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그가 범인이다, 그가 범인이 아니다.




"좋아, 그럼 승인도 떨어졌겠다. 도환씨의 의뢰는 누가 담당할까요?"



바의 문 옆에 걸려있는 'open' 팻말을 가지고 들어오며 페뷰가 말했다. 가게 안에서 분주하게 정리를 하고 있던 직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담당자를 누구로 할 지 고민했다.



"이 일은 페뷰가 맡아."

"에?"

"나는 네가 지금 맡고 있는 일과 겹친다고 생각하거든."



마담은 쇼파에 앉아 자신의 머리를 베베 꼬며 페뷰를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로 지었다.



"언니를 찾는 의뢰, 학생을 찾는 의뢰, 그리고 여자친구를 찾는 의뢰."

"마담은 세가지의 의뢰가 겹친다고 생각하시는건가요? 동일인의 소행?"

"응!"

"근거가 있나요? 세 사건의 가해자가 일치한다는..."

"글쎄...그냥...감이랄까?"

"..."

생글생글 웃으며 마담은 어두운 복도로 걸어 들어갔다.




"그거 참 좋네요."


페뷰의 작은 중얼거림은 그 누구도 듣지 못하였고, 그의 작은 미소 역시 그 누구도 보지 못하였다.











"혹시 사진 속의 여성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어머 오빠! 이런 사람보다 내가 더 매력있지 않아?"


탱탱한 가슴을 들이밀고 보라는 사진은 보지도 아니한 채 남자인 나의 본능을 자극시키고 있다.


"못 보셨으면 됐습니다."


어떻게 말이 통하지가 않니 이 동네는...





-수신메세지-

[외상값 받겠습니다. 조만간 받으러 갈게요.]

-발신자: 환상정원-




의미인 즉슨, 내 의뢰가 들어갔다는 말이구나.




"네~ 그럼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볼까요?"

"악!"


갑자기 뒤에서 싱글생글 웃으며 나타난 이 남자!


"페뷰? 맞으시죠?"

"네~ 도환씨! 이런 삐까뻔쩍한 길거리에서 얘기하기는 뭐하니까 어디 들릴까요? 카페? 집?"

"카페로 가죠. 택시 탈까요?"



바빌론의 윤락가의 중심에서 꽤 떨어진 도시. 학교가 있고 나름 다른 층의 평범한 도시들을 흉내낸 그런 도시가 있다. 그리 넓진 않고 이 곳 역시 치안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나마 낫다.



"캬~ 좋네요! 제 대학교도 그 도시에 있거든요! 집 돌아갈 때 교통비가 굳었네요."

"근데 대학을 이런 층에서 다니시네요?"

"교환학생 왔어요. 제가 이 동네랑 관련있는 전공을 하고 있거든요."

"...?"

"범죄랑 심리요."

"그치만 공부하자고 여기 오는 건 위험하지 않아요?"

"감안하고 오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죠. 각설하고 의뢰 이야기나 해볼까요?"


이야기를 피한다. 여기까지 감안하고 오는 이유? 남자여도 목숨과 신변의 위협을 받는 이 곳에? 그리고 굳이 아르바이트를 바빌론까지 와서 하는 이유? 대학교 근처면 이 지하세계에서 그나마 안전한 도시이고 알바 구하기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








도시_벨리아

: 지하 1층 '혼돈의 세계'의 도시 중 하나. 가장 중심이자 가장 큰 도시 '바빌론'과 검은 마력 밖에 없는 '무명의 도시'에 맞닿아 있는 작은 도시.


: 지하 1층의 나라와 도시 통틀어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교육시설과 다양한 문화시설이 이 곳에 모여있다.







<벨리아의 작은 카페>


"이니씨가 실종된게 1년 째고 경찰 측에 실종신고도 했지만 수확이 없었다. 그래도 이니씨는 나름 안전한 벨리아에 거주하고 있었네요."

"이니는 대학교수였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지하 1층은 지하 1층. 지하세계에서 가장 평화롭다는 여기서도 사람들은 살해당하고 성폭행당하고 실종되고 그러죠."

"..."

"그리고 도환씨는 바빌론에 위치하는 유일한 중학교 신전부속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일하시고 계시죠?"

"네. 바빌론에 위치하기는 하지만 바빌론의 중심지와 멀고 벨리아와 가깝죠."

"도환씨네 학교에서도 실종된 여학생이 하나 있죠? 아시는 것 있으시면 알려주실래요?"



이 사람은 그걸 어떻게 알지?



"그런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지 마요. 저희 바는 정보가 많이 모이니까요."



마시고 있던 커피를 내려놓고 페뷰를 바라본다. 그 역시 영업용 미소를 띄우고 나를 바라본다.



"사실 저는 페뷰씨를 아직은 믿을 수 없습니다."

"흠?"

"의심스러운 상황에 환상정원의 새로운 알바생, 납득되지 않는 교환학생의 이유."


낯설지 않은 체취, 소름 돋는 존재감...

이것은 나 자신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면서 드는 논리적이지 않은 의심인가, 상황 속의 위화감에서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경고인가.


"그렇죠. 이 곳에서는 누구도 믿을 수 없어요. 이해합니다. 정 불편하시면 다른 사람으로 바꿔드릴..."

"왜 자신의 의심스러운 상황에 대해 해명하지 않는거죠?"

"..."

"의심스러운 상황은 더 있습니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방인인데도 제 학교 학생의 실종을 아시고, 페뷰씨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환상정원까지 가서 굳이 알바를 하는 이유. "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가능성은 없다. 그가 범인이라는 가능성은 존재한다.




"도환씨.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의 의뢰를 듣고 도움을 주고 해결해드릴 사람이지요."

"..."

"저는 바의 정보를 함부로 누설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제 신변에 관한 정보들 역시 알려져서는 안됩니다."

"그러니까...!"

"아르바이트 할 때의 계약이 그러하네요, 안타깝게도. 저는 당신의 의문에 대해 스스로 해명을 할 수 없습니다. 정 의심스러우시면 의뢰 받는 사람을 바꾸셔도 됩니다만."

"..."

"더욱이 제가 속해있는 환상정원 자체가 의심스러우시다면, 계약을 파기하셔도 되요. 100% 환불입니다."



그가 범인이다.
그가 범인이 아니다.


그 어떠한 상황이든,


"아닙니다. 여자친구 실종 때문에 제가 많이 예민해져서...무례하게 굴었네요."


그가 범인이라면, 그를 곁에 두고 무의식 중에 떨어트리는 정보들을 주워담고 퍼즐을 맞춰 목을 죄여간다.
그가 범인이 아니라면, 그는 나를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그가 내 곁에 있는게 나에게 더 이롭다. 설령 나 자신이 위험해질지라도,이 도시에서 그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수 있다.



이니를 찾을 수 있다면.


"사라진 학생은 이예진 학생으로 4년 전, 당시 나이 15세였습니다."



0
이번 화 신고 2016-07-08 20:18 | 조회 : 1,554 목록
작가의 말
YluJ

설정오류, 오타지적 받습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