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가진건 몸하고 얼굴밖에 없으니까. (준후시점)

"기다렸어."


고개를 푹 숙인채 바닥만 보고 기다렸단 말을 하는 너가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음은 열지 않을 거라고 했던 너가.
나보고 기다렸다고 말하니 내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임수야.."

너를 꽉 부둥켜 안았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만 같아.

앞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좀더 많이 줘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그래, 여기에 있으면서 나만 바라봐. 오로지 나만.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한테만..


*


오랜만에 깊게 잠든 것 같다.
눈을 조심스레 떠보니, 내 옆에는 사랑스러운 너가 잠들어있었다.

어제는 너무 행복해서, 너가 있는 곳에 모르고 잠들어버렸다.

근데. 아직도 꿈만 같아.

기다렸다니, 나를.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씰룩씰룩 올라간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너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냥 가만히 보기만 해도 좋았다. 지루하지도 않았다.
잠든 너에게 잔뜩 키스하고 싶었다.

"음.."

너의 얇은 목소리가 울렸다. 칭얼대는 잠꼬대도 귀여웠다.

곧 너의 눈이 슬슬 떠지기 시작했고. 나는 또 그 장면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일어났어?"
"..강준후?"
"어제 우리 같이 잤잖아. 뭐, 여기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네."

내 말이 끝나자마자 너의 눈동자는 나를 보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기는. 자존심이 강한 너가 나한테 기다렸다는 말을 했으니. 다시 생각나서 괴롭겠지.

"다시 한번 말해줘. 기다렸다고."

고작 기다렸다는 말이 이렇게나 달콤한 말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너가 기다렸다고 내뱉는 말은 나에게 만병통치약이니까.
빨리 그 작은 입술로 말해봐. 기다렸다고.

"....그땐 아마 내가 정신이 나갔을때였나 봐."

부정하기는.

어제 그런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어놓고서. 부정하는건 말이 안되잖아.

어제 너의 표정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역시 너는 내가 네 곁에 있기를 원하지?

"임수야. 솔직히 말해봐."
"...."
"다시 한번 물을테니까."

대답없는 너에게 물었다.

"내가 네 곁에 있기를 원하지?"

나의 물음이 끝나자, 너는 아무 답도 없었다. 그저 너의 표정만이 나에게 답해주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은 것을 인정한 너의 표정은.

보는 사람까지 안타까웠다.

"..지랄 마. 이것들은 다 네 착각이야, 강준후. 네가 내 곁에 있으면 오히려 너를 보고 더 스트레스 받는 것 밖에 없어. 어제는 조금 심심했나보지."

부정하지 마.

사실은 너도 원하고 있잖아, 내 몸을.
항상 안으면 미친듯이 신음을 퍼붓는 주제에. 표정까지도 야해지는 주제에.

"너야 말로 거짓말 하지 마, 임수야."

내 말이 끝나마자 아까전, 자신있게 내뱉었던 말과 다르게 너의 표정은 흔들렸다.

"...지금도, 내가 안아주길 원하지?"

답이 없었다.

지금 이순간은 정말 고요했다. 나는 그것을 조용히 지켜볼 뿐 이다.

"난, 섹스할때 너말고도 다른 놈들한테 다 흥분해. 그리고 한형선배처럼 널 좋아하게 될 리는 없고."

속사포같이 쏘아 대는 너의 말에, 또 그 놈이 끼어들어 있었다.
'유한형'. 너는. 너는 그놈이 그렇게나 좋았던 거야?
그 이름만 나오면 나는 너에게 상처를 주는데. 왜 자꾸 언급하는거야.

"..그놈의 한형선배. 한형선배.. 제발 좀 안 꺼내면 안돼? 잊어버리라고, 그런 놈은."

내 목소리는 아까와 다르게 언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큰 목소리에, 너는 놀란 눈을 하고있었지만. 나는 이성을 잃은듯, 또 다시 너에게 상처줄 말들을 바가지채 쏘아 부었다.

"그래, 그 새끼가 좋다 해. 그런데, 한형선배는 알고 있어? 너가 고등학생때 몸판거? 아아. 당연히 모르겠지. 순진하신 한형선배는 모를거야. 네 행실을."

아까의 속사포와는 달리 너에게 한트럭 심한 말들을 쏘아 부어버렸다.

너의 표정은 망가져버렸다.

하지만 너의 그 표정에도 만족하지 못한 나는, 점점 더 너를 구속할 뿐 이었다.

"임수야. 너는 유한형이 너를 왜 좋아했는지 모르지? 아마 그 새끼도 너를 따먹고 싶어서 그랬을걸. 네 몸만 노렸던 거야."

마지막 한 소절.

"너는 가진게 몸하고 얼굴밖에 없으니까."


말이 끝나자마자 너의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너는 울어도 싸. 나를 그렇게나 예전부터 잔뜩 괴롭힌 주제에.
말했잖아. 이제는 너가 당할 차례라고.

"이런 너를 받아줄 사람은 나밖에 없고."

미친듯이 울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을 너도 똑같이 느껴봐.
느껴서,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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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02 17:02 | 조회 : 4,730 목록
작가의 말
즈믄달

작가는 집착물을 살앙합니다 이노무짜식 준후시키 누가 말을 그렇게 하래! 엉! 내가 그렇게 가르쳤니!! 빨랑 가서 임수한테 사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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