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x 박하령] 下 - 1

그렇게 하령이 침식되어져 갔고, 그런 하령은 사람의 온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원은 밤에만 찾아오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정빈은 임신한 것을 빌미로 원을 계속해서 불렀고, 원은 정빈에게 붙어있었다.


그러자 생기있던 하령의 눈은 점점 흐린 안개가 낀 듯 초점이 없어져갔다.
그런 하령을 보는 한상궁과 운이는 매일매일을 마음조리며 지냈다.





“한상궁, 제가 예전에 놓았던 수 어디있지 아십니까?”

“아, 그것은 창가쪽 서랍에 넣어두었사옵니다.”

“오! 여기있네요. 한참을 찾고있었거든요.”

“왜 수를 다시 놓으시렵니까?”




예전에 놓다가 말았던 수를 찾는 하령에 한상궁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그러자 하령은 옛 기억에 빠진 듯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 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 손재주가 안 좋은 저는 할 줄 아는게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 수는 꼭 놓고 싶어 열심히 했었는데..”

“예, 기억 납니다. 그때 손이 상처투성이셨지요.”

“맞아요, 그때 얼마나 아팠는지 모릅니다.”




하령은 그때를 생각하며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때는 많았던 상처와 흉터였는데,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은 흉터란 것을 찾아볼 수 없이 깨끗해진 손이었다.




“그때 하나를 만들고 전하께 선물로 드렸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것을 하나 만들어 제가 가지려 하였지만 왠지 내가 할 것을 내가 만드니 의욕이 나지 않아 넣어두었던 것인데...”

“이상하게 오늘은 수를 놓고 싶네요. 한상궁도 하실려면 제 옆에서 하세요.”



수를 놓으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 편안해질 것이라 믿었던 하령이었다.





***



이제 밝게 해가 떠 있는 낮에는 조용했던 하령의 처소에 여러명의 발소리와 한 개의 쿵쿵- 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한개의 발소리에 주인공이 문을 세게 열고 방 안에 들어왔다.




“대비마마, 여기까진 어인일로 오셨습니까?”

“당연히 중전이 걱정되어 왔지요!!!”

“예? 제가요?”




하령은 왜 자신이 걱정되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표정으로 대비를 보았고, 대비는 그런 순수한 얼굴에 더욱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왜 이리 태평하게 있는 겁니까?”

“화가 나지 않는 겁니까!?”

“슬프지 않냔 말입니다!!!”

“마마... 저는 괜찮습니다. 당연한 일들이에요.”

“뭐가 당연하단 말이에요!!! 오직 당신만을 보겠다 맹세하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당신을 배신 했다는데 뭐가 괜찮다는 말이에요!!!!!”




대비는 발끈해 말을 이어갔지만 하령은 그저 침착했다.
마치 모든게 다 내 잘못이고, 그 때문에 모든 일이 벌어졌다고 자책하는 것처럼




“마마, 제가 너무 큰 것을 바래 생긴 일들이옵니다.”

“중전이 얼마나 큰 것을 바랬다고 그러시는 겁니까”

“그저 저에게 따뜻한 눈빛 아니, 그냥 그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정도의 거리를 바랬는데... 그것이 너무나도 저에겐 과분한 모양입니다.”




하령은 툭- 하고 치면 바로 눈에서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하령이 힘든 걸 아는데 하령은 다른사람 앞에서 울지 않으려 했다.




“우셔도 됩니다. 무슨 중전이 울지 못 하는 사람입니까?”

“...마마”

“모두들 알고 있어요. 중전이 아프고 힘들다는 것을 그러니 참지마세요.”

“마마, 제가 울면... 울면 뭐가 바뀔까요?”

“중전, 이제 눈물 참지는 힘들지 않습니까”

“제가 울어도 되는겁니까...”

“중전이 무엇을 잘못 했다고 울면 안 됩니까, 제 앞에선 울어도 됩니다.”

“흐으윽... 마마 너무 힘듭니다. 흐윽, 이 궁에 온 것이 너무나 후회됩니다.”

“다 괜찮습니다... 모두 괜찮아요...”




