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잘가, 루크(1)

엘런에게 반지를 받은 지 7일 째 되는 날, 나와 엘런의 결혼식 날짜가 정해졌다.

왜 결혼식 날짜를 정하는 데 이리 오래 걸렸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그건 바로 우리 딸 바보 아빠 때문이었다.

날 일찍 보내기 싫다고 반대하고 나섰기에 아빠를 설득하느라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아무튼 그래서 최종적으로 결정된 나의 결혼식 분명 내가 행복하면 된다고 그래서 결혼 허락하겠다고 말했던 아빠가 강하게 결혼 날짜가 이르다고 말했기에, 할 수 없이 결혼식 날짜는 2주 후로 밀어졌다.

장소는 여러 행사와 마찬가지로 일리스 궁에서 열리게 된다.

“결혼식 감축 드립니다, 황녀님.”

“축하해줘서 고마워, 루크.”

점심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크가 날 찾아와 가볍게 티 타임을 갖자고 청했다. 그 내게 청하는 건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기에 난 기쁜 마음으로 순순히 허락하였다.

“드레스는 맞추셨습니까?”

“아니, 아직. 오늘 오기로 했어.”

“그렇군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루크의 얼굴에 어둠이 내려 앉았다.

난 걱정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에게 조심스레 질문했다.

“루크, 무슨 일 있는 거야?”

내 질문에 그가 씁쓸하면서도 마치 포기하는 사람처럼 처량한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란 의문이 목 끝까지 차 올랐지만 내가 그 질문을 하기도 전에 루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역시 황녀님께는 못 당하겠네요. 사실 오늘 제가 먼저 티 타임을 청한 건 황녀님께 전해드려야 할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게? 그게 뭔데?”

그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은 걸 보니 그렇게 좋은 소식은 아닐 것이다.

루크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희미한 미소를 띄운 채 말을 전했다.

“낼 모래 해가 뜨는 대로 전 아버지께서 계시는 히엠스(hiems)왕국으로 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 대신 제 친구가 황궁 의를 맡기로 했고요.”

“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것일까?

누가 떠난다고? 루크가 왜 여길……!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의 표정을 보니 이미 굳게 다짐한 것 같았다.

자신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내가 그를 말릴 권한이 있을까?

난 쓸쓸히 웃음 지었다.

“그래. 이건 대답해 줘. 네가 떠나는 이유에 대해서.”

“그저 아들로써 그리고 의사로써 아버지를 돕고 싶고 그리고 이거 또한 제 실력을 더 쌓을 수 있는 기회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렇구나.”

짧게 대답을 한 난 푸른 장미꽃이 그려진 찻잔을 우아하게 내려놓고 작게 미소 지었다.

“왜 그것밖에 묻질 않으시는 겁니까? 갑자기 제가 떠난다는데 당혹스럽지 않으십니까?”

당황한 건 내가 아니라 오히려 루크, 자신이었다.

내가 ‘당황스럽지.’라고 말하자 루크가 이해가 되지 않는 얼굴로 ‘그럼 대체 왜……?’라고 말을 흐렸다.

“내가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 거야?”

그가 정곡을 찔린 듯 움찔하며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닫았다.

난 그럴 줄 알았기에 ‘그것 봐.’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네가 말했잖아. 네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난 황녀로써 그리고 친구로써 네 기회를 빼앗고 싶지도 않고.”

그의 몸이 눈물을 참는 어린아이처럼 약하게 떨렸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가 그대로 그의 손 등 위에 내 손을 올렸다.

그러자 토끼같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그가 날 쳐다봤다.

“루크, 반드시 다시 돌아올 거지?”

‘안 돌아온다고 하면 어쩌지?’란 걱정이 들긴 했지만 그라면 반드시 돌아 올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불안감이 뒤섞인 내 물음에 루크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하죠. 언제라고 딱 잘라 말씀드릴 순 없지만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제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제 친구 좀 부탁 드립니다. 좋은 녀석이긴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신출귀몰(神出鬼沒)한 녀석이거든요. 마음에 안 들면 잘라버리세요.”

평소처럼 장난기가 넘치는 그로 돌아왔다.

난 안심하며 풋, 하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황녀님, 이만 가셔야 할 것 같아요. 재단사 분들께서 오셨어요.”

제시의 말에 난 일어나 루크에게 말했다.

“낼 모래 해 뜨자마자 출발한다고?”

“예.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빨리 가서 선물을…...!’

“알겠어. 내일도 입궁할 거지?”

내 질문에 그는 의아해하면서도 대답했다.

“예. 해야죠.”

‘좋아. 그 때 전해주자!’

“그래. 조심 히 가.”

“예. 살펴 가십시오.”

루크와 헤어지고 바로 난 곧장 내 궁 파티시에에게 말해 초콜릿을 만들라고 지시하고 내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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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03 13:34 | 조회 : 1,413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우리 루크가...루나에 대한 제 마음을 접기 위해 떠납니다ㅜㅜ 으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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