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잔해 #1

엉망으로 칠해진 색색의 바닥, 엉망으로 망가져버린 사람들의 눈알, 엉망으로 부셔져버린 나의 팔다리.





끔찍한 식인 괴물이 거리를 활보하며 돌아다니고, 늘 사람의 비명소리와 짐승들이 울부짖어대는 이 밤에는 도저히 버텨낼 정신력 같은 건 없다. 처참히 부서져 내리는 높은 건물들의 시멘트 조각과 유리 조각, 그리고 바닥에 나돌아 다니는 한때는 인간이었던 것들의 뼛조각들이 여러 갈래로 금이 가버린 길가를 메꾸었다. 아, 인간이라면 이곳에서 버텨낼 정신은 있을까. 아마 죽어버리기 전에 미쳐버리고 말걸. 너희들이 인간이라면.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는 나의 세계는 이제 곧 붕괴 직전이다. 난 ‘그들’과 똑같이 되기는 싫어... 난 괴물이 아니야, 난 괴물이 아니야. 머릿속으로 계속 되 뇌우고, 꿈쩍도 안하는 입을 억지로 벌리어 소리 내어 말한다. 나는 괴물이 아니야...


이곳에서의 인간들은 살기를 바란다. 게 중에 나도 한 명이고, 삶에 대한 욕망은 어느 인간이나 똑같을 테니까. 마치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고층 빌딩에서 몸을 던지려고 하는 찰나의 망설임이라던가, 전쟁에서의 군인이 살기 위해 똑같은 사람에게 총을 휘갈긴 다던가. 그들은 모두 살기를 원하고, 최후의 최후까지 살아남기를 바란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역겹고, 더럽고, 추악한 모든 인간들이 그렇게 살아남기를 바란다. 절대강자의 약육강식이나,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나뉘어 있는 것처럼 인간들은 남을 짓밟고 꺾어 그 위에 올라선다. 그래야 살 테니까.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역겹고, 더럽고, 추악한 그들만의 생존방식 따위는 필요 없다. 본능만이 남아있는 짐승들만의 약육강식은 우리들로 하여금 더욱 더 미치길 바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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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05 21:27 | 조회 : 584 목록
작가의 말
차토

잔인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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