어린이가 울음을 참다가 울음을 터트리는 것처럼 하령은 울었고, 그런 하령을 안고 등을 쓰담는 대비였다.
그리고 그들은 보고 고개를 숙이는 운과 아예 뒤돌아 숨 죽여 우는 한상궁이 있었다.





***



세월이 지나 정빈의 출산일이 몇 주 남지 않았고, 그래서 더욱이 원은 정빈의 처소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져갔다.




“한상궁, 전하를 만나려면 정빈의 처소로 가는 것이 좋겠지요?”



하령은 수를 다 놓은 손수건을 손에 꽉- 지곤 한상궁에게 물었다.
운이는 못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고, 한상궁은 한숨을 쉬며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예, 마마. 하지만 나중에 전하께 보여드리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이 드옵니다.”

“아니요. 한상궁 나는 지금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마마...”

“갑시다. 정빈의 처소로”



***




“정빈, 이 것도 먹어보시오.”

“음... 전하께서도 드셔보세요. 맛이 독특하옵니다.”





정빈의 처소에선 혼인한지 얼마 안 된 부부같은 말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나왔다.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쯤 정빈은 원이에게 물었다.




“전하, 언제까지 정빈으로 살아야 됩니까?”

“정빈 그게 무슨...”

“저는 전하의 옆에 당당히 서 있고 싶습니다.”

“제 아이도 눈치를 보며 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빈...”




원은 당황했지만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았고 정빈의 몸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정빈을 그렇게 고민에 쌓인 채 살게 두진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마시오.”

“전하... 그럼 지금 중전마마깨서는...”

“중전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지 않소.”




원의 말이 끝나자 밖이 소란스러워졌고, 곧이어 내관이 외쳤다.




“중전마마 납시오.”




내관의 말을 뒤로 문이 열리고 하령의 모습이 드러났다.
열심히 수를 놓은 손수건을 쥐고 있는 손을 뒤로 숨긴 채 정빈과 원을 마주하였다.




“중전!!!”

“.....정빈...전하, 그 동안 평안 하셨는지요. 제가 너무 갑자기 찾아 온 것 같습니다...”

“중전 아니ㅇ....”

“예, 중전마마. 몸관리가 중요한 시점에서 저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미안합니다. 정빈, 내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원의 앞이여서 그런지 하령은 더욱 자신의 표정을 숨겼다.
하지만, 정빈은 알 수 있었다.
하령이 지금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고, 울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럼 어인일로 오신겁니까, 저는 좀 쉬고싶은데요.”

“아...”




정빈의 처소로 와 원이만 불러내 말을 할 생각이었는데, 원의 말에 하령은 머리가 하애졌다.
또한, 그런 말을 들어서 원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하령은 이 곳와 할 것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서, 선물을 주려 왔습니다.”




그 말을 하며 손수건을 더욱 서게 쥐는 하령을 보고는 한상궁과 운이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원과 같은 물건이라며 웃고 좋아하던 하령이었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것을 내어준다니 어리석은 일이었다.





“정빈, 이제 곧 아이를 낳아야 되니 조금은 힘이 되었으면 해 만든 것입니다. 받으세요.”

“중전... 그건!!!”

“예... 전하께서 가지고 계신 것과 같은 것이옵니다.”

“전하와 같이 것...”

“...제가 처음 전하께 선물 했던 것과 같은 것입니다. 정빈”

“그런데 왜 그것을 저에게..”

“....정빈이 전하의 옆에 더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예? 너무 작게 말씀하셔서 듣지 못 했습니다.”




하령은 아픈 가슴을 참으며 말을 했고 하지만 너무 작은 목소리에 정빈과 원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하령의 뒤에 있는 한상궁과 운이는 너무나도 잘 들렸다.
하령은 울 듯한 표정을 지우고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언제든지 만들어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정빈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군요”

“이만 볼일이 끝났으니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정빈 푹 쉬세요.”





그 말을 하곤 하령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 했던 몸을 뒤 돌아 정빈의 처소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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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31 17:24 | 조회 : 1,313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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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길어져서 한편, 두편정도? 더 써야 끝날거 같아요. 아 그리고 제가 안예은의 ‘상사화’를 들으면서 썼는데 감정이입이 잘 되더라고요 그래서 읽으실 때 들으면 좋을거 같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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