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병

나는 병입니다. 정확하게는 마음의 병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는, 굉장히 이상한 병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축복받을 일이지만 그 사랑이 아픔이 되어 돌아온다면 그 사랑에는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나는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마음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내보이지 못해 그 사랑이 마음을 좀먹고 있는 곳으로. 그곳이 제 직장이니까요. 매일매일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할 수 도 있고 몇날 몇일을 같은 곳에 머무를 수 도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직장을 돌아다니면서 나는 그만한 종류의 사랑들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이 자신을 봐주지 않아서, 그것은 같았지만 미묘하게 다른 것들이 있었습니다.

동경이 섞인 소녀의 마음은 금방 새로운 직장을 찾게 만들었지만 애절함이 섞인 여성의 마음은 몇달이고 몇년이고 나를 붙잡아 두었습니다. 몇 년동안 나를 붙잡는 사람이 원망스럽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도 힘들테니까요. 그저 그가 나를 빨리 극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이 병으로 인해 죽은 사람은 정말 몇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견디고 일어서면서 더 나은 사랑을 찾아떠났기 때문이죠.

물론 또다시 나에게 일자리를 주는 그런 착한(?)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요.

대게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후임자가 없습니다. 가끔 의지나 긍정적 사고들이 오기는 하지만 드문일이죠. 그 친구들은 좋습니다. 내가 벌여놓은 일들을 말끔하게 걷어내고 청소하니까요.

문제는 이 친구입니다.

자주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의지들 보다는 빈번하게 오는 친구입니다.

그 친구는 내가 가고 난 후의 허망감, 공허함등을 주로 먹고 슬픔을 곁들여 먹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의 얼굴에는 항상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마주쳐도 고개만 까딱여 인사할 뿐 딱히 친하진 않습니다. 자주보는 편이지만요.

머물러있는 사람이 움직이면서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길거리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친구도 우울증입니다. 사람마다 크기는 다르지만 정말 낙천이 꽉찬 사람 말고는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른 감정이나 병들은 우울증과 함께 일을 많이 해보았다고 합니다. 그와 일하지 못한 것은 분노와 같은 일시적인 인턴직들이거나 저처럼 마음을 꽉채워 버려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것들 뿐이죠.

우울증과 동업을 하게 되면 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자기들 기력을 다 뺏어간다며 뒷담을 하는 것도 들었습니다만 결국에 끝은 그를 동정했습니다.

나는 그와 한 번 꼭 일해보고 싶었습니만 나를 겪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것들을 겪지 못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혼자 일을 하기 때문에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은 상사병, 그러니까 저에게 마음의 일자리를 한 켠 내주신 적이 있나요?

있다고 답하신 분들은 이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될 것이고 없었다고 답하신 분들은 이제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 마디는 해 줄 수 있으실 겁니다.

제가 다닌 49281번째 직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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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9-10 09:24 | 조회 : 1,186 목록
작가의 말
칼륨불꽃

상사병, 우울증, 분노등등등 감정들이 회사원이고 얘네를 총괄하는 회사는 뇌들의 연합국이랄까요. 분노는 정말 바쁘게 움직이겠죠? 제일 불쌍한 아이입니다. 불려가는 곳은 많은데 일하는 기간이 짧아서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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