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세계 下

천천히 두꺼운 책들과 갈색의 길쭉한 필통을 가방에 넣는다. 그들은 이미 떠나버렸다. 끝까지 남아있는 것은 나뿐이었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서부터 어둠은 천천히 가라앉는다. 푸른 하늘에 주황색의 색채가 봉숭아꽃이 물들 듯 번져갔다. 집으로 가는 길은 멀다.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하늘에 주황색이 남아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곧 있으면 검푸른 색에 뒤덮여 먹혀버리고 만다. 아마 그 시간대가 가장 어두울 테니까, 서둘러서 걸음을 빨리 했다. 아직도 집으로 가는 길은 멀다.


침대에 누워서 바라본 내 이름은 어색하다. 수 백 번 곱씹고 수 천 번 되뇌어 봐도 머릿속을 맴도는 이질감은 떨어지지 않는다. 무언가, 그 이름 하나로 내가 아닌 것 같은 이상한 기분. 아직도 그게 너인 것 같아? 라고 진짜의 내 자신이 나에게 묻는 느낌. 또는, 내 몸이 수천 갈래로 나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은.


존재 자체가 부정.

그렇다면 너도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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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02 05:56 | 조회 : 688 목록
작가의 말
차토

저의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입니다만 역시 이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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