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제 여자친구가 사라졌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모든 나쁜 것들은 이 곳에서는 정상이 되고 남들이 말하는 모든 정상적인 것들은 이 곳에서 비정상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바빌론은 범죄자들 혹은 마음 속에 가둬두었던 양심없는 폭력과 성욕을 거리낌없이 표출할 수 있는 곳.
그들은 신들의 눈을 피하며 벌을 받지 않기 위해 이 곳으로 '떳떳치 못한 행동들'을 하기 위해 발정난 짐승처럼 몰려든다. 특히 주말만 되면 추악한 욕망과 인내를 풀러온 다른 층들의 '일반인'들이 몰려들어 시끄럽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며 깃털처럼 가벼운 여자들의 사랑으로 지나가는 남성들의 발목을 잡는 윤락가. 그런 길 사이사이의 으슥한 골목에서 일어나는 검은 거래. 일상의 쇠사슬을 잠시나마 강제로 해제시켜주고 환상을 눈 앞에 가져다주는 사람을 좀먹는 하얀가루들.



나는 이 더러운 도시 바빌론에 이사온 지 6년 째인 중학교 과학교사 '도 환'이다. 바빌론 내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살고 있어 난잡하고 끈적거리는 중심 시가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고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런 외곽지역은 그 질이 더욱 나쁘다. 왜냐하면 이런 외곽지역과 눈에 띄지 않는 곳일수록 더 순도높은 '악'이 당연한 일인 마냥 벌어지고 있으니...

해가 살짝 기울어져 빨갛고 빨간 노을이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슬슬 나가야 할 때. 현관문 앞에 놓여있는 액자 속의 이니는 행복하게 웃고 있다.



"이니야...대체 어디 있는거야..."



내 여자친구 진이니. 그녀는 이 위험한 도시에서 실종되어버렸다.






문을 열고 길거리로 나오자마자 어떤 꼬마 여자아이가 와락 달려들어 내 품에 안긴다.

"오빠아~ 나 맛있어 보이지 않아요? 응? 응?"

"...하..."


이 곳에선 흔한 일이기에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여자아이를 옆으로 떼어놓고는 내 갈 길을 갔다. 똥통 속에 들어왔다고 나까지 똥이 되야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초반의 나에 비하면 많이 물든 것 같다.

여기온 지 2년 째만 하더라도 저런 아이들이 몸을 파는 것을 보고는 훈계를 주거나 위로 한 마디라도 해주고 안타깝게 바라봤었는데 지금은 그냥 저 아이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그저 회피한다. 내가 저 아이를 안지 않으면 어차피 다른 누군가가 저 아이를 안을터. 방관하는 이 행동도 결코 옳지는 않지만 그 전에 이미 내 머릿속에는 내 곁에 항상 있다가 홀연히 사라져버린 여자친구로 가득 차 있었다.

유명무실한 경찰들에게서 소식을 기다릴 바에야 다른 루트를 선택하는게 더 빠를거라 생각해서 오늘 나는 환상정원이라는 바에 의뢰를 넣으러 간다.













딸랑~



"어서오세요, 환상정원 입니다."

"안녕하세요."


문에서 가까운 의자에 걸터 앉는다.


"응? 도환씨 맞죠? 그 때 피로 떡칠하셔서 오셨었던...치료는 잘 하셨나요?"

"아 기억하고 계시네요! 기억 못 하실 줄 알았는데..."

"아하하! 사람이 그렇게 피를 흘렸는데 기억 못 할리가 있나요."



바닥을 쓸고 있던 '준'이 밝은 웃음으로 나를 맞이해 준다. 여자치고는 큰 키에 옆으로 땋아 내린 하늘색의 머리.



"머리 색이 하늘색이고 눈색이 체리색이면 타고난 속성은 '창조' 이신가요?"

"어머, 잘 아시네요? 과학 선생님이라 그런가?"

"타고난 속성이 '창조'시면서 살고 있는 곳은 '혼돈'이라니...참 아이러니하네요."

"...사람에게는 각자의 사정이란게 있죠."



예를 들면, 범죄자...라던가?




"어서오세요, 환상정원 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저번에 정신없이 방문했을 때는 없었던 직원이 부엌에서 나왔다. 귀엽게 생긴 얼굴에 아주 살짝 곱슬끼가 있는 젊은 남자였다.



"아, 준. 내가 너는 손님 받지 말랬지. 입 열면 깬다고. 그냥 서서 칵테일이나 제조해."


또 한 명이 안쪽에서 준에게 투덜대며 나온다. 맞아. 그 정신없던 순간에도 기억하는 저 분홍단발머리의 어려보이는 소녀. 어린 여자아이가 이런데서 일하다니...비록 이 곳이 몸 파는 다른 집들과는 다르다는 걸 알긴 하지만 여기도 어쩔 수 없는 바빌론의 바이구나.


"치료는 잘 받으셨나요."

"저번에는 신세 많이 졌습니다."



어린 그녀가 싱긋-미소 지으며 나에게 메뉴판을 건넨다.



