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청혼(12)

난 그대로 방을 나가 그가 있는 곳까지 단숨에 내려갔다.

혹 그가 그냥 가버릴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는 내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난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엘런,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황녀님.”

그의 표정이 진지했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진지한 표정에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왜……?”

무슨 일 있었나?

아! 아까 그냥 뛰쳐나가서 화났나?

“황녀님,”

그가 다시 날 불렀다.

내 짐작이 맞는 것 같아 난 눈을 질끈 감고 그에게 사과했다.

“미…미안해! 아까는 내가 잘못했어!”

화가 난 것이 아닌지 그는 내 사과를 받고 어쩐지 당황한 것 같았다.

난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아까…내가 그냥 가서 화 난 거 아니야?”

“예? 화 안 났습니다만.”

뭐야…그럼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거야!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는 게 부끄러워 난 의아해하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아니고 이 걸 전해드리지 않아서 왔습니다.”

“응?”

그가 자신의 윗옷 주머니에서 작은 검은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기사의 맹세를 했을 때처럼 한 쪽 무릎을 꿇고 상자를 열은 채 내게 내밀었다.

상자 안에는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가 들어있었다.

“원래 더 큰 보석이 달린 반지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황녀님께서는 화려한 것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시잖아요.”

“에……알고 있었구나.”

“당연하죠. 사랑하는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는 당연히 알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사랑하는 사람이란 말에 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건 엘런도 마찬가지인지 달빛 아래에 있는 그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 것이 보였다.

“루나 황녀님,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3
이번 화 신고 2018-06-02 14:33 | 조회 : 1,030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당연하지!! 루나가 아닌 내가.....(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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