의 입주변에 누군가의 타액이 조금 흘러있었다.

"흐음-"

'좀 더'

"츄-"

숨이 찬지 머리를 뒤로 빼려는 에이스의 뒤통수를 마르코의 오른손이 놓아주지않았다. 점점 답답해진 에이스는 마르코의 가슴팍을 밀어냈다. 그러자 그제야 에이스와 마르코의 입술이 떨어졌다.

"하아, 하아-"

"에이스, 이게 키스야."

마르코가 자신의 배 위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에이스의 허리를 가볍게 문지르며 '쪽'하고 끝내버린 에이스의 입맞춤에 대해 타박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애를 덥칠뻔했어. 일단 상황 정리부터.'

"후, 저리 가. 똑바로 앉아서 얘기해봐.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술은 또 어디서 그렇게 많이 마시고 온거야?"

에이스의 허리를 쓸던 손이 이번엔 그를 밀어냈다. 에이스는 얌전히 쇼파로 내려가 앉았다. 마르코 역시 몸을 일으켜 세워 바르게 앉았다. 둘 사이에는 방금전과는 다른 기류가 흘렀다.

"마르코가 좋아."

에이스는 제 발가락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뭐?"

"아마 마르코를 좋아해. 마르코 옷에 여자 화장품이 묻어있는거. 기분 나빴어. 기분 나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안 좋았어. 그리고 생각해봤는데 내가 아저씨를 좋아하나봐."

뱃속이 간질거리는 느낌으로 꽉찬 마르코는 달아오르는 얼굴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듯했다. 그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마르코?"

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하던 에이스가 답이 없는 마르코를 올려다보았다. 손에 가려져 어떤 표정을 하고있는지 알 수 없었다. 보이는 것은 그의 비죽한 노란 머리뿐이었다.

"나도 알아. 날 애로 보고있다는거."

'아니야. 그게 아니라서 이런거라고.'

"그치만 마음대로 안돼. 외면해보려 했지만 어리석은 짓이었어."

'내가 먼저 너에게 솔찍했다면 좋았을텐데. 그랬다면 덜 힘들었을텐데.'

"아저씨한테 말하고 나니까.. 더 욕심이 나. 사실 포기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에이스의 손목을 마르코가 잡아당겼다. 에이스의 허리를 끌어안은 마르코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었다. 포기해버리려했다는 말에 정신이 든 마르코는 에이스를 놓치고싶지 않았다.

"마르코?"

"..."

에이스는 울상을 지었다.

"이러지마. 말했잖아. 난 아저씨가 좋다고. 이러면.."

마르코는 고개를 들어 에이스를 올려다보았다. 붉어진 얼굴과 인상을 쓰고있는 눈썹이 눈에 들어왔다.

"흣!"

마르코는 아무런 말도 없이 에이스의 배에 입술을 맞추었다. 허리를 감싸쥔 양 손도 에이스를 조금씩 간지리기 시작했다. 에이스는 갑작스러운 자극에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결국 그는 마르코의 오른 어깨에 한 손을 올리고 나머지 한 손은 입을 막아 자극으로 부터 벗어나면서 소리를 참기위해 노력했다.

"에이스"

마르코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전까지와는 다른 자극이 몰려들었다. 마르코는 쪽쪽거리며 점점 위로 올라왔다. 그의 오른손은 아래로 내려가 에이스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달아오르는 몸은 직설적으로 그것을 나타냈다. 가슴 아래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움과 열기가 중심으로 몰렸다. 그것을 눈치챈 마르코가 손을 옮겨 에이스의 것을 쓸었다.

"흐응... 흐앗!"

그러자 놀란 에이스가 마르코를 밀어냈다. 순순히 밀려난 마르코는 말 없이 에이스를 바라보았다.

"에이스, 난 에이스 널 좋아해. 너랑 이런 것도 하고싶어. 그치만 넌.. 넌 그냥 날 동경할 뿐이야. 오늘은 이만 들어가. 술이 과했어."

마르코는 그대로 에이스를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 창문을 통해 슬프게 빛나는 달빛이 들어와 에이스에게 닿아 부서졌다. 그는 한동안 가만히 서있었다.

'아니야. 난 마르코를 그냥 동경하는게 아니야. 나도 아저씨랑 그런걸 하고싶어. 그냥 갑자기 그래서 놀랐을뿐이라고.'




문을 닫은 마르코는 그대로 미끌어져 주저앉았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했어. 심술이 나도 그렇지 애한테..'

마르코는 조금 전 자신이 만든 자극에 충실하게 반응하던 에이스를 떠올렸다. 지나쳤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에이스의 도발에 흥분해버려 더 나가지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나저나.. 난감하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에이스의 반응과 매혹적이던 상황과 자극들이 떠오르자 마르코의 몸도 달아오른 것이었다. 그것은 존재감을 나타내듯 확연히 표시가 나기 시작했다. 마르코는 한숨을 내쉬며 욕실로 향했다. 대충 바구니에 옷을 벗어 던지고 바로 샤워기 아래에 서서 찬물을 틀었다. 정수리부터 떨어진 차가운 물이 달아오른 몸을 식혀주길 기대했지만 그의 몸은 착실히 더 열을 올리고있었다.

"윽"

결국 그는 두 눈을 감고 어설프게 자신을 유혹하던 에이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흐앗! 핫.."

왼손은 벽을 짚고 앞으로 기대어 허리짓을 했다. 머리 속 에이스의 모습이 변하며 수위를 높여가자 마르코의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이 나이에 이게 무슨."

손바닥에 남겨진 욕망의 덩어리들을 잠시 바라보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갔다. 동생같이 키워온 녀석을 이런 대상으로 삼았다는 죄악감과 자신을 좋아한다고 수줍게 말하던 녀석을 잡아다 침대에 눕히고 싶다는 욕망이 뒤엉켰다. 계속해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희뿌연 잔재를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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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18 19:36 | 조회 : 1,646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수위 쓰는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ㅠ 왜 적질 못하니! 필터없이 적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부디 그런 편이 빨리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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