"아뇨. 간단하게 칵테일 한 잔만...롱아일랜드아이스티로."

"네."

"그리고 부탁이 있는데요..."



다들 멈칫하더니 각자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여기는 의뢰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만..."

"네. 무슨 심각한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말씀해보세요."



준이 흘러내린 푸른 잔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나에게 술이 담긴 잔을 건낸다.





"제 여자친구가 사라졌습니다. 부디 찾아주세요..."

"실종?"

"제 여자친구의 이름은 진이니, 나이는 스물셋으로 지금 신변이 위험하거나 어쩌면 지금도 위협받고 있을 수도 있어요."

"음?"

"왜냐하면 그녀는 집에 강도가 든 날..."





<회상>




퍽!


"아윽..."





뒷통수를 강하게 맞고 나는 피를 흘리며 내 방 카페트 위로 고꾸라졌다. 순간의 충격으로 말도 나오지 않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니야...이니야...!



"환아, 나는 도망칠꺼야. 미안해..."


그녀는 내 방 발코니에 아슬아슬하게 걸터 앉아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몸을 뒤로 젖혀 스스로 떨어져버렸다.




'안 돼...안 돼! 안 돼! 이니야!'





밖에서 들리는 쿵-소리와 함께 나도 의식을 잃어버렸다.











"...정신이 든 후 방을 살펴봤을 때에는 강도는 훔친 물건도 없이 그냥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2층 제 방의 발코니에서 그녀가 뒤로 떨어졌기 때문에 정말 많이 다쳤을꺼라 생각하고 어쩌면 죽...었을꺼라고도 생각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근데 그 떨어진 자리에 그녀가 없었나요?"


젊은 남자가 보청기를 귀에 끼우며 나를 바라봤다.


"네. 그녀가 흘린 핏자국은 선명하게 나있었고 어디론가 끌려간건지...아님 스스로 가버린건지 자취를 남기면서 여기저기 흔적이 있었는데 그 흔적도 어느순간부터는 없어져 있었습니다."

"확실히 그녀는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네요."

"그래야해요. 제발...제발..."

"만약 진이니씨가 떨어져 사망했었더라면 굳이 강도가 그녀를 옮길 이유가 없을 것이고 만약 그녀가 살았는데 강도가 살인을 목적으로 두 분께 해를 가한거라면 그 자리에서 죽이거나 도환씨를 죽였을겁니다."

"강간하고 살해하려고 한거라면?"

"준, 이 바빌론에서는 성욕을 풀고 싶으면 언제든지 여자랑 잘 수 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꺼라고 생각해?"

"미친놈들의 생각은 모르는거야 줄라이."



"준, 줄라이. 그만! 아무튼 의뢰는 여자친구분의 신변을 확보하고 살아계신다면 그녀를 보호하는걸로 하겠습니다. 마담께 보고해야겠네요. 승인이 떨어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젊은 남자가 투닥대는 두 사람을 중재하고 웃으며 나에게 양식이 적힌 종이를 건넸다.






"저기! 이름이 뭔가요? 저번에는 못 보던 얼굴이라..."

"아! 제가 실례했습니다. 제 소개를 안 드렸군요."




그는 악수를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페뷰입니다. 이 바의 알바생이죠."









-등장인물-


도 환 (25)

-바빌론에 위치한 신전부속중학교 과학교사
-붉은 갈색머리에 검은색 눈동자.
-출생은 0층의 파괴의 나라. 5년 전 신전부속중학교가 신설되었을 때 과학교사로 발탁. 바빌론의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지원.
-처음부터 직장환경이 너무 빡세서 살짝 후회하고는 있지만 직업에 자부심있음.
-고유속성은 불 속성이 2개, 파괴 속성이 1개.
-마법을 그리 많이 쓰지는 않는다.



준 (23)

-실제 이름 이하늘
-J(une)
-여자치고는 키가 꽤 크다. (174)
-하늘색 머리에 체리색 눈동자. 이 조합은 고유속성이 '창조'일 때 나타나는 고유색.
-옆으로 땋은머리를 하고 있다.
-마법을 잘 쓴다.
-바빌론의 바 '환상정원'의 바텐더.



줄라이 (18)

-실제 이름 ???
-(Jul)Y
-키 155로 작다.
-외모도 겉모습도 나이보다 살짝 어려보인다.
-연분홍의 언발란스 단발머리에 텅 빈 회색 눈동자.
-고유속성이 3개 전부 없어서 마법을 쓸 수 없다.
-오른쪽 눈에 장애가 있다.


페뷰 (23)


-실제 이름 예승
-F(ebruary)
-대학생이다.
-연갈색 머리에 살짝 붉은 빛이 도는 검은색 눈동자.
-고유속성은 파괴 속성 1개, 혼돈 속성 1개이다.
-성격이 매우 좋고 항상 웃는 상이다.
-한 쪽귀가 잘 안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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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1-08 00:15 | 조회 : 1,712 목록
작가의 말
YluJ

어쩌면 진부하고도 뻔한 소설의 시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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