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

며칠이 지나고, 현 지금까지도 루이슨과 화해를 안한 헤일은 매일같이 그를 피해다니기 바빴고, 반면에, 헤일을 쫓아다느냐 바빴던 루이슨은 밀린 업무들에 집무실로 꼼짝없이 끌려가고 말았다.

그래서 헤일은 이 넓고 넓은 황궁을 돌아다니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다 정말 문득 갑자기 루이슨이 보고싶어졌다. 자신은 정말 심심했고 지루하고 또한 자신을 놀아줄 루이슨이 없는 지금은 거의 종말수준이었다.

그렇게 발길 닿는 곳 아무곳이나 돌아다니다 자신이 이곳에서 루이슨과 처음 만났던 장소에 오고말았다. 그것도, 제 손에는 책 한권이 들려있었고 이건 마치 ‘ 날 기대서 자도 좋아 ’ 라는 나무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 했다.

마침 따분했던 참이라 낮잠이라도 청해야지 싶었던 헤일은 바로 나무에 기대어 잠을 청했고 몇분도 안되고 깊은 숙면에 취했다.

-

[한편 집무실]


“ 하아, 집중이 안돼 ”

차곡차곡 쌓여있는 서류들을 보더니 한손으로 얼굴을 덮은 그는 무척이나 심란해보였다. 깃펜을 툭툭 치면서 하다하다 서류에 써있는 글씨까지 ‘헤일’ 이라는 이름이 보이는 거 같았다.

빠져도 단단히 빠졌네 나

그럼에도 좋은지, 루이슨은 생각했다.

헤일이 나를 피해도 오늘은 꼭 만나야겠다고

-

바람이 불었다.

해가 저물고, 날씨는 서늘해졌고 얇게 입고왔던 헤일은 추위에 몸을 떨었다. 동시에 추웠던 몸이 따뜻해졌고 떨림도 점차 멈추었다. 누군가 그의 옆에 앉아 자신의 겉옷을 덮어준체 헤일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자신을 만지는 손길에 헤일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몽롱한 눈으로 뿌옇게 보이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손으로 눈을 비비며

“ ..루..이슨..? ”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헤일은 두눈을 꾹 감았다 뜨며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소스라치게 곁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자신이 도망갈거라는 예상을 했다는 듯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헤일은 잡힌 손목을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 ... 당신이... 아니 애머트린 공자께서 어찌 이곳에..... ”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에 애머트린은 그의 손목을 놓았다.

“ 아, 제 무례를 용서하시길.. 헤일 당신이 보고싶어서 다짜고짜 찾아왔습니다. ”

그리고 저번일로 걱정이되어.. 정말 미안해요 헤일

자신보다 신분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애머트린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에게 높여 말하는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한건 아마 그의 분위기랄까

이렇게 가까이서 보자니 문득 도망쳐야 된다는 마음이 사라졌고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애머트린은 자신에게 무릎이라도 꿇은 듯이 간절하게 미안함을 내보였다.

“ 아뇨... 저 이제 괜찮아요 애머트린 ”

오히려 당황에 가까웠다. 생각했던거보다 누그러진 성격에

“ 그렇습니까.. 다행이네요 ”

아까부터, 두 눈동자가 자신을 향할때마다 흔들리는걸 보자니 헤일도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 이곳에 당신이 온걸 알고있어요..? ”

애써 말을 돌려 말하는 헤일은 애머트린의 옆쪽에 시선을 두었다.

“ 아니요 저도 몰래 들어온거라.. 하하 웃기죠 도둑고양이 마냥 ”

웃는게 웃는 거 같이 안보였고, 슬픔에 잠긴듯한 애머트린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깨질것만 같아서, 예전의 나를 보는것만 같아서 무언가 마음이 아팠다.

“ 그럼 어서 가세요, 여긴 사방이 눈이고 귀인거 알잖아요 ”

체통도 안지키고 몰래 침입했다는 소문까지 돌면, 공작가는 물론 그의 명예에 금이 갈지도 모른다. 그걸 알면서도 이곳에 왔다는건 그만큼 죄책감이 커서 그랬겠지

“ 하지만 - ”

“ 하지만은 무슨 얼른 가세요 ”

딱 짤라 말하는 헤일의 말에 애머트린은 잠시 고민을하다 입을 열었다.

“ ..그럼 다음에 정식으로 만남을 청하겠습니다 승낙해 주실거라 믿어요 헤일 ”

그가 자신의 손등에 도장을 찍자마자 바람이 불었고 모래바람에 눈을 감았다 뜨자 바로 앞에 있던 애머트린 공자는 마치 여기에 없던 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가 이곳에 있었다는 증거는 손등의 온기였다.

" 뭐야 안어울리게.. "

그리고 동시에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 헤일 ”

12
이번 화 신고 2018-10-13 20:16 | 조회 : 2,263 목록
작가의 말
쿠크닷

!@!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