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과연 그 누가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마, 그 누구도, 이 세상의 신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혀 다른 종족의 두 수인이 부자지간을 이루리라고는. 그렇지만 아마 이 한가지는 예상하고 있지 않았을까?
이 하얀 아이와, 검은 그가. 이곳과 이어져 있는 '그 곳'에서조차 함께였던 인연을 '이 곳'에서도 이룰 것이라고.

"……이봐."

차갑고 사무적인 중저음의 목소리가 누군라를 부르며 조심히 손을 뻗는다. 제 딴에는 상대방을 놀라게 하지 않게 하고 싶었을테지만 그의 심정을 전혀 알지 못한 상대방은 그저 익숙치 못한 그의 손길에 미처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작게 움찔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상당히 겁에 질린 벽안의 눈동자가 바다를 담은채 그를 보며 연신 깜빡거렸다.


나지막히 한숨을 내쉰 그가 끄응 이마를 짚었다.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이 작은 아기 고양이는.

그가 심기 불편한 표정를 짓자 조심조심 그의 눈치를 보듯 꼬리 끝을 살짝 떨던 작은 고양이, 아니 차라리 소년이라 하는 편이 더 좋을까나. 벚꽃빛이 은은히 맴도는 백발을 지닌 어린 소년이 그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안절부절 조그마한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불안한 것인지 크고 보드라운 털을 지닌 삼각형의 귀가 아래로 추욱 늘어진다.

분명 자신은 평범한 20대의 회사원이라고 자부하던 그는 얼마전 퇴근을 하고 빗길을 걸으며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정말 우연히, 갑작스레, 의도치 않게.

빗속에 쓰러져 있던 한 아기 고양이를 무심코 주워버려, 앞길이 창창한 이 젋은 나이에 졸지에 아들이 생겨버렸다.

물론 후에 그는 바닥에 절망적인 자세로 엎어져 생애 최대의 후회를 하였지만, 이미 엎어진 물인것을 어찌하랴.
잠자코 그 작은 소년을 아들로서 키우게 되었다.

그렇게 한 토끼 아저씨와 아기 고양이의 어딘가 어색한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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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26 22:42 | 조회 : 1,808 목록
작가의 말
AR(에알)

고입이 코앞이라 도저히 만화쪽은 손댈 시간이 없어서 양심상 소설이라도 연재하려고요ㅠ 그나마 소설은 하루면 다 쓰니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128화까지 쓴 작품도 있는걸요! 이번에는! 반드시!...지만 현재 슬럼프입니다. 살려주세요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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