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자수정과 같은 보라색 머리카락이 내 시야에 어른거렸다.
그가 미간을 구긴 채 루크를 향해 낮게 말했다.
“이게 지금 무슨 짓입니까, 황궁 의님?”
루크가 태연하게 웃으며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만?’라고 말했다.
그러자 엘런이 얼음처럼 싸하게 웃었다.
“지금 제 황녀님을 안지 않았습니까.”
‘왠지 ‘제 황녀님’의 ‘제’가 강조된 느낌이 드는 데……’
나만 그것을 느낀 게 아닌지 루크의 얼굴이 보일 듯 말 듯 구겨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웃었다.
“아. 그건 황녀님의 선물이 너무 기쁜 마음에 홧김에 그런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이번엔 ‘황녀님의 선물’이란 말이 강조됐는데……’
그 말에 엘런이 눈을 번쩍하더니 내 손을 낚아채듯 잡고 날 끌고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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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나간 방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루크는 루나가 준 상자를 다시 보더니 장갑을 꺼내 한 번 썼다.
“이건 어머니께서 만드셨구나.”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시간이 나면 항상 실비아는 뜨개질이나 자수를 하셨기에 이 중 실비아가 만든 것을 찾는 건 아들인 그에게는 너무 쉬운 일이었다.
그는 장갑을 다시 빼 소중히 내려 놓았다.
“어디 황녀님께서는… 아, 딱 이거네.”
그는 어딘가 2% 부족한 남색 모자를 들었다.
‘12년 간 지기 친구’라는 타이틀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지 그는 직감으로 단 한 번에 루나 황녀가 만든 것을 정확히 맞췄다.
사실 ‘친구’란 이유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는 그 모자를 다시 상자 안에 놓으면서 자신의 두 뺨에 타고 내려오는 뜨거운 물에 당황하며 옷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하
지만 애석하게도 물 탱크가 고장이라도 났는지 눈물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사랑했습니다…사랑했습니다…”
그녀에게 절대 닿을 리가 없는 그의 슬픈 고백만이 그의 방을 가득 매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