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x 박하령] 下 - 3

하령이 그렇게 쓰러지고 나고, 하령의 처소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모두의 신경은 잠잠 출산일이 다가오는 정빈에게 가 있었고, 쓰러진 ‘왕에게 버림받은 중전’은 머리 밖의 얘기였다.

하령은 쓰러지기 전 받았던 충격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는지 몸이 음식을 거부하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정빈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지내고 있을 때, 하령은 하루하루 말라갔다.





“마마, 기침하실 시각.....”

“아, 이미 일어났습니다. 제가 또 기척이 아예없이 있었나봅니다.”




하령을 모시는 시녀들은 자신들의 마마가 말라가는 모습과 생기가 없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마르면서 드러나는 얇은 몸선과 살이 없어진 얼굴은 하령의 모습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
하지만, 왜 저리 되었는지 아는 사람들은 마냥 아름답다고 할 수 없었다.






“수라를 들라 하겠사옵니다.”

“하지마세요. 입맛이 없군요.”




매번 수라상을 들을려고 하면 물리는 하령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산책을 나가지 않는 이상 하령은 무언가에 쫓기듯, 수를 놓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 듯이 매일을 수 놓으며 지냈다.





***




“게, 누구있느냐.”

“예, 마마”

“지금 당장 어달 갈 것이니 준비하거라.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한 명이면 충분할 것 같구나.”




이제 완전히 다가온 정빈의 출산일에 궁궐 안은 늘 조용했던 하령의 처소까지 시끌벅적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것은 하령에겐 정신적으로 큰 고통이었다.
조용하고 사람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그런 장소가 필요했던 하령이었다.


사람이 잘 지나다니지 않고 궁궐 그 어느 장소보다도 가장 조용한 곳, 원과 하령의 비밀장소였던 곳
그 곳은 이 괴로운 궁궐 안에서 하령의 안식처였다.




***



하령은 연못 안을 드려보다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자신의 얼굴을 본 지 얼마나 오래되었나 이젠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본 얼굴은 너무나 낯설은 얼굴이었다.


자신이 이리 웃지 않는 얼굴이었나..
이렇게 아무표정도 없이, 슬픔을 안고 있던 얼굴이었나..
한상궁과 운이에게 매일 이런 얼굴을 보여주고 있던 걸까..


하나씩 머리에게 물어보고 있자 연못 위로 한 방울씩 물이 떨어졌다.
물이 떨어진 곳에는 물결이 멀리, 연못의 끝으로 퍼져갔다.




“전하... 저는 전하가 밉습니다.”

“전하를 너무 미워해 이리 아픈가 봅니다.”

“후궁이 들어와도 저만 본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이리 가까이 있는데, 왜 보지를 않는 것이에요.”

“전하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아니, 제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왜 여인으로 태어나지 못 한 걸까요.”

“왜 사내여서 전하의 아이를 가지지 못 하는 몸 일까요.”

“제 몸이... 사내인 제 몸이 너무도 싫습니다.”

“진짜 하연이였다면 괜찮았을까요.”

“제가 하연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한 줄 아십니까.”

“눈을 뜨면서, 수를 놓으면서, 밖을 구경하며, 다시 눈을 감을 때까지 한시도 그 생각을 안 한 적이 없습니다.”

“전하... 왜 정빈을 좋아하시는 겁니까.”

“저와의 약조는... 전하의 그 모든 말들은 다 거짓이었던 것입니까.”

“나를 연모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어디가신겁니까... 빨리 돌아오세요.”

“저도, 저도 이렇게 많이 연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돌아와달란 말입니다....”





아예 바닥에 주저 앉아 목 놓아 울며 그 동안 속으로 삼켜야 했던 말들은 꺼내는 하령이었다.






***




연못에서 처소로 돌아 온 하령은 처소에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처소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서 하령을 기다리는 사람은 원이었다.




“전하...”

“오랜만인것 같구나.”

“어쩐일이십니까, 지금은 정빈에게 계셔야되지 않습니까.”

“잠깐, 얼굴을 보러 온 것이다. 그런데 계속 거기에 서 있을 것이냐”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 자리를 손으로 툭툭 치는 원이었다.
하령은 그 행동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고 원의 옆 자리에 앉았다.




“그 동안 잘 지냈느냐”

“예, 저는 잘 지내었습니다.”

“그래, 더욱 어여뻐진 것 같구나.”

“...”




예전이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하령이었지만, 이젠 그러지 못 했다.
자신이 많이 변하는 것을 느끼는 하령이였고, 또한 변한 것을 느끼는 원이었다.




“그런데 뭘 좀 먹고는 있는 것이냐...”

“전하...”




