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대로 방을 나가 그가 있는 곳까지 단숨에 내려갔다.
혹 그가 그냥 가버릴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는 내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난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엘런,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황녀님.”
그의 표정이 진지했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진지한 표정에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왜……?”
무슨 일 있었나?
아! 아까 그냥 뛰쳐나가서 화났나?
“황녀님,”
그가 다시 날 불렀다.
내 짐작이 맞는 것 같아 난 눈을 질끈 감고 그에게 사과했다.
“미…미안해! 아까는 내가 잘못했어!”
화가 난 것이 아닌지 그는 내 사과를 받고 어쩐지 당황한 것 같았다.
난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아까…내가 그냥 가서 화 난 거 아니야?”
“예? 화 안 났습니다만.”
뭐야…그럼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거야!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는 게 부끄러워 난 의아해하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아니고 이 걸 전해드리지 않아서 왔습니다.”
“응?”
그가 자신의 윗옷 주머니에서 작은 검은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기사의 맹세를 했을 때처럼 한 쪽 무릎을 꿇고 상자를 열은 채 내게 내밀었다.
상자 안에는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가 들어있었다.
“원래 더 큰 보석이 달린 반지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황녀님께서는 화려한 것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시잖아요.”
“에……알고 있었구나.”
“당연하죠. 사랑하는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는 당연히 알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사랑하는 사람이란 말에 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건 엘런도 마찬가지인지 달빛 아래에 있는 그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 것이 보였다.
“루나 황녀님,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