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까지 더듬으시다니, 저런 아빠의 모습은 처음, 아니지 내 12살 생일 때 알렉스의 말을 듣고도 저랬었다.
아빠가 성군이 될 수 있었던 건 아빠, 자신의 자질과 성군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겠지만 실비아와 알렉스도 한 몫을 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빠는 내게 ‘그럼 가보겠다.’라고 이 상황을 도망치듯 빠르게 달렸다.
그런 그를 보며 우린 크게 웃으며 다시 뜨개질 도구를 들었다.
그래도 3명이 나눠서 하니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다음 날 늦은 오후, 이제 막 노을이 질 때쯤 난 그제서야 루크를 만날 수 있었다.
“많이 바쁘네, 우리 황궁 의님.”
“아, 황녀님을 뵙습니다.”
“뭘 그렇게 딱딱하게 인사하고 그래? 12년 지기 친구인데.”
내 말에 루크가 피식,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예. 그런데 황녀님께서 황궁 의관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혹 다치시기라도?”
“아니, 그게 아니라 이 걸 줄려고.”
난 파란 빛을 띠고 있는 꽤 큰 상자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영문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상자를 받았다.
“풀어 봐.”
내 말에 그는 어린 아이처럼 호기심이 어린 눈빛으로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내용물을 확인한 그는 그대로 상자 뚜껑을 든 채로 돌처럼 굳었다.
“황…황녀님, 이건……?”
“히엠스 왕국은 많이 추워. 뭐, 내가 이런 거 안 줘도 네가 알아서 잘 준비했겠지만 그래도 그런 곳에 간다는데 내가 걱정이 안 될 수 있어야지. 그래서 실비아랑 제시랑 나랑 이렇게 3명이 함께 만들었어. 전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것들이니 잊어버리면 혼난다. 알겠지?”
난 개구쟁이 어린이처럼 배시시 웃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가 날 꼭 껴안았다.
“루크……?”
“…감사합니다. 꼭 돌아오겠습니다.”
눈물 기가 가득 머금은 목소리였기에 나도 같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그의 등을 토닥거리려고 손을 뻗는 순간 누군가가 나와 루크를 억센 힘으로 떼어놓았다.
“엘…엘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