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x 박하령] 中

원과 하령에 둘 만의 비밀장소에서 있던 일 이후, 후궁의 간택례가 진행되었고 정빈이라는 후궁이 들어왔다.
정빈은 소문대로 정말 아름다웠고, 성격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서 정빈이 궁궐에 들어온 후 하령은 조금만한 것들의 괴롭힘에 시달렸다.




“아앗.....아아, 아파라”

“어머, 중전마마 괜찮으십니까? 제가 급히 가느라 중전마마가 계신지 몰랐습니다.”

“아, 저는 괜찮습니다. 근데 정빈 그리 급하게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전하께서 저를 찾으셔 급히 가고 있던 중입니다.”

“전하께서요?”

“예, 마마. 아! 요즘 전하께서 중전을 밤에서 찾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전하께서 낮에는 많이 바쁘신 모양입니다.”

“...바쁘긴 마마를 창부로 생각하시는 거지....”

“예?”

“아닙니다. 그저 저의 혼잣말일 뿐입니다.”




정빈이 들어온 후 정빈의 말 그대로 원이 하령을 찾는 시간은 늦은 밤이었다.
그렇다고 만나는 횟수가 줄은 것은 아니지만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러자 시녀들 사이에선 ‘중전이 창부로 전락했다.’라고 소문이 돌았고, 그 소문은 모든 사람에게 진실로 받아들여져갔다.


그렇게 정빈이 지나가고, 하령과 그를 따르는 시녀들과 운이가 남았다.




“듣지마십시오.”

“운아, 진짜로 전하께서 나를...”

“아닙니다. 절대 아니니 그런 생각하지마십시오.”




하령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자 운은 자신의 도련님이 걱정스러웠다.
이런 무거운 것들을 알고 마음 속에 가져가기엔 자신의 도련님은 한 없이 작았기 때문이었다.





“중전? 이 추운 곳에서 뭐하고 있는 겁니까”

“대비마마...”

“중전 왜 그러는 겁니까? 또 정빈이 무슨 짓이라도 한 것입니까!?”



대비는 한상궁과 함께 하령에게 궁궐 안에서의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후사가 없어 말이 많았을 때도 하령의 편을 들어주었고, 정빈이 들어온 후 정빈이 무슨 짓을 하면 화를 못 내는 하령을 대신해 정빈을 벌 주기도 했다.
그런 대비를 하령은 자연스레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도 아침문안을 가지 않아 죄송합니다.”

“아침문안때 중전이 없어 얼마나 이 늙은이가 외로운지 압니까?”

“푸흐, 내일은 꼭 가겠습니다. 제가 마마를 외롭게 했네요.”

“그럼요!! 내일은 꼭 오셔야 합니다. 이 늙은이 중전만을 기달리고 있겠습니다.”




***



낮에 정빈과 대비를 만난 후 침소로 돌아와 하령은 자지는 않지만 이부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자는 척을 하면 지금이 어떤 때여도 전에 원과 함께였던 추억을 생각할 수 있었다.



‘하령아!! 빨리 오거라, 이제 곧 해가 뜨겠다.’

‘어디 아픈것이냐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구나’

‘밖에 하얀 눈이 내렸다!! 밖에 나가 놀지 않겠느냐’

‘하령아, 이 것 좀 봐라. 꼭 너를 닮았구나’

‘하령아, 너를 절대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것이야’

‘하령아, 나는 너만 볼 것이니 너도 나만 보거라’

‘하령아, 연모하고 있다.’

‘하령아’

‘하령아....’




하령은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말들에 그냥 넘어갔던 것들
듣기만 해도 얼굴이 붉어져 힘들었던 것들
자꾸 똑같은 말만 한다고 짜증을 냈던 것들
모두 다, 한번이라도 다시 듣고 싶은 마음이었다.




***



“마마, 그만 일어나세요. 전하께서 오셨사옵니다.”

“....전하께서요?”




진짜로 한상궁의 말이 끝나자 문이 열리고 원이 들어왔다.



“아, 제가 이제 막 일어나 준비르...”

“괜찮다. 푹 잤느냐?”

“예. 오랜만에 푹 잤습니다.”

“그럼 다행이구나”




원이의 말이 끝으로 그 둘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전하, 저녁식사는 하셨습니까?”

“아, 저녁은 정빈과 함께 먹기로 하였다.”

“그러시군요, 그럼 지금 오신 이유라도 있으신 겁니까?”

“...하령아”

“예, 전하”

“힘들지 않느냐”

“힘들지 않습니다. 제가 힘들면 이상한 것이지요.”

“정말로 힘들지 않느냐”

“왜 그러신데요. 오늘 참 이상하십니다.”

“아니다. 그럼 쉬거라. 한시진 후 오겠다.”




***


“왜 그냥 보내신 겁니까”

“...”

“붙잡고 싶은거 아니었습니까”

“...”

“왜 미련하게 그러고 앉아계시는 겁니까!!!”

“운아, 한상궁... 그만 하세요.”




처음으로 말을 꺼낸 사람은 한상궁이었다.
그 후 발끈해 말을 한 사람은 운이었다.
그 둘은 제일 가까운 곳에서 하령을 봐 온 사람들이었다.
하령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령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령보다 더 잘 아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누가보면 운이 너하고 한상궁하고 무슨 일 당한 사람인 줄 알겠어”

“나는 괜찮아,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 안 괜찮을리가 없잖아”

“그렇죠, 한상궁?”




하령은 애써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감추려 했다.
그렇게 원이 말했던 한시진 후 원은 하령에게 돌아왔다.




“전하, 언제까지 그러고 보고만 계실 겁니까?”




하령의 말대로 원은 하령의 침소에 들어와 하령을 안고 이부자리에 누워 하령을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내가 무언가 해주길 바라는 것이냐”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전하께서 뚫어져라 쳐다보시기에...”

“하자구나”

“예?, 읏.... 전하!!”

“왜 싫은 것이냐”

“그건 아니지만....흐읏”





그렇게 하령에게 너무나도 행복을 주었고 웃음을 주었던 몸 섞임, 이제는 고통과 괴로움을 주는 몸 섞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런 몸 섞임에 하령이 완전히 침식되어 갈 때쯤 정빈의 회임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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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31 01:01 | 조회 : 1,68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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