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나 아기가 됐어

편안한 느낌이 내 몸을 지배했다.
마치 구름 위에 눕는다면 이런 느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확인하기 위해 눈을 뜨니 온통 새하얀 곳이고 사람이나 물건 그 아무것도 없었다.
이 곳이 어디인 지 뭐 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어 두리 번 거리고 있는 데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남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이여, 넌 왜 벌써 이곳에 왔는가?”
“누구세요?”

난 소리 나는 곳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마치 태양처럼 눈부신 금발에 에메랄드 보석처럼 맑은 연녹색 눈동자를 가진 젊은 남자가 날 바라보며 서있었다.
분명 나와 신이라는 남자는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솟아 올랐다.
이 감정을 그리움이라고 해야 할 까, 아니면 기쁨이라고 해야 할 까?
난 내 마음 속을 채우고 있는 이 복잡한 감정에 당황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내 눈동자에 비친 남자의 표정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슬퍼 보였다.
난 다시 그에게 물었다.
“누구세요?”
“난 그대들의 말로 신이란 존재이다.”

자신을 신이라 소개하는 남자에 난 깜짝 놀라 반문했다.

“신 이라고요?”

신이 왜 이곳에 있는 걸까? 난 분명 죽었는데……아니, 죽었기에 있는 걸까?

신이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난 신이야. 그리고 이곳에 네가 있는 이유는 내 실수 때문에 네가 죽었기 때문이란다. 일단 그것에 대해선 사과하지. 미안하다.”

신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난 졸지에 신에게 직접 사과 받은 인간이 되었다.
난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지 몰라 그저 어색하게 웃고만 있었다.
신이 계속 머리를 숙이고 있자 난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머리를 글 쩍이며 말했다.

“아, 저…그렇게까지 머리 숙이지 않아도 돼요.”

내 말에 고개를 숙였던 신이 고개를 들고 내게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내 이마에 올려지고 그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건 사과의 선물이다. 언제까지고 지켜보마.”

그의 말을 끝으로 새하얗던 공간이 사라졌다.
난 다시 눈을 떴다. TV속에서만 보던 서양식 궁궐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내 몸을 살펴봤다.

“우앙?”

‘나 아기가 됐어?’

그렇다. 난 아기가 되어있었다. 그 때 신의 말이 생각났다.
그가 말한 사과의 선물이 이걸 말한 듯 하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아니 하루아침에 22살 대학생에서 1살 아기가 되다니……
갑작스런 나이와 환경의 변화로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 이도 저도 못하고 굳어있는 데 문이 열리고 금발에 피같이 붉은 눈동자를 가진 젊은 남자와 검을 차고 있고 2명의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금발에 남자는 요람에 있는 날 빤히 내려다보더니 이내 날 자신의 품에 안아 들었다.

“네가 내 딸이구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대체 왤까? 처음엔 아기를 본 감동과 기쁨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완전 헛다리 이였다.

“레인이 내게 선물한 마지막 보물.”

마지막 보물? 설마 엄마가……

“어머니의 몫까지 이 아빠가 지켜주마.”

설마 가 사람 잡는다고, 역시나 이였다.
아빠가 내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그 덕분에 난 그의 얼굴을 가까이 보게 되었다.
울었는지 그의 눈가가 약간 붉어져 있었다.
난 조그마한 내 손을 뻗어 그의 눈가에 댔다.
갑작스런 감촉에 놀랐는지 그의 두 눈동자가 약간 커졌다.
난 그런 그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내가 웃자 뒤에 있던 기사 2명이 작게 신음 소리를 냈다.
아빠도 들었는지 그들을 살벌하게 노려보자 그들이 창백하게 질려서 눈을 슬쩍 피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문 쪽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실비아.”

‘와 저렇게 예쁜 언니도 있구나. 혹시 여신님이세요?’

긴 은발을 늘어뜨리고 군청색 눈을 가진 여자가 부드럽게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와 뒤에 있던 기사들에게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우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황녀님의 존함은 정하셨는지요?”

그녀의 질문에 아빠가 날 말없이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버님…이러다 내 얼굴이 뚫리겠어요…...’

몇 초간 날 뚫어져라 쳐다본 아빠는 피식 웃었다.

“루나. 루나 일리스 루케도니아로 하지.”

이렇게 황제와 그의 외동딸로서의 첫 만남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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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04 09:05 | 조회 : 3,429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2화 수정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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