둘 사이엔 어색함이 흐르고, 원이 하령에게 묻자 하령은 되려 원을 불렀다.
원은 하령을 바라보았다.
하령은 원이를 보았을 때부터 지니고 있던 미소를 없애고 원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저를 안아주세요.”

“...뭐라고 하였느냐, 지금.”

“저를 안아주세요, 전하”





그러면서 하령은 스스로 옷을 푸르며 원을 눕혔다.





“중전...”

“아무 말 마세요...”




하령을 저지하려는 원의 손을 밀곤 원이의 옷도 하나씩 벗겼다.
그러자 원이의 얼굴에 물이 떨어졌다.
원은 처음 알 수 없었지만 물의 출처가 하령이라는 것을 알고 옷을 벗기는 손을 잡았다.





“하령아!!, 그만하거라.”

“....흐으윽.. 싫습니다....”




울면서도 그만하라는 원이의 말에 싫다고 대답하는 하령은 자신의 손을 원이에게서 빼내며 밑으로 내려가 원이의 그 것을 잡아 자신의 입에 넣었다.




“하령아! 왜 그러는 것이야... 빨리 빼거라”




그만하라는 소리에도 하령은 눈물을 흘리며 원이의 그 것을 열심히 물고 나주지 않았다.
원이 하령을 억지로 떼어낼려고 하자, 하령은 입을 떼고 풀지도 않은 자신의 비좁은 곳에 억지로 밀어넣었다.




“크흣... 윽..”




몇 달동안 하지 않았던 하령의 그 곳은 찢어지고 피가 많이 나고 있었다.
원이는 아파하는 하령을 보며 빼려고 하자 하령은 더욱 깊숙이 넣었다.




“하아, ....으읏..”

“그만하거라!!, 왜 아픈 짓을 하는거이야....”

“아악!! .... 흣... 아흑..”



하령은 아픔에도 스스로 움직였고, 원이는 그런 그를 막지 못 하자 하령이 덜 아프도록 도와주는 일 밖에 하지 못 했다.





“전하!!! 정빈마마께서 진통이 시작되었다고 하십니다!!!!”




둘 다 아픈 행위를 하고 있던 중 내관이 달려와 문 밖에서 정빈의 진통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소리를 듣자 원이는 하령을 쳐다보았고, 하령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흐윽...가지마세요, 싫습니다...”

“......가 봐야 될 것 같구나.”

“전하... 가지마세요.”




울며 가지 말라는 하령의 안에서 자신의 것을 빼내고 옷을 추수리며 원이는 내관을 따라 정빈의 처소로 가 버렸다.
그렇게 억지로 하여 만신창이가 되버린 하령은 혼자 남아 울음 터트렸다.


원이는 알 수 없었다.
가지말라고, 싫다고 한 하령의 말이,
하령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어리광을 폈던 것이라는 점을...




***



하령이 울음을 그치고 마음을 다 잡을 시간도 없이 출산을 하는 정빈에게 갈 채비를 해야만 했다.



“마마,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그냥 처소에 계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아니에요. 출산을 하는데 안 가 볼 수야 없지요.”




찢어져버린 그 곳을 치료도 할 시간 없이 나와서 하령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새하얗게 얼굴이 변해갔다.




“마마, 더 이상은 안 되옵니다. 돌아가세요.”




시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령의 앞 길을 막았다.
정말 하령의 얼굴은 곧 죽을 사람의 얼굴로 변해가고 있었다.




“비키세요. 제가 안 갈 수가 있습니까... 전하의 아이입니다.”

“마마...”

“비키세요, 전 가야 합니다.”



시녀를 밀치며 그 길을 지나가려는 하령의 손목을 시녀가 잡았고 하령은 손목을 잡혀 몸에 약한 충격이 가자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다.




“마마!!!”

“하아, 가야하는데...”




그 말을 끝으로 하령은 결국 정신을 놓아버렸다.





***




하령이 다시 눈을 떳을 땐 이미 하루가 지나있던 상태였다.
자신이 쓰러졌을 때 치료한 것인지 그 곳은 이미 치료가 되어있었다.



“...말 하지 않았지요?”

“예, 마마”



하령이 쓰러지면서도 시녀에게 자신이 쓰러진 것을 다른이들에게 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시녀는 얼마나 그 것이 신경쓰였으면 쓰러지면서까지 부탁을 하셨을까 싶어 말하지 않았다.




“정빈에게 가 봐야 되겠습니다.”

“마마, 하지만 아직 몸이!!”

“출산한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제가 모습을 띄지 않는다면 뭐라 한 소리를 들을지 몰라요.”




하령의 고집은 꺽을 수 없었고, 시녀들은 하령을 부축하며 정빈의 처소로 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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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04 04:36 | 조회 : 1,630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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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단편모음집인데.... 점점 길어져간다아아 길어져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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