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눈물 (준/임 시점)

"..임수야, 이번일은 너가 잘못한거 맞지?"

강준후의 물음이 나를 궤뚫은 듯 했다. 나는 더이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도저히 이대로 있다가는 나도 미친놈이 될 것 같고, 지금 강준후는 말이 안통하기 때문에.

"왜 대답이 없어. 난 너한테 화내기 싫은데. 자꾸 화나게 할래?"

강준후가 점점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양쪽 어깨를 잡고 묻는 소리였다. 너무 세게 잡은 터라 어깨가 부서질것 같았다. 나는 지금 강준후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몰랐지만 더욱 나를 구속하는 강준후가 두려웠다.

"..싫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강준후에게 답했다.

"뭐?"

침을 꼴깍 삼키고 내 어깨에 있는 강준후의 손을 밀어냈다.

"..너, 하루하루가 정말 무섭고 싫다고."

내 볼에서 흐르는 눈물 한줄기가 턱끝으로 돌진했다.
애처로운 눈물과는 달리, 강준후에게 용기내어 무섭고 싫다, 라는 말을 내뱉었다.
내 대답을 들은 강준후의 표정은 뭐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무표정이었다.
이때다 싶었다.

"..차라리 죽이지 그래. 매일 날 속박할거라면..,"

아, 눈물 젖은 눈으로 이런 말을 하는게. 어울리진 않았지만..
강준후에게 효과적으로 파고든 것 같다.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군데."

강준후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강준후의 답을 들은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안되는데, 이렇게 또 져버리면..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이렇게나 진했었나.

"너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아임수."

처음으로 강준후의 원래 모습이 보였던 것 같았다.

"..도대체 내가 언제 널 이렇게..!"

억울한 마음을 넘치도록 담아, 내가 언제 너를 이렇게.
만들었냐고... 물으려고 했는데. 처음보는 강준후의 모습에 말을 다 하지 못했다.

강준후의 고개는 푹 숙이고, 그의 볼에서 흐르는 투명한 액체는. 분명 눈물이었다.
예전에도 본 적 없던 강준후의 우는 모습을. 지금 보았다.

"....울어?"

정작 펑펑 울어야 할 사람은 난데. 왜 강준후 너가 우는 거야.

"..하. 시발."

거친 욕을 내뱉고는 그대로 뒤를 돌아 문을 열고 나간 강준후였다.



*


처음 강준후의 우는 모습을 봤다. 낯설었지만 또 그렇게 낯설진 않았던 느낌.
당황스러웠다. 강준후의 우는 모습이. 그렇다면. 나에 대한 것도 진심인건가.
아니, 잠시 착각한거겠지.

"...이게.. 뭐야. 완전 이상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이상한 느낌은, 내가 처음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을때와 비슷했다.

그정도로 이상하니까.



*


아버지가 돌아가셨어도. 눈물 하나 없이 장례식을 치른적이 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어른들은 큰 호통을 치기에 바빴고. 나는 끝까지 울지 않았다.
죽은게 왜 슬프다는 거지?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땅바닥을 치며 울부짖고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왜, 왜 우는거야.
그런 나를 끔찍하게 쳐다보는 엄마의 표정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내뱉었던 한소절도.

- 소름끼쳐, 널 낳지 말아야 했어.


그랬던 내가. 너 때문에 울다니.

"..강준후 미친새끼."

머리를 쥐어 뜯었다.

또 그런 내 모습을 본 너의 표정이 자꾸만 생각났다.
당황하고도 이상하다듯이 쳐다본 너의 표정은 끔찍했다.
엄마와 비슷한 표정이었으니까.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너라도 보여주기 싫은 모습을 보여버렸다.




그냥. 이 복잡한 생각들 다 버리고. 아임수 너를...

너를 안고 싶어.
너의 신음소리를 듣고 싶어.
미치도록 안아서, 너가 미치도록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냥 다 잊어버리고 이 세상에 너와 나만 있었으면 좋겠어.


아아, 임수야. 있잖아.. 내가 너를 이정도로 사랑하나 봐.

난 정말 너 없으면 못 살 것 같아.

사랑해, 임수야. 넌 내 전부야.

17
이번 화 신고 2018-02-05 11:33 | 조회 : 4,341 목록
작가의 말
즈믄달

준후는 사실 콤플렉스가 있답니다.. 눈물이 잘 안나와요. 슬픈 감정도 잘 못느끼는.. 그런 일종의 작가가 심어놓은 병이랄까 데헷 근데 준후가 임수때문에 눈물을 흘린것을 보니까 이젠 정말 임수를 사랑하기때..문..이겟죠..? 네, 그럴거에요(작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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