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화:너의 목소리 (작가 시점)

딩-동-댕

마지막 교시가 끝냄을 알리는 학교종이 길게 울렸다. 아이들은 마치 그것을 기다렸다듯이 문 밖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교실에는 아직 문을 나서지 않은 준후와, 그런 준후를 기다리는 임수가 있었다.

"강준후, 뭐해. 빨리 가자."

준후의 멍해진 얼굴은 임수를 찬찬히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잠시 멈춰서고는, 나지막하게 답했다.

"..그래."

*

"오늘 날씨 좋다. 이럴때는 피방 한번 가줘야 하는데~"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준후의 옆을 걷는 임수가 정말 그 화장실의 목소리가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금방이라도 목구멍에 넘치는 물음을 묻고 싶었지만 준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야, 너 오늘 왜이렇게 말이 없어."

이런 준후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는 임수의 물음에도 준후는 가만히 걷기만 했다.

지금 준후의 머릿속에서는 아까의 '화장실 일'이 자꾸만 떠올랐다.

잊고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이 것은 왠지모르게 괴롭게만 만들었다.

"아임수."

준후가 걸음을 멈춰서며, 내려 깐 목소리로 임수의 이름을 불렀다.

"왜?"

준후의 목소리에 임수의 발걸음도 멈추고, 시선은 준후에게로 다시 갔다.

'너, 아까 화장실에서 뭐했어?' '소문이 진짜야?' '너, 진짜로....'

"....아니야."

그다지 알필요도 없다. 이 자식에 관한것은.

솔직히 그렇게 엄청 친한 사이도 아니니까. 하지만 왜 자꾸 시선이 가는지 모르겠다.

"에이. 뭐야~ 화난 줄 알았잖아. 나 방금 엄청 무서웠다?"

제발 그런 표정으로 웃지 마. 그런 예쁜 표정으로 웃지 말라고.

하지만 뭐가 문제였을까. 때마침 준후의 눈길에는 임수의 목주변, 붉은 키스마크가 여러군데 있었다. 애써 숨겨놓으려 한 것 같지만 떡하니 보였다.

그에 따라 준후의 이성도 같이 무너졌다.

"아까.. 점심시간에 화장실에서 선배하고 있었지?"

결국 터져나와버렸다.

자신의 물음에 준후도 잠시 당황했지만 임수의 표정은 준후보다 더, 몇배나 무너져내렸다.

".. 무슨 소리야.."

떨리는 목소리가 억지로 자연스러운 척. 연기했다.

임수의 표정을 본 준후는 좀전에 당황스러웠던 기색도 완전히 없어져버렸다. 이상하게도 말이 술술 나왔다.

"실은 아까 점심시간에 화장실에 갔다가, 무슨 소리를 들었거든. 아무튼 되게. 야릇한 소리였어. 나 그런 소리 처음 들어봤다. "

싱긋 웃으며 임수의 얼굴을 살폈다. 흔들리는 눈빛과, 준후를 쳐다보지 못하고 바닥만 보는 그의 모습.

'와, 정말 놀릴 맛 나네.'

갑자기 생각난 것이 그거였다. 아임수가 놀릴 맛이 난다고.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것이 재밌다고.

"근데 거기서, ..네 이름 들리더라. 아주 정확하게 임수라고."

바닥만 바라보던 임수가 준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에 눈물이 가득 찬 얼굴로 쳐다보았다. 제발 그만 말하라는듯한 표정에, 준후의 입속에서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래. 몸을 섞는건 나쁘지 않아. 그런데, 그래도 말이야."

"...그만."

"그래도 공공장소에서 하는건 좀 너무하지 않냐?"

속박하는 준후에, 임수는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다. 긴장감과 식은땀이 그를 감쌌다.

"뭐, 할말 없어?"

마지막으로 물음과 함께 준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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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5-21 11:28 | 조회 : 4,060 목록
작가의 말
즈믄달

크흠.. 흠... 면목이 없씀돠.. 흠. (말돌리기)이번편은 '걔 게이래.'와 연결됩니당 그리구 임수 상황도 나오고요 암튼간에 길면서도 짧은? 으로 진행할게요 얼른 과거편 끝나고 빨리 임수랑 준후 이야기 쓸게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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