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벌써...”
벌써 시간이 동이 트기 시작한다. 검게 물든 하늘에 주황색의 색채가 칠해지기 시작하면서, 칠흑 속의 방이 환해졌다. 나는, 이 빌어먹을 시간이 정말 싫다. 동이 트면 반듯하게 펴진 교복을 입고 30분을 내리 걸어야 보이는 학교가 정말 싫었고, 보이지 않는 고요함 속에 혼자만 갇혀있는 내가 정말 싫었다. 그냥, 다 싫었다.
텅 빈 눈빛으로 바라보는 교실은 정말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그들만의 세계에는 내가 절대 속해있지 않아, 나만 늘 입을 닫았다. 그들과의 소통은 이미 내가 이 교실에 발을 디딜 때부터 단절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여자애들의 수다도, 낄낄거리며 웃는 남자애들의 웃음도 내 것이 아니다. 내 것이 아닌 것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그들과 가까워지려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부담스러운 관심은 필요 없으니까.
그들과는 동 떨어진, 그들과는 정 반대인. 아마 양면의 동전, 빛과 그림자, 백과 흑일 테지. 그들과 가까워지려 노력조차 하지 않아, 그들을 흉내 내려 애쓰지도 않아. 내 것이 아닌 것에는 손을 대면 안 된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바라보지도 말아야 한다. 나 자신의 한정인 불변의 법칙.
왜? 라는 질문은 필요치 않아.
응. 이라는 대답도 필요 없어.
나는 늘 입을 닫을 테니까.
질문과 대답은 그걸로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