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GL]

즐겁지도,

촉박하지도,

슬프지도,

화나지도 않는

그런 무료한 삶을 살아간다.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나를 신경쓰지 않았고.

의미는 없지만 무료하지도 않은 삶을 사는 이들은 나를 욕했다.

그렇게 살아서 무엇하느냐고.

그때 나는 반문했다.

그렇다면 너희는?

나를 욕하는 너희는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거야?

그들은 답하지 못했다. 그들이 쓸모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 되니까.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배척당했다.

한겨울날 나뒹구는 낙엽마냥 간단하게 툭. 데구르르.

튕겨진 차가운 사회에조차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어서 그들세계의 바깥에 나앉은 나는 내리는 진눈깨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목적지 없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녀에게 잡혀버렸다. 마녀는 나쁜사람이 아니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믿었다. 그녀는 단지 미쳐있을 뿐이니까.

쓸모없는 육체와 영혼이라 생각했는데 영혼은 그나마 가치가 있었나보다. 마녀의 쿠키는 나를 수마에 빠져들게 하였고 눈을 떠보니 모든 것이 거대해져 있었다.

만져본 몸에는 붉은 피가 흐르지 않았고 미적지근한 재질의 무언가가 느껴졌다.마녀는 나를 보며 웃었다. 내가 드디어 나에게 맞는 몸을 찾았다고. 그래 그렇구나.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같은 아이들이 이제 막 눈을 뜨고 있었다. 마녀는 아무래도 북적북적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베아트리체 라 루미온.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이름.

인형의 집. 그것이 내가 갇힌 곳의 이름.

마녀는 이상했다. 항상 인형들과 함께 있으면서 외롭다고 중얼거린다.

"왜 항상 외로워해?"

"혼자니까."

"우리는?"

"너희는...인간이 아니잖아."

"우릴 이렇게 만든건 너 잖아. 무책임해."

"아- 그렇네. 미안."

이런 대화는 자주 반복되고, 일상이 되고 그러면서 하루가 지나갔다.

인형이 되어도 딱히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나와 같은 아이들과 있으니 '그들'과 함께 있을때 보다 마음이 편했다. 우리들이 가끔씩 수다를 떨 때 마녀는 청승맞게 보름달이나 바라본다.

저 하늘색 눈은 정말 보름달을 보고 있을까.

그럴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알 길은 없고 알 필요도 없고 알려주지도 않을테니까.

그렇게 나는 마녀에게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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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9-10 17:24 | 조회 : 860 목록
작가의 말
칼륨불꽃

처음 써본 gl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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