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몸살 (임수시점)

얼마나 울었을까.

눈에서 나오던 눈물이 이젠 매말라갔다. 이젠 더 나올 눈물도 없었다.
허리는 무척 아팠다. 미치도록 박아댔는데 안 아픈건 말이 안되니까.
지금 꼴은 말이 아니었다.

"하아.."

지옥같은 날들이 계속 될거고, 강준후는 계속 내 몸을 갖고 놀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차라리 죽는게 나을 것 같은데..

잠시동안 멍때렸다. 만약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이 끝나고 난 다음 내 눈길이 간건 다름아닌, 내 손목이었다.

"...."

미쳤어. 저딴 사이코새끼 때문에 내가 죽는건 말이 안되지.

이젠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곧 무거워진 눈과, 피로에 싸인 몸은 지쳐서 잠이 들었다.


*


"하아... 하아..."

일어나자마자, 몸을 감싸는 열기와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몸살인 듯 했다. 머리는 무언가 얻어 맞은 것 처럼 아팠다.
하긴. 엊그제부터 너무 무리했으니 몸살에 걸릴만 했다.

"으윽..."

침대에서 힘겹게 일어났던 허리는 다시 가라앉아 누워버렸다.

이 상태로는 일어나지도, 앉지도 못 할 것 같았다.

지금 다행인건 강준후가 아직 안왔다는 건데.

슬쩍 내 눈은 문으로 돌아갔다.
조금씩 들리는 소리가 귀를 민감하게 만들었다. 만약 저 소리가 강준후의 발자국 소리일지 모르니까.

눈을 다시 질끔 감았다. 그냥 차라리 더 자버리자, 라는 생각으로.
불안하게 있지 말고 편하게 자는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
.


"...수야, 임수야."

강준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지금 내 정신이 내 정신인것 같지가 않아서 지금 들리는 목소리가 현실인지 구분이 안갔다.
실눈을 살짝 떠보니, 강준후의 얼굴이 들어왔다.

"임수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강준후의 얼굴 말이다.

"...."

"아프면 미리 말을 하지 그랬어."

촉촉하게 젖어있는 물수건이 내 머리 위에 앉혀있었고, 침대는 왠지 모르게 따뜻했다.

하지만, 분명 잘못된 행동이 아닌데.
그냥 강준후가 걱정되서 보살펴주고 있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러운건지.

"아직도 아파?"

강준후 답지 않은 말이었다.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어제 그렇게 화를 내더니만, 오늘은 왠지모르게 평온한 얼굴의 강준후다.

"열은."

정말 걱정스러워서 물어보는건지, 아니면 물어봐서 괜찮다고 말하면 다시 내 몸을 갖고 놀려하는건지..,

"조금 뜨거워."

강준후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갑자기 다정한 척이야.

"임수야. 빨리 나아서 나랑 놀아야지."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이딴 사이코새끼는 절대 안 변할 것이라고, 믿었던 내 마음이 맞았다.

이젠 뭐라고 답해야할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잠자코 이 새끼의 비정상적인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내 입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발정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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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22 17:09 | 조회 : 6,419 목록
작가의 말
즈믄달

후회공 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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