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결혼식(2) <본편 완결>

아빠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을 정말 눈도 깜빡이지 않고 넋이 나간 듯 빤히 쳐다보았다.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보자 난 얼굴을 붉히고 나지막하게 다시 그를 불렀다.

“저…아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이제야 정신을 든 건지 아빠가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었다.

“어…어…그게…너무 예쁘구나, 내 딸.”

“고마워요, 아빠. 아빠도 멋진데요, 뭐.”

아빠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가실까요, 우리 공주님?”

난 수줍게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네.”

난 아빠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일리스 궁으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하자 평소 연회를 할 때보다 더 화려하게 꾸민 홀의 입구가 시야에 들어왔다.

“신부 입장!”

우렁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제자리에서 일어나 축하의 박수를 쳤고 난 행복하게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다가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새하얀 예복을 입은 엘런이 행복한 듯 작게 웃으며 나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난 아빠에게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하고 엘런의 손을 잡았다.

“자,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금빛이라고 하기엔 너무 연한 노란빛의 옷을 입은 신부님이 시작을 알리자 서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 착석했다.

“그대, 엘런 라 크로포드는 제국의 황녀, 루나 일리스 루케도니아를 아내로 맞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플 때나 괴로울 때나 항상 함께 있으며 극복하는 것을 맹세합니까?”

엘런이 마치 전장에 나가는 기사처럼 약간 긴장감이 맴도는 얼굴로 ‘네’라고 대답했다.

그가 대답하자 이번엔 신부님이 날 보며 말했다.

“그대, 루나 일리스 루케도니아는 엘런 라 크로포드를 남편으로 맞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플 때나 괴로울 때나 항상 함께 있으며 극복하는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한다고 말해야 하지만 내 머리 속에서 짓궂은 장난 하나가 생각나 한 쪽 입 고리를 씩 올렸다.

그 웃음을 본 엘런은 불안한 눈초리로 날 바라보았고 뒤에 앉아 있던 하객들 사이에서도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난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어머, 항상 함께 있는 건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순간 하객들, 그 중 아빠가 제일 기쁘게 웃었고 반면에 엘런의 표정은 점점 어둠이 깔렸다.

난 그 귀여움에 속으로 깔깔거리며 웃으며 그의 뺨에 살짝 입을 맞췄다.

“네. 맹세합니다.”

난 즐거운 듯 웃었고 내가 장난 쳤다는 것을 눈치 챈 엘런이 ‘황녀님!’이라고 크게 부르며 내게 입을 맞춰왔다.

그러자 뒤에 있던 아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엘런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소리쳤다.

“야, 이 새끼야! 내 딸에게서 안 떨어져?”

금방이라도 아빠가 마법을 쓸 것만 같은 약간의 공포 분위기가 형성되자 알렉스와 크로포드 후작이 아빠의 몸을 붙잡고 말리기 시작했다.

“폐하! 고정하십시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진정하라고 소리치는 알렉스와는 다르게 크로포드 후작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폐하, 계속 그러시면 이대로 끌고 나가겠습니다.”

그 소리에 발악하듯 소리치던 아빠가 뚝 멈추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에 앉았다.

‘크로포드 후작도 꽤 무섭네……’

로맨틱한 장소가 누군가 때문에 공포 분위기가 되었다가 다시 로맨틱한 장소로 바뀐, 참 신선하고 재미있었던 나와 엘런의 결혼식은 몇 가지의 해프닝 끝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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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10 12:14 | 조회 : 1,387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드디어 본편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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