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청혼(13)

일정하게 박동하고 있던 심장이 요란스럽게 두근거리며 울리기 시작했다.

난 붉은 장미 빛 홍조를 띈 채 그에게 다가가 검은 상자를 조심히 그리고 소중히 들어 감쌌다.

“뭘, 당연한 것을 묻고 그래?”

엘런이 자리에서 일어나 날 있는 힘껏 껴안았다.

나도 그를 꼭 안았다.

우린 벤치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의 시작인 엘런이었다.

“솔직히 제가 너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게 아닐까 걱정이 됐어요.”

“뭐? 네가? 아닌데…너무 멋졌어. 그리고 왠지 오늘도 잠 설칠 것 같아. 예고도 없이 두 번이나 청혼한 내 옆에 있는 분 때문에.”

장난기 담긴 내 말에 그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그 걸 본 난 해맑게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내 미래의 남편님은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다른 여자들한테 절대 그렇게 귀여우면 안 돼. 알겠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소리였는데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 다른 여자들은 관심 없습니다.”

“뭐…그렇다면 다행이고……”

역시 엘런에게 농담을 하면 안 된다고 다시금 깨달으며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나자 엘런도 따라 일어났다.

“시간이 너무 늦었어. 이만 들어가서 자도록 해.”

“예. 황녀님도 편히 주무십시오.”

그는 인사 후 한 번도 뒤 돌지 않고 그저 앞만 보고 걸었다.

어쩐지 허무했다.

엥? 이게 끝?

진짜? 정말?

아니…이러면 내가 뭘 기대한 것만 같잖아!

그…그치만…!

엄청난 내적 갈등 끝에 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렸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가 몸을 돌렸다.

난 발꿈치를 들어 그의 뺨에 꽃잎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처럼 살짝 입을 맞추고 뒤로 물러났다.

그는 내가 이런 기습 공격을 할 줄 몰랐는지 한 동안 멍하니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오른 손을 머리 위로 붕붕 흔들었다.

“그럼, 내일 봐, 내 남편님!”

방으로 들어온 나는 반지를 혹 흠집이라도 날까 조심 히 상자에 넣어 책상 위에 두었다.

아마 아직도 멍하니 서 있을 엘런을 생각하니 웃음이 자꾸 새어 나왔다.

그 덕분에 오늘은 잠을 못 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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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기습적으로 루나의 뽀뽀를 받은 엘런은 그녀의 예상대로 어떠한 움직임 없이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피식, 김 빠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입 고리가 올라갔다.

‘정말 예측하기 힘든 분이라니까.’

그는 잠시 그녀의 방 발코니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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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02 14:36 | 조회 : 1,342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이번 화로 청혼 편은 끝입니다! 이제 14화(외전 포함) 후 완결됩니다... //그리고 담화에 오랜만에 ??가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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