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같이 씻을까. (준/ 임 시점)

꽤 충격을 먹은 듯 한 표정이었다. 큰 눈을 하고서는 눈물은 예쁘게도 맺혀있었으며.
그 두눈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임수야. 그러니까..."

너의 예쁜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말하는 도중에도 너의 망가지고 흐트러진 표정을 보고. 그리고 너의 목에 그림자처럼 붙어있는 자줏빛 멍을 바라보면서..

"불평하지 마."


*


지금 나는 환자처럼 침대에 누워있다. 초점을 잃어버린 눈에, 희망이 없는듯한 마음을 품고 있으니까. 환자랑 다름없다.
아까전에 강준후가 가고나서부터 지금 내가 아픈지도, 안아픈지도. 몰랐다.
내 몸인데도 말이다.

"...."

그냥 이대로 있는다면 죽어버리는게 나을텐데.

차라리 아까전에 강준후에게 당해서 죽어버리는게 나았을텐데.


- 그러니까 이제 너가 받을 차례야. 이제는 너가 가져야할 감정이라고.


강준후의 말이 나지막하게 떠오른다.

아직도 생생하다. 귓가에 울리는 것처럼.
강준후가 뱉는 말은 강준후에게 강제로 당하는 것 보다 더 끔찍하다.
강준후의 차디찬 말은 내 마음속으로 깊히 파고들어가니까. 그녀석이 죄다 하는 말은 나에게로 비수가 되어 꽂혀 오니까.

또다시 메마른 대지에 비가 오는것처럼. 혼자 있는데도 눈물이 차오른다.

강준후에게 잡혀서 아마 하루종일 우는 것 같다.
울지라도 않으면 내 속이 불에 타들어갈 것 같으니까.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에 아마도 눈물이 들어있을 것이다.
속 시원하게 우는것도 꽤 나쁘진 않으니까.

'내가.. 내가 너를 힘들게 했었다고?'

아직도 생각한다. 그 바보같은 강준후의 말을 말이다.


-너가 다른 새끼들이랑 붙어있는것 조차도 힘들고 괴로웠다고.



나는 강준후의 감정을 알아채버렸다.

강준후가 가지고 있는 감정은

나에 대한 집착. 나를 갖고 싶은 소유심.

바보같았다.
어떤 사람이 모를까. 이 강준후의 바보같은 감정을.


"읏.. 우윽... 흐윽... 으흑.."

오늘도 나는. 차디찬 방에, 혼자서 울기 시작한다.
아마 이런 날들이 삼백육십오일 계속 될것이고, 쭉 영원히.



.. 내일은 눈이 붓겠지.


*


"......윽."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목구멍이 텁텁했다. 마치 목이 쉰것처럼 말이다.
영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다행이도 몸살은 다 나은 것 같았지만.

"흠흠. 아. 아."

예상대로 목이 쉬었다.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 것처럼 몇차례 '아'를 외쳤지만 원래의 내 목소리가 돌아오진 않았다.
요새는 거의 자주 울어서, 목이 쉴만 했다.

'목감긴가.'

목감기인건 일단 둘째치고. 몇날 며칠째 씻지도 않은 이 몸뚱이를 씻고 싶었다.
섹스를 한 네 다섯번 했으니. 땀범벅이 된 몸을 바로 씻지도 않고 밤을 보냈으니까.
찝찝했다.

강준후에게 한번 부탁하면 씻게 해줄까.

아니, 아마 그녀석은 자기가 보는 앞에서 씻으라고 하거든, 아마 조건을 걸 것이다. 아무래도 상대는 강준후니까.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곧 강준후의 발걸음 같은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곧 소리가 가까워졌다. 문을 열고 강준후의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나의 귓구멍속으로 들어갔다.

"임수야. 잘 잤어?"

잘잤긴 개뿔. 자기 때문에 몇시간동안이나 운 것도 모를것이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강준후의 얼굴을 보고, 강준후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니.
소심한 고문같았지만 그래도. 몸은 씻어야 하니까.

"...강준후."

"..눈이 부었네. 어제 울었어?"

강준후의 손길이 점점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러고선 눈가를 쓱 만지며 말했다.

"강준후."
"왠일이야, 너가 내이름을 먼저 부르고."

용기를 가지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어제 강준후와 다툰것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씻고 싶다는 목표가 크다.

"...나, 씻고 싶어."

강준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긴장한 탓에 꿀꺽 침을 삼켰다. 한번 씻는게 이렇게 힘든 일이라니.

하지만 곧 강준후의 얼굴에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자 작은 기대는 다시 사라져버렸다.


"그럼 같이 씻을까, 임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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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27 16:11 | 조회 : 5,414 목록
작가의 말
즈믄달

임수는 준후땜시 마음고생하고~ 준후는 맨날 어떻게 임수를 괴롭힐지 생각하고~ 우리 임수좀 그만 건들여 준후놈아 잘생기면 다니!??! 헤헿 저 닉넴 바꿨어욤 >< 항상 제 소설 봐주셔서 늘 감사하구~ 댓글 달아주시는것두 너무 고마워요! 오늘 하루도 좋